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20

FNL-Phantasm 2016. 10. 3. 11:35

220

 

 

 

잠겨있던 잡화점이 자기 멋대로 다른 사람에게 열어주는 행위는잡화점 멤버가 아닌 이상 사상 최초라고 볼 수 있다쇼콜라 씨가 하도 문을 발차기로 날려서 들어오는 것은 침입이라고 하는 것이고이번에 들어올 사람은 입장이라는 단어가 나타난다레시아와 시나는 각각 검은 고양이와 올빼미로 변했고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잡화점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옷차림은 초량과 비슷한 한복의 옷차림이었으나다른 점은 색상이 연녹색이 아닌 하늘색이라는 것과기묘하게 생긴 모자를 머리 위에 쓰고 있다는 것엘티노스의 기록에 의하면 저건 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저 갓을 쓰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 신분이 높다고 나와있었다.

 

호오...이 곳은 대단하구려소인이 문고리를 잡기도 전에 자동으로 열어주다니?”

 

자신을 지칭하는 말로 소인이라고 쓰는 사람은 내 주변사람에는 없으나분명...초량과 이야기 하는 도중에 나온 것 같았는데맞아해연이라는 사람이 자신을 지칭했을 때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역시 나의 기억력은 대단해!

 

아니대단해가 아니잖아!...아니이건 독백에다 태클 걸 내용이었는데아무튼 손님지금은 잡화점을 열 시간대가 아닙니다만?”

 

우선 모르는 척...

 

아직까지 소인은 200년 뒤에 물품에 대해선, 아는게 아무것도 없으니 구매는 하지 않을 거라네. 그러나, 초량이 말하기를 이 잡화점에는 의뢰를 할 수 있다고 들었네.

 

뭐랄까...이 여성의 말투는 대단할 정도로 뭔가 새로웠다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점잖음이 묻어 나온다고 해야 할까어느 마왕하고 다르게 가벼운 분위기가 아니었다뭐 그건 둘째치고...

 

“20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니요사람의 수명은 아무리 길어도...”

 

알고 있네하지만 소인의 정령이 다른 세계로 이동을 시켜줬고 거기서 3년간의 수행을 더 쌓다가바람의 정령왕과 함께 본래 세계로 돌아왔더니 200년 후의 세상으로 돌아온 것뿐이라네.”

 

...그럼 이 사람은 뭐 죽은 나사로가 살아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인간의 몸으로 정령계에 다녀오는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하고 온 거잖아애초에 인간이 사는 차원과 정령이 사는 차원은 전혀 다른 성질이고보통인간은 정령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다른 정령들에 의해 뼈와 살이 분리될 수 있지만해연과 같이 다니던 정령은 어느 정도 고위급에 속한 것일까?

 

지금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서 생각은 잠깐 끊고상대의 말에 경청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나는빈 찻잔을 해연 씨 앞에다 두고 찻주전자에 있는 허브티를 따라줬다.

 

우선 목이 마르실 텐데 차라도 드세요.”

 

그거 고맙구려.”

 

앉는 모습도 천천히 의젓하게 앉았고 잠깐 주변을 둘러보면서 입을 열었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소인이 몇 가지 물어도 되겠소?”

 

.........아마...물어보세요.”

 

저기 있는 고양이와 올빼미를 보고 있는 소인의 정령이 질겁을 할 정도로 표정이 안 좋은데저 키우고 있는 동물들은 대체 무엇이오?”

 

그건...”

 

내가 말을 하려고 하던 찰나레시아가 느닷없이 테이블로 폴짝 뛰어 올라와서 해연을 노려봤다그 이후로는 그렇군그렇군.”이라는 소리가 고양이의 입에서 나왔다.

 

그대는 물의 정령왕과 함께 다니는군...그 정도의 친밀도면이미 물의 정령왕과 계약을 했어야 했다아무튼 짐은 주인의 사역마지 키워지고 있는 동물이 아니다언젠가 주인의 첫 번째 신랑이 되기도 할 것이고모든 마물의 정점으로 군림하고 있는 타락의 마왕 레프리시아다애초에 정령의 축복를 잔뜩 받고 있는 그대 또한 짐에게 정식으로 소개해야 하지 않는가?”

 

소인은 하란국의 병조판서...였지만지금은 여제님께서 그나마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복귀를 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나중에는 병조판서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높은 해연이라고 하오.”

 

느닷없이 일어서서 레시아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고레시아 또한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 인사를 받아줬다.

 

잠깐레시아는 대체 저를 뭐로 보고 있는 거에요?”

 

신부인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나는 남자라고요신부가 될 리가 없잖아요종교에서 신부님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거와 그거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주인은 짐과 결혼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짐과 결혼은 하고 싶은 것이던가?”

 

전 아직 누구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지금 잡화점의 평균 매출을 뽑아내야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제 신부감을 찾던 뭘 하던 할 수 있겠지만...”

 

그나저나 시나는 어디에 있더라라고 시야를 이리저리 확인할 찰나에해연 씨의 어깨 위에서 귀여움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해연 씨가 시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올빼미는 입을 열었다.

 

저는 장래에 마스터와 조용한 집에서 같이 살기로 한 람파시나라고 합니다아이는 여자아이 둘과 남자아이 하나로 생각하고 있고울타리는 하얀색으로 칠할 것이며 애완동물은 고양이는 지긋지긋하게 봐왔으니강아지 3마리를 마당에 같이 키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디 해연 님도 저와 마스터의 신혼 계획에 동참하고 축복해주신다면따로 유혈사태만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시나어째서 너의 미래계획을 타인에게 들려주고마치 그건 나와 네가 생각을 했다는 전제로 굳어지는 거야그리고 타인에게 계획을 들려준다는 빌미로 남에게 협박을 하는 것은 나쁜 행동이라고?”

 

오늘따라 한 숨을 잔뜩 생성하게 되는구나.

아무튼 약간 하늘빛을 띄고 있는 해연 씨의 두 눈동자가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잠깐...나도 내 소개를 해야 하는 거냐?

 

...카일 입니다반갑습니...”

 

고양이 어퍼컷!”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내 시야는 어느 사이에 천장에 가있다가다시 천장과 멀어지면서 등 뒤에 작렬하는 고통을 맛봐야 했다물론 턱을 맞았기 때문에 기절하거나 심하면 혀를 깨물뻔했다.

 

기절이라도 했으면 나중에 얼얼하게 아프기라도 했겠지만혀를 깨무는 것은 상당한 고통이 아닐까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 것만 같은 고통이다어쨌든 온 몸이 움찔움찔 떨리는 것으로 온 몸의 고통을 극복하고 있던 중에레시아는 나를 내려다 보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래서 주인의 사교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다른 소개 방법도 있지 않는가루인이 했던 그 대사를 따라 했으면주인의 입지가 조금 더 올랐을 것이라 생각한다예를 들어서 왼손에 붕대를 감고, “이 붕대는 사정상 풀 수 없다왜냐하면 흑염룡이 날뛰기 때문이지.”라고 하는 것이...”

 

내가 다크 플레임 마스터냐어둠의 불꽃에 휩싸여 사라지기 전에 아이언 클로부터 출격시켜드릴까요!”

 

어느 정도 고통이 완화된 몸을 벌떡 세우고레시아에게 손가락 질을 하면서까지 열정적인 태클을 걸었다.

 

마스터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시고 안대를 열면서 사왕진안을 사용하시면타인에게는 상당한 매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릿카냐그리고 그건 타인에게 매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타인에게 동정심을 유발하는 안타깝고 쓸쓸한 행동이잖아!”

 

사방에서 태클을 걸 때쯤 테이블에 있던 해연 씨는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레시아와 시나의 드립을 이해하고 내 태클을 이해했다는 것은이 사람도 만화책을 많이 보고 있는 것일까한 번 물어보도록 하자.

 

저기 해연 씨?”

 

소인은 낮잠만 자면 되는 것인가?”

 

캐릭터를 고르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200년 후에 돌아와서 한 일이라고는 만화책을 본 일밖에 없는 것이더냐그러고 보니 실질적인 나이를 듣지는 못했구나아무리 그래도 분명 내 나이보다는 좀 많아 보이는데...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이를 알 수 있을까요?”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해연 씨와 마주봤다갓을 쓰고 있다고는 하나 머리색상은 하늘빛인 것으로 보아아무래도 정령왕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하는 머릿속에 딴생각이 자리를 차지할 무렵.

 

소인의 나이는 20세라네.”

 

동갑이잖아!”

 

17살에 병조판서라는 직급은 대체 어느 정도지슈퍼하고 익스트림한 귀족이 하는 것일 까?

 

물론 200년의 세월이 흘렀으니까 220세 정도 되었겠지만소인은 그래도 20세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더욱 마음이 편하겠소.”

 

...어차피 제 나이하고 같으니 그렇게 기억하도록 하죠아마 초량하고도 같은 나이로 알고 있긴 한데...아무튼 이제 본론으로 넘어와서...”

 

본론으로 넘어와서.

해연 씨의 의뢰를 들어줘야 하겠지만...

 

소인의 연습 상대가 되어주시지 않겠소?”

 

...막상 저런 소리를 듣는다면 무조건 도망치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저기해연 씨...여기는 잡화점이에요물품이나 그런걸 의뢰하는 곳이지스파링 상대를 대여해주거나 그런 체육관이 아니라니까요게다가 초량이 있잖아요?  굳이 잡화점에 와서 연습상대를 구한다는 말은 마치 생선가게에서 소고기 구한다는 말과 비슷한...”

 

그러나 내 말을 끊고 해연 씨는 입을 열었다.

 

물론터무니 없는 부탁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네하지만소인이 그날 술에 취해서 한바탕 난리를 친 이후에는 아무도 소인과 연습상대가 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세!”

 

......참가 서류 작성도중에 파도를 일으킨 그 사건이그냥 술에 취했다는 명목하게 벌어진 일이라고저 사람과는 절대로 술을 같이 마시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한 나였다.

 

게다가 여제님의 총애를 받고 있는 카일 또한 숨겨진 강자라고 들은 기억이 있는데. 200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어떻게 변화가 되었는지 알고 싶네.”

 

그리 진지한 눈으로 해도...지금 잡화점에서 의뢰를 한 내용이싸워달라고 하는 이 상황에 대해 혼란이 가중될 뿐이었다.

 

저는 제 몸이 더 소중합니다그러니...”

 

주인은 흔쾌히 납득을 할 것이다.”

 

잠깐...레시아!”

 

마스터는 여러 강자와 싸워왔습니다해연 님은 눈이 좋으십니다.”

 

잠깐시나!”

 

어째서 나는 사역마들의 말 때문에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할까애초에 나를 부추겨 세우면서까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뭐길래그리고 나는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다른 외부적인 요인이나 근처에 있는 특정 변수들이 못살게 굴고 있다.

 

역시엘티노스 잡화점의 주인이라면 흔쾌히 받아들일 줄 알았네!”

 

저기제가 승낙한 거 아니거든요제 앞에 있는 웬수들이 멋대로 말한 것뿐이지?”

 

아직까지는 약해 보이긴 하지만연습 상대로는 충분한 가치를 보일 것이라고 보이네.”

 

저기제 말 듣고 있어요저는 그 말을 승낙한 기억이 없다니까요?”

 

해연 씨는 느닷없이 내 쪽으로 자리를 옮기더니 뒷목을 잡고 질질 끌기 시작했다가기 싫다는 발버둥으로 잡화점 바닥에 질질 끌리는 소리와 먼지가 났고, “저는 싸우기 싫다니까요연습상대로 저기 있는 고양이나 올빼미를 상대하라고요!”라고 외쳤지만, “아까 오던 길에 적당히 비어있는 공터가 있으니 그쪽으로 가세!”라는...내 말을 무차별 적으로 무시한 답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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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도 안 먹고 쓰니까 배고프네요.

물론 느닷없이 해연이 올 줄은 상상도 못한 사람이 많겠지요.

[아님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