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13
213
완전히 당했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어제만 해도 내 앞에서 출입금지 구역이라고 화를 냈는데, 모든 이들의 죄를 짊어지기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서 죽지 않는 이상. 루비아 씨는 어디의 메시아도 아니고, 다른 이들을 구원해줄 신도 아닌 것이 분명했다. 아랑의 기적에는 죽은 자를 살리는 것 또한 불가능하며, 네크로멘서의 길 달인급을 놀면서 달성한 레시아 또한, 저렇게 살리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을 했으니까.
시나라면 가능할까?
아니. 시나도 아마 불가능하겠지...
가장 큰 문제는 이 사실을 루니아 누나가 아는지 모르는지...둘 중 어느 사실이 되었든 상당히 큰 충격을 받으리라고 생각한다. 저 사실 하나만으로 정신적인 붕괴가 심하겠지...
-딸랑딸랑!
손님을 알리는 종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가볍게 울리기 시작했다. 거기서 들어오는 것은 하멀 씨와 어릿광대 그리고 맹수 조련사 3인방이 찾아와서, 나의 얼굴을 보고는 하멀 씨가 퉁명스럽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뭐야? 평민. 마치 죽은 사람을 만난듯한 얼굴을 하고?”
“...아니. 하멀 씨는 어떻게...아니 이건 됐고. 뭔가 정보는 찾아봤어요?”
“중요한 정보는 맞을지 아닐지 몰라도...그래도 새로운 정보를 찾았어.”
새로운 정보를 찾았다고 하길래 내 머릿속에 떠도는 고민은 지우고, 틈만 나면 달라 붙으려는 어릿광대를 때어낸 뒤에 경청을 했다.
“어릿광대가 모습을 바꾸고 여럿 활동을 하면서, 호문쿨루스로 추정되는 일부 사람으로 변장할 수 있게 되었어. 그리고 신인류에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었지만, 거기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알 수 없는 헛소리를 했다는 거지. 야! 그만 평민에게 달라붙고 말하란 말이야! 언제까지 비밀로 간직하면서 “안 알랴줌!”만 반복할래!”
그거 하멀 씨도 전에 저에게 하지 않았나요? 뭐 그건 신경 끄고...어릿광대는 잠깐 멈추고는 가면은 나를 향한 체 읊조리기 시작했다.
“어둠이 하늘과 땅을 물들이면 찔러 넣어라. 땅이 꿈틀거릴 때는 베어 넘겨라. 그리하면 우리들은 신을 향해 한 발자국을 움직이며, 낡은 세계에서 한번 더 탈피하리라.”
퍽이나 인상이 깊군.
조만간 잊어버리겠네...
“그래. 이런 알 수 없는 말만 하고 어릿광대로부터 사라졌다는 거야. 찔러 넣는 것과 베어 넘기라는 것은 검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그걸 이용해서 신을 향해 한 발자국 움직이고 낡은 세계에서 한번 더 탈피한다는 뜻은...”
하멀 씨도 골머리가 썩는 듯이 눈살이 찌부러지기 시작했다. 저런 말로는 대체 어떻게 뭐가 일어나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함축적인 의미를 너무 많이 담은 말들이기에, 저 말을 알아내려면 전문적으로 암호해독을 하는 사람이 필요할 지경이다.
“그래서 너는 이브센티아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는데?”
“제가 이브센티아에 간 것은 어떻게 알았어요?”
하멀 씨는 말없이 사진하나를 보여주더니, 거기에는 간호사 복장을 입고 있던 내 모습이 찍혀있었다.
“윈디가 언제 찾아왔는지 몰라도 그걸 찍고 나에게 줬더라. 물론 상품가치로 사용할 거니까 멋대로 배포하지 말라고 해서. 그냥 가지고 있었어.”
언젠가 만나면 오랜만이라면서 아이언 클로라도 해야겠구나...
나는 하멀 씨에게 내가 보고 들은 것을 모두 다 말해줬다. 물론 루비아 씨의 일을 잊지 않고 전해줬으며, 이브센티아에는 로버트 씨가 농부로 살고 있는 것하고, 저장고에 소다와 오렌지 주스, 보라색 음료, 서니 D까지. 있는 거 없는 거 머릿속에서 전부 다 털어놨다.
“아니...대체 어디 숨어서 살고 있나 했더니, 이브센티아에서 메뚜기 때나 학살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 노인도 정말 할 일이 없군.”
경악하는 하멀 씨와 다르게 어처구니 없다는 듯한 맹수 조련사의 대답. 맹수 조련사는 내가 이상한 아저씨에게 얻어온 검을 들고는 후드 속에서, 기다란 혓바닥이 검의 옆면을 핥아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세상에나...”
그 광경 어릴 적 귀신이라도 본마냥 온몸에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어쨌든 감정인지 맛인지 다 본 맹수 조련사의 입에서 결과가 나왔다.
“쇠 맛이 나는군.”
“그거야 쇠로 만들었으니까...”
대부분 검은 강철 검이잖아...
“그 외에도 마법부여가 되어있는데, 뭔가 터무니 없는 게 부여가 되어있더군. 특정한 장소를 통과할 때 쓰는 그런 열쇠 같은 역할을 하는 검이다.”
...대체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길래, 핥은 것만으로도 그걸 알 수 있는 거야? 나중에는 사람을 핥으면 거짓말을 하는 맛까지 날려나?
“그러면 아까 어릿광대가 읊었던 계시와 같은 그 말에, 이 물건이 필요하다는 소리 아냐? 대체 그거 어디서 났는데?”
하멀 씨가 나를 뚫어져라 봤다.
나는 그냥 속여서 뺏어온 것뿐인데...여기서는 좀 멋지게 나의 활약을 강조할 시간이라고 판단해서 나는 입을 열었다.
“그거야 당연히 저의 천재적인...”
“주인은 그냥 간호사복을 입고 있어서 그걸 이용해 속인 것뿐이다. 올빼미가 기억을 5분가량 지우고 나서 시행했으니, 졸렬하게 짝이 없는 수단에 불과하지.”
“레시아! 어째서 그런 험담을!”
“주인은 지금 자신을 띄우기 위해 잔재주를 쓰려고 하지 않았는가? 평소에는 정직하고 성실한 주인이 어째서 이럴 때는 간악하고 사악해지는가? 마치 3대 욕구 테스트에서 욕구 40% 성욕 30% 정력 30%와 같은 테스트 결과를 보는 것만 같노라.”
“수면욕과 식욕은 어디로 갔어요! 왜 다 성욕에 관련된 것뿐이야!”
뭐지? 내가 자는 사이에 다른 일을 한 건가?
“그러면 평민이 회수한 검은 잡화점 안에서 분석을 해봐야겠군...적어도 이 안이 안전하잖아? 위험한 물품들이 한 가득 몰려있는 이곳이...”
하멀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하고는, 나와 필사적으로 거리를 좁히려는 어릿광대의 뒷덜미를 잡고 질질 끌며 잡화점에 나가기 시작했다. 바둥거리며 저항하니까 맹수조련사도 왼쪽 팔을 이용해서 같이 끌고 갔지만...
“놔! 놔달란 말이야! 아직 카일 옆에 더 있을 거라고오!”
“시끄러워. 지금 경쟁자가 몇 명인데 네가 끼어들 자리가 있을 것 같아? 그리고 평민...”
하멀 씨가 문을 닫기 전에 나에게 한마디 더 말하기를...
“루니아에게는 비밀로 해. 들으면 충격을 먹을 테니까.”
“충격을 먹으면...뭐 실연에 빠지거나 그러나요?”
그러자 뭔가 지난날의 악몽이 되살아나듯 하멀 씨가 움찔거리더니...
“...하루 종일 붙어서 떨어지지 않아.”
그 후에 문을 닫고 적막한 침묵이 잡화점을 채웠다.
그거 참 무섭군...
호러인가?
***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자고 있는 사이에 세상이 변한다.”라고.
세상이 변한다는 소리는 곧,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징조와 같으며, 그 의미는 미지의 무언가로부터 상호작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최근 쌀쌀해진 아침에 얇은 이불을 덮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더운 나머지 눈을 뜰 무렵. 시계는 시침은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쿠우...”
어째 덥다고 생각했더니...시나가 10대 초반의 여자 아이의 모습으로 나를 껴안고 자고 있었으니, 얇은 이불을 덮고 있어도 체온이 유지되어
“가 아니라! 깜짝이야!”
시나의 얇은 팔이 내 목을 감싸고 있어서 큰 반응은 하지 못하겠고, 보통 새벽 3시정도 되면, 피곤하다고 하면서 내 무의식공간에 들어가서 자야 할 텐데...이번엔 대체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을 무렵. 작은 몸이 잠깐 움츠리고 나서 백색의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마스터. 안녕히 주무셨는지요?”
어린 아이로 변해서 그런지 평소보다는 얇게 들리는 목소리도 신기하지만...
“나는 잘 잤는데...지금 그 모습은 뭐야? 오늘 나 은팔찌차고 어디 가는 날이니?”
눈같이 하얗고 긴 앞머리 중 일부가 중력의 영향을 받아 스르륵하고 떨어지면서, 어린아이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요염하게 만들었다. 이거 정말 글이라서 다행인 부분 아니던가?
“정말 다행이군요. 간밤에 마스터가 춥다고 하시길래 응급처치로 피부를 맞대며 체온을 보온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제대로 성공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새벽에 자고 있는 사이에, 꿈에서는 6번양이 눈 덮인 산에서 따듯한 스프를 먹고 있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만큼 기온이 떨어져 있었던가?
“...잠깐? 피부를 맞대고 있었다고?”
“네. 마스터.”
...
머릿속에 톱니바퀴가 굴러가면 굴러갈수록, 점점 경악에 가까워지는 상황이 한가지 생각나기 시작했다.
“너 설마! 내 셔츠 안에!”
“맞습니다. 마스터. 역시 마스터의 추론능력은 상당하십니다.”
“지금 추론능력이고 나발이고 따질 때가 아니잖아!”
어쩐지 내 가슴부터 배쪽이 묵직하면서도 부드럽다고 생각했더니, 지금 이 이불을 들춰내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까지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시나. 당장 올빼미의 모습으로 돌아가!”
“마스터. 얼굴이 빨갛습니다.”
“시끄러워!”
아침에 있던 뇌가 비상사태를 알리면서 “오늘을 마지막화로 만들 거냐?”라는 협박문자가 온 신경에 전달되었다. 하지만 오늘의 시나는 시나답지 않게...
“마스터. 따듯하니까 조금만 더 이러고 있어도 됩니까?”
사무적인 어조에는 나의 승낙을 기대하는 듯한 촉촉한 눈빛이, 내 두 눈과 마주치면서 결정장애가 오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착실하고 누구에게도 응석을 부리지 않을 것만 같은 태초의 빛인 람파시나. 지금 그녀가 내 앞에서 이렇게 응석을 부리고 있는 광경은 처음 보는 광경이다.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시나? 나중에 해줘. 지금은 모두가 일어날 시간에 가까워지고 있는데?”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
계속해서 상체에 신경 쓰이는 부드럽고 따듯한 감촉을, 머릿속에서 100만번을 죽이고 또 죽여서 계속해서 냉정을 유지한 상태로, 대체 시나에게 뭘 해줘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에...시나는 나에게 2가지의 선택권을 줬다.
“마스터가 고민하고 계시는 거 같으니까. 제가 한 수 더 뒤로 무르겠습니다. 그러니까...앞으로 2시간 더 이러고 있을지. 아니면 저에게 키스를 해주세요.”
...녜?
“녜? 쟘꺈? 뭐랴교요?”
백발의 어린아이가 눈을 감으면서 입을 열었다.
“전에 하란국에서 냥캣에게 키스를 했던 것처럼. 저에게도...”
앞으로 2시간 동안 이 상태에서 모든 멤버들과 지인들에게 한 소리를 듣느냐, 아니면 약간의 시간을 내서 시나를 만족시켜주느냐...둘 중 하나잖아? 이런 악마 같은 선택지를 만들다니 정말 여신 맞아?
따지고 보면 태초의 빛이지만...
“알았어! 하면 되잖아! 근데...이렇게 네가 이런 모습으로 있으면, 배덕감이 넘치다 못해 강을 이루고, 그 밑에는 바다를 만들어낼 것 같아.”
“지금은 마스터와의 페어링이 약해서 그렇습니다. 그러니...빨리...”
재촉을 하듯 시나가 상체를 움직였...아니 이건 그만 묘사하자...
어차피 자극적인 것은 약간 피하라고 했어.
“하아...알았으니 그대로 있어.”
쌀쌀한 바람과 함께 내려오는 따스한 햇살과 함께, 나는 어쩔 수 없이. 아니, 진짜 정말로 어쩔 수 없이! 시나의 작은 앵두 같은 입술 집어삼키듯 포개었다.
시나의 미약하고 짧은 소리와 틈틈이 이어지는 거친 숨소리 때문에, 다른 욕망이 가슴속에서 불을 집혀온다고 해도, 그런 욕망을 머릿속으로 10만번을 베어 넘기며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성을 유지하고...또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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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아의 뒤를 맹렬히 추격하는 시나의 모습이란...
아...그러고 보니 이제 가상메모리 부족 문제를 해결해서,
할 게임이 산더미로 늘어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