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95
195
티르의 쉼터라는 곳은 내 머릿속에 있는 기억력이 변질되거나, 뇌세포가 “오늘은 기억하지 않을래.”라고 파업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그곳은 호스트 바로 알고 있었다. 호스트 바는 어떤 곳이냐고 물어보는 일부분의 사람들에게 설명을 약간 하자면, 엘티노스와 더불어 전설이라고 부르는 ‘티르’는 다양한 성격의 여성들을 모조리 공략한 자로 알려져 있는데, 티르의 여성 공략은 타 종족을 불문하고 미친듯한 존재감으로, 엘티노스와 맞먹을 정도로 여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티르가 엘티노스가 잡화점을 만들어서 잉여처럼 활동을 하기 시작하자, 자신도 질 수 없다면서 모든 여성들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티르의 쉼터를 만들었고, 그 결과 사방에 퍼져있는 몽화관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여 라이벌 관계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아니 잠깐만?
내 모습을 보니 이건 상당히 위험하잖아?
마치 내가 호스트 바에 취직하려는 것처럼 오해할 테니까.
사람을 좀 찾는다고 가게를 뒤적거린다면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
1. 남자답게 정면으로 돌파한다
2. 사정을 이야기 하고 협조하게 만든다.
3. 위장취업을 한다.
4. 사브누아를 대신 투입한다.
가장 끌리는 것은 4번이다.
내가 귀찮아서 대신 보내는 것이 아니라, 1번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거고, 3번은 시간을 너무 많이 소요하게 만든다. 2번은 수사관이나 일정 신분 이상이 되야 그나마 들어가서 협조라도 구할 수 있는 것.
사브누아의 인형을 투입한다면 쉽고 간단하게 찾을 수 있을 텐데...
“어라? 카일 씨. 여기서 다 보는군요.”
나를 상당히 반가워하는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보자. 웃으면서 늘 좋은 인상을 보여주는 깨끗한 이목구비에,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떠올릴 법한 황자님. 태양이 있는 이유가 루노아 씨의 머리카락을 돋보이게 만든다는 이유라도 가지고 있는 듯, 더욱 활발하게 타오르고 있는 오후에...아니, 루노아 씨? 잠깐만...설마?
“그나저나 사랑스러운 모습이네요. 집에서 목줄 채우고 기르고 싶을 정도로.”
“그거 참 소름 끼치는 농담이네요. 그나저나 루노아 씨. 설마 진짜 제가 생각하고 있는 행동을 하려는 것인가요? 그거부터 이야기 해주시죠.”
“티르의 쉼터에 들어가서 노닥거리는 걸 말씀하는 건가요?”
...
“전 거기 단골이에요. 그나저나 카일 씨는 수 많은 여성들을 데리고 거기에 들어가실 건가요?”
아니...환하게 웃으면서 단골이란 이야기를 꺼내지 마요. 황제님도 루노아 씨가 이러는 거 아세요? 알면 엄청나게 눈물을 흘리실 것 같은데? 옛말에 남자가 3번 우는 타이밍이 있는데, 한 번은 태어났을 때, 한 번은 부모님이 돌아 가셨을 때, 한 번은 알고 봤더니 자신의 아들이 호스트 바에서 노닥거리고 있을 때라고 한다.
3번째 이유는 지금 내가 막 만들어낸 거지만...아무튼!
“저는 지금 베가프가 하란국 첩보원들에게 납치당했다고 해서, 티르의 쉼터를 수색하려고 하는데...지금 뭐하세요?”
“...음. 확실히 여우 귀네요.”
“시끄러! 다짜고짜 가까이 가서 뭘 만지는 거야!”
주변에 있는 여성들은 대부분 난리가 난 상태다. 지금 실신으로 쓰러져서 실려가는 주변 환경에 신경을 끄고, 어쨌든 티르의 쉼터에 들어가서 수색하려던 찰나. 루노아 씨는 내 어깨를 붙잡고 행동을 멈췄다.
“하란국의 첩보원들의 일을 방해하려는 건가요? 그녀들도 그러는 이유는 전부 사정이 있어서 하는 일이라고요?”
“아니. 그러면 내 친구를 그대로 납치당하게 보내라고요? 애초에 아우리스 교의 사제를 납치했다는 이유만으로 큰 죄목 아니에요? 빛의 대성당에서는 내 친구를 찾지 않고 뭘 한답니까?”
“카일 씨. 이런 말을 해서 좀 죄송하긴 하지만...이건 베가프가 원해서...”
“뭘 베가프가 원해서야! 아랑이 지금 머릿속에서 베가프를 찾으라고 난리치고 있는데!”
일순간 청명하고 마른 하늘에서 백색의 벼락이 한 번 내리쳤다. 주변에 모든 여성들이 시간이 멈춘 듯. 숨을 죽여서 침묵을 지키고 있었고, 루노아 씨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 어깨에서 손을 치웠다.
“베가프가 원해서 일부러 납치를 당했다면 그건 보내 줘야죠. 그런데 아랑까지 버리면서 자신을 찾아달라고 할 정도면, 지금 뭔가가 잘못 된 것이라고 생각 안 하세요?”
“알았어요. 그럼 제가 티르의 쉼터에 있는 주인에게 설명을 한 후에 들어오시길 바랍니다. 지금 같이 들어가면 저 많은 여성들로 인해 폭주가 될 테니까요.”
하긴...수 많은 인원이 한 번에 들어가면 난리 나겠지.
루노아 씨가 가게에 들어가서 약 2분간 들어갔다가, 나에게 들어와서 수색해도 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거기에는 수 많은 테이블과 쇼파, 훤칠한 키에 스타일이 좋은 호스트들 사이에서 놀고 있는 여성들. 그보다 대낮부터 술...은 아니고 주스를 마시고 있구나.
[아랑. 베가프가 근처에 있나요?]
주변이 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안에 있는 아랑에게 말을 걸자, 아랑은 상당히 난처한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누군가 일부러 나의 힘을 억누르고 있다. 확실히 베가프를 지켜야 하는 이 몸이 지킬 수 없었던 이유도, 신앙을 차단하고 있는 물품으로 방해 받았으니까. 이렇게 되면 마왕이나 카일의 안에 있는 다른 신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오히려 이 안에 신앙을 억누르는 물품이 있는 뜻은, 베가프를 숨기려고 하는 뜻일지도 몰라요. 아니...애초에 어떻게 아랑을 데리고 내가 온다는 것을 알았지?]
누군가가 정보를 흘린 것이 아니라면, 분명 신앙에 관련된 물품이 이 안에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애초에 아랑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있다는 것은, 새로운 정보에 가까울 정도로 그리 널리 퍼지지 않았을 텐데. 이 안에 신앙을 억누르는 물품이 있다는 뜻이라면...
[...함정은...아닌 것 같고...]
마나로 강화한 시력은 주변 사물을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예민해진 감각으로는 원초적인 직감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계속해서 몸은 어딘가 수상하다고 외치고 있지만, 아직까지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봐선, 내가 틀린 그림 찾기를 상당히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용지물이니...
[레시아? 들려요?]
[들린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이 주변을 수색하고 있는데, 레시아는 수상한 걸 알아차린 게 없나요?]
[짐은 지금 저 올빼미와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느라 바쁘다.]
아오...저 도움 안 되는 것들!
“어머나. 어머나. 이거야 원...”
내 뒤에 누군가가 양팔로 내 목을 감싸려고 하자마자, 좌표이동 마법으로 3M정도 앞에 떨어졌다. 자세히 확인해보니 길고 끝이 넓은 소매와, 실크로 이루어진 듯 연한 녹색의 옷을 입고 있는...
“네가 들고 있는 그 바늘은 수면제가 담겨있는 바늘이로군.”
“칫. 보기 보다는 저항이 거센데?”
“하란국의 첩보원이지? 내 친구는 어디에 있어?”
그러자 다른 곳을 보며 생각하는 듯한 행동을 하더니, 이윽고 입으로 꺼낸 말은 다음과 같았다.
“글쎄? 네가 대신 하란국으로 오면 그 친구는 풀어줄 수 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정녕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라니.”
애초에 이곳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만, 그렇다고 이런 장소에서 난리 칠 수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루노아 씨의 도움으로 이곳을 수색하려고 했다가, 어처구니 없게도 첩보원과 대치된 상황이라니...
“그러고 보면, 너희는 음양술에도 능통하더군?”
혹시 몰라 잠깐 떠보기로 입을 열었는데...
“그거야 당연하지? 우리 나라에는 무녀들이 많이 있거든. 애초에 그쪽에 있는 무녀와 성녀들은 신을 담기 위해서라며? 우리들은 신을 조련하기 위해 있는 무녀들이라고 할 수 있어. 물론 그 여우 신을 놓쳐버린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지금 네가 다 들고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들고 와줬다니...
이건 단순한 시간 때우기인가?
[아랑. 신앙이 얼마나 모였죠?]
[필요한 만큼 다 모았지만, 이 안에서는 기적을 행할 수 없다네. 게다가 저 자는 하란국의 무녀야. 정확히는 음양사라고 하는 것이 더 좋겠군.]
“이 곳은 봉인진으로 막혀있다고? 신앙을 빌어서 기적을 행사할 수 없는 네가...과연 이 곳을 탈출 할 수 있을까?”
수 많은 손님들이 웃고 떠들고 있는 사이에서, 천천히 바늘을 꺼낸 하란국의 첩보원은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이 곳에서 내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마나에 대해서는 다루지는 못한단 소리가 된다.
“‘잠들어라.’”
천천히 걸어오다가 상체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의식을 잃어가는 첩보원. 지금 내 안에 레시아까지 품고 있기에, 단지 명령하듯 마나에 의지를 실어 보내는 것으로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어라...몸이...점점...”
-털썩.
쓰러져서 자고 있는 첩보원을 부축하는 듯 끌고 가서, 다른 이들의 시선이 닿지 않게 빈 테이블을 찾아 쇼파에 눕혔다. 그 이후에 들려오는 소리는 레시아가 기뻐하는 소리...
[역시 주인이로군! 짐과 오랫동안 알콩달콩 지내오면서 짐의 흉내를 낼 수 있다니. 봤는가 올빼미! 주인과 짐의 유대는 이렇게 위대하다고?]
[시끄럽군요. 마스터는 저의 권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콩달콩까지는 아니었어요. 가위바위보만 하면 제가 날아갔으니까. 어쨌든 레시아? 이 사람의 기억 좀 들여다 봐주겠어요? 아무래도 베가프를 납치했을 때 있었던 모양이니까.]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거라.]
잠들어 있는 첩보원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자...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흐음...그렇군.]
레시아만 아는 것 같다.
[주인. 두 가지 큰일이 났는데...하나는 주인의 친구가 시나론에 없는 것이다. 지금쯤이면 리벌트로 가고 있겠군. 리벌트 국경에 넘어가서 북동쪽으로 가면 하란국이다. 시간이 더 촉박하겠군...]
그렇게 힘들게 돌아다녔는데 벌써 리벌트로 이동했다니?
무슨 발에 신속장화라도 달았나?
아니면 고슴도치 소닉이 친구인가?
사브누아에게 다시 연락을 보내야 해야 할 무렵. 레시아에게 두 번째 큰일이라는 것을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서 두 번째로 큰일난 것은 뭔데요?]
그러자 레시아가 입을 열어 말을 하기를...
[그 첩보원에 특수한 물건이 하나 있는데, 자신에게 신변이 일어나면 다른 동료들을 호출할 수 있는 물건이다.]
[...그래서 지금 그게 발동하고 있나요?]
[그렇다.]
이렇게 리벌트로 도망자를 찍어야 하는 건가? 그보다 잠깐 잡화점에 들려서 겨울 옷도 꺼내야 하는데...
[레시아! 플랜 B에요!]
[...음? 주인. 플랜 B라니 무슨 소리인가?]
[그냥 멋져 보이게 그냥 알았다고 말하면 안 돼요?]
[애초에 짐이 모르는 것을 알았다고 할 수 없노라.]
...
[시나! 플랜 B다!]
[알았습니다. 마스터. 잡화점으로 긴급귀환을 실시합니다.]
포근하고 밝은 빛이 내 몸을 감싼 이후에, 내 시야가 이동한...
-쿠궁!
“오 마이 숄더!”
이번엔 오른쪽 어깨부터 추락한 나의 슬픈 비명이 잡화점 1층에 퍼져나갔다.
[마스터는 제가 더 잘 압니다. 이제 그만 저의 마스터에게 떨어져 주시죠?]
[칫. 이걸로 1:1인가. 하지만 주인은 짐의 것이다.]
머릿속에서 레시아와 시나가 싸우는 소리가 들리긴 하다만, 지금 이런 걸로 신경 쓸 틈이 없이 겨울 옷을 꺼내기 위해 옷장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
배고프네요...
근데 베가프는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