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94

FNL-Phantasm 2016. 9. 3. 10:52

194

 

 

 

멋지고 완벽한 작전을 생각해내야 하는 입장은 언제나 골치가 아픈데, 작전을 세워도 계획으로 실행하는 동안, 상대방은 그것에 대해 . 이런 작전이니까. 나는 이쯤에서 쓰러져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상대도 자신이 내려준 임무에 작전을 세웠을 것이며, 바보같이 당하지 않기 위해 그 요점을 파악하고, 즉흥으로 수정을 하면서 변수를 끝내주게 창출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하란국의 첩보원들이 똑똑하지 않기를 빌고 있다.

 

레시아는 나와 사브누아를 은폐마법으로 몸을 감추게 했을 무렵. 하란국의 첩보원들의 모습을 관찰하면서 뭔가 이상한 것을 감지했는데, 이 사람들은 마법을 사용하지는 않고 나처럼 마나를 체내에 회전시키면서, 신체적인 능력을 대폭으로 강화하고 있었다. 만일, 내가 신체적인 능력을 최대 3배까지 끌어올린다고 하면, 이 사람들은 5배를 가뿐이 넘고 아마 7배까지 올라갈 수 있으리라 본다.

따라서 저런 가냘픈 몸으로 누가 버려놓은 침대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서 밑에 숨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고, 게다가 서로간에 눈을 마주하고 한쪽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는, 상호간에 텔레파시...그러니까 염화를 사용할 줄 안다는 소리다.

 

[왠지 주인과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레시아가 나에게 텔레파시를 걸어왔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느꼈으리라 생각하고 텔레파시로 답장을 보냈다.

 

[저도 마나를 체내에 회전을 시켜서 신체를 강화하지만, 저 사람들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를 시키네요. 아마 저 정도라면 발차기를 잘못 휘두르는 것만으로 벽이 날아갈 거에요. 생각을 해보면 저와 비슷한 것이 아니라, 쇼콜라 씨의 스타일과 비슷하다고 하는 것도 맞는 표현이네요. 리제와 로제 자매도...]

 

쇼콜라 씨와 그 의문사의 메이드 자매들도 저들과 비슷하니까.

 

[그러고 보니...아랑이 근처에 있는 것 같다.]

 

[아랑이요?]

 

아랑이 근처에 있다는 것은 납치당한 베가프가 어디에 있다는 뜻인데, 이럴 때 나도 감지마법을 배웠었다면...지금 당장이라도 사브누아에게 말해서 인형으로 위치를 알아보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런 골목길에서는 목소리라도 내었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애초에 골목길에서 사라졌다면 다른 곳으로 도망갔으리라 생각하고 다른 곳을 수색하는 것이 맞는데, 저들도 지금 내 근처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으로 보면, 이상한 것을 감지하고 계속 찾아 다니는 행동이다. 그러니까 저 인원 중에는 경험이 풍부한 사람도 있다는 뜻.

 

[레시아. 저 사람들 재워버릴 수 없어요?]

 

[아쉽게도 주인같이 정신방어가 특출한 계집이 1명있다. 그 계집이 상당히 실력이 뛰어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워낙 견고해서 나머지를 재워도 도망쳐서 지원을 요청하거나, 오히려 역으로 깨워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사브누아는...아직도 인형을 만지작거리면서 개조를 하고 있다고는 하는데, 오래 걸리는 것으로 봐서는 실력이 낮은 것이 아니라, 40여개의 인형을 한꺼번에 현장에서 직접 개조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터벅. 터벅.

 

슬슬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한 명을 보며 잔뜩 긴장한 나는, 조금이라도 건들이면 튀어나갈 정도로 가슴속에서 애간장이 타고 있었다.

 

[레시아. 아까 아랑이 감지된 방향은 어느 방향인가요?]

 

[애석하게도 주인의 벽 뒷부분이다. 물론 주인의 친구와는 떨어진 모양이지만.]

 

아랑을 다시 몸 속으로 불러온다면 이 사람들을 따돌릴 만한 기적이 행사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5M정도 가까이 온 어여쁜 첩보원의 얼굴이 가까워지면서, 마음속으로는 카운트를 세고 있었다.

 

...3

2

1

...아니 0.5

어라? 0.25

...아니 다시 멀어지다가 가까워지다가 이건 대체 무슨 춤인가?

 

아랏 챠챠라 리비다비빔 빠라 린칸덴간 덴단도.”

 

연화? 뭐하고 있는 거야?”

 

아니...혹시 주문을 외우면 저 벽이 열릴 것 같아서. 마치 뭔가 있는 기분이거든...”

 

우후훗! 연화는 역시 이상해!”

 

이상하다니! 수아! 너무 하잖아!”

 

그러니까 내 앞에서 지금 만담을 하고 있다는 소리인가? 여자 둘이서 만담을 하는 것은 좋지만, 애초에 이 벽이 대체 뭐길래 주문을 외운다는 소리인가? 또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는 열려라 참깨!”라는 말을 사용했지, 파를 돌려가면서 아랏 챠챠라. 이하 생략.”과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천천히 사라지고 있는 하란국의 첩보원들의 모습이 점점 멀어질 무렵. 모두 간 것을 확인한 레시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은폐마법이 풀리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천천히 벽을 등지고 앉았다.

 

오오! 하란국은 귀여운 아이가 많네요! 형님? 그냥 이 참에 잡혀가시죠?”

 

그런 농담을 하면 안 돼. 애초에 너도 잡혀가기 싫어서 인형들을 순식간에 전투용으로 개조했잖아. 만약 발각될 경우에 나를 버리고 서라도 뚫고 나가겠단 의지더만?”

 

애초에 악당은 자기만 잘 되면 되니까요.”

 

아니. 그건 악당이 아니더라도 좋은 판단이야. 둘 중 하나라도 무사하면 변수를 만들 수 있으니까.”

 

내 말에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이 사브누아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그 말 기억하죠.”

 

그리고 너와 나는 동갑이라고 몇 번을 말해? 그냥 말 놓으라니까?”

 

야자타임은 할 수가 없는데요.”

 

야자타임 아니라고!”

 

적당히 친해지고 거기를 멀리 떨어뜨리는 녀석이라고 판단했다. 이래나 저래나 지금 벽 뒤에 있는 아랑을 찾기 위해 마법방패들을 소환해서 계단처럼 올라가서 넘어가자. 하얀 구미호인 아랑...인지 아니면 그냥 새끼 여우인지 모를 정도로 작아진 모습이었다.

 

저기? 아랑?”

 

“...?”

 

아랑은 작은 고개를 들어올리며,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 본 체...잠깐? 뀨가 아니잖아!

 

아랑! 저에요. 카일.”

 

뀨뀨!”

 

...아오! 이럴 줄 알았으면 여우가 어떻게 우는지 알아두는 거였는데! 20M가 넘는 벽을 가뿐하게 내려가는 내 모습에도 신기하기도 하지만, 지금 그런 것 하나하나 신기할 때가 아니다.

 

! 뀨뀨!”

 

내가 내려오자마자 아랑은 기뻐서 그런 것인지 바로 나에게 달려와서 안겼다. 그나저나 아랑을 다시 내가 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ㄷ

 

낑낑.”

 

그거 하지 말라고! 어째서 .”라는 단어만 말할 수 있던 아랑이 그것만 다르게 말할 수 있는 거에요! 당황해서 독백을 다 쓰지도 못했잖아요!”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빛이 번뜩이더니 내가 안았던 아랑이 사라지고, 내 뒤에 꼬리 9개가 반투명하게 생성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은빛으로 빛나는 백색의 여우 귀와 머리카락도 나타났겠지.

 

[우선 감사하다고 말해두지. 베가프가 카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먼저라면서 분리한 뒤에, 이곳에서 30분동안 대기하고 있었다.]

 

[마스터? 이 여우는 뭔가요?]

 

어라? 시나가 깨어났다.

 

[? 그대는 누구인고? 잠깐? 카일! 지금 한 몸에 두 개체의 신을 품은 것인가! 살다 살다 이런 남자는 또 처음 보는군!]

 

뭔가 내가 또 잘못한 듯이 소리를 높여서 머릿속에 울리는 아랑을 진정시키기 보다는...

 

[우선 베가프부터 찾아야죠! 위험한지 안 위험한지는 나중에 따지세요.]

 

우선순위를 설정해서 지금은 목표에 집중하게 만들 수 없었다.

 

레시아는...레시아?”

 

레시아에게 다음 계획을 물어보려고 했으나, 내 머리 위에 있던 레시아는 사라져있었고 정작 말소리가 들린 곳은...

 

[오오. 이곳이 주인의 무의식공간인가? 아늑해서 좋군.]

 

...무슨 두개골을 열어서 뇌 속으로 들어갔나?

그건 그거 나름대로 끔찍한데?

 

[뭐 하는 것인가요? 냥캣?]

 

[밸런스를 맞추고 있노라. 밸런스. 애초에 신으로 불리는 자들이 2명이 주인의 몸 속에서 뛰어 노는데, 신성속성을 가지고 있는 둘의 영향이 주인의 몸에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가? 게다가 주인의 특성은 오랫동안 월식을 품어서 그런지 어둠속성이다. 그러니 태초에 짐과 주인은 서로에게 이끌린 것이 운명이니라.]

 

[어디까지나 비열하게 정당화하려고 하는 군요. 일생에 70%만 자는 동물이.]

 

지금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울리는 텔레파시에 혼란해진 머리를 안고, 나는 텔레파시로 중재를 해야만 했다.

 

[우선...아랑? 베가프는 어느 방향으로 납치되었죠?]

 

[이 근처에 비밀공간이 있다. 베가프가 알아보기 쉽게 빵 조각을 흘려놨는데, 문제는 지나가던 거지가 그걸 다 주워먹은 것이 큰 문제지.]

 

[...]

 

이건 헨젤과 그레텔이 아니라고...

 

[아랑의 신앙으로 어떻게 해결이 안 될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잠깐의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네.]

 

지금은 1분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나는 사브누아에게 입을 열었다.

 

사브누아. 여기서는 역시 흩어지면서 비밀공간을 가는 문을 찾아야 할 것 같아. 혹시 네가 하고 있는 그 커뮤니티에서 비밀덕후...아니 비밀공간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베가프를 찾아서 연락을 줘. 그러니 인형 하나 빌려갈게.”

 

“...어라? 카일 형님은 언제부터 제가 인형으로 통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넌 인형사잖아. 추측을 했지만 너처럼 특출 난 인형사는 없었어. 그때 날아온 바늘도 직접 본 것이 아닌데 인형을 조종해서 막은 것을 보아. 인형과 시야를 공유한다는 것을 알았지.”

 

사브누아는 고개를 살짝 끄덕여서 마치 수수깨끼를 풀은 아이처럼 입을 열었다.

 

형님의 특출 난 눈썰미에 무릎을 탁! 치고 갑니다.”

 

시끄러워. 아무튼 지금은 첩보원에게 걸렸을 경우 빠르게 도망갈 준비를 해.”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요.”

 

도망가라니까 왜 나중에 보자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만, 악당이라는 타이틀만 아니라면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아랑. 시간을 잠깐 할애해서 무엇을 하는 거죠?]

 

***

 

무슨 일이든 힘들기 마련. 어떤 일이든 절차와 과정과 결과가 나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기도 힘들다. 어차피 세상사에 쉬운 일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이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가만히 앉아있으면서도 내가 앉아있는 의자가, 가시방석인지 나무의자인지 분간을 할 수 없을 무렵. 나의 귀에는 정확히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저 남자는 누굴까? 귀여운데 확 잡아갈까?”

그러지마. 저 남자는 내가 점 찍었으니까.”

하아~. 집에 데려가서 키우고 싶다.”

 

...이 제길! 빌어먹을! 신앙 모으기 엄청 힘드네!

인근의 찻집에서 오늘도 열심히 아이돌로 활동하는 것이 잠깐의 시간을 할애하는 것인가? 분명 5분정도만 노닥거리면, 베가프가 있는 장소를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는 아랑의 말에 기대야 했지만...

 

엄마! 나도 저런 거 사줘!”

집에 벌써 3명이나 있잖니?”

 

저 섬뜩한 모녀의 말을 들어가며 허브티로 진정할 수 밖에 없는 내 마음...애초에 벌써 3명이나 있다는 소리는 무슨 소리지? 아니...신경 쓰면 지는 거다.

 

[역시 카일과 있을 때는 신앙이 잘 모이고 있구먼! 베가프를 구출해도 여기서 살아도 될까?]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수많은 여성인파들의 원인이, 아랑으로 인해 발동하고 있는 매료의 주술인 것을 감탄하면서 말하고 있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내 머릿속에서 쫓아버릴 각오가 되어있었다.

 

[아랑은 베가프를 지켜줘야죠...아니면 루니아 누나에게 가던가.]

 

[루니아? 루니아는 누구인고?]

 

저번에 대면한 적이 있었을 텐데?

 

[루비아의 언니라고 하더라고요. 옛날에 아랑과 같이 생활했던 가문의 후손이라고 하던데요?]

 

[...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단 말인가! 조만간 찾아가도록 해야겠군.]

 

[아랑? 저번에 저와 같이 움직였을 때 금발에 붉은 눈을 한 여기사 보셨잖아요?]

 

[......혹시 그 처자인가?]

 

신이라는 사람이 왜 이리 기억력이 없어!

 

[아쉽게도 그 처자에게는 신을 품을 수 있는 무녀속성이 없노라. 애초에 기사복장은 잘 어울려도 무녀복장이 좀...]

 

무슨 선별방식이 그래?

 

[아랑의 선택기준은 무녀 복이 잘 어울리는 소녀에요?]

 

[카일도 잘 어울리지 않는가?]

 

[난 남자거든!!!]

 

...

오랜만에 내 성 정체성에 관련해서 태클을 걸었더니 눈물이 나는구나!

주륵.

 

형님? 카일 형님?”

 

사브누아에게 가져온 녹색의 오크 인형이 머리를 갑자기 들더니 입을 열었다.

 

말해.”

 

소 할겁니다.”

 

...???

내 머릿속에서 저 순간적인 말을 이해하기까지 4초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 죽여버...아니 무슨 일이야?”

 

지금 정찰인형을 몇 군대 설치를 했는데, 첩보원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했어요. 그러니까...‘티르의 쉼터라는 장소에요.”

 

그러니까. 그 장소에 베가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가?”

 

그래도. 지금 상태의 형님으로는 가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만?”

 

살짝 불안한 기색으로 떨려오는 사브누아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지금 신앙이 모이기까지는 좀 걸리니까, 신앙이 모이기 전에 그 장소부터 수색하겠다는 소리야. 애초에 지금은 그런 첩보원이 모여있어도 임기응변으로 해결할 수 있어.”

 

“...그럼...무운을 빌죠.”

 

어깨에 메달아 놓은 오크 인형의 고개가 푹 숙여졌다. 아무래도 대화가 끝나면 고개를 다시 들어올려서 시끄럽게 외치겠지. 우선 갈 곳이 생겼으니 티르의 쉼터라는 장소로 발을 옮기면서, 가게 주인에게 1골드를 주고 돌아갔...

 

-덥썩!

 

돈을 주려는 내 손을 우악스러운 양손이 감싸고, 주인 아저씨가 물욕에 가득 찬 두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혹시. 여기서 일하지 않을래요? 아니 제발 일 해주세요!”

 

저는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지금 이런 사소한 것에도 시간을 쓸 수가 없다니까...

가게의 문을 나가려고 발을 옮기는 와중에, 여성들의 인파가 문을 막고 있어서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을 하던 찰나에, 내 표정을 본 여성들이 마치 파도를 가르는 모세의 기적처럼 여성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들이다.

아마도...


=============================================================================================

휴일은 역시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