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76
176
사람이 없던 시나론의 광장에서 의외로 사람은 2명정도 모집이 가능했고, 퀘스트를 하기 시작하면서 몬스터의 숲으로 진입하는 결과, 정작 남은 시간은 이제 28시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누가 보면 이게 무슨 특집이냐고 물어볼 거 같지만, 우선 실버 크라운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는 상황. 실버 크라운에 가는 이유는 공주님이 계시는 위치를 예측한 곳이 그곳이 아니기 때문...
게다가 몬스터의 숲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언제부터 몬스터가 뛰쳐나오는지 모르는 긴장된 상황,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기에는 나의 최대의 적은, 습한 더위도 아니고, 느닷없이 뛰쳐나올 몬스터들도 아니며...
다름이 아닌...
“카린이라고 했나? 그 이름을 들을 때부터, 나는 이미 운명을 느꼈어. 그러니까 이 퀘스트 이후로 같이 다니자니까? 결혼도 하고. 20살이면 혼기가 아직 1%정도 남아있을 꺼야.”
그냥 저놈이다.
실례, 하르커스라는 이름을 가진 최악의 남자라고 해야 했다.
하르커스는 그 좋은 목소리 톤으로, 호감도가 밑바닥을 뚫고 내핵을 뚫어, 반대편으로 이동을 한 뒤에 다시 내핵으로 파고 들어갈 것만 같은 소리를 하고 있었다. 물론 그럴 때마다 한 번씩...
-파악!
커다란 소리와 함께, 하르커스는 머리를 숙여야 했으며, 에르단은 한심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너는 맨날 여자만 보면 그렇게 정신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카린 양이 불편해 하잖아.”
“뭐야? 성욕이 없다는 너도 카린 양 앞에서는 솟아오른...”
-파악!
“케헥! 알았어! 농담이니까 제발 좀 그만 때려! 대체 활만 잡은 녀석이 뭐 그리 힘만 무지막지하게 강한 거야? 조만간 격투가의 길을 걷지 그러냐?”
농담을 자주 하는 것은 이 숲에서 그리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말 없이 어색한 분위기보다는 좋으리라는 생각에, 하르커스의 혀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이고, 에르단은 몬스터의 숲에서 안 그래도 위험한데, 더 위험하게 만드는 하르커스를 계속 막는 것.
물론 두 사람의 의도는 심리상태나, 행동이나 버릇으로 볼 때 나타나는 거지만...
“하르커스. 누가 너의 방어구와 무기를 맞춤제작을 했는지 기억하도록.”
에르단은 이전에 대장장이의 길을 걸어왔는지, 확실히 활을 사용하는 궁사의 길을 걷는 것치곤, 근육의 분포가 남달랐다. 불과 햇빛에 오래 노출되어 살갗도 약간 검은색이었고, 반면에 하르커스는 에르단에 비해 피부가 하얗지만, 팔이나 다리에서도 볼법한 상처들을 보아, 항상 앞으로 뛰어나가 동료를 보호하는 포지션이겠지.
어쨌든 나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은 가장 중요한 것이 따로 있으니까.
“은빛 송곳니에게 붙잡히신 아르페 공주님께서는, 지금 실버 크라운쪽에 계신다는 정보가 있어요. 물론 게시판에 ‘나! 공주님과 실버 크라운에서 기다린다!’라고 누가 낙서를 했지만, 그건 아마 은빛 송곳니가 남기고 간 것이겠죠.”
“은빛 송곳니라...”
“그런 사람으로부터 이길 수나 있을까?”
아직까지 퀘스트의 내용자체를 듣지 않는 두 사람이니...이런 반응이 나타날 수 밖에 없으리라, 그럼에도 얼굴에는 사기가 깎이거나 절망에 가득 차있는 얼굴은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28시간 정도 남았으니, 지금부터 몬스터의 숲을 빠르게 돌파해서 실버 크라운으로 간다면, 아마 8시간 정도 남으리라 붙잡고...
“마스터. 저 마초맨들은 누군가요?”
“어라? 시나. 일어난 거야?”
사람이 잠에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피듯이, 시나는 늘 내 어깨 위에서 날개를 빠르게 휘저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눈과 같은 하얀색의 올빼미가 나타나자, 하르커스는 그게 마냥 신기한지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다.
“이게 사역마라는 건가...아야!”
물론 부리에 쪼였지만...
“미안하군. 나와 하르커스는 많은 마법사 동료들을 봤지만, 사역마를 꺼내는 동료들을 본 적이 없으니까.”
잠깐만?
“마법사들을 많이 만났는데, 사역마를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고요?”
내 질문에 대답한 것은 하르커스였다.
“애초에 우리는 용사랭크가 낮으니까, 대략 4급정도? 최근에 새내기인 그 ‘먹방 마녀’가 2급으로 승격하는 것을 보면서 놀랐지?”
“아! 옆에 그 노란색 머리를 한 남자가 계속 따라다니는 파티를 말하는 건가?”
2급 용사가 그 소리입니까? 하멀 씨?
“게다가 사역마를 소환하는 일은 소환사의 길을 따로 걸어야 한다며, 모든 용사들은 최근에는 하나의 길만 계속 파고 있으니까.”
몬스터의 숲에서 이리저리 떠들고 있는 사이에, 바람도 불지 않는 곳에서 풀 소리가 들려온 것을 확인하고, 나는 조용히 하라는 몸짓을 취했다. 대략 내 허리까지 오는 풀 속에서 기습을 하기 좋은 생명체는...
“캬아아아!”
나에게 먼저 뛰어 들은 고블린을 시나가 보기 좋게, 빛으로 산화시키면서, 하르커스와 에르단의 행동을 지켜보자...
“제길! 너무 빨라서 안 맞잖아! 왜 엄호 사격이 없는 거야!”
“하르커스! 활 쏘는데 방해 돼!”
과연.
저 정도 수준이 4급이구나.
용병으로 따지면 신참보다 더 못하는 걸?
저런 고블린 5마리에게 이리저리 몽둥이나 맞아가며, 고전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한 숨을 500와트 정도 비용을 들여서 쉬고 난 뒤에, 티르빙을 권총 모양으로 변형시킨 뒤에, 총구에서는 불을 뿜으며 마탄을 토해냈다.
“이야! 정말 살았어 카린양!”
“고맙군. 이 빛은 잊지 않겠네.”
고맙다면서 입을 모아 이야기 하는 저 둘을, 내가 지켜가면서 가야 하는 입장이라니? 오히려 만화책에서는 남자들이 멋지게 여자를 보호하면서 싸우는 전개는, 역시 만화책이라서 가능했나 보다. 이대로라면 실버 크라운에 가기도 전에 나만 빼고 전멸할 것 같기에, 우선 물어보기라도 했다.
“저기 혹시 용사가 된지 얼마나 되었어요?”
“나와 에르단은 같이 용사로 취급 받은 게 이제 1개월정도? 물론 5월에 정찰 임무를 한 이후에는, 여름 이벤트를 기다렸으니까.”
경험이 없는 게 당연했다.
애초에 다른 파티가 싸우는 동안, 몬스터들을 구경하는 것이 전부겠지.
실질적으로 전투를 할 수 있는 것은 나 하나밖에 없는 것이 아니나, 지금 저 둘이 당장이라도 전력이 되려면, 내가 그들의 문제점을 찾아야 목숨이라도 부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럼 우선...이 파티의 규칙에 대해 이야기 해드리죠.”
내가 그들에게 설명한 규칙은 3가지.
첫 번째로 파티가 전멸할 위기가 보이면, 즉시 그 장소를 도망쳐서 이탈하라.
두 번째로 자신의 주특기가 봉쇄당하면, 그것을 즉시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라.
세 번째로 전력차이가 심하다고 생각하면, 포기하거나 다른 수단을 생각해라.
물론 그들은 이 세 가지를 듣고...
“말도 안 돼! 우리는 그 뜻을 따를 수 없어!”
“우리가 아무리 경험이 없다고 해도, 그런 행동은 할 수 없어! 특히 첫 번째와 세 번째는 그 누가 봐도 용사 실격이야.”
나는 그들의 눈을 보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아직까지 경험이 얼마 되지도 않은 만큼, 그 망할 용사의 사명에 젖어 있다 보니, 이런 반발이 생긴 것이라 보는데, 여기서는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줘야만 했다.
“먼저 하르커스. 당신은 그 거대한 검을 너무 생각 없이 휘둘러서, 무기 길이가 짧은 고블린들에게 쉽게 공격을 허용했죠? 게다가 이 숲에서는 무기의 길이가 길 때, 생각을 하고 휘둘러야 해요. 게다가 하프 플레이트를 입었으면서, 어깨로 휘두르거나 발이라도 찰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걸 보면, 선 질풍 후 판단처럼, 전투에는 생각을 안하고 그냥 뛰어드는 타입이죠?”
하르커스는 전투에 대해 냉정함이 필요했다.
“그리고 에르단. 당신은 하르커스에게 붙은 고블린을 쏘려고 했으나, 하르커스가 대신 맞아서 죽을 것 같으니, 그 상태로 몸이 굳어버린 체 지켜보기만 했어요. 애초에 당신이 활 시위를 당기는 그 모습을 보아하니, 그 어마어마한 플레이트 아머를 뚫을 수도 없을 텐데 말이죠. 자신이 제작한 것에 그리 신용이 안 가던가요? 그 활은 용의 일족이 쓴다는 폭풍활이 아닐 텐데 말이죠.”
에르단은 타인을 너무 신경 쓰는 나머지, 결정력이 부족했다.
그 둘은 나에게 한 마디씩 듣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훈련이 필요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용사라는 이름 하나 가지고 이런 사지에서 죽어나가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 애초에 용사라는 이름은 너무 대중적이고 잘 알려진 나머지, 너무 손쉽게 될 수 있기에, 너무 손쉽게 죽어나간다.
“기본은 6명을 적정인원으로 하기 때문에, 전력에 그리 공백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수가 적은 인원으로 퀘스트를 하다 보니, 우리들의 한계가 매우 빠르게 드러나는 것 같아.”
에르단은 먼저 반성의 말을 나에게 건넸다.
“그건 그렇고, 우리들의 문제점을 그 짧은 시간에 집어내는 것은, 분명 카린 양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서겠지? 만약 우리가 교정해야 할 것이 있으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줘.”
하르커스는 흔쾌히 웃으면서 그리 말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기본기가 아니기에,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본기까지 엉망이었으면, 나는 그냥 저 둘을 버리고 혼자 실버 크라운으로 갔을 테니까. 저 둘에게 아까 말했던 것들이 제대로 새겨지면 된다.
“하르커스에게는 무기와 상황에 따른 응용력, 에르단에게는 능동적인 움직임만 갖춰지면 되요. 애초에 하나만 갈고 닦는 것은 그 방면에 대해 천재적인 재능이 없는 이상, 단점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여러 방면의 길을 걷는 거에요.”
내가 이렇게 그 둘에게 이야기 하자, 두 남자는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대답을 했다.
“대충 알아 들은 것 같으니 빨리빨리 가죠. 이거 끝나고 시원한 거라도 먹어야 하니까.”
그들은 각자 힘찬 목소리와 수긍하는 목소리로 응답을 했다. 시간은 2시간이 더 지났기에, 남은 시간은 26시간 정도 남아있다고는 하나, 지금 1분이라도 더 일찍 가야 유리하리라 생각했다. 물론...
“잠깐!...헉...카린...양...좀...조금만 쉬고...헉! 허억!”
수다가 많은 하르커스가 저렇게 숨이 차서 쓰러질법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는, 하르커스가 체력이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저런 하프 플레이트를 입고 오르막길과 경사가 심한 지형이라서 그렇다. 내가 이 루트를 고른 이유는 몬스터를 최소한 마주치지 않는 루트이기 때문이고, 덤으로 에르단은 아직까지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 돼요. 지금 여기를 넘어가야 겨우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으니까요.”
나의 한 마디에 하르커스는 “크윽! 저 서큐버스 같으니라고!”라는 대체 의미를 알 수 없는 악담을 펼쳤다. 대체 저 의미는 뭘 어떻게 해야 쓸 수 있는 건지.
“그나저나 마법사라고는 해도, 옷의 상태가 꽤나 가벼워 보이는데?”
에르단이 나를 보며 입을 열자, 나도 내 옷 상태를 보았다.
방어구라고 찾아볼 수 없고, 검은 면바지와 가벼운 흰색슈즈, 가운데에 꽃 모양처럼 프릴이 장식되어있는 티셔츠 위에 입은 검은색 가디건이 끝이다. 그러니까 이 의미는 무엇인가 하면...
“평온하고 쉬고 있는 나날에, 어떤 악마 같은 남자가 느닷없이 나를 불러서, 꽤나 급한 내용이니까 당장 뛰어가서 해결하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이제 앞으로 26시간밖에 남지 않은 그 긴급 퀘스트를 말이죠.”
‘나는 그냥 쉬고 있다가 불려 나왔다.’라는 내용을 에르단에게 약간 살을 붙여서 설명을 했다.
“악마 같은 남자라면, 그 본래 주인이라는 소리인가? 엘티노스 잡화점의 진짜 주인인가?”
“에?...아뇨! 그건...”
잠깐만.
설마 이 분위기는...
“역시 엘티노스를 이어받아서 그런지 성격도 고약하군! 어떻게 저런 가련한 카린 양에게, 여행의 준비도 하지 못하게 하고, 내쫓듯이 보내버리다니! 이렇게 고생을 하는 모습에 이 삼촌은 슬프단다.”
“누가 당신 삼촌이에요! 그 노란 손수건 당장 집어 넣어요! 그보다 아까 저에게 구해진 거 생각 안나요?”
하르커스의 말도 안 되는 말에 태클을 걸고 있는 사이, 에르단은 이와 같이 말 했다.
“아무리 마법적인 지식이나, 재능이 높아도 밑에 있는 사람을 그렇게 거칠게 다루다니, 나중에 파이론에 놀러 갔을 때, 한마디를 해줘야지 안 되겠어.”
“그런 곳에 쓸 때 없이 정의감을 표출하지 마시죠!”
어느새 그들은 나에 대한 비난을 수십 번이나 하면서, 산행을 계속 하기 시작했고, 정말 아무런 장비도 들고 오지 않았던 나였기에, 주변에 물기가 많아 보이는 풀을 뜯어서 씹고 뱉기를 반복했다. 물론 그래도 갈증이 나는 것은 똑같으나, 없는 것보다는 나으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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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많이자서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