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35
135
눈을 감고 있는 시간만큼 평온하고 안락한 시간은 없다. 이렇게 늘어져서 잘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이들에게 있어서 행복이다. 마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누군가와 같이 잔다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이 포근해지는 기분은 분명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마계는 약육강식이 머릿속에 박혀있는 세계이던 시절에, 철저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똘똘 뭉쳐서, 주변에 모든 것들을 먹어 치우며 강해지는 혼돈의 시기일지니. 그 안에서 최강으로 군림한 짐은 즉시, 원시인과 비슷한 약육강식밖에 모르는 마계의 주민들의 정신을 깨우치게 하였다. 그 이후에 피나는 노력을 통해 모든 이들을 타락시켜서, 평소와 다르게 반전성향으로 만들었으며, 또한 그들이 좀 더 고등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개선했다.
지금 꾸고 있는 꿈 또한 그것이다.
먹어 치우고 존재를 흡수하는 것이야 말로, 모든 마계 주민의 삶이었던 바보 같은 모습을, 짐과 12명의 마계공작이 앞장을 서서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자들의 지식을 공유하는 모습. 그리고 차이를 알려주며 고유의 특징을 발견하여, 그 특징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기회의 발판을 만든 것.
짐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선대 마왕의 목을 들고 외쳤으니.
“혁명의 시작은 그릇됨을 아는 것이야 말로 처음 시작된다!”
자랑스럽게 외쳤던 그 말은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
“레시아? 일어나요. 오늘 루멘을 만나기로 한 날이잖아요?”
주인이 짐을 쓰다듬으면서 일어나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 루멘이라는 꼬마가 어떻게 생겼는지 상당히 궁금한 모양인가보다. 당연히 인간계에서 루멘은 그저 세공을 잘하는 꼬마에 불구하고, 많은 인간들이 루멘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발작이라도 일으키듯이 모두가 벌벌 떨며 절하거나, 반대로 마치 자신의 자식인 마냥 들떠있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주인은 후자에 속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 처음 만나는 것이기도 하고, 항상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정상적인 일에 대해 호기심과 기대심을 품는 여린 소년과 같으니까.
“아서라. 5분 뒤에 깨우도록.”
“5분 뒤에 깨우면, 다시 5분 뒤에 깨워달라고 할거잖아요?”
“그때는 5일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니 28일 뒤에 깨우도록.”
“그 전에 좀비들이 뛰쳐나와서 사람들을 물어뜯게 생길지도 모르겠는데요?”
아무래도 주인은 좀비에 관련된 소설을 봤을지도...
“아무튼 일어나세요. 레시아.”
“칫...28주 뒤에 깨우라고 할 것을 명한다.”
“어째서 시리즈 단위로 늘어나는 거에요?
귀찮게 하는 주인에게 대놓고 짜증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분명 좋은 의도로 짐을 깨우는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기지개를 쭉 피며 몸에 뻣뻣한 몸을 풀었다. 혈액이 말단부위까지 퍼져나가는 좋은 기분을 맛보면서도, 루멘이라는 그 꼬마를 다시 만나러 갈 준비를...주인만 하는 것이지, 짐은 고양이모습 그대로이기에 준비를 할 필요가 없었다.
“주인도 다른 인간들처럼 루멘이라는 꼬마를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그야 당연하죠.”
주인은 흔쾌히 즉답했다. 하지만 눈과 입 모양을 보면 그렇게 즐거운 일은 아닌 듯. 웃고 있지는 않았으나, 어딘가 들떠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는 분위기를 읽지 않고 싶어도, 짐은 자연스럽게 읽어버렸다.
무엇 때문에 주인이 이렇게 즐거워하는 모습인지 잘 모르겠으나, 현재 루시피나와 마리아가 없는 잡화점을 뒤로하고, 사키엘의 문고리를 짐이 직접 돌려서 열자. 그 꼬마와 만났던 장소와 똑 같은 풍경을 가지고 있는 의자가 나타났고, 루멘은 전에 앉았던 의자에서 다른 과자를 먹으며, 조용히 그리고 담담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왕님과...신랑인가요?”
“마나창고다.”
“아니! 왜 그렇게 소개하는 거에요!”
루멘은 주인과 짐의 관계를 이미 부부관계로 보고 있다는 것일까? 그만큼 잘 어울린다는 소리인지, 아니면 예지력이 느닷없이 발동되어 그런 모습을 봤는지 의문이 머릿속에 지나칠 때쯤. 주인은 루멘을 보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면 나는 빠져야 할까? 레시아와 둘이서 이야기 해야 한다는 중요한 내용이라던가?”
그러나...
“아뇨. 제가 볼일이 있는 사람은 카일. 당신입니다.”
방금 주인의 이름을 말한 루멘은, 분명 자신의 소개를 하지 않은 대상의 이름을 말했다.
“하지만 쪽지에서는 레시아를 불렀잖아?”
주인은 당황한 듯 루멘에게 따졌으나, 루멘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입에서 내뱉었다.
“마왕님을 사역마로 사용하고 있는 주인이 어떤 그릇을 가졌는지 궁금했기 때문이죠. 카일 씨를 직접 부르게 된다면, 마왕님이 경계를 할지도 모르니까요. 따라서 저는 마왕님을 다시 부르는 쪽지를 쓰고, 거기에 덤으로 따라오는 카일 씨의 행동을 예측한 것뿐입니다.”
주인은 잠깐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다가...
[레시아? 저 애 대체 뭐에요? 무슨 샤말란의 영화처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뜬금없는 반전을 시도하고 있잖아요? 마치 “마담 낦을 잡으려는 스크런트를 처음 2분만 나왔던 남자가 마담 낦을 지키는 가디언이다.” 라는 반전과 비슷할 정도로 너무 뜬금없잖아요?]
[...그런 이상한 작품은 보면 안 된다고 했거늘... 애초에 레이디 인 더 워터를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비유법이지 않는가? 비유하는 것으로 개그를 하고 싶으면, 모두가 알 수 있는 대중적인 것을 시험하거라.]
[저 꼬마는 시리얼에 그려진 그림으로 고대신화를 해석할 수 있나요?]
[그러니까 그 샤말란의 괴작은 그만두고, 대중적인 것을...아니 됐다. 저 루멘이라는 꼬마는 ‘별의 아이’라고 불리는 꼬마다.]
그 후에 별의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려준 이후. 주인은 잠깐의 침묵을 가진 뒤에 입을 열었다.
“그럼 나를 만나려는 이유는, 나에게 조언이나 예언을 하러 왔다는 거야?”
루멘은 아무 말 없이 끄덕였다.
루멘도 루멘이지만, 주인은 그걸 또 어떻게 알아차렸을지 잘 모르겠으나, 루멘은 입을 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도 물 속의 여인이라는 괴작은 싫어합니다만, 그래도 뜬금없이 불러온 것에 당혹감을 드렸다면 죄송할 따름이네요.”
아직 그 샤말란인지 뭔지 하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것인가?
“아무튼 카일 씨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왔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군요.”
위험이라?
주인에게 대체 무슨 위험이...
“엘티노스 씨가 말하기를 슬슬 부작용이 나타날 시기라고 하네요.”
엘티노스.
또 그 이름이 주인과 짐의 귀에 송곳처럼 찌르기 시작했다.
“부작용? 혹시 항마의 축복에 담겨있던 부작용이란 소리야?”
주인은 자신이 위험하다고 해도, 냉정한 얼굴을 풀지 않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그간 맞은 마법을 정산했을 때, 벌써 210번 정도 죽을만한 마법을 맞고도 살아있으나, 그것이 몸에 누적됨과 동시에 온 몸이 천천히 붕괴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안정화 장치’가, 그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들었습니다.”
확실히 주인은 짧은 시간 동안...수 많은 마법을 많이 맞아왔지만, 오히려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더 신기하다고 느낄 정도로, 멀쩡하게 살아서 돌아온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루니아라는 여검사의 검기를 직접 맞은 경험이 있지만, 거기서도 기절했으나 멀쩡하게 살아있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럼 지금 주인의 몸 상태는 어떤 상태인가?”
“지금 당장 안정화가 일어나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죠.”
최근 루나링이 오면서 마법을 난사한 마리아와, 아침운동이라며 광역마법을 쏟아낸 루시피나의 잘못인가...
?
루멘은 짐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며 입을 열었다.
“앞으로 가위바위보를 금지하세요. 그게 명답입니다.”
“뭣이?!”
“가위바위보?”
경악하는 짐과 달리 주인은 잠깐 생각하다가, ‘아! 그렇군!’이란 표정으로 눈이 커지면서 납득하는 얼굴로 변했다.
“그러니까. 최근에 가위바위보 하면서 계속 진 결과, 저에게는 항마의 축복이 위태로울 정도로, 마기가 담긴 공격을 수도 없이 강한 강도로 많이 맞았다는 거네요.”
“설명하지 않아도 짐 또한 알고 있다. 최근에 새로운 필살기를 만들겠다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던 것이 화근인가?”
“잠깐? 그건 마치 저를 샌드백취급을 했단 소리잖아요?”
주인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는 것은 착각인가?
“어째서 다른 이들이 아닌, 짐의 가위바위보를 막을 만한 이유라도 되는 것이 있는가? 다른 이들도 주인에게 막대한 마법을 퍼붓거나 심심하면 쏘거나, 폭발하기도 한단 말이다. 게다가 이런 저런 마법에 맞고 구르는 것이야 말로, 주인의 운명이거나 사명이 아니던가?”
“어째서 샌드백이 저의 운명이거나 사명이 될 수 있는 건데요! 나중에 제가 환생하면 체육관에 있는 샌드백이 되는 겁니까?”
“애초에 그렇게 설계 되어있지 않는가?”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을 겨우 막았다. 만일 저 말이 노출되는 순간 빛 보다 빠른 갓핑ㄱ...아니, 아이언 클로가 기다리고 있겠지.
루멘은 헛기침을 한 이후에 짐과 주인의 말을 끊고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천계에서 상급신으로 일하고 있는 엘티노스가 말하기를, “대체 이 마왕이란 녀석은 얼마나 마력이 강하길래, 죽을 때까지 유지 되어야 하는 항마의 축복이 깨지려고 하는 거냐? 힘 조절은 하고 때리냐!”라며, 불평불만을 늘어놨어요. 그 외에는 욕설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말하지는 않을게요.”
“그보다 엘티노스 씨는 여전히 천계에서 일하고 있나 보네요...그런데 다른 마법도 많이 맞아왔는데, 그것도 위험한 것들이라 레시아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예를 들어 100을 막을 수 있다면, 다른 마법들은 최대 80정도의 위력이라고 하자면, 마왕님이 때리는 위력은 130이라고 하더라고요.”
그야. 짐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힘을 견디는 자는 주인이 처음이었으니까...
“130이라...그럼 나머지 30을 막을 수가 없어서 항마의 축복이 깨지려고 하고 있다?”
루멘은 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위바위보 하나에 주인이 위태롭다는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정말 기묘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설마 2화부터 이어져 온 가위바위보가 이런 나비효과를...”
뭔가 주인도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나, 다른 말로 화제를 전환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른 위험은 또 뭐가 있다는 거야? 물론 가위바위보 하나만으로 내 삶에 종지부를 찍어버린다는 그런 이상한 일이 아니니, 그만 진짜 위험에 대해 알려주겠어?”
루멘은 눈을 서서히 뜨기 시작했다. 그 안에는 공허한 어둠 속에서 별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눈동자가 없는 기괴한 모습에도 주인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고, 그 우주를 똑바로 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루멘은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조심하세요. 카일 씨. 이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수는 없으나, 아마 ‘월식’보다 더 무자비한 위험한 일이 생길 테니까요. 엘티노스도 “지금 잡화점의 주인은 카일 만큼 적임자가 없는데, 만일 죽거나 실종되기라도 한다면 다음 후계자는 어떻게 하지?” 라는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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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하느라 피곤한 상태에서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