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32

FNL-Phantasm 2016. 6. 22. 01:46

132

 

 

 

짐이 또 한번 도약으로 도착했을 당시에, 흙으로 이루어진 파도 하나가 주변에서 일어났다. 프리트론 외진 곳에서 점프 한번으로 엘븐 포레스트까지 뛰어왔으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고양이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파여있는 규모로 보면, 우주에서 운석 하나가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하물며...

 

쿨럭! 케엑! !”

 

주인이 거기에 휘말려서 얼굴이 땅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흙투성이가 되어있었노라. 짐은 여기서 모르는 척을 하고 태연하게 말을 걸었다.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인가? 주인은 디그닥인가?”

 

그 이상한 지렁이 몬스터와 저를 비교하지 마시죠! 느닷없이 몰려온 토사 때문에 이렇게 되었으니까요. 그나저나 레시아는 뭐하고 있던 거에요? 레시아 주변만 구덩이가 파여있는데?”

 

역시 관찰력이 뛰어난 주인이로다. 발각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인가?

 

짐은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규모는 마왕성으로...”

 

너무 크잖아요! 애초에 모래성을 쌓는다고 지반을 다지는 토목공사부터 하면 어떻게 합니까!”

 

본래 건설의 기초는 언제나 지반을 다지는 것. 기초조차 안되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애초에 모래성을 쌓는 사람들도 지반이 평평한가? 혹은, 건설하는 것에 있어서 방해요소는 없는가? 그런걸 하나도 생각하지 않고 건설하니까 부실공사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책임자인 주제에 건성건성 하면서 놀고먹고 하다가 무너지는 경우도 있...니야아아아아!”

 

또 다시 아이언 클로가 짐의 존안을 덮치기 시작했다. 가끔 생각하는 것이지만, 주인이 짐에게 아이언 클로를 할 때마다, 위력이 더 강해지는 기분이다. 지금은 고양이의 형태니까, 5초만 있으면 두개골이 깨질듯한 격통을 느끼면서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으나, 지금까지 리비아가 나타나지 않는 걸로 봐선 오늘 하루는 무난하게 넘기는 것일까?

 

무료하게 짝이 없노라.

이럴 때 일수록 주인을 괴롭히는 것도 좋지만...

 

짐의 뇌세포가 사라져가고 있지 않는가!”

 

뇌세포가 그 이상 사라지기 싫으면, 빨리 제 몸을 꺼내는데 도와주시죠!”

 

결국 마법을 이용해서 땅을 한번 더 갈아엎은 뒤에, 파묻혀있던 주인은 지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물론 다리만...

 

미안하다. 주인. 설마 한번 뒤엎는다는 것이 주인까지 뒤엎어버린 듯 하다.”

 

수중에서 발레를 하듯 뭔가가 호소하고 있는 주인의 다리를 보며, 다시 한번 더 갈아엎기로 하자. 결과적으로 이 과정을 7번 반복한 끝에서야 주인은 흙에서 나올 수 있었고, 짐은 또 다시 2분간 지옥의 아이언 클로를 당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짐은 잡화점으로 돌아가는 귀환마법을 사용한 뒤에...

 

-쿠웅!

 

오 마이 숄더!는 전에 써먹은 드립이지...아무튼 왜 제가 항상 귀환마법을 이용하거나, 사용하면 좌표가 공중에서 추락하는 중이냐고요!”

 

여전히 주인은 자신의 귀환마법의 좌표가 공중에서 낙하한다는 불평을, 짐에게 시끄러울 정도로 언성을 높이며 입을 열고 있었다. 잘못 낙하하면 목뼈가 부러져 사망할 수 있으나, 최근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점점 공중에서 자세를 잡아가고 있는 주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세를 잡는 도중에 어깨부터 떨어졌으니 아직 멀었나.

 

저번에 주인이 직접 귀환마법을 사용했을 때도, 공중에서 떨어지지 않았는가? 짐은 항상 좌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귀환하고 있다만, 주인은 이상하게 늘 공중에서 좌표로 설정되고 있다. 아무래도 잡화점이 주인의 좌표를 의도적으로 공중에 고정시키는 모양이다만?”

 

짐이 살아오면서 이상하고 기묘한 것은 다 만나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중에서 가장 으뜸은 잡화점 그 자체이니라. 애초에 마계어로 구사하고 있던 짐과 인간인 주인이 말이 통하는 것도 신기했고, 주인을 자동으로 인식해서 문을 열어주거나, 루시피나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공간 자체가 생성되어 휴식을 할 수 있는 방으로 만드는 것도. 전부 잡화점이 했던 일.

 

엘티노스가 이 집에 무슨 짓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엘티노스의 최소 전투력은 짐을 이미 능가하지 않았을까? 선대 마왕들의 일지에서 찾아보면, 느닷없이 인간마법사 하나가 찾아와서, 몬스터 하나가 자신의 돈을 훔쳐갔다는 이유로, 마계에 불쑥 찾아와서 마왕을 힘차게 때렸다고 전해진다.

 

그때 당시에도 마왕은 다짜고짜 찾아온 인간에게, 4시간동안 두들겨 맞을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아무튼 엘티노스는 네 부하 중 하나가 내 돈을 훔쳐갔으니, 우두머리인 네가 대신 맞아야지? 안 그러냐?”라는 말과 함께 시작했다고...

 

그 후로 엘티노스는 마계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으나, 지금은 죽고 전설이 되어버렸다. 짐이 가장 안심하는 것은 오늘날, 엘티노스와 같은 무지막지한 자가 없다는 이유 하나뿐이니라.

 

지금의 상황으로 돌아가서 불길한 파장이,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짐의 마계 공작 중 하나 리비아가 잡화점으로 찾아온 것이겠지. 짐의 충복일 터인데 어째서 불길한 파장이냐고 물어본다면, 그 파장 안에는 주인을 향한 질투심과 살기가 담겨 있다.

 

물론, 주인도 자신에게 찾아오는 이변에 대항하려는 듯. 몸 속에 있는 마나가 자동으로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육체를 강화하고 있었다. 잡화점의 주인이 된 이후에 수많은 생사의 경험을 상당히 많이 경험했기에,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지만, 가장 재미있는 것을 1등석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마음속의 또 다른 희열은 짐을 들뜨게 했다.

 

충복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주인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두 가지를 관측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니라.

 

-딸랑! 딸랑!

 

손님을 알리는 종소리가 잡화점을 가득 채웠으나, 지금은 손님이 아닌 하나의 도전자가 주인 앞에 천천히 멈췄다. 질투심을 퍼트리는 불행한 눈동자를 똑바로 직시해도, 정신방어가 강대한 주인의 앞에서는 한낱 투기가 높은 시선이 될 뿐. 리비아는 천천히 입을 열며 주인을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대가 카일인가? 연약해 보여서는 강제로 여장 당하고 사진 찍혀서 수치 플레이를 당할 얼굴처럼 생겼군.”

 

“...분명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보다 어떻게 생기면 지금까지 내가 당해온 연대기를 말할 수 있을 만큼,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거지? 관상을 보는 능력이 뛰어난 거냐?”

 

...이런. 마왕성에 백장미 4호집을 놓고 왔나?

 

어쨌든 승부다. 지금까지는 마왕님의 명대로 물러나고 있었으나, 지금은 누가 마왕님과 잘 어울리는 사람인지. 그리고 누가 마왕님의 신부가 되어 평생 곁에 있을 것인지!”

 

마음속으로 짐은 한숨을 1/2큰술 만큼 크게 내쉬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인은 짐에게 텔레파시를 보내기 시작했다. 지금 리비아가 말하는 마왕님이란 그 단어는 짐을 뜻하는 말일 테니까.

 

[마왕성에 정상적인 사람이 없는 거에요? 물론, 슬라임과 서큐버스 퀸과 나무늘보는 적어도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했는데. 이 사람은 또 누구에요?]

 

[마계 12공작 중 질투의 표식을 가진 리비아다. 물론 무인 출신이고 지금은 왠 이상한 닌자 만화에 빠져있는데, 특히 사륜안인지 뭔지 사용하는 캐릭터가 닌자면서 검을 쓴다는 이미지에 꽂혀있다. 물론 복장은 상세하게 기록하면 큰일나겠지만...]

 

[그나저나 저 사람도 여성체 아니에요? 근데 왠 신부를 가리는 자리가? 애초에 저는 남자인데 신부 후보라는 것도 태클 걸고 싶습니다만?]

 

[어쩔 수 없이 짐은 마왕이다. 짐의 신분으로는 모든 반려는 신부로 통일하게 된다. 물론 주인 또한 마나창고가 되면서 나중에 웨딩 드레스를 입혀야...! 이건 나중에 루니아에게 상의를 해봐도 되겠군. 역시 짐은 천재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노라.]

 

[그런 짓 하기만 해봐라!]

 

그렇게 텔레파시가 오가는 사이에, 리비아는 자신의 허리에 있던 검을 꺼내 겨누고, 당당한 표정으로 주인에게 말했다.

 

자 결투다! 남자라면 결투를 피하지 않겠지!”

 

아니. 피할 건데?”

 

순식간에 정적.

마치 선대 마왕 중에 침묵의 표식을 가진 마왕이 강림한 듯 했다. 애초에 주인이 자신의 육체를 강화하는 것은, 최소한의 호신을 위해서 회전시키고 있는 것뿐. 평화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주인이 그렇게 쉽게 싸울 리가 없다. 리비아는 잠깐 멍한 표정으로 머리 위에 밝은 노랑의 물음표를 띄웠다가, 다시 사라지고 언성을 높이는 것까지 5초라는 시간이 흘렀다.

 

무슨 헛소리냐! 아까 말한 내용을 듣지 못했는가!”

 

들었지.”

 

주인은 즉답을 한 뒤에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어째서 내가 꼭 싸워야 한다는 것인지 아직 납득을 하지 못했어.”

 

그거야 당연히 마왕님 곁에 누가 더 어울리는지...”

 

주인은 한숨을 크게 내쉬며 리비아의 말을 잘라먹었다.

 

저기 말이야. 애초에 레시아 옆에 누가 어울리는 것에 대해, 쓸 때 없는 싸움은 무익하다고 봐.”

 

...무익하다고! 마왕님 곁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강한 힘을 지닌 자뿐이거늘! 그 자웅을 가리기 위해 일부러 암살의 기회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고, 직접 이곳으로 찾아왔단 말이다!”

 

날 스토킹 했던 녀석이 너냐! 마계 공작이 할 일도 없어!”

 

아쉽게도 리비아는 마계 공작으로서,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짐에게 돋보이고 싶다는 질투심 하나로, 모든 일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나서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물론 그런 리비아에게 짐의 잡무를 모두 맡기고 있는 것은 비밀이지만...

 

레시아 곁에 어울리는 사람은 누구든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걸 결정하는 것은 레시아야. 너의 그 이상한 결투가 아니라.”

 

말 하나는 잘하는 주인의 앞에서, 얼굴이 붉어진 체 밀리고 있는 리비아의 모습을 보고 짐은 마음속으로 웃기 시작했다. 짐이 항상 그만두라고 했거늘 꼭 이렇게 와서 당해야 정신을 차릴까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약한지 강한지 알 수 없는 자에게, 마왕님을 맡길 수는 없는 일!”

 

빛처럼 빠르게 뽑힌 검은 문답무용으로 주인의 목을 향해 나아갔다. 그러나...주인의 목 바로 앞에서 허공을 베어나가는 시퍼런 검은, 허무함이 가득 찬 리비아의 얼굴을 반사시켰다.

 

과연...

이래서 페어리 여왕에게 마법을 필사적으로 배운 것인가?

 

어째서...”

 

어째서 닿지 않았는가? 궁금할거라고 생각해.”

 

주인은 리비아의 심정을 대변하듯 당돌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만일...아직도 그 바보 같은 결투를 지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하더라도, 거기서 그만 멈춰. 이건 경고가 아니라 명령이야.”

 

강압적으로 나가는 평소에 멍 때리고 있는 멍청한 얼굴과는 달리, 180도 변한 분위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게다가 리비아에게 경고가 아니라 명령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 좌표마법에 대한 여유분이 남아있다고 판단. 결과적으로 리비아에게 크나큰 위협이 되어버린 셈이다.

 

내가...무인이라고 해서...근접으로 검만 휘두른다면 오산이다!”

 

검은 마기가 검에 응축되어 주인에게 쏘아 보냈으나...

 

변경.”

 

짧은 말소리와 함께 오히려 주인과 리비아의 위치가 바뀌면서, 본인이 사용한 검기를 본인이 맞은 셈이 되어버렸다. 짐은 쓰러져있는 리비아에게 천천히 걸어가서 입을 열었다.

 

그러니 짐이 충고하지 않았는가? 리비아. 그 상처로 보아 1주일간 요양은 확정인 듯 하군. 친절히 그대의 침소로 공간이동을 시켜줄 테니, 짐의 말을 듣지 않은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면서 푹 쉬도록.”

 

방금 전의 검기는 매우 좋았으나, 올곧고 정면승부를 좋아하는 무인과 달리,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을 지닌, 전략가 타입의 주인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었노라.


=============================================================================================

함정카드 발동! 매직실린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