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24
124
여전히 무의식 공간에서 떠돌아다니고 있는 나의 모습은, 마치 먼 우주를 부유하고 있는 소행성의 모습과 같았다. 광대한 어둠의 영역에서 나의 존재는 먼지보다 더 미개한 존재였고, 다른 이들도 그와 마찬가지리라. 그 공간에서 여김 없이...양을 세고 있었는데, 오늘은 6번양이 울타리를 뛰어넘기 위해서, 자전거와 비슷한 물품을 타고 다니다가, 울타리에 부딪치며 저 멀리 날아간 모습을 보며, 눈이 번뜩 떠졌다.
일어나도 상쾌하지 않는 이 기분.
그것은 해가 뜬 것뿐만이 아니라, 어제 람파시나의 고질적인 질문을 대답을 해주고, 최종적으로 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설득을 하는 것에 대해 내 모든 정신력을 다 쏟아버렸다. 지금은 아침 8시 63분.
...
아니 9시 3분.
아무튼 시간도 이상하게 말할 정도로 힘들었다.
“올빼미야 먹자. 구구구구.”
“올빼미는 ‘구구구구’하고 울지 않습니다.”
“9999”
“숫자로 울지도 않습니다.”
...독특하고 날카로운 고운 미성이 내가 일어나자마자, 잡화점에서 울려 퍼지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려나? 어쨌든 오랜만에 아이니스가 이곳으로 놀러 온 모양이다. 물론, 아이니스가 왔다는 소리는 내가 무슨 이유로 고통을 받을지 잘 모르겠다는 소리지만...요즘에는 머리를 깍지 않아, 앞머리가 내 눈을 찌를 정도로 길게 늘어져있는 상태를 가만히 놔두고, 일어나서 아이니스와 람파시나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안녕. 아이니스. 대체 오늘은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람파시나 앞에서 육포를 뿌려놓고, 비둘기 모양의 우산으로 육포를 내려찍는 행위는 그만두지 않을래?”
뭔가 어디서 봤던 것처럼 눈이 시려오니까 말이야.
오늘은 양 갈래머리로 딴 은발이 포인트인가? 그 전에 샌들과 하얀 원피스랑 오른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밀집모자. 배경은 차라리 해바라기 밭에 있는 것이 더욱 어울릴 옷차림으로, 여기에 왔다는 것은 대체 무슨 일인지?
“오늘은 아저씨에게 통보하나 내리려고 왔어요.”
“통보? 그보다 아저씨 아냐.”
여전히 집요하게 나를 아저씨라고 부르는 만큼, 나도 아저씨가 아니라고 집요하게 부정을 했다.
“오늘부터 7일간 바다로 놀러 가기로 했거든요. 따라서, 신문도 다른 사람이 전달할 거고, 그 동안 제가 없으면 많이 외로우시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걸요?”
“말하는 모습으로 봐선,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내가 너에게 많이 의존하는 것처럼 들리겠다? 그보다 7일간 바다로 놀러 간다고? 7월이나 8월에 피서이벤트가 많이 않으려나?”
“7월과 8월은 사람이 너무 많아요. 바다 한 가득 있는 사람들을 보면, 이게 바다인지 사람인지 모를 정도라니까요? 그야 야시시한 수영복을 입고 있는 여자들이 많을 테니, 아저씨나 7월이나 8월에 가는 거겠죠. 이렇게 보면, 아저씨도 어쩔 수 없이 속은 엉큼한 사람이네요.”
“기다려. 나는 애초에 바다에 가본 적이 태어나서 단 한번도 없어. 멋대로 그런 누명을 씌우지마. 그리고 아저씨 아냐.”
아이니스는 나의 발언에 2배정도 눈이 커지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바다에 가 본적이 없어요? 대체 여름마다 아저씨는 뭘 하면서 살아온 거에요? 허송세월 보내셨네.”
“어째서 그게 허송세월이냐! 사람이 한번이라도 바다에 안 가볼 수도 있지! 바다를 가지 않은 게 지금 인생을 반품할 정도로 크나큰 죄냐?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오빠라고 했지!”
내가 바다에 가지 못한 이유는 바다로 갈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파이론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도 예전에 마차만 있었을 당시에, 5일동안 마차가 쭉 달려야 갈 수 있었던 거리지만, 어떻게 말이 기계도 아니고 계속 갈 수 있겠는가? 말도 하루에 한번씩 쉬고 달리는 것을 반복하면 1주일이 넘어간다.
“잠깐? 바다까지 어떻게 가려고?”
“저는 오늘로 염동력에 대한 모든 것을 마스터 했으니까요. 날아가면 되죠.”
그러니까 가족들을 전부 다 염동력으로 띄우고 날아가겠다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는 아니겠지?
“물론, 저희 부모님은 마법사들에게 돈을 주고 공간이동마법으로 오신다고 했고, 저는 돈이라도 아낄 겸. 비행을 익히려는 거에요. 아저씨 방금 상당히 무례한 생각을 하고 계셨죠?”
“응? 아니? 아마 안 했을걸?”
안 했어.
절대로 아이니스의 가족들이 마법조작의 실수로, 모래사장에 머리 박히는 모습은 상상하지 않았다고?
“뭔가 수상하지만, 어차피 대단한 생각은 아니겠지요.”
그리고는 아이니스는 내 주변을 계속해서 둘러보았다.
“스승님은요? 오늘은 스승님께 시험을 받으러 왔는데?”
“레시아라면...좀 바빠서 루시피나와 마리아와 같이 다른 곳에 갔어.”
심연의 도서관이라는 이상하고 살벌한 장소라는 부연설명은 빼도록 하자.
“그럼 스승님께 1주일 뒤에 마법시험을 받겠다고 해주세요.”
그리고 아이니스는 슈퍼맨에서 나오는 포즈로 염동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한 가지의 마법을 극한으로 익힌다면, 아이니스는 최강의 염동력자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물론 날아오른 여파로 마당청소는 해야겠지만...
그럼 이제부터 뭘 해야 한담...
우선 프리트론에서 레이비스 씨를 만나볼까?
왕국 수사관인 만큼, 어제 잡화점으로 습격해온 꼭두각시 인형과 관련된 추측을 말해줘야 할 테니까. 행선지가 정해졌으니 청소는 나중에 하고, 서둘러 씻고 3층으로 올라가도록 하자.
***
“그렇다면, 어제 꼭두각시 인형이 너에게 바로 온 것으로 보아, 판도라의 상자에 대해 진정한 사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추측했는지 그 정신머리 좀 들어보도록 할까?”
레이비스 씨는 카페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포도주스를 힘차게 들이켰다. 물론, 돈은 내가 내는 거지만! 어쨌든 아니꼬운 눈으로 포도주스를 쳐다보는 레이비스 씨는 “더러울 정도로 맛이 없네.”라는 중얼거림 이후, 내가 입을 열 수 있었다.
“전에 누군가에게 감시 당하는 듯한 시선을 느낀 적이 있었는데, 저희가 판도라의 상자를 습득한 당일 날 밤에. 그 꼭두각시 인형이 잡화점으로 쳐들어 왔어요. 사용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잘 모르겠으나, 우선 필요하니까 그 정체불명의 빈 상자를 강탈하려는 거겠죠.”
“그래서...지금 마왕이나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에 대해 알고 있어?”
“어제 심연의 도서관에 출발한 이후에, 아직 왔다는 소식 자체가 없어요. 제 안에 있는 람파시나만 알고 있지요.”
“그렇군...그럼 확실히 평민 주변에 누군가가 위험을 가하고 있다는 소리인가?”
선뜻 날카로운 눈빛이 나의 눈과 교차했다.
설마...
“여기서 나가자. 한 명이 붙어있으니까.”
그 말을 한 뒤에 레이비스 씨는 나를 끌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주변의 인파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큰길을 통해 나아가고 있을 때. 입을 먼저 열은 쪽은 레이비스 씨였으니...
“평민. 지금 뒤에 따라오는 검은 후드 쓰고 있는 녀석들. 그 중에 꼭두각시는 네명이지만, 5명이 저렇게 무리 지으면서 오면 정말 이상하지 않아?”
“그럼 저 뜻은 미행이 아니란 소리에요?”
“당연하지. 누가 저렇게 눈에 띄는 복장으로 미행을 하겠냐? 저건 너를 잡으러 왔거나, 판도라의 상자를 강탈해가려고 온 거야. 그 전에 판도라의 상자는 잡화점에 두고 오지 않았어?”
“아뇨. 어제 귀찮아서 주머니에 그대로 있을 텐데요?”
“이런 만사의 도움이 안 되는 녀석...”
레이비스 씨의 질타가 내 심장을 강타했다. 아니 뭐, 이건 내 잘못이니 그렇다고 해도, 주변을 둘러보자 서서히 사람들이 눈앞에서 사라지듯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 저들 중 누군가가 결계를 펼쳤으리라 생각했다. 땅에서 이상한 진동을 먼저 눈치채고 도약했다.
-투두두둑!
밑에서 뻗어 나온 손은 기괴할 정도로 비틀렸고 길이가 길었다. 이미 내 도약을 예상하고 나를 잡으려고 했으나, 침착하게 티르빙을 한손검 형태로 변형시킨 뒤에 휘둘러 궤도를 바꿨다. 나에게 그림자가 진다는 것은, 나보다 더 높게 도약하는 인형이 있다는 뜻이고, 아까 티르빙으로 팔을 쳐낸 반동을 이용해서, 오른쪽 발로 차버렸다.
마법방패를 공중에 고정좌표로 소환한 이후, 발판을 삼아 밑을 내려다보자,꼭두각시들이 멋지게 검은색 로브를 벗어 던지며, 마치...어느 전대가 생각나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그 중에 가운데에 있는 녀석은 사람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데, 마나가 주로 가운데에 있는 사람으로부터 실처럼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물론 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로브를 벗지 않았지만, 침울한 저음의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후후후...판도라의 상자를 이곳에서 입수할 줄은 몰랐군.”
“아니. 아직 안 뺏어갔거든?”
나의 태클에 0.5초간 침묵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이상한 양피지를 꺼낸 후에 “흠흠.”이란 소리를 흘린 후에 다시 양피지를 접었다.
“미안하군. 각본을 잘 못 외웠다.”
“각본이라고 하지마! 현실에 무슨 각본이 있냐!”
내 인생에 제대로 된 목적으로 나쁜 짓을 벌이려는 악당은 많았지만, 그 악당 중에서 제대로 된 녀석은 거의 없었다. 뭐랄까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런 짓을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그나저나, 나의 인형들을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줄은 꿈에도 몰랐군.”
“아니...아직 망가지긴커녕 흠집도 안 갔는데?”
그리고 다시 양피지를 보더니...
“미안하군. 이번엔 대본을 잘못 읽은 것 같다.”
“각본하고 대본하고 왜 두 개가 동시에 존재하는 거냐!”
제대로 된 악당님? 어디 계신가요?
“어쨌든 판도라의 상자는 너희가 아는 것과 달리, 숭고하고 가치가 깊은 물건이다. 순순히 이 옥수수와 바꾸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나겠지.”
“그나저나 웬 옥수수?”
“한 협상가는 다이아와 옥수수를 교환한다고 들었다. 나 또한 상인의 길을 앞으로 걸을 생각이라, 협상을 능동적으로 잘 하기 위해서는 수련이 필요하거든.”
“그보다 옥수수와 다이아는 잘 모르겠지만, 옥수수와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물물교환을 할 수 없는 위치라고 보는데?”
게다가 그 협상가는 한 나라의 지도자라고?
“그러면 거부하는 것인가? 내가 애정을 갖고 키운 옥수수인데...”
“그렇다고 거기 시무룩한 분위기 내뿜지마. 판도라의 상자를 뺏으러 온 것이 아니냐?”
그저 옥수수랑 바꾸지 않는다고 하니까, 뭔가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큰 마음의 상처가 된 모양이다.
“내 옥수수 완전 좋은 건데...어떻게 설명할 방법을 모르겠네.”
그 놈의 옥수수에서 제발 벗어나라고!
“옥수수가 좋으면 얼마나 좋다고. 옥수수에서 빔이 나오냐? 아니면 폭발이라도 하냐?”
레이비스 씨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그 남자를 보며 질타를 가했다.
“내 옥수수가 낮은 평가를 받는 것은 당연해. 애초에 옥수수일 뿐이니까.”
하지만, 남자의 주변 분위기가 반전이 되기 시작하면서, 마나의 응집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내 옥수수를 낮게 평가하는 녀석은 용서할 수 없다!”
“아니! 어쩌라고!”
내가 태클을 건 뒤에, 본능적으로 전투자세로 돌입한 레이비스 씨와 나는, 내 앞에 튀어 오르는 인형과 맞붙는 것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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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옥수수가 위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