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23

FNL-Phantasm 2016. 6. 13. 11:25

123

 

 

 

람파시나는 멍하니 나와 같이 잡화점을 지키면서, 루나는 오늘 나에게 책을 압수당한 이후로 풀이 죽어있는 듯. 지하 1층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몬스터들의 아이돌에게 이런 짓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는 순간, 잡화점의 나무판자가 하나라도 남아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들긴 했지만, 루나가 나 몰래 구입한 책들의 재목이나 장르를 보면, 내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다 못해, 조금이라도 저 책들이 내 시야에 비춰진다면, 경기를 일으킨 이후에 졸도해버리리라.

 

마스터.”

 

람파시나는 나를 부르면서 뾰족한 부리로 내 옷깃을 물고 당겼다. 내가 방금 졸았나?

 

내가 방금 졸았어?”

 

아뇨. 마스터의 피로에 대한 측정을 보아, 아직까지는 피로가 많이 쌓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가 부른 이유는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자 부른 것뿐입니다.”

 

람파시나도 궁금한 것이 있다는 것으로 보아, 모든 이들의 삶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것이 큰 여파를 가져온 모양이다. 하지만, 람파시나는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지 않았을까?

 

질문이라면,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기원?”

 

아뇨. 어째서 그 상자에 대해 모두가 마치, 걃스와 욟스가 나타난 마냥, 비상사태와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입니다.”

 

걃스와 욟스는 뭔데?”

 

그냥 글쓴이가 심심해서 저의 대사에 넣었나 봅니다.”

 

그런 대사 넣지마!

 

아무튼 다시 요점으로 넘어가서, 그 판도라의 상자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예상대로, 람파시나는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다른 차원에서 태초의 빛으로, 모든 어둠을 먹어 치우고 온 세상에 빛을 밝힌 뒤에, 잠이 들었다고 했었던 것으로 보아.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 없었겠지. 따라서, 판도라의 상자에 대한 이야기를 간추려서 말해주자, 람파시나는 입을 열었다.

 

그 이야기가 재미있군요. 너무 재미있는 나머지 저의 떨어져 있는 깃털이 다시 옮겨 붙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는 사실상 사람이 어째서 죽어야 하는 것인가? 라는 주제로 다룬 신화이지만, 이를 달리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성장을 했다는 주제로도 볼 수 있지. 게다가 본래 판도라에 대한 설정도 다양해서, 신들이 만들었다 라는 소리도 있지만, 판도라는 고대 여신이라는 설정도 있어. 본래는 판도라의 항아리가 더 적절한 말이지만, 상자로 변화된 것은 시대가 바뀌고 나서...더 정확하게는 르네상스 시대 이후라고 해.”

 

람파시나는 고개를 잠깐 갸웃하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상자는 아무것도 없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게다가 본래 항아리가 원본이라면, 지금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큐브는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라는 소리입니다.”

 

맞아. 판도라의 상자가 아닐지도 몰라. 하지만, 이렇게 작은 큐브가 판도라의 상자라고 불리는 것이 더 이상하지. 그러나, 레이비스 씨나 레시아가 이것을 판도라의 상자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면, 그들의 말대로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라는 거야. 문제는 대체 누가 만들었으며, 이 큐브의 사용법이 도저히 알 수 없다는 거지만...”

 

이런 일은 예전에 마검 도난 사건을 생각하자면, 내 귀에 걸려있는 티르빙은 본래 다른 신화에 마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르빙이라는 이름을 가진 마검은, 마일론의 몸을 멋대로 침식해서 폭주상태까지 이르렀고, 내가 그 문제를 해결했다.

 

지금은 내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요점이 아니라, 다른 신화에 있어야 할 마검은 이곳에서 만들어진 마검이라는 소리다. 그러니까...이름만 어쩌다 보니 같은 것. 동명이인이라는 개념으로 판도라의 상자 또한, 신화에서 나온 판도라의 상자와는 전혀 다른 기능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열어봤을 때. 이미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이상한 상황이라던가...

 

-딸랑딸랑

 

어서 오세...”

 

-채앵!

 

날카로운 금속이 튕겨나가는 소리.

이 소리가 난 원인은 아마, 손님이 느닷없이 휘두른 단검과 람파시나의 장벽이 부딪치는 소리. 느닷없이 공격을 한 손님에게 한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이번엔 또 뭐길래 다짜고짜 검부터 휘둘렀는지 이야기는 들을 수 있을까요?”

 

뭐든지 말로 해결할 수 있다면, 말로 해결하도록 하자. 내 앞에 있는 손님은 아무래도 말로 해결하지 않으려는 듯. 아니. 소름 끼치는 것 중 하나는, 숨소리조차 나지 않는 다는 점인가?

 

나에게 도약하면서 날아온 정체불명의 손님은 검을 들은 오른팔로 내려치려고 했으나, 티르빙을 단검으로 바꾼 뒤에, 그 오른팔을 먼저 잘라냈다. 잘라냈을 때의 감촉은 살덩이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나무 하나를 잘라내는 기분이었다.

 

꼭두각시 인형?”

 

말 그대로, 인형사의 길 중급부터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할 수 있고, 상급, 최상급으로 갈수록, 한꺼번에 조종할 수 있는 인형의 수와, 제조를 할 수 있는 인형의 종류가 많아진다고 한다.

 

나를 관찰하듯 거리를 벌리다가, 잡화점 문을 박차고 도망갔다. 추격을 할 수 있을 때 할 수 있으면 좋지만...

 

지금은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쫓아가지 않았다.

물론, 밖으로 나가기 귀찮아서 위와 같은 변명을 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지금 추격을 하지 않아서 그게 나비효과로 작용해도, 고생을 하는 것은 미래의 나지. 지금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스터. 추격할까요?”

 

어차피 나중에 날 다시 만나러 올 것 같은데, 그냥 놔두자고...”

 

날 스토킹하고 있던 녀석은, 저 인형이었나? 하지만, 다른 인형사가 나를 쫓을 이유라던가...애초에 인형사는 만나본 적도 없는데, 보자마자 살해당할 뻔 하다니? 인생 정말 버라이어티해서 지루할 틈이 없다니까?

 

혹시 판도라의 상자를 노리고 온 것이 아닐까? 그런 추측을 한번 해봅니다.”

 

판도라의 상자를 입수하자마자 바로 잡화점에 쳐들어와서 빼앗아가려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나를 습격한 인형사는, 이 물건의 사용방법을 알고 있다는 소리일까?

물론, 레시아가 이곳에 도착을 한다면, 이 일에 대해서도 말해둬야겠지.

 

그나저나, 많이 늦네...어디서 난리치고 오지 않는다면 그게 베스트지만.”

 

심연의 도서관으로 정보를 찾아 나간 3명이 11시가 되도록 안 오는 것이 걱정되었다.

 

마스터. 또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처럼 계속해서 질문하는 람파시나에게 질문을 해보라고 말했고, 그 질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 냥캣하고는 어디까지 관계가 진행된 것이죠?”

 

...?

 

람파시나? 대체 무슨 소리를?”

 

하얀 올빼미의 눈에서 거대한 불길이 솟아 오르는 강렬한 인상을 직접 대면하면서, 마치, 사랑과 전쟁을 보는 듯한 기분을 맛보았다. 그러니까 관계라니? 진행이라니?

 

제가 마스터와의 관계도를 조사하면서 다른 자들보다 그 고양이와 유독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만?”

 

그야...”

 

그야? 나는 대체 뭘 말하려고 했을까? (4)

 

1. 사랑하는 연인

2. 첫 번째 사역마

3. 슈퍼 파워 한 마왕.

4. 팝 타르트.

 

아니 잠깐? 팝 타르트는 또 뭐야?

저 뜨겁고 시원한 간식이 보기에 왜 나와있는 거야?

어쨌든 저 보기 중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없다.

 

오히려 여기선 내가 질문하고 싶거든!

 

람파시나는 내가 레시아와 많이 친근해 보이는 거겠지?”

 

. 마스터와 그 체셔 캣은 많이 친해 보입니다. 사실상 보기만 해도 우주 밖으로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맴돌지만, 마스터하고 뭔가가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 고양이는 분명, 제가 이곳에 오기 전에 오랫동안 같이 있었겠지요?”

 

그래 봤자 1개월 좀 넘었지만, 그래도 레시아가 있어서 일이 잘 풀린 것은 많았으니까. 게다가 람파시나를 소환하라는 건 레시아가 적극적으로 권장한 일이었어. 솔직히 3층에서 사역마 소환진으로 여신이 강림하게 되면 난리 나는 순간이긴 했지만, 그때는 내 안에 월식의 침식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으니까.”

 

람파시나는 잠깐 날 뚫어져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마스터의 말에는 거짓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 답변으로는 저의 궁금증에 대한 답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뭐가 궁금한 것일까? 가끔가다가 식욕이 왕성한 것처럼, 질문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부담스럽다고 해야 할까? 가장 무섭다고 해야 할까? 계속되는 질문을 대답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인간적이게 되고, 감정적이게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 마련...

 

간혹 이런 이야기가 있다.

 

아빠! 밖에 나가서 놀면 안 돼?”

안 돼.”

?”

비가 오기 때문이야.”

?”

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리기 때문이지.”

?”

“...비를 맞으면 몸이 약해져서 그래.”

?”

 

그 이외에 더 많이 있지만, 이렇듯 질문의 끝이 없다면 곧 지식의 한계가 나타날 것이고, 그 지식의 한계에 대해 아이가 물어본다면, 자신의 인생을 혐오하게 되는 지난 날들을 어린 아이에게 말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그 어린 아이는 납득하지 않겠지만.

따라서 질문자를 납득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마스터? 어딜 보고 그렇게 중얼거립니까? 어서 저의 대답에 질문을 해주세요. 그 냥캣은 분명 본 모습이 따로 있는 마왕이겠죠? 게다가 여성형 마왕이라면, 분명 마스터와 이런 짓이나 저런 짓을 할 가능성이 존재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짓이나 저런 짓은 또 뭔데!”

 

신체적 접촉을 말하는 겁니다.”

 

...조금만 더 발설하게 놔두면 분명히 수위조절하기 힘들어 질지도 몰라. 그러니까 람파시나를 납득하게 만드는 것은 2가지가 있긴 한데, 반동으로 무슨 일이 터질지 몰라서 아직까지 말하지 않았는데...

 

그러니까......그게...”

 

마스터의 신체 스캔을 하는 도중에, 유난히 심박수가 빨리 뛰고 있습니다. 역시 그 도둑고양이가 마스터의 신체에 비열하고 더러운 짓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아니, 그렇다고 내 몸을 멋대로 스캔 하지마! 무슨 X레이냐!

 

애초에 비열하고 더러운 짓이라니...그런 건 122화를 탈탈 털어봐도 그런 씬은 없어. 물론, 내가 당황해서 첫 키스를 뺏긴 것만 빼면, 그 이외에는 전혀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할까?”

 

이 말을 뒤로 나는 말을 아끼는 것과, 함부로 쓸 때 없는 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마음속 깊게 생각하는 날이 될 예정이다. 왜냐하면, 카운터 위에 나를 바라보는 올빼미의 분위기가 상당히 매서워졌기 때문이지.

 

...키스라면...제 머릿속의 지식이 이 세계와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분명 사랑하는 연인들의 입맞춤이겠죠?”

 

체내에 마나를 돌려서 눈을 개안한 뒤에 람파시나를 보자. 작은 올빼미의 몸에 수 백배로 되어 보이는 기이한 무지개 빛의 오러가 흘러 넘치기 시작했다.

 

마스터의 여성 취향은 어떻죠?”

 

혹시나 이유라도 물어볼 수 있을까?”

 

그거야 당연히, 제가 그 도둑고양이보다 더 앞서나가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정말 고요하지? 그냥 이대로 문이나 닫고 잘까나...”

 

마스터 의도적으로 무시하지 마세요. 저는 사역마의 권리로 마스터에게 키스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막장 권리는 대부분 라이트 노벨에서도 없는 전개야!”

 

그 이후에 의외로 저돌적인 람파시나를 2시간 동안 설득하고 나서야, 폭주하던 올빼미를 겨우겨우 멈출 수 있었다.


=============================================================================================


월요일이라...

...차라리 해가 뜨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