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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18

FNL-Phantasm 2016. 6. 8. 06:05

118

 

 

 

내가 의식을 잃고 있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을 때는, 확실히 좋게 끝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잡화점 1층 바닥에서 멍하니 천장을 다시 보면서 해머에 맞은 듯한 두통은 꾹 눌러 참고 있었다. 아니 아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몸의 한계가 벌써 찾아온 듯 했다. 그나저나 내가 여기에 어떻게 온 것인지 기억도 나지 않으니...

 

람파시나가 스스로 걸어갔는지 날아갔는지, 어쨌든 알아서 잡화점으로 간 모양이다. 노인처럼 벽을 집고 일어서며, 감각이 없는 팔과 다리로 억지로 물을 마시러 걸어갔다. 몸은 엉망진창이고 정신은 뛰쳐나갈 것 같지만, 겉모습으로는 상당히 멀쩡한 모습을 보며 그나마 안심했을 때.

 

-콰앙!

 

쇼콜라 장보고 왔습니다.”

 

문 좀 그만 날려!

 

여김 없이 힘차게 발로 차며 들어오는 쇼콜라 씨 뒤에, 마리아와 루시피나는 놀란 눈으로 쇼콜라를 보았고, 난 힘도 없는데 소리치다가 혈압으로 다시 쓰러질 뻔했다. 루시피나가 내 상태를 보자마자 바로 달려왔다.

 

신랑! 이제서야 깨어났어?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혹시 잡화점의 문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많이 상한거야?”

 

잡화점 문 때문이 아니라 잠깐 의뢰 때문에 힘들어서...”

 

분명 내가 월식을 상대하기 위해서, 람파시나에게 몸을 빌려줬다고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걱정을 할 정도로 쇠약해졌다니? 마리아는 잠깐 내 얼굴을 쭉 살펴보면서 입을 열었다.

 

다행하게도 저주가 걸리지 않는 걸로 봐선 그날 카일이 너무 무리를 한 듯하다. 게다가 체내에 그렇게도 많은 마나가 완전히 고갈되어버리지 않았는가? 어떤 터무니 없는 짓을 했는지 몰라도 휴식이 필요하다.”

 

덤으로 레시아가 마나 창고로 쓸 정도로 상당히 많았던 마나 조차, 텅 비어있는 상태라고 하는 걸로 본다면, 분명 터무니 없는 일을 저지른 것이겠지. 그때 이후로 기억이 어렴풋이 남는 기억도 없으니 몸을 빌려준 나도 궁금했으나, 결과적으로 잡화점에 내가 있는 것을 확인 했으니 그야말로 다행이지 않는가?

 

이제 조만간 의뢰에 대한 수고 비용이든 물품이든 받을 생각만 하면서, 천천히 루시피나에게 인도를 받아 의자에 앉았다. 터무니 없는 몸의 상태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걱정 끼치는 것은 좀 미안하지만, 람파시나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은 아까 월식 앞에서 큰소리 칠 때부터였다.

 

월식이 나타나자마자 몸 안에서 반응하듯, 람파시나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었고, 그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대략적인 내용으로는 내 몸 속에 있는 월식이 곧 다 사라질 예정이라는 것과 자신의 힘이 대략 1%정도 돌아왔다는 것. 하지만 그 1%로 내 마나를 다 비워버린 것으로 보아, 다른 쪽에 있던 월식을 월등히 상회하는 힘으로 최소한 치명상은 먹여놨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월식에 대해 한방 먹였다고 해서 과거의 죄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고, 두 번 다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 사람의 업이라는 것은 평생 씻을 수 없고, 언젠가 운이 나쁘면 이번엔 좀 더 다른 괴상한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전에 있던 일에 대한 복수를 통쾌하게 했다는 상쾌한 기분으로 생각하도록 하자.

 

루시피나? 그나저나 물 좀 줄래요?”

 

신랑 방금 전에 뭔가 시어머니 같은 분위기로 말하지 않았어?”

 

남자가 무슨 시어머니에요!”

 

그럼 엄마?”

 

여성 한정으로 입을 열지마!”

 

안 그래도 목이 말라 죽겠는데 소리를 질러서 목에 통증이 찾아왔다.

그러나. 쇼콜라 씨가 이미 물을 가지고 와서 컵에 따라주고 있으니, 그나마 나는 다행이라는 듯이 입을 열었다.

 

정말로 고맙...”

 

꿀꺽! 꿀꺽! 캬하!...? 뭐가 말입니까?”

 

쇼콜라 씨는 내 눈 앞에서 보기 좋게 물 한 컵을 다 비워버렸다. 그러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추가적으로 물어보는 것까지 잊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인간은 그냥 날 괴롭히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쇼콜라 씨는 말을 이어갔다.

 

그나저나, 이틀을 잔 것 치고는 꽤나 힘이 없군요? 정말 다이나믹 하게 허약한 것 아닙니까? 그 정도로 허약하다면 통기타 아르페지오 선율에 맞춰서 쓰러져주시죠?”

 

통기타 아르페지오 선율에 맞춰서 쓰러진다는 소리는 또 어떤 소리인가요?”

 

애초에 쇼콜라 씨가 하는 말이면 말마다, 뭔가 새로운 매도 언어를 생성하는 사전이라도 되는 건가?

 

잠깐? 이틀을 잤다니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지금 제가 일어나는 시점이 의뢰를 한 뒤에 하루가 더 지나버렸단 소리에요?”

 

. 정확히는 3일이군요. 죄송합니다. 아직까지 시간개념이 덜 떨어진 남성분에게 잘못된 시간정보를 알려줬네요.”

 

자신을 깎아내려서까지 저를 매도하지 마시죠. 매도 언어 단어장같은 사람아! 그보다 3일동안 제가 자고 있었다는 그 일부터 이야기 해주세요.”

 

부탁합니다.”

 

?”

 

뜬금없는 쇼콜라 씨의 소리에 오히려 질문을 해버렸다? 그러니까 뭘 부탁합니다.’라는 소리가 나오는...아니. 설마?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내가 하라는 소리인가?

 

대체 그건 또 무슨 논리에요? 무슨 기밀 정보도 아니고,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달라는 건데, 애초에 제가 눈떠서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 극비의 상황도 아니잖...”

 

-파앙!

 

크악! 이 망할 보디블로!”

 

아픈 사람이나 쇠약한 사람은 때리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보디블로가 적중된 것과 동시에 위와 같은 말을 해버렸다. 제대로 한방 맞아서 공기를 찾아 뻐끔거리고 있는 나의 처량한 모습을, 내려다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입을 여는 쇼콜라 씨.

 

저와 같이 청순하고 가련한 메이드에게 매도 언어 단어장이라뇨? 이것만으로도 실례입니다. 게다가 사람이 무언가를 부탁할 때는 꼭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하라고 부모님께 배우지 않았습니까? 애초에 그런 기초매너도 없는 구더기가 저와 같은 위치에 서려고 한 자체부터가 잘못 된 겁니다.”

 

냉정함 속에서도 불꽃을 가지고 있는 듯한 쇼콜라 씨에게 겁을 먹은 나는...

 

부탁합니다. 쇼콜라 씨.”

 

결과적으로 이런 말을 한 뒤에야. 격멸의 세컨드 불릿이나, 말살의 라스트 불릿 같은, 필살을 각오한 펀치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았다.

 

당연히 그렇게 나와야죠. 이 똥개가.”

 

저 매도 단어 백과사전이...

 

-파앙!

 

! ! !”

 

방금 재채기가 나올 뻔 했는데, 왠지 지금 제 앞에 있는 부질없는 남자가, 저에 대해 뭔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요. 어차피 하는 소리라고는 좋은 소리를 못하는 저주받은 몸 인생인 만큼. 이상한 소리를 했다던가. 아니면 그 덜 떨어진 뇌에서 굶주린 야성을 푸는 상상을 했겠지요.”

 

이 무슨 센서가 스파이더 센서보다 더 한 사람이?

 

-파앙!

 

아니 진짜!”

 

또 재채기가 나올 뻔 한 걸로 보아. 그냥 자연적인 재채기인 것 같습니다.”

 

근데 왜 때려! 벌써 말살의 라스트 불릿까지 나왔잖아요! 애초에 재채기 만으로 제가 2번을 더 맞아야 하는지 그것부터 설명 하세...”

 

-파앙!

 

아오 진짜!”

 

그만해! 이미 내 라이프는 제로야!

아니...제로면 죽잖아...

이제는 내가 나에게 태클을 걸고 있잖아?

 

좋아요. 충분히 반성을 한 기미가 보이니까. 당신 하나 쓰러진다고 주변이 얼마나 난장판이 되었는지 설명하도록 하죠.”

 

난장판이 되었다고? 그런 것치고는 상당히 평화로워 보이는...

 

-쿠웅...

 

폭발음? 애초에 이 곳에서는 폭발을 일으킬만한 공사하는 곳이 없을 터.

 

방금 무슨 소리가?”

 

당신이 쓰러지고 나서 3일동안 계속 된 전투에요. 근처에 인적이 없는 평야에서 싸우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지만, 지금쯤이면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가 계속해서 주변을 날려먹기 시작하면, 언젠가 이곳까지 영향이 올지도 모르죠.”

 

그러기엔 마리아와 루시피나가 너무 태평하게 장을 봐서, 위화감이 없었습니다만?

 

저기 그나저나 둘이 싸우는 와중에, 누구 하나도 말릴 생각을 단 한번도 하지 않은 거에요?”

 

그야. 첩은 시도를 했다만, 마왕님께서 너무 완고하게 밀어붙이셔서, 결국에는 말릴 수가 없었다.”

 

사역마 하나를 더 소환하라고 해서 소환을 했더니, 뭐랄까 무슨 이유로 싸우는지 몰라도 레시아와 람파시나를 중재하러 움직여야 했다. 안 그래도 얼떨결에 4대나 맞아서 힘들어 죽겠는데, 사람을 꼭 움직이게 만들고 있어. 그보다 람파시나는 올빼미인 상태로 있는 건가?

 

거기로 안내해주세요.”

 

루시피나는 나의 한 마디에 공간이동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고, 눈이 부시도록 빛이 튀어나온 이후에 내 시야 안에서, 절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불가능하게도 형용을 할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가위 바위 보!”

가위 바위 보.”

 

다음 벌칙이다!”

 

-콰아앙!

 

그러니까...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추측을 할 수 있는 생각이, 좀 정신이 나간...아니 미친놈 취급을 해도 할 말이 없는데, 만약에...그러니까 정말로 만약에, 지금 평야가 이리저리 구멍이 파이고, 초목은 황폐해진 것이 레시아와 람파시나의 싸움 때문인데, 3일 내내 싸웠던 방식이...가위바위보라는 방향으로 추측이 되어가고 있는데.

 

에이 설마.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 거겠지? 일단 뭐든 간에 더 이상 파괴행각은 볼 수 없었다.

 

레시아! 람파시나! ...”

 

-콰앙!

 

잠깐 폭발음이 내 근처에서 크게 들린 이후에 눈을 떴더니, 왠 올빼미와 고양이 한 마리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다.

 

! 이 사고 뭉치들아!”

 

냐아아아아아! 무슨 짓인가! 주인! 늘 말했듯이 고양이 귀는 예민하다고 설정 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마스터. 머리에 통증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한쪽은 귀를 잡아 늘리고 있고, 다른 한쪽은 아이언 클로를 시전하고 있었다. 그 후에 나는 지금까지 풀과 나무가 있던 장소가, 파이고 날아가 나무의 잔해와 갈색으로 변한 흙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둘이 여기서 3일 내내 싸우고 있다고 들었는데,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에요!”

 

그러자...

 

짐은 잘 못이 없다! 잘 못한 것은 전부 다 여기 있는 새머리다!”

마스터. 저는 정당방위 입니다. 죄는 무지개 빛으로 날아가야 하는 냥캣에게 있습니다.”

 

둘이 동시에 저런 소리를 하고 난 뒤에도 누가 냥캣인가! 어디 마법사의 전령 같은 녀석이!”라고 레시아가 말하고 람파시나는 이 모습은 상당히 고귀한 모습입니다. 오히려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그런 불길한 냥캣이 더 무리수라고 봅니다.”라고 받아 치고 있었다.

 

둘 다 그만 싸워요. 두 분다 이렇게까지 싸우는 것은 좋지 않...”

 

닥쳐라!”

조용히.”

 

난 주인인데...

저 둘이 사역마인데...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건데

실수하고 말았어

더 도망칠 곳도 없어

밤은 짙게 드리우고

난 사라져가고 말아

 

가 아니라! 둘 다 그만 싸우라고 했잖아!”

 

또 다시 레시아의 비명과 람파시나의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어조로 말했으나,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집행을 했고, 1분 정도 지속하자 둘 다 나에게 항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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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를 하는 동안 사람들의 인성의 끝을 보고 온 기분이네요.

게다가 피로가 좀 쌓여있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