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107
107
의식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을 법한 무의미한 어둠. 그곳에서 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물론 기둥의 남자 중. 한 명이 대기권 밖으로 날아가서 생각을 멈춘 그런 만화도 있었지만, 지금 나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봐선, 여전히 살아있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생각만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들은 존재할 수 있다. 그만큼 머리에서 무언가를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며
“그만 주절거리고 일어나거라 주인.”
레시아는 여전히 화가 난 상태에서 나를 거칠게 깨웠다. 극도로 분노 상태에 휩싸여버린 원인 중 하나는 분명 내가 어처구니 없이 어릿광대를 놔줬기 때문이겠지.
그 이전에 잠깐 상황을 설명하자면, 마기로 이루어진 포격을 맞고, 마기로 이루어진 펀치도 맞고, 마기로 이루어진 발차기도 맞고, 그냥 마기로 형상화 된 것은 전부 다 맞은 것 같다.
그렇다고 레시아가 블랙 랜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무작정으로 맞는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맞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고양이 상태에서도 뼈가 시리도록 아픈 마법을 부리는데, 본 모습으로 돌아가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정말이지. 주인은 무턱대고 혼자서 위험한 곳으로 가는 것을 좋아하는구나.”
“저는 레시아가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는걸요?”
그러자 레시아는 잠깐 가만히 있더니.
“레시아 킥!”
또 날 때렸다.
그만 때려! 이젠 아프다 못해 죽을 것 같다!
레시아는 공중제비를 세 바퀴를 돌고 땅으로 안착했다.
“주인의 처벌은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지. 지금은 그 광대가 무슨 말을 했는가에 대해 알아봐야 하니까.”
최근에는 사역마가 주인을 처벌한다고 하던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걸? 어쩌다가 이런 역전현상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레시아는 내가 어릿광대와 이야기 한 내용을 알고 싶다는 것에 초점을 둔 것을 보아, 또 다른 정보에 대해 공유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알아차렸다.
내가 말 한 것은 월식에 대한 존재와 지금은 그 월식이 반으로 쪼개져서, 하나는 나의 몸 속에, 다른 하나는 어릿광대의 몸 속에 존재 했다는 것. 그러자 레시아는 과거에 내가 무슨 일이 있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럼 그때 아지 다하카에게 공포를 준 것은, 주인의 몸에 있던 월식을 밖으로 표출한 것이 되는 건가?”
“제가...월식을 꺼냈었다고요?”
분명 아지 다하카가 보드게임을 하기 싫어서 가출한 사건에, 내 기억에 어긋나는 시간대가 있었는데, 월식을 꺼냈다는 말이 되었다면...
“게다가 그 검은 뱀은 주인의 명령에 따르고 있던 것으로 보아, 주인에게 계약이 됐거나, 아니면 종속된 것이 틀림이 없지. 물론 그때 주인의 상태는 이상했다.”
한 때.
과거에 내가 저질러버렸던 사건이 머릿속에서 다시 피어 올랐다.
“그런데 저의 상태가 이상했다니? 무슨 소리에요?”
“그것은 마치...”
-끼이익!
“매지컬 루니아 등장!”
...
레시아가 말하려는 찰나에 문이 열리더니, 루니아 씨가 또 이상한 마법소녀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며 외쳤다. 루니아 씨 여기로 귀환하기 전에 술 6병을 들고 왔던 것으로 보아,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지하1층에 있던 노래방에서 소리를 지르고, 또 다시 술을 마신 것으로 추측했다. 엄중하고, 근엄하고, 진지했던 레시아의 분위기를 박살 내버리고, 저번에 봤던 별 모양의 마법 지팡이 하나를 휘두르며,
“설레여라 얍!”
이런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하고 있으니, 대체 이게 무슨 난장판인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해도 그 지팡이에 검강<Aura Blade>를 집어 넣는 행위는 그만 뒀으면 좋겠다. 레시아는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나중에 그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자. 지금은 저 바보 같은 금발계집이 저 상태로 마을 안에서 날뛰는 날엔, 의외에 피해가 갈 수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레시아는 잡화점에 걸어 들어갔고, 그러면 결국 내가 루니아 씨를 달래서 잡화점으로 들여보내야 한다는 소리가 되었
“레시아! 도움! 도움! 전 혼자서 이 일을 처리할 자신이 없어요!”
나는 독백을 끊어버리고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레시아는 고개를 뒤로 쓱 하고 돌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Good Luck.”
그리고 레시아는 마치, 폭발하는 장면을 안 보고 걸어가는 멋진 남자처럼 뒤도 안보고 걸어갔다.
“지금 그런 멋진 모습을 보여줄 상황이 아니라니까요! 지금 저렇게 만취한 루니아 씨를 저에게 무슨 수로...”
“누나라니까요오? 정말 저번에 약속을 해도 지키지 않고...히끅! 벌이 필요하겠네요오.”
설마 저 검강에 둘러 쌓인 마법봉으로 때릴 생각인가? 그거 최소 절단인데??
“루니아 빔!”
한 발을 들어올린 이후에
...비록 허공에 새벽의 찬 바람이 불고 지나갔지만, 이건 상상 이상으로 정신적 타격이 매우 컸다. 지금 비록 내가 독백은 하고 있으나, 속으로는 비명을 지를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니면 보는 내 눈이 시려 죽을 지경일지도.
저절로 한숨이 생성되는 시기에, 루니아 씨는 입을 열었다.
“어떻하죠오? 카일이 쓰러지지 않아요. 여러분!”
“지금 아무도 없는 곳에서 대체 어딜 보고 외치는 거에요? 그보다 그걸 맞고 쓰러지는 사람은 있긴 하던가요?”
대략 이런 말도 안 되는 대화만 20분정도 지속이 된 이후에, 나는 겨우겨우 루니아 씨를 잡화점안에 들여보낸 후. “자장가 불러줘요오.”라는 어처구니 없는 요청을 들어주며, 루니아 씨를 재울 수 있었다.
다음부터 내 주변에 술버릇이 심한 사람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재워버리도록 하자.
***
시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 10시정도.
나와 레시아를 제외한 나머지는 각종 두통과 숙취에 시달리는 상태로 끙끙거렸다. 하긴 술병을 모아서 팔아도 돈이 꽤나 나올법하게 마셨으니까.
“쿠으...머리가 깨질 것 같도다. 역시 이 몸으로는 첩의 기본 주량은 무리인가.”
“그 어린 몸으로 그렇게 마셨으니까. 버틸 수가 없죠.”
마리아는 두통과 숙취로 고생을 하는 동안, 루시피나는 주방으로 들어가서 해장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 외에 루나는 어제에 충격적인 일에 루니아 씨를 보며 흠짓!하고 놀랬고, 루니아 씨는 아직도 1층 바닥에서 자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서 자고 있었는가?
사실상 잘 수가 없었다.
그냥 어디 벽에 기대서 눈을 붙인 것이 전부.
“그나저나 카일이여. 마왕님은 어디에 있는가?”
“레시아라면...”
어디에 있지? 라고 생각했더니, 내 티셔츠 위로 검은 고양이가 쑥! 하고 올라왔다. 어째 몸이 무겁다고 했더니, 옷 안에서 계속 있었던 것인가?
“짐은 이곳에 있다. 무슨 일인가?”
마리아는 레시아가 대답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그 후에 다시 입을 열기를...
“아뇨. 그 일에 대해서는 따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더 중요한 것이 생겼으니 말이죠.”
더 중요한 것이라는 말에 나도 긴장을 했다. 그리고 마리아는 내 근처로 오더니 팔짱을 끼고 몸을 기대었다.
그러니까 이게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마리아?”
“뭔가? 카일.”
“이게 어딜 봐서 더 중요한 거에요?”
“그대 주변에는 항상 마나가 몰려오니까, 지금은 두통과 숙취 때문에 고생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곁에서 쉬기만 해도 상당히 편안해진다고? 애초에 첩의 몸 속에 흐르는 것은 마기가 아니라, 마나로 되어 있으니까. 검은 성배는 마기로 바꿔주는 변환기와 같은 것뿐이다.”
애초에 정신기생을 하고 다니는 마리아의 본 모습은, 여기에 있는 마나라던가 그런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에너지 원을 바탕으로 존재하고 있지만, 마리아가 숙주로 삼고 있는 몸은 마나가 필요한 것일까?
그보다 곁에서 쉬기만 해도 편안해 진다면, 나는 마치 걸어 다니는 숙취 해소제 같은 포지션 같은 느낌이잖아?
“덤으로 첩에게 있었던 소녀 포인트도 올라간다.”
“그건 무슨 포인트인데요?”
“카일을 매료 시킬 수 있는 포인트다.”
“...대체 그건 또 무슨?”
“지금은 마왕님이 더 많은 포인트를 가져가고 있으니, 첩도 가져가는 것이다.”
나를 두고 포인트 적립한다는 뉘앙스로 말하지 말아주시겠어요?
“아. 정말 편안해지네요!”
알게 모르게 루나까지 다른 팔을 껴안고 쉬고 있었다.
“여러분? 지금 상당히 불편한데요?”
“루시피나가 해장국을 끓일 때까지만 참거라. 지금은 우리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은 카일 뿐이다. 그보다 루시피나가 저번에 카일을 안았을 때, 첩을 무시할 정도로 기분 좋아 보였더니, 이렇게 상쾌한 기분이 될 줄은 몰랐다.”
“마리아는 자주 장난으로 저에게 가까이 붙지 않았던가요?”
“그때는 아직 카일이 마나 컨트롤이나 그런 부분이 미숙했을 때 아닌가? 하지만 지금은 1개월동안 이 정도로 많은 마나가 몰려올 정도라면, 많이 성장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떤 무언가의 ‘그릇’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고.”
“그릇이요?”
“마치. 신을 담을 수 있는 몸이라고나 할까? 전에 아랑이 카일의 몸 속에 들어왔을 때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은 것에 대해 놀랬다고나 할까?”
그거야 아랑이 무작정 들어갔으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마리아도 한 번 당했지 않았어요?”
“애초에 첩의 상태는 다른 거대한 존재로부터 숙주의 통제권을 잃은 상태이고, 카일은 아랑을 받아들여 반신화가 되어있는 상태니까. 이 둘의 차이는 엄연히 다른 상태다.”
오른쪽에서 루나가 다시 자고 있었다.
“그렇군. 마리아의 가설이라면, 지금 주인의 상태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이라도 “유레카!”하고 뛰쳐나갈 정도로 레시아는 입을 열었다. 아니 그렇기에는 너무 담담하게 말했으니 아닐 수도 있고.
“카일의 상태라뇨? 마왕님. 지금 카일에게 무슨 일이 있습니까?”
“마리아. 아우리스를 불러라.”
마리아는 “당신 지금 미쳤어?”라는 놀란 눈으로 레시아를 보고 있었다. 마왕이 여신을 부르라고 부하에게 시키는 것으로 봐선 제정신은 아니지만, 마리아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원인인 모양이다.
“하지만 마왕님. 아우리스 여신은 제가 부른다고 해서 오는 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들이 찾아가야 할 정도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레시아는 잠깐 고민을 하는 듯. 눈을 감았고 이내 다시 눈이 떠지면서 입을 열었다.
“그러면 여신의 성역에서 그 성녀를 다시 만나봐야겠군.”
여신의 성역에 간다는 마왕님의 발언에 마리아는 그저 묵묵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리아가 내 귓가에 속삭인 내용은...
“대체 오늘따라 마왕님이 왜 이러시는 건지 카일은 짐작이 가는가? 첩은 지금 이해할 수 없는 일만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라고 말할 정도. 나도 레시아가 저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은 오랜만에 본다. 아마도 나와 어릿광대에 있는 월식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가는 것이지만, 마왕성에 있는 심연의 도서관이 아니라, 아우리스 여신에게 가는 것으로 봐선, 그 방대한 책과 지식을 저장하는 그 공간에서도, 월식에 대한 정보가 없는 모양이다.
슬슬 주방 쪽에서 좋은 냄새가 나는 걸로 봐선, 해장국이 다 완성된 모양이다. 마리아는 루나를 깨워서 주방으로 뛰어가기 시작했고, 겨우겨우 해방이 된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럼 레시아가 다녀오는 동안, 저는 잡화점에서 청소하고 낮잠이나 자야겠네요.”
“응? 무슨 소리인가? 주인. 주인도 같이 가는 것이다.”
녜?
“거긴 금남구역인데요?”
“여장이나 할 준비를 하라.”
저 망할 사역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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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번 이야기는 메인 스토리 같은 기분이네요.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럼 저는 긴급 알바 퀘스트를 할 준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