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45
445
하멀 씨의 호통과 루니아 누나의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져서, 다른 사람들이 그 싸움을 계속 보고 있었고, 결국에는 하멀 씨가 잡화점을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루니아 누나는 계속 내 옷을 붙잡고 울고 있었다. 눈물이 얼마나 많은지 잘 모르겠지만 내 옷이 바닷물에 직격타라도 맞은 마냥 흥건하게 젖어있었고, 티셔츠가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슬슬 갈아입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강하게 잡고 울고 있는지, 티셔츠가 늘어지다 못해 찢어졌다.
어마어마한 한숨은 아직까지 울고 있는 루니아 누나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슬슬 울음을 그쳐야 할 시간이 다가왔고 루니아 누나도 어느 정도 진정된 상태였다. 훌쩍거리고 있는 루니아 누나에게 차가운 물을 줘서 진정을 시킨 이후. 충혈된 루니아 누나의 눈은 내 모습을 보고 입을 열었다.
“카일...훌쩍. 왜 윗옷은 벗고 있어요오...?”
“그거야 댁이 찢어놨잖아.”라고 말하면 다시 울음이 터져서 이번엔 이곳이 바다가 되기 전에 다른 말을 하도록 하자.
“그거야 지금 목욕하려고요. 요즘은 덥잖아요.”
“그렇다고 여자가 많은 이곳에서 벗고 다니면 안 돼요오...훌쩍...”
“알았으니 우선 진정 좀 하세요.”
결국 나는 다른 옷으로 갈아입기 전에 목욕탕에 들어갈 운명이었고, 루시피나가 루니아 누나의 옆에서 친근하게 달래주는 동안, 커다란 목욕탕에 들어와서 몸을 담그고 있었다. 하멀 씨는 끝내 루니아 누나를 강제로 끌고 가지 않은 이유라면, 내가 어떻게든 달래줘서 요리를 하지 않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여전히 생각해도 모르겠군.
“그러면 주인은 루니아에게 요리를 알려줄 생각인가? 그간 옆에서 보았을 때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마음을 먹지 않았는가?”
검은 고양이가 따듯한 온탕에서 떠다니는 배처럼 유유자적하게 말을 걸어왔다. 레시아의 말대로 루니아 누나에게 요리를 가르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비교를 하자면, 내가 질 것을 알면서도 레시아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계속 고양이 어퍼컷을 맞는 것과 같은 경우라고 보면 된다.
“확실히 지금은 루니아 누나에게 요리를 가르치는 건 힘들죠.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알아야 하니까요. 무시무시한 무지개 빛의 음식이 나오는 그 손에 얽힌 저주를 풀어줘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혹시 몰라요? 나중에 루니아 누나가 블랙펄의 저주를 받아서 무지개 음식이 나타난 걸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캐리비안의 해적과는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마스터.”
그런가? 음식이 무지개화 된 것도 분명 데비존스의 계약으로 이루어진 줄 알았는데.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하니 해결책 중에 하나는 없어졌다.
“그 전에 이 대륙은 해적질을 하기에는 아르칸 제국에게 모두 불타서 없어지지 않는가? 과학이 진보되어있는 도시의 배는 항상 철로 무장되고, 어마어마한 화력이 자신의 배보다 더 작은 배를 먼지도 없이 태우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도적질을 하려면 들이나 산으로 가라’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해적을 하기에는 너무 어처구니 없는 환경이라, 해상은 아르칸 제국이 꽉 쥐고 있으면서, 여전히 나무배를 무역을 하는 다른 곳과는 달리, 그들은 철로 무장되어있는 배와 더불어 바다 속에서 다른 배들을 공격할 수 있는 특수한 배까지 존재하고 있으니까.
“하긴 요즘에는 음파로 주변을 밝히는 기술로 해적이 있는 장소까지 전부 격퇴하고 다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적이 자주 나타나는 이유라도 있을까요?”
“해적의 이점은 언제나 그렇듯 배를 뺏는 것이 아닌가? 좋은 배를 뺏고 각 섬에 있는 보물을 노리는 것이 남자들의 로망인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짐의 생각으로는 주인은 바다와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왜요?”
“주인은 바다사나이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체격도 크지 않고 바다에 나가면 그냥 망보는 사람이 되겠지. 그러다 상어 밥으로 되는 것이니라.”
왜 마무리가 상어 밥이야.
“어쩌다가 다른 주제로 새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루니아 누나의 손은 무엇으로 이루어져있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죠?”
“다른 주제로 새어버린 이유는 주인이 이상한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실수를 절대로 덮어주지 않은 이 무자비한 사역마에게 아이언 클로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내가 한 실수를 남에게 화풀이 하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다. 자비롭고 인내심이 많은 내가 참아야지. 그래도 나는 솔직히 말해서 루니아 누나가 적어도 정상적인 요리 1개는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노력하면 개선이 될 거라고 전 생각해요. 루니아 누나가 검의 달인을 뛰어넘어 신급으로 올라선 것도 알게 모르게 꾸준히 노력한 루니아 누나의 모습 때문이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요리도 그만큼 노력을 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요리 경연대회에서도 그냥 우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나마 사람이 먹고 “나쁘지 않은 맛이네.”라고 평가를 듣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발전이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그런 평가를 듣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지. 어디선가는 달리 루니아 누나는 그냥 식재료를 통해서 요리를 완성하면 어느 사이에 무지개 빛으로 변해버리니까.
“하지만 저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으니, 저는 루니아의 요리는 영구적으로 봉인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맞다. 루니아의 요리는 봉인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레시아와 시나도 요리하면 안 되요. 이상한 암흑물질하고 수은을 끼얹은 요리는 확실하게 사람이 죽을 지도 모르니까. 어째서 루니아 누나하고 공통점이 이렇게 많을 수 있는지.”
레시아와 시나는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겁을 먹을 내가 아니지만 말 조심은 하도록 하자.
“그래서 루니아 누나에게 요리를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는 건가요?”
“그렇다. 민주주의 방식으로 카일의 의견은 중요하지만, 우리 둘은 루니아가 더 이상 요리의 앞치마도 두르지 않았으면 좋겠군.”
레시아와 시나는 오늘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과거에 있었던 일을 되풀이하며 더 이상 자신들에게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럴수록 루니아 누나가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루니아 누나에게 있는 그 무지개 빛의 저주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해결해보죠.”
요리만 하면 무지개 빛으로 변해버리는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야만 했다. 목욕을 끝내고 1층 거실로 나왔을 때. 팔랑크스와 베니가 주방에서 잔뜩 겁을 먹은 표정으로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미래에서 남을 학살하러 온 것처럼 생긴 주제에 팔랑크스가 겁을 먹고 있다면, 그건 나름대로 진귀한 광경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 주방에서는 무지막지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지.
“팔랑크스? 베니? 뭐하고 있어?”
“지금 루시피나의 희생으로 루니아가 요리를 배움. 또 다시 무지개 색상의 총공격이 시작되는 것을 감지. 팔랑크스는 오늘 부로 잡화점을 떠남. 남미에 가서 열매 먹고 살 거임.”
“무슨 헛소리야. 남미가 어디 있어? 남쪽에 가면 카멜롯이 있다고.”
벌써부터 잡화점을 버리고 도피처를 지정할 만큼 강렬했구나. 내가 팔랑크스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지만 저렇게 불안하게 만들 줄은 몰랐다. 그런데 윈디와 이프리트는 어디에 있는 걸까? 루니아 누나의 요리를 먹고 정령계로 돌아가버렸나?
“현현해라. 실피드. 이프리트.”
“그런 꼴사나운 주문을 외치지 않아도 우리들은 자율적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요? 그보다 정말 큰일날 뻔했어요.”
“카일. 그런 건 따라 하면 안 돼.
나도 멋지게 주문을 외워서 정령왕을 불러오고 싶었지만, 잡화점 문을 열고 자율적으로 찾아온 두 정령왕이 나에게 한마디씩 했다.
“그런데 주방에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카일씨?”
“그거야. 루시피나가 주방에서 요리를 알려주고 있으니까.”
“루시피나에게 요리를 배워? 아하! 베가프 씨가 이곳에 또 놀러 왔군요! 조만간 베가프 씨도 어디서부터 씻는지 알 수 있을까요? 요즘 아우리온에서 베가프 씨의 대한 정보가 너무 비싸게 팔려서 말이죠!”
호박 빛의 눈을 반짝이는 바람의 정령왕에게 아이언 클로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앞으로의 말이 얼마나 큰 충격으로 변할 것인가에 대해 예상을 하고 잠잠하게 있었다.
“너는 아랑에게 물려봐야 정신을 차릴래? 그리고 저 안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루니아 누나라고.”
“뭐, 뭐라고요! 지금 제정신이에요! 주방에 들어 보내면 안 되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을! 세상의 종말이 올지도 몰라요! 지금 당장 멈춰야 해요!”
주방으로 빠르게 들어가려는 윈디의 뒷목을 잡아서 멈춰 세웠다.
“지금 세상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검은 높새바람보다 우리가 먼저 팀킬을 당하게 생겼는데 말리는 게 우선 아닌가요!”
“기다려봐 좀! 루시피나가 알아서 해주겠지!”
지금은 루시피나를 믿고 기다리면서 15분 정도 흘렀을 때. 루시피나의 양손으로부터 크림스튜가 담긴 접시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어라? 정상적이잖아요?”
“생긴 것으로 보면 루시피나가 만든 거임. 스캔 결과 먹어도 되는 물질임.”
벌써부터 베니가 흡수를 하듯이 음식을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특유의 고무 마찰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믿기가 어려워서 나도 한 입을 먹었을 때는 그냥 평소에 알던 크림 스튜였다.
“루시피나. 이걸 루니아 누나가 만들었다고요?”
루시피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여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을 열기 시작했다.
“루니아 언니의 요리는 가장 큰 문제점이 애정이 한 가득 담겨있다는 소리야.”
애정이 한 가득 담겨있다고? 그게 무슨 연관이라도 있나? 애정이 레시피에 담겨야 한다는 말이 있긴 해도,‘그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제대로 만들어라.’라는 소리일 뿐인데? 주방 안에서는 “해냈어요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애정이 너무 강해서 그게 요리에 영향이라도 끼친다는 거에요?”
“루니아 언니의 검은 자신의 감정을 중심으로 구사한다고 하거든, 문제는 그게 요리에도 영향을 끼치는 바람에 국자를 휘젓거나, 뒤집개를 이용할 때는 무지개 빛으로 변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어. 자신은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누구나 기절할 만큼 맛이 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말이지.”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루시피나는 “따라서.”라고 말하면서 검지손가락을 올리고 말을 이어 나아갔다.
“루니아 언니가 음식의 맛에 집착만 가지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거야.”
“그렇군. 짐도 주인에 대해서 요리에 애정을 한 가득 담았기 때문에 암흑물질이...”
“레시아는 할 줄 아는 게 암흑물질 밖에 없잖아요!”
과거에도 멧돼지에 무슨 짓을 했길래 암흑물질로 변한 건지.
“저는 마스터가 언제나 극상의 음식을 드시기 위해선 수은이 필요하다고...”
“그거 먹으면 사람은 죽거든!”
그러니까 레시아와 시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앓고 있다면, 루니아 누나는 그냥 마음만 잘 다스리면 알아서 된다는 소리잖아? 이 정도라면 요리 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이 기절하는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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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니아가 지닌 요리에 대한 열망 = 무지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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