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40
440
상대는 마계공작 중에 한 명으로 지금의 내가 상대하기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레프리시아를 내 허락도 없이 납치한 건에 대해서는 용서할 수 없는 상대였다. 나는 과거 시간대에 있는 릴리스의 인도를 받아서, 아스모데우스가 거주하고 있는 성 앞에 도착했고 거대한 성문이 자동으로 천천히 열리는 것에 따라, 나 또한 천천히 성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 안에서까지 레프리시아를 찾으려면 꽤 오래 걸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추적마법을 달아놓은 덕에 3층정도 높이에 있는 위치에서 감지가 되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올라가는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릴리스의 목소리였는데...
“그 아이는 당신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인 거야?”
“소중하던 소중하지 않던 일단 그런 녀석에게 납치당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어쩌다가 네가 협박을 받아서 그런 지경까지 되었는지는 나중에 물어보겠지만, 지금은 1분 1초가 아까우니까 빨리 올라가자고.”
앞에 있는 수많은 마계의 군병들이 내 앞에서 창을 내밀고 있었지만, 내 주변에 거대한 마기를 짙게 뿌리기 시작하자. 몬스터들로 이루어진 병사 일부분이 경직되어 굳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이 시간대의 마계는 약육강식이 철저하게 교육되던 시절이어서 정말 다행이네.”
내가 내뿜고 있는 마기의 양도 어마어마한 양인만큼, 일반 몬스터가 쉽게 다가설만한 것이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흑색의 연기를 내 갑옷처럼 두르면서 앞으로 나아가도, 섣부르게 내 앞을 막아서는 몬스터나 마족이 없었고, 모두 나를 경계하지만 싸우고 싶지 않다는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그저 릴리스가 멍하니 바라보다 고개를 흔들어서 정신을 차리고, 내 뒤를 바짝 쫓아가기 시작했다.
“당신은 인간인데 어떻게 마기를 몸 안에 품고도 멀쩡할 수 있는 거야?”
“기업비밀이야. 이런 게 바로 진보된 기술이라는 거지.”
굳이 지금 여기서 진실을 말해줄 필요는 없으니 아무런 말 대잔치로 대답했다. 2층을 올라갔을 무렵 집사 복장을 입고 있는 40대 남성이 서 있었다. 다만, 내 마기에 동조를 하듯이 자신도 거대한 마기를 내뿜으며 앞길을 막는 사람이었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신속하게 돌아가주시길 바랍니다. 릴리스는 아무래도 아스모데우스 님께 재교육을 받는 것이 좋겠군요?”
“너희들이야 말로 지금 늦지 않았으니 레프리시아를 돌려주지? 그리고 시대가 어느 때인데 교육을 협박과 제한을 걸어놓고 하는 거야?”
과거에도 집사를 뽑는 기준은 능력자가 되어야 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사람을 뽑는 것 같은데, 다른 건 둘째치고 이 느낌은 어디선가 많이 받은 적이 있다. 정갈한 옷과 침착한 태도와는 다르게 눈빛 안에서는 어마어마하게 광폭한 야수가 있는 기분.
“늑대인간이로군? 당신.”
“음? 늑대인간을 본적이 있는 건가? 입으로는 묻고 있지만 눈에서는 확신에 가깝군. 그러면 이런 모습으로 마주할 일도 없겠지!”
집사의 근육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고 입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귀는 서서히 짐승의 귀로 변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늑대로 변하는 진화의 과정을 한 눈에 보여주듯 2초 정도의 변이가 끝나고, 날카로운 이빨과 송곳니를 드러내며 사냥감을 직시했다.
“내가 이런 모습으로 되기 전에 돌아가야 할 것을! 크크큭! 너희들 모두 저 세상으로 보내주마.”
거대한 늑대의 울음소리와 함께 2층에 있는 문이 전부 열리기 시작했다. 늑대 중에서도 가장 사납고 커다란 다이어 울프가 무리를 이끌고 있으니, 높이만 해도 2M로 보이는 늑대들이 주변에서 으르렁거렸다. 1:1이라면 적어도 누구 하나 죽지 않고 끝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티르빙을 꺼내서 오른손에 사브르를 들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생각을 좀 해봤는데, 이 공간에서 이런 늑대 6마리하고 어떻게 지내는지 좀 궁금하거든?”
“그건 네 알 바가 아니다 인간.”
뭐 확실히 내 알 바는 아니지.
이제 곧 2층에는 아무도 없게 될 테니까.
뒤쪽에 릴리스가 지켜만 보고 있는 이유라면, 아마 제대로 된 전투를 해본 적이 없어서겠지. 내 눈치를 보다가 오른쪽에서 뛰어드는 늑대의 발톱을 피하고, 사브르에 마나를 두르듯이 마기를 둘러서 그대로 내려쳤다. 달 모양의 곡선을 그린 검이 늑대의 거대한 머리를 후려쳤고, 반대방향으로 날아간 늑대는 “깨깽!”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한 마리가 당할 무렵. 다른 쪽에서 두 마리가 도약으로 날아왔고, 그쪽으로 공방을 신경 쓰는 사이에 늑대인간은 비열하게 내 등에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주변에 날아드는 3개의 살기에 반응해서, 자연스럽게 시공의 눈을 개안하면서 시간이 거의 멈춘 듯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 동안, 간결한 움직임으로 다이어 울프 2마리의 목과 머리를 관통시키고, 내 뒤에서 달려들었던 늑대인간을 무시한 사이에, 그 뒤에서 멀뚱멀뚱 지켜보고 있는 다이어 울프 한 마리의 몸통을 두 부위로 토막 내버렸다.
시공의 눈을 다시 닫고 뒤를 돌았을 때. 늑대인간에게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식은땀을 볼 수 있었다.
“이 괴물 같은 자식! 어떻게 그런 움직임이 가능한 거지! 완벽한 빈틈을 노리고 들어간 건데!”
“그쪽이 느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나 봐? 애초에 내가 아는 여기사는 이런 움직임도 따라잡아서 내 공격을 가볍게 막아낸다고. 아스모데우스와 싸울 때는 이 정도로 시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보다 괴물에게 괴물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좀 오묘한걸?”
“죽여! 당장!”
다시 날아드는 늑대들 사이로 그 늑대를 통솔하는 늑대인간이 내 빈틈을 보고 공격하기 전에, 루니아 누나의 비검인 ‘시공섬’을 나에게 맞춰서 계량했다. 마기를 거두고 검에 마나를 응축하면서 조용히 읊었다.
“시공단절.”
시공간에 실선 하나가 생겼을 무렵 공간은 그 실선을 따라 공간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실선의 영역으로 들어온 늑대들과 늑대인간은 부위가 천천히 나눠지기 시작했다. 시공간은 언제나 다시 돌아와서 수복을 하는 습성이 있지만, 애석하게도 저 늑대들에게는 그런 기능이 없나 보다.
“크아아아!”
고통이 만들어낸 단말마의 비명을 무시한 체 티르빙을 다시 귀걸이로 바꿨다. 루니아 누나의 비검은 정말 검술의 극을 자랑하는 것이고, 나의 경우에는 시공간술사라서 마법으로 이루어낸 마법검이라는 것이 차이지만.
어쨌든 처음 했는데 잘 되어서 다행이었다.
“아까 그 기술...시공간을 잘라버렸죠?”
릴리스가 전투가 끝난걸 확인하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건 왜?”
“이 대륙에서는 시공간술사 자체를 보기 힘든데 혹시 시간여행으로 이곳에 온 거에요?”
“그럴 리가.”
릴리스의 말을 부정하면서 3층으로 올라갔다. 여자의 감은 날카롭다고 하더니 릴리스는 계속해서 나를 놔주지 않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맨 처음에 당신이 나를 바라본 눈은 저를 아는 눈이었다고요? 게다가 아무리 아스모데우스에게 지배를 받고 있다고 할지라도, 저를 단칼에 죽이지 않는 것도 모자라서 지배에서 풀어주셨잖아요.”
“그건 변덕일 뿐이야. 그리고 나는 아직 너를 신용하는 건 아니거든? 네가 아스모데우스를 좋아했던 싫어했던 간에, 지금은 이 상황이 마무리를 짓기 전까지는 나의 적이라는 범주에 너도 들어가 있는 거야. 그러니 빨리 3층으로 안내해.”
나의 말 한마디에 주눅이 들은 릴리스는 아무런 말 하지도 못하고, 3층으로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3층에는 오히려 1층에서 볼 수 없었던 회랑으로 꾸민 복도. 그 앞에 있는 문을 보며 릴리스가 입을 열었다.
“저 앞에 아스모데우스의 방이에요.”
나는 신사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정말로.
“이런 문이 안 열리네.”
“네? 문고리를 잡지도 않았으니 열리지 않...”
-파아앙!
“이제 열렸네.”
“어째서 발로 차서 여는 건가요. 당신은?”
릴리스가 나의 행동에 트집을 잡고 있었지만, 거대한 침대 위에 가지런히 누워있는 레프리시아의 모습이 내 눈에 먼저 띄었다. 이건 그냥 대놓고 ‘미끼를 물어달라’라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외에도 주변에 있는 함정으로 추정되는 장치가 5개.
“여기에 오면 대체적으로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냐?”
릴리스를 바라보고 물어봐야 했다.
“하늘에서 뭐가 떨어진다니?”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을 때 저 까마득한 천장에서, 뭔가 내려오길 기다리고 있듯이 이상한 마찰소리가 들리거든. 아니. 그냥 네가 직접 보는 것이 더 좋겠다.”
세발자국 정도 걷자. 침입자를 가두는 우리가 하늘 위에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왼쪽으로 피했을 때는 발판이 눌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뿜어져 나왔다. 그걸 피한다면 다음에는 그물이 떨어지고, 피하기 위해서 발 아래를 살펴보면 올가미가 있는 형식. 비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함정들이 곳곳에서 나를 반겨줬지만, 마지막 짐승의 발목을 잡는 덫까지 박살낸 뒤에 침대의 앞으로 나아갔다.
마나로 눈을 강화해서 레프리시아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았을 때. 불결한 위화감이 감지되었고. 아공간에서 물고기를 꺼내 그 앞에서 해체하기 시작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너도 슬슬 힘이 되돌아왔을 텐데 일일이 묻지 마라. 내 예상이지만 아스모데우스가 레프리시아를 꿈속에 가둬놓고 어딘가에 숨어있어. 너처럼 제약을 걸고 저주를 걸기에는 내가 돌파하는 속도가 너무 빨랐는지, 아니면 레프리시아의 저항이 너무 심했는지 힘이 약해진 상태거든. 그거라면 확실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물고기의 심장과 간을 빼내고는 정령의 친화력은 시간을 이동해도 떨어지지 않으니, 불의 정령에게 부탁해서 심장과 간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러고 2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챙그랑!
“마나 캐논!”
소리가 들리자마자 마나를 응축해서 그 지역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했고, 불가시마법이 풀려버린 아스모데우스는 잦은 상처와 얼굴에 멍이든 상태로 발견되었다.
“레프리시아를 납치하려고 했을 때. 꽤 애를 먹었나 보네. 얼굴에 멍까지 있는 걸로 봐선 말이야.”
“빌어먹을! 물고기의 내장을 태우다니! 제정신인가!”
여전히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에서는 거침없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 솔로몬의 악마 중에 아스모데우스라는 동명 이인이 있는데. 혹시 몰라서 대천사 라파엘이 사용한 방법으로 물고기의 심장과 간을 태웠더니, 이 녀석도 성급하게 도망치려고 하다가 물건을 건드려서 위치가 발각된 것.
“확실히 물고기의 내장을 태우는 건 제정신이 아니지. 그런데 말이야.”
아스모데우스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려서 내 눈과 마주하게 했다.
“너야 말로 제정신이냐? 내가 없는 틈을 타서 레프리시아를 납치하는 그 결과가 어떤지 알려주도록 하지.”
“어라? 여긴 어디지? 선생님? 뭐하세요?”
뒤에서는 릴리스가 레프리시아를 깨웠는지 잠에서 일어나자마자 나를 찾고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곧 끝나니까.”
굳게 쥔 오른손에 마나를 과도하게 응축하기 시작했다. 새벽의 빛이 한 가득 차오르기 시작한 주먹과 내 눈을 직시한 아스모데우스는 기겁하면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어린 아이를 달래듯이 아스모데우스에게 말했다.
“괜찮아. 살살 맞으면 안 아프겠지!”
-파아아앙!
“흐아아아악!”
혼신의 힘을 다해 아스모데우스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고 그대로 터져나가는 폭발을 뒤로, 아스모데우스는 커다란 비명과 함께 벽을 뚫고 성 밖으로 퇴장 당했다.
“멋지다...”
레프리시아와 같이 있던 릴리스가 작게 중얼거렸는데 신경 끄고 넘어갈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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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강해서 자주 굴러다녔는데...그 기반으로 성장을 해왔더니.
과거에 있는 카일이 괴물이 되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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