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6
366
윈디가 진정하기까진 정말 10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에야, 정상적으로 돌아온 청량한 호박색의 눈동자가 나의 제자들의 시야를 비추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까 전에 나에게 밟히는 상황까지 갔으니, 제자들이 윈디를 보는 표정은 “이 세상은 별 이상한 사람이 많구나.”라고 달관한 표정이었고,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게 힘찬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안녕! 여러분의 아이돌 윈디에요!”
“제대로 소개 안 해!”
-짜악!
내 손바닥은 분노를 담아 윈디의 등을 향해 내리꽂았다. 아이돌 의상이라서 그런지 등쪽 부분도 파여있어서, 뽀얀 피부에 시뻘건 손바닥 자국만이 남게 되었고, 눈물을 머금으며 나를 바라보는 윈디는 내가 한 행위를 따지고 들었다.
“그래도 카린 씨. 윈디는 아이돌 복장을 입었으니 이렇게 설명해도 되잖아요? 애초에 머리를 때리지 않고 제 등을 크게 한방 때리다니! 이건 뭔가 불공평해요!”
머리 때리는 것도 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따지는 기준이 뭔가 이상해서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윈디가 직접 자신을 소개하는 것보다, 내가 대신 소개하는 것이 더욱 매끄럽게 될 것 같기에 나는 말했다.
“아무튼 이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해도, 윈디 메르아는 바람의 정령왕이라고 하더라고, 본심을 발휘하면 나는 그저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굴러야겠지만, 신은 공평하단 말이 있듯이, 좀 기묘한 성격이 장착되어 움직이고 있는 정령왕이라 생각해.”
“아하. 그렇구나.”
“바람의 정령왕이라니 대단하네요.”
“카린 선생은 정말 이상한 친구가 잔뜩 있네.”
그러면서 제자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무튼 이제 파티에 대한 것을 물어볼 차례인데, 이 아이들은 카멜롯에 있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초대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쨌든 초대에 수락을 해야 할지,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의논을 해야
“잠깐! 정령왕이라고요!?”
파르시아가 경악한 목소리로 외쳤다. 방금 전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가나 싶었더니, 뒤늦게 놀라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잘 들었다는 듯이 “어. 맞아. 정령왕이야.”라는 말을 한 뒤로, 아르메가 느닷없이 굉장하게 흥분한 모습으로 소리를 높였다.
“바람의 정령왕에게 너무 무례하게 구는 거 아니에요? 아까 카린 선생님께서 밟으셨잖아요! 만약 화라도 나서 이곳에 모든 바람이 정령왕의 의지에 따라, 파괴의 돌풍이 되어 모조리 싹 날릴 수도 있다고요!”
아르메는 윈디가 화를 낼 때 벌어지는 자연재해에 대한 것을 읊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생각을 하는 정령왕이라면, 자신의 머리를 밟고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지만, 윈디는 정상에서 약간 벗어났다고 하면, 최대한 좋게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이미 그 정신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지 오래라, 바람보다 더 빠른 음속, 혹은 광속의 속도로 날아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우주멀리 아주 멀리 사라졌다.
“뭐. 나도 좋은 대우는 해주고 싶지. 상급정령이나 최상급정령도 아니고, 무려 정령왕에 해당하는 위치니까. 그런데...”
나는 잠깐만 뒤를 돌아봐도 소녀의 모습을 한 시나가 윈디의 맨 등에다 발을 올려다 놓고 있고, 양손을 하늘 위로 올리면서 알 수 없는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있었고, 그럼에도 좋아하는 윈디가 “멍멍!”하고 소리치는 모습을 보며, 이미 수습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나 같은 경우는 개인의 취향은 이해만 해주는 타입이라, 바람의 정령왕도 사실상 유희를 나오게 되면 자신만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잖아? 그러니까 너희들도 나중에 정령이나 사역마를 계약하게 되면서, 혹시나 이해하기 어려운 성격의 파트너를 만나도, 파트너의 개성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네에...”””
납득하지 못하는 눈동자는 윈디를 쏘아보고 있었고, 그 와중에도 윈디는 “오 마이 숄더!”라고 외치고 있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브레체투스 가문의 파티장을 가기 싫지만, 제자들이 가고 싶다고 할 수 있기에, 나는 제자들에게 초대장을 양도하려고 물어 본 것이다.
“아무튼 파티장에 가고 싶은 사람은 나에게 말해. 윈디에게 말해서 브레체투스 가문의 파티장까지는 데려다 줄 수 있어. 내일 저녁에 시작하는 듯하니까 적어도 내일 오후까지는 알려줘야...”
“““당연히 가야죠!”””
오늘따라 4명의 단합이 최고조를 달하고 있었다. 파티장에 놀러 가본적이 있던 없던, 브레체투스 가문의 이름이 들렸다면, 꼭 가고 싶어할 정도로 이름에 힘이 실려있었다. 역시 대륙에서 가장 자본력이 출중한 가문이라 그런지, 돈 하면 브레체투스 가문이 떠오를 정도. 나중에 윈디에게 부탁해서 제자들을 이동시켜달라고 해야 할 터이니. 나는 루크에게 초대장을 건네주고 입을 열었다.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하고.”
내가 넘겨주기 위해 초대장을 건넸는데 받지 않고 루크는 멀뚱멀뚱 나만 보고 있었다. 아직까지 소년의 모습이 벗겨지지 않은 여린 눈빛이 나를 비추더니, 뭔가 실망하는 듯이 입을 열었다.
“카린 선생은 안 가요?”
“나는 안 가도 상관없어.”
안 가도 상관이 없기보단, 내가 브레체투스 가문의 파티장으로 갈 경우, 제자들은 둘째치고 날 따라서 파티장에 올 인원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인원 중 한 명이라도 폭주를 하는 순간 그 곳의 형태가 남아있을지 가장 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귀찮긴 해도 최고의 자본을 자랑하는 가문의 파티장은 가고 싶어했으나, 나는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아니면, 잡화점 멤버들이 술을 잔뜩 마신 후에 난장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파티장에 가지 않는다는 피눈물 나는 선택을 했다.
기왕 카일의 모습이었다면 가도 괜찮았을 터인데.
“하지만 아버지? 그건 아버지 앞으로 온 편지가 아니던가요? 아. 지금은 어머니던가?”
“어머니던 아버지던 상관은 없다만, 오늘은 달에 일이 없어? 카렌?”
나와 비슷한 코발트 블루 색상의 깊은 바다가 떠오르는 머리결은,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은 뒤에 거대한 검은 리본으로 장식을 했고, 검은 고스룩의 치마 끝에는 한 마리의 까마귀처럼 날카롭고도 강렬한 마무리가 이루어져 있었다. 상의는 앞이 살짝 파여있어서 노출이 살짝 있을 정도. 그에 비해 나는 단순히 여성용 정장만 입고 있는 모습이라고나 해야 할까?
어쨌든 나를 끌어 안고 이리저리 응석을 부리는 카렌은 “오늘부터 휴일이라서요.”라는 말과 함께 제자들을 한 가득 놀래게 했다.
제자들이 놀란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이미 한번 봤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외모가 비슷하다는 점과 더불어, 내가 이 아이의 부모라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놀랄 따름.
“카렌 씨라고 했나요? 어째서 선장님께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호칭을 쓰는 거죠? 언니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비슷하게 닮았는데 말이에요?”
카렌은 마를렌을 보더니 이번엔 “와! 귀여운 아이다!”라는 말과 함께 엄청 빠른 움직임으로 끌어 안았다. 그 순간에 반응하지 못한 마를렌은 어처구니 없게 잡혀서, 볼을 비비고 있는 카렌의 공격에 꼼짝없이 당해야 했고, 카렌이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그냥 내가 설명하기로 했다.
“그야. 카렌의 유전자는 나의 체세포를 이용해서 만든 호문쿨루스이기 때문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복제인간이 더욱 가깝다고 해야겠지. 물론 카일의 유전자와 같지만 지금의 내 모습과는 유전자가 일치하지 않아.”
파르시아의 후드 안에서 “아하. 그렇군요.”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신인류 이후로 호문쿨루스가 모조리 사라지고, 카렌의 팔에는 아군이라는 표식을 한 팔찌가 이미 사라졌다. 칸포리우스 제국이 반란했을 당시에 카렌은 계속해서 달에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혹시 모르는 변수를 막기 위한 루나의 행동이었다고 한다.
어차피 다 지난 일이 되었으니, 카렌이 자유자재로 돌아다닐 수 있는 모습은 확실히 좋다고 생각하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않은 것 때문에 응석을 받아줘야 하는 내 입장에서는, 사실상 오랫동안 만나지 않아도 응석을 부렸지만, 이리저리 껴안으면서 다니고 있는 카렌의 행동은, 실로 외로움에 생겨난 것 때문은 아닐까?
“그나저나 어머니는 고양이 복장이 따로 있지 않아요?”
“그건 나에게 있어서 독이란다. 다시 한번 입으라고 하면 너에게 고양이 귀를 씌우고, 그 복장을 입힌 다음 파이론부터 리벌트까지 질주하라고 할 거야.”
외로움에 생겨난 행동이든 아니든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가 있었으니, 이 아이도 최종적으론 나를 괴롭히기 위해 탄생한 피조물이란 소리란 것.
“하지만 저는 어머니가 그 파티장에서 고양이 복장을 한 모습을 보고 싶기도 해요. 그래야 켈모리아라는 분을 만나실 때도 손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아요?”
“너는 내가 고양이 귀를 쓰고 있어서, “저는 사실 고양이 귀 미소녀입니다.”라고 말해주길 빌고 있는 거냐? 애초에 나는 본래 성별이 여성도 아니고, 본래의 모습에는 고양이 귀 또한 없었어.”
확실히 브레체투스 가문의 파티장으로 가게 되면, 좀 더 일찍 켈모리아 씨를 만나서 맹수 조련사가 맡긴 알에 대해 알 수 있기도 하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켈모리아 씨에게 맡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일에 대해 빨리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게 확실히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그 노출이 심한 상의와 하의를 입고, 고양이 발과 장갑을 착용한다는 그 자체가, 이미 나의 정신을 가루로 날려버릴 만한 모습이다.
“음. 어머니도 저처럼 고스룩 입고 가실래요?”
“고스룩이 좋긴 해도, 글쎄...”
나에게 팔짱을 끼면서 입을 여는 카렌의 모습은, 장난끼가 가득한 얼굴이었고, 왠지 모르는 불안감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을 때. 카렌의 입에서는 나를 칭찬하는 꿀과 같은 달콤함이 가득했다.
“에이. 어머니의 외모는 이미 모든 옷에 날개를 달아줄 정도로 출중하시잖아요? 제가 이 옷을 입고 걸어가도 “아. 귀엽다!”라는 감정이 느껴진다면, 어머니께서 고스룩을 입고 돌아다니면 “아. 청혼하고 싶다!”라는 감정이 느껴질 테니까요.”
“근본도 없는 조사결과를 나에게 들이밀지 말아줘. 그렇다고 해도 나는 메이크 업이나 그런 거에 관심도 없어서. 화장도 하지 않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파티장을 간다고 할지라도 나는 이 상태로 가는 것이 전부야.”
카렌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눈이 예리해졌다.
“제가 그래서 선생님들을 모셔왔어요!”
모의전투실에 등장한 2명의 그림자는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고, 복장으로 보면 치마폭이 넓고 머리 위에 메이드를 생각하게 만드는 프릴이...잠깐만?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오랜만이야? 나는 리제?”
“오랜만이야? 나는 로제?”
“왜! 하필! 저 애들을 불러온 거야!”
인형과 같은 모습을 한 소녀들은, 안 보는 사이에 머리색상을 바꿨는지 하나같이 애쉬 블론드에 단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큰 눈망울은 모든 이들에게 귀여움을 한 가득 느끼게 해줬고 순진무구한 흑진주와 같은 눈동자는...
“너희 눈동자 색상은 어떻게 된 거야?”
“달 토끼가 바꿔줬어?”
“만화책도 가득 줬어?”
루나가 멋대로 바꿔버렸구나.
나중에 뷰티샵이라도 차려서 캐쉬를 지르게 만들 생각인가?
아무튼 어린 소녀의 귀여움을 추구하는 외모도 그렇고, 둘이 너무 똑같이 생겨서 복사 이후 붙여넣기를 한 듯한 쌍둥이 자매는, 고풍스러운 메이드 복장을 하면서 언제나 의문문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155cm안되는 작은 키를 가진 메이드 자매라고 무시하다간, 영원의 투기장을 우승한 저력을 맞보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사이에 거리를 좁혀서 나를 목욕탕으로 끌고 가려는 무자비함을 볼 수 있었다.
“언니? 오늘은 메이크 업이야?”
“언니? 그전에 몸을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벌써부터 전투준비를 해야 하는 내 온 몸의 신경으로 인해, 카렌을 떨어뜨리고는 잔뜩 긴장한 상태로 내 양손에는 검은 불꽃이 힘껏 타오르고 있었다.
“웃기지마! 나도 예전에 내가 아냐! 너희들이 영원의 투기장의 우승자라 할지라도, 그리 간단하게는 당하지만은 않아!”
-1분후.
“언니? 오늘도 즐거운 거 하자?”
“언니? 오늘도 기분 좋은 거 하자?”
“싫어어어어어어어!”
도축장에서 비참하게 죽어가는 가축의 기분을 여러 번 느꼈다.
=============================================================================================
오늘도 끌려가는 카린...
그래도 아무 일 없었다고 합니다.
'취미로 글쓰는 중?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8 (0) | 2017.03.08 |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7 (0) | 2017.03.07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5 (0) | 2017.03.04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4 (0) | 2017.03.03 |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63 (0) | 2017.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