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80
280
뭐지? 아직 이야기가 안 끝났다고? 루멘의 장례식을 보고 난 뒤에 또 할 이야기가 남아 있던가? 아니면 이게 지금 극히 자연스러운 타이밍이라던가.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나만 모르는 것일까? 뭔가 할 이야기가 더 남은 것일까? 아니면 이게 이야기 32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건너 뛰어버린 것일까? 수 많은 고민과 문제점을 추측하느라 가속도가 붙어 과열되고 있는 뇌를 부여잡는 동안, 레시아는 카운터 위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보고 있었다.
“12월 2주차로 넘어가면서 주인의 뇌가 터지기 직전인 건가? 늘 그래왔듯이 주인은 쓸 때 없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다.”
한 숨을 내쉬며 레시아가 나를 언짢은 눈으로 보고 다시 입을 열기를...
“다음 이야기의 진행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글쓴이의 소재가 떨어졌다는 것은 아니다만, 주인을 또 어떻게 굴릴지 지금 뇌 안에 있는 인격 A부터 Z까지 모아놓고 회의를 열고 있을 테니. 추후에 사전통보를 기다리면서 느긋하게 허브티나 마시는 것이...”
“잠깐. 어째서 내가 굴려진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되는 거에요?”
“주인의 숙명이지 않는가? 마치 죠죠 1부에서 파문을 이용해, 자신의 숙적인 디오 브란도를 제거하기 위한 것도 숙명. 죠죠 2부에서는 기둥의 남자를 쓰러뜨리기 위한 것도 숙명. 모든 것은 숙명이라는 것 하나로 이어져 종말을 하는 것이다.”
“타고났을 때의 운명이 굴려진다는 것이라고 멋대로 지정하지마!”
검은 고양이는 꼬리를 살짝 살랑이다가, 이윽고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별의 아이는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대륙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륙으로 떠나간 건가요?”
“별의 아이는 가장 중요한 대륙에만 배정을 받아 움직이는 신의 사자로, 이 대륙에는 이미 필요가 없다기 보단, 이 대륙의 사명을 다 하고 다른 곳으로 떠난 것뿐이다. 분명 느닷없이 바다에서 솟아난 대륙인 리본 테라<Reborn Tera>로 떠나갔다. 증오스러운 나의 숙적인 데모르테 또한 이미 그 운명을 알고 있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고, 거의 죽을 때가 다 되면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 오겠지.”
다음 계승식을 위해서 이곳으로 돌아오는 건가.
“여기서 리본테라면 비공정으로 6개월을 가야 하는 거리잖아요? 반년 동안 VIP만 타는 비공정이 아니고서야. 거기서 6개월동안 생활하는 것도 거의 무리라고 보는데요?”
“그야 당연히 VIP전용 비공정을 태워 보냈노라. 별의 아이는 이 대륙에서는 신의 사자인 만큼, 교황 그 이상의 직위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루멘을 떠나 보내고 내 할일 다 끝나서, 다시 잡화점으로 돌아와 일을 한 덕에, 그 후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 이야기를 나에게 한들 무슨 이익이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알아두면 아는 것만으로도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주인. 4연패 아니던가?”
아 제길.
잊고 있었다.
5연패 이후에는 간지럼 벌칙이 걸려있는 이후에, 레시아는 단 한번도 나를 봐주지 않고 가위바위보에서 이기기 시작하면서, 지금 지는 순간 말 그대로 거의 끝장나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마스터.”
시나가 나를 응원하러
“이번에 지시길 기원합니다.”
온 것은 아니구나. 최근에 시나도 나쁜 친구를 사귀어서 그런지, 성격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사고 방식이라는 것이 점점 바뀌기 시작한 것일까? 완전히 이 세상에서 적응이 되었다는 소식은 기쁘지만, 이런 식으로 적응을 하는 것은 전혀 기쁘지가 않았다.
제발 이번에는 무승부라도 만들어야 다음이 편할 텐데.
“이번만큼 강하게 압박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그냥 한번 강하게 맞아서 쓰러지는 것이 더 깔끔하고 편했어. 이런 5연패 벌칙은 뭔가 무섭다고요?”
“뭔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확실히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주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만 다가서면 우리를 금방 밀어내는 성향이 보이는 것은 사실. 따라서 짐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론은 이런 식으로라도 가까워 지는 것이다. 짐과 비둘기의 특수한 연결은 서로 인연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 강해지는 것. 사역마와 주인의 관계는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지만, 특수한 연결고리는 호감도로 강해진다. 그거 있지 않는가? 호감도에 따라서 그래픽이 달라지는 게임.”
“왜 게임을 예로 들고 그래요? 아무튼 이제 그냥 막 나가자는 거잖아요. 당초에! 강제로 저를 간지럼 태운다고 호감도가 올라갈 사람으로 보여요?”
“주인은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여자에게도 철벽이라,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작전으로 해야 한다. 게다가 마리아의 꼬임에 넘어가는 주인에게는, 극히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간지럼을 태운다는 것이다. 사설은 집어치우고 유언을 쓴다면 지금 써두거라.”
“어째서 유서를 쓰라는 거야! 애초에 내 부모님은 이미 날 죽은 사람 취급으로 했다고!”
“자랑스러운 짐의 딸 아이인 카렌이 있지 않는가?”
“냥캣. 카렌은 저의 자손입니다.”
레시아와 시나는 아직까지 카렌을 가지고 싸우고 있었던 건가? 좋아. 이렇게 싸우고 있을 때, 눈치를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탈출하는 것이다! 그 장소에! 그 장소에만 가면!
-쾅!
잡화점이 자동으로 닫히다니!
“주인. 잡화점은 이미 닫혔다고?”
“하하! 사실 나의 도주경로는 3층이었던 것이”
-20초 뒤
“알겠어요! 제발 그만 쌓아 올려요! 안 도망가면 될 거 아니에요!”
잡화점에 있는 물건을 전부 다 나에게 달라붙게 만들어서, 나를 제압한 시나와 레시아는 도망을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자마자, 모든 물건들을 전부 떨어뜨려놨다. 최강의 독을 지닌 황금개구리의 뚜껑이 열릴 뻔했을 무렵. 다행히 도중에 멈춰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니까...
“하하하! 사실 페이크다! 나의 도주경로를 위해 계단 바로 앞에서 멈춘 것! 따라서!”
-다시 20초 뒤.
“정말 미안하고 정말 잘못 했으니까. 정말 안 도망갈 테니까. 제발 그 뚜껑은 열지 말아주세요. 지금 개구리들은 전부 겨울잠 자고 있을 시기인데, 지금 열어서 깨워버리면 개구리들에게 민폐잖아요? 아니 그렇다고 뚜껑을 서서히 열려고 움직이지 마시고, 전 어린 나이에 죽기 싫다니까요? 아직 해봐야 할 경험도 많고, 배워야 할 지식도 많은데, 제가 죽으면 잡화점은 누가 키울 거에요? 제발 살려줘요. 우리 사이는 이 정도로 끝나는 사이가 아니잖아요? 돌아가신 부모님께서 저를 보시면 뭐라 생각하겠어요? 아니 부모님은 살아있지.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튼 제발 살려줘요!”
나도 지금 무슨 헛소리를 연달아가면서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생존이 더욱 중요한 내 입장에서 뇌를 거치지 않고 단어를 날려보냈다. 레시아와 시나는 다시 염력을 풀고 나를 놔주면서, 나는 또 한번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인의 간절한 외침이 짐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이제 슬슬 가위바위보를 할 준비나 하거라.”
최고로 좋은 시나리오는 무승부로 끝내는 것이고, 어차피 져도 나는 도망가기만 하면 될 뿐이다. 최후의 파문을 짜낸 가위바위보를!
“가위!”
“바위!”
““보!””
나는 가위.
레시아는 바...바위!?
제길 큰일났다!
내 안에서 중요한 뭔가가 끊어지기 전에 빠르게 도망을 가는!
-또 다시 20초 뒤.
“음!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죠. 지금 그 황금 개구리의 동면을 풀어버리면, 저를 간지럼 못 태우잖아요? 레시아는 저에게 간지럼을 태우면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잖아요? 괴롭히기 위해 고문을 하려는 것뿐이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그 뚜껑을 열지 마시고. 시나야! 그거 열면 안 되는 거야. 응 못써. 아무튼 그건 열지 말고 개구리에게 독살당하는 주인공으로 기억되기 싫다고요! 개구리 왕자에서 공주가 입맞춤 해서 왕자가 나온 것을 꿈꿔온 어린 여자아이가, 황금 독화살 개구리에게 입맞춤을 해서 죽은 사례도 있는데! 어째서 나는 사역마에게 이런 협박을 당해가면서 죽을 위기를 넘겨야 한단 말이야!”
결과적으로 나는 잡화점의 기둥에 양손을 포박당하며, 레시아와 시나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레시아와 시나는 각각 본 모습으로 변하면서, 레시아는 능글맞은 눈빛을 하고 있었고, 시나는 흥미에 가득 찬 눈을 하고 있을 무렵. 나는 지금까지도 빠져나갈 수 있는 책략이 있는지 생각을 했다.
“주인. 여전히 이곳에서 도망갈 생각을 하고 있군? 따라서 주인이 생각하지도 못한 처형방법을 생각해냈노라.”
허리와 양손에는 간지럼을 태울 도구들이 한 가득 있었다. 가장 크게 무서운 것은 꿈속에서 봤던 검은 오일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
“잠시만! 저 검은 오일은 왜 아직도 있는 거에요!”
“릴리스에게 받아왔다. 그리고 간지럼을 태우는 기술도 전수 받았지. 간지럼만으로 천계와 마계를 들락날락하게 해줄 테니. 주인은 한 가득 기뻐하며 기대하는 것이 좋다.”
시나는 레시아의 말에 작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벽색의 눈동자로부터 투지가 나타났다.
“잠깐! 멈춰요! 지금 이 상태로 오일을 바르고 시행한다면, 어마어마한 사태가 벌어진다고요! 수위를 한 가득 올려서 해일을 일으킬 거에요? 그건 또 아니잖아요!”
레시아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턱을 톡톡 건들이며, “음. 그렇군. 확실히.”라는 말과 시작으로 다음을 이어갔다.
“지금은 주인의 처음을 앗아가기에는 확실이 이른 시점이니라. 게다가 간지럼만 태우기 위해서 전신에 오일을 바르게 만들 생각이지만, 옷을 벗기기에는 좀 그렇군. 확실히 청소년이 보기에는 좋은 장면이 아닌 것이 맞다.”
후. 레시아가 그나마 생각이 깊은
“그럼 옷 입은 체 뿌리기만 하면 됩니다. 냥캣.”
“좋은 생각이다 비둘기여.”
너희들은 왜 그럴 때만 죽이 잘 맞냐고!
레시아의 붉은 눈과 연보라 빛의 얼굴이, 서서히 나에게 그늘로 만들면서 사형선고를 내리듯 입을 열었다.
“당분간 여성으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서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서비스 컷을 위해서 잠깐 일시적으로 여성으로 돌아가는 것도 주인에게 있어서, 최고의 굴욕이 아니던가?”
“그렇다고 내 안에 항마의 축복을 빼낼 생각은 아니잖아요. 게다가 내 안에 레시아나 시나가 들어가야 강제로 변하는 것일 뿐. 지금 둘이 간지럼을 집행한다고 하면, 어느 누가 들어가서.”
-철컥!
“어? 잠깐. 레시아.”
“레시아-13<Thirteen>이라 불러라. 아주 예전에 주인에게 사용하려던 여체화 탄환을 기억하는가?”
“그거 그냥 드립인 줄 알았는데 실존하고 있었냐!”
-탕!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더니 눈을 뜨고 내 앞에 거울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카린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그보다 서비스 컷을 위해 희생하라니? 그건 대체 무슨 말이야?
“여자끼리라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비둘기여. 옆구리와 겨드랑이 위주로 오일을 뿌리거라. 짐은 귀와 목을 위주로 천천히 내려갈 테니.”
“알겠습니다. 냥캣.”
오일이 잔뜩 뭍은 붓이라던가 빳빳한 깃털이 서서히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도망가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망을 치지 못하고 발마저 고정된 상태로...
“루시피나! 지금 뭐 하는 거에요!”
“신랑이 기절한 동안 돌아와보니 뭔가 재미있어 보여서. 나는 신랑의 발바닥을 간지럼 태우라고 명령 받았거든.”
“그런 명령 받지 않아도 되거든요! 잠깐! 오지마! 이거 정말 부적절한 컨텐츠란 말이야! 안 되겠다! 킹 크림존!”
-시간을 지울 수 없습니다.-
“뭣이!?”
“짐 앞에 서는 자는 어떤 패러디를 쓴다고 해도, 절대로 사용할 수 없노라. 이것이‘골드 익스피리언스 레퀴엠’.”
“아니! 레시아가 하는 것도 패러디 거든요! 잠깐! 시나! 귀는 핥는 것이 아냐!”
“하지만 마스터는 츤데레라서 귀가 약하십니다.”
“그건 잘못된 정보라고 말했잖아! 그리고 루시피나! 허벅지로 손이 올라오면 안 되잖아요!”
“하지만 카린이 된 상태의 신랑의 다리는 뭔가 매끈하고 부드러운걸. 핥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핥으면 안...꺄핫! 레시아! 대체 어딜 만지는 거에요!”
“오. 주인은 의외로 좋은 걸 몸에 지니고 있지 않는가? 짐의 크기보다는 살짝 작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마음껏 주무를 수 있을 것 같다.”
“안 돼! 그만! 그만해! 그만 두란 말이야! 하지마아아아앗!”
그렇게 대략 2시간동안 손은 결박 당하고, 강제로 여체화가 된 상태에서 검은 오일 범벅이가 된 체, 철저하게 간지럼 고문을...그것도 너무 부적절하게 당해서, 하나하나 설명하면 큰일 날법한 수위를 가지고 있기에, 이 이상은 쓰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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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 뛰어달라는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카일이 굴려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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