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46
246
총사령관이라면...계급이 과연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직급은 이미 최정상이란 소리가 아닐까? 모든 군인들을 명령 하나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런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거물에 속하고 있지만, 그것도 직접 자신이 작전에 참여할 명목은 있지 않으리라 본다. 총 지휘관이 실시간으로 직접 사선에 뛰어드는 행동과 마찬가지이지 않는가? 무슨 작전이나 전쟁상황을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나저나. 지금 무분별하게 마법사들을 잡아가고 있다고 하는데, 그걸로 지금 칸포리우스 제국과 곧 전쟁까지 벌어질 정도로 아슬아슬한 상황 아닌가요?”
“아슬아슬이란 말...좋은 말이네. 마음에 들어.”
“아니...지금 단어의 적절한 선택으로 기쁜 듯이 웃지 말고! 지금 마법사들을 다 잡아들이는 것은 무슨 일이냐는 거에요.”
페이는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옆에서는 의외의 목소리가 내 귀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어라? 평민이잖아?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기쁜 마음에 내 총구가 너의 머리를 박살 낼 것 같은데?”
“...저기 하멀 씨? 오랜만에 본 사람에게 총구를 들이밀고, 방아쇠에 손 올리지 마시죠?”
검은 제복에 황금색의 해골이 돋보이는 마크. 태양빛이 나는 눈동자와 머리카락은 내 눈을 아프게 만들었다. 마침 햇빛이 들어오는 각도가 각도인 만큼...
“와!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이야!”
뛰어오는 어릿광대를 공중에서 붙잡아 놓고는 접근을 하지 못하게 하는 레시아. 그리고 조용히 다른 곳에서 페이와 다정하게 밀담을 즐기고 있는 맹수 조련사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는 폐에서 내놓은 한숨을 꺼져라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저번에도 뜬금없이 하피에게 붙잡혀 있었던 하멀 씨는, 이번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이 안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있는 듯했다.
“저기.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요?”
“그야. 협력수사야. 칸포리우스 제국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지. 물론 겉모습으로는 좀 안 좋게 보일지는 몰라도, 밀서에 담긴 내용은 마법사들을 전부 불러와서 보호하라는 명령이야. 게다가 애초에 가둬놔도 마나를 차단하는 수갑은 채우지 않았으니, 지금쯤이면 감옥에서 죄다 귀환마법을 사용하며 돌아갔을 걸? 물론 협력수사에 도와줄 사람은 지금쯤 남아서 도와주겠지만.”
“그럼 하멀 씨도요?”
“나는 프리트론 왕국에 있는 알프레이드 왕자의 명을 따라. 어쩔 수 없이 귀찮아도 도와주고 있긴 해. 신인류에 관련된 사건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너는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나는 내 사정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말을 하는 와중에도, 레시아와 어릿광대는 서로 웅크린 체 “캬아아악!”이란 소리를 내면서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레시아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 그대로니까 그렇다고 한들, 어릿광대는 기본으로 사람의 모습이거늘...고양이처럼 웅크린 체 발톱을 휘두르려고 손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아하니, 아직까지 오래 살면서도 철이 안 들은 것 같다.
“그 마녀와 로리콘 드래곤이 행방불명이라...그거 정말 골치 아프네...그래서 넌 그걸 어떻게 찾을 생각인데? 정령과의 약속도 까다롭지만, 드래곤과의 약속도 어기면 큰일난 다는 것은 알고 있지?”
“그거야...잘 알죠...”
나는 잠깐 환기 좀 시킬 겸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나저나...정말 극비를 많이 좋아하지 않아요? 어쨌든 신인류에 대한 특징이라던가 그런 것은 찾았어요?”
“물론. 찾았지. 네가 저번에 말해준 인공 정신망이라는 거...잘 생각해보니까. 그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잖아? 그래서 그 망할 고깃덩어리를 조사한 결과, 특정 파장에는 반응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지.”
“특정 파장에는 반응을? 그거 대단히 놀라운 사실이네요. 그래서 그 파장이 어떤 건데요?”
하멀 씨는 잠깐 레시아에게 천천히 다가가더니 어떤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에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나저나 괜찮은가?”라고 레시아가 묻자. 하멀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레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키더니...
“냐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사자후...아니 고양이니까...뭐라고 해야 하지? 아무튼 폭발적인 소리가 내 귀를 강타해서 몸은 자연스레 귀를 막고 머리가 울리는 것을 호소했다. 시야가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주파수가 내 머릿속을 휘저어 놓을 때쯤. 레시아의 울음 소리는 멈췄는데...무릎이 접히면서 땅을 마주하고 있는 나의 고개는, 다시 들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레시아에게 뭘 시킨 거에요!”
하멀 씨는 어디서 꺼냈는지 알 수 없는 귀마개를 빼고는 입을 열었다.
“포효야. 짐승들의 포효. 짐승들의 포효 안에는 본능과 분노 거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 지금 그 녀석들 머릿속에 담겨있는 인공적인 기관은 자세히 분석한 결과, 짐승의 뇌를 변형시켜서 만든 것인 만큼, 자신보다 상위포식자가 포효를 한다면, 그 녀석들은 도망가는데 바쁘다는 소리야. 물론 사람도 도망은 갈 수 있지만 일체 감정도 없이 무표정으로 도망가지는 않는 다는 거지.”
“그럼 페이 씨의 본래 목적은 그 동물들의 포효를 틀어놔서, 근처에 있는 호문쿨루스들이 있는지 없는지...그리고 반응이 어떠한지 관찰하기 위함이었다는 거네요?”
“정확해. 그나저나 성과도 없이 널 데려왔다는 의미는, 네가 거기서 서성거리고 있었다는 소리가 되니까, 이 실험은 나중에 확인을 해야 할 것이고...너는 지금 그 둘을 찾느라 바쁘지?”
나는 두말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으니까, 적당히 주변을 탐색하다가 그냥 돌아가, 내가 어제 만나봤는데 그리 다른 이들의 눈에 띄면 좋지 않는 일이 일어날 테니까.”
“어제 만났다고요? 그 두 사람은 무사한 거에요?”
“그야. 당연하지. 애초에 한 녀석은 드래곤 중에서도 웜급이잖아? 그런 조잡한 애들에게 질 녀석은 아니라고? 그 마녀를 보호하다가 다치긴 했어도 지금쯤이면 상처가 아물었을 거야.”
“얼마나 다쳤길래?”
“날개 한 짝이 잘려나갔던가?”
“그건 중상을 넘어서 치명상까지 가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드래곤이잖아? 날개 정도는 마법으로 재생시킨다고?”
드래곤이라고 잘린 상처가 돋아나거나 재생되는 게 아니라니까!
“지금 그 둘은 어디에 있는데요? 드라고니스에서 난리가 났으니 빨리 집에 돌아오라고 말을 해야 하는데?”
“글쎄...집에 그렇게 돌아오기는 싫을 걸? 뭐 우선 주소라도 적어줄 테니. 네가 판단하고 드라고니스에 돌아가서 입을 열지. 아니면 목줄 채우고 드라고니스로 끌고 갈지 생각해. 다만...기왕 이렇게 된 거...그 볼일이 끝나면 내 수사 좀 도와줘라? 저 암 덩어리처럼 답답한 저 두 명을 데리고 하기에는 내 골치가 좀 아파서 말이지.”
아직까지도 레시아와 웅크리며 이상한 동물 소리를 내고 있는 어릿광대와, 여전히 페이와 밀담만 주고 받으며 꼬시려고 하고 있는 맹수 조련사를 보고, 하멀 씨의 정신적인 고통이 여기까지 전해지려고 하고 있다.
“전에 저 둘은 수사에 협조를 한다는 명목하게 데리고 있는 거라 하지 않았나요?”
“도움은 되고 있는데, 가끔 저럴 때마다 한 방씩 쏘고 싶어지거든...”
***
수도방위군에서 벗어나 다시 아르칸 제국의 외각으로 공간이동 마법으로 날아온 뒤. 나는 지도에 빨간 원형으로 표시가 되어있는 장소를 향해 걸어갔다. 천천히 걸어가고 또 걸어나가서 도착한 지역은 별장이었는데, 겉모습만 집이고 실제로는 동굴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환영마법으로 동굴을 별장으로 속여서 오지 못하게 할 속셈이었는지 몰라도, 레시아가 환영마법을 치우고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자...
“그 이상 들어오면 그 누구라도 죽이겠다.”
가이로안 씨의 평소와 다른 냉담하고 거친 목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가끔가다 생각하는 거지만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화를 내는 사람은, 목소리를 내리 까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니까?
“저기. 가이로안 씨? 저 카일이에요.”
“카일? 루시피나의 약혼자?”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가이로안 씨의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고, 그렇게 가만히 나를 보고 있는 갈색의 눈동자는, 이윽고 안심을 했다는 듯 다시 표정을 풀었다.
“설마 루시피나도 같이 있어?”
“아뇨...저와 레시아 뿐인데요?”
“그럼 다행이군. 그나저나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찾아 온 거야?”
가이로안 씨의 질문에 오히려 내가 역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가이로안 씨야 말로 느닷없이 호문쿨루스의 공격을 받고, 행방불명이 되어서 더 놀랬다고요? 게다가 날개 한쪽이 뜯겨나갔다는 소식에, 죽은 게 아닐지 그게 더 걱정했습니다만?”
“날개 하나야 재생마법으로 어떻게든 해결 할 수 있어. 물론 신인류들의 호문쿨루스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까지는 이 가이로안을 압도할 만큼의 상대는 아니지. 그런 피라냐 같은 녀석들이 얼마나 몰려와도 끄떡없다고?”
“그때는 피라냐가 아니라 피라미 아니던가요?”
피라냐는 몰려오면 그만큼 무서운 것도 없는데요?
“그...앞으로 보게 될 것으로는 절대로...드라고니스와 특히! 루시피나에게는 비밀로 해야 한다?”
“비밀이라뇨? 뭐 저주받은 돌이라도 구하셨어요? 그건 아니잖아요?”
천천히 가이로안 씨를 따라서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나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런데 호문쿨루스들이 가이로안 씨와 메이를 공격한 당일에 무슨 일이 있던 거에요?”
“그거야...말 그대로 비브라늄 방패에 맞았고, 눈에서 빔이 나와서 날개가 잘려나갔지.”
“아니...그러니까 왜 마블 이야기로 가냐고요...그보다 호문쿨루스들 중에 캡틴과 돌연변이가 왜 껴있는데요?”
어디 차원에서 넘어왔나?
나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데드풀도 나오지 않을까?
“그때는 메이를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지.”
“메이는 마녀의 자손이긴 하나 용사의 핏줄을 이어받았으며, 나태의 표식인 슬로배스의 딸인 만큼 상당히 강력한 존재다. 전투에 도움이 되지는 않아도 도망가는 것에는 능숙하지 않는가?”
레시아는 가이로안 씨의 말에 이의를 제기했다. 확실히 메이는 다른 것들을 초콜릿으로 바꿔서 먹어버릴 정도로, 무자비한 학살 마법의 소유자이기도 했으니, 오히려 호문쿨루스들이 전부 초콜릿으로 변해서 먹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나...
“카일. 환영. 상당히.”
나를 상당히 환영하는 메이의 목소리와 전혀 매치되지 않는 불룩한 배를 보고, 나와 레시아는 순식간에 사고가 정지 되었다. 머릿속에 있는 태엽이 하나하나 돌아가고, 맞물려 돌아가는 태엽이 천천히 가속을 하자. 나와 레시아는 다른 구석에서 서로 말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저기...우리가 식사가 바로 끝난 후에 찾아온 거겠지요?”
“짐은 몸 상태를 스캔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만큼은 쓰기가 싫구나. 뭔가 정말 엄청난 일을 보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니라. 그보다 저 아이는 이제 14살이지 않는가?”
“뭐...아이니스와 비슷한 연령대니까...14살이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연령대인 것은 확실한데 말이죠?”
“저기? 두 사람 다 거기서 뭐하세요?”
가이로안 씨가 나와 레시아를 부르는 소리에 잠깐 뒤를 돌아서서, 근처에 다가간 후에 나는 메이에게 입을 열었다.
“음.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식사가 바로 끝난 후에 온 것 같구나. 뭐 하긴 어릴 때는 많이 먹어둬야 키가 커진다고 하더라고?”
나는 메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고, 메이는 기쁜 듯이 나에게 말했다.
“내 아기도. 성장하고 있어. 많이.”
나는 한 순간에 석화마법을 맞은 마냥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
어째 루시피나를 그렇게 경계했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법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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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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