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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간의 전쟁은 항상 사소한 일로부터 일어나기 시작하며, 그 일은 천천히 좋은 방향으로 해결되기 마련, 물론 자식이기는 부모는 없다고는 하지만, 설명인지 사족인지를 내가 이 바보 같은 상황에 대해 요약을 해보자면...

 

첫 번째. 나는 절대적으로 결혼한 적이 없다.

두 번째. 호문쿨루스를 만들었을 때 나의 세포를 사용했더니 카렌이 태어났다.

세 번째. 카렌은 나와 살기 원한다.

네 번째. 따라서 카렌은 내가 얼마나 허약한지를 증명하기 위해 나와 대결을 한다.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이 되었을까?

 

보통 부모님이 허약하다고 생각하면, 약을 사오거나 몸에 좋은 건강식을 주는 게 기본이 아닐까? 20세로 청춘을 몸에 두르며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나이에, 호적에도 없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서, 만난 지 10분만에 싸우러 나간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무슨 매트릭스 찍냐고 물어볼 것이 뻔하다.

 

솔직히 매트릭스도 이런 사소한 이유로 싸우려고 들지 않을 텐데. 요새 내가 무슨 잘못을 하고 지냈는지 천천히 고민을 한 뒤에, 베가프에게 필히 상담을 받아보도록 해보자.

 

어쨌든 빈 공터에는 나와 카렌은 일정 거리를 유지한 체 바라보고 있었고, 구경꾼으로는 레시아, 시나, 루나, 루시피나, 마리아가...저 셋은 대체 언제 왔는지 모르겠지만 관전을 하기 시작할 무렵. 카렌은 달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기묘한 팔찌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 팔찌는 설마 티르빙과 비슷한...?”

 

원하는 형태의 무기를 만들어주는 팔찌에요. 영상 속에서 아버지의 검술을 계승하기 위해 만들어달라고 졸랐죠.”

 

달에 있던 그 기계식 골렘들은 튼튼하고 강력하면서도, 자유자재로 유연하게 바뀌는 모습을 응용한 것일까? 맨 처음으로 카렌이 나에게 보여준 무기는 단검. 그나저나 카렌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갑자기 떠올랐는데...

 

나는 애초에 검술이라고 불리는 만큼 대단한 것이 아냐. 은빛 송곳니를 따라서 사용하고 있는 것뿐이라고?”

 

지금은 은빛 송곳니가 은퇴한지 좀 됐잖아요? 그러니까 이제 아버지의 검술이라고 해도 되는...”

 

아니. 나는 검술이나 그런걸 창시한적이 없으니까.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거야. 게다가 나는 아직까지 배우는 입장이지 뭘 만들어서 창궐할 경지가 안 됐어.”

 

여러 가지 말이 주고 받는 가운데...알 수 없는 긴장만 되는 이유는 뭘까? 카렌의 마나가 나보다 5배 정도는 더 많아 보이는데 기분 탓일까? 확실히 지금 내가 여성화를 한다면 동등한 양의 마나가 되는 것은 확실하지만, 지금껏 언제나 악조건 속에서 일격필살의 전략전술로 살아왔으니, 레시아가 왠지 자신과 동화해 달라고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고 있긴 해도, 그 시선을 계속 무시하며 한 손에는 죠니 씨에게 받은 카타나를 꺼내 들었다.

 

쓰는 모습은 실제로 못 봤지만, 엘티노스의 동료 중 하나인 이리나가 작성한 무기교본에는 그림과 같이 실려있었다고, 3개월 전에 잡화점 운영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읽은 책이, 여기서 이렇게 사용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역시 책은 읽어두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 검은 부러지기 편하게 생긴 얇은 도검이잖아요?”

 

소재가 미스릴이래.”

 

그럼 꽤나 튼튼하겠네요?”

 

아직까지 카타나를 뽑지 않은 체 오른손만 검자루를 잡고, 상대를 천천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익숙한 모습의 상체를 숙이며 무릎을 살짝 굽힌 카렌. 이건 흔히 내가 빠르게 적에게 파고들면서 기습하는 움직임 중 하나. 하지만 카타나의 거리를 따졌을 때 저 수는 악수에 불과하다.

 

그럼 뭔가 더 숨기고 있다는 뜻인데...

 

결정 검. <Crystal Sword>”

 

상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마나를 이용할 줄이야. 마나의 축복이 그대로 이어졌으면, 친화력이 상당해서 생각만으로 짜맞춘다면 대부분의 마법은, 생각지도 못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내 장점이 카렌에게서도 확실히 표출되었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나와 카렌의 싸움은 아이디어의 싸움이라고나 할까?

 

으랴앗!”

 

곧이어 신체가속으로 빠르게 날아와 나를 향해 내리찍었고, 나도 또한 신체가속을 통해 뒤로 빠른 회피가 가능했다.

 

그런데...

 

-파차차창!

 

검을 휘두를 때 튀어나가는 마나의 결정이 사방으로 튀어나갔고, 검을 빼서 나에게 날아오는 결정 7개를 모조리 쳐낸 후에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과연...저래서는 단검을 흘려 보내거나, 검으로 막거나, 경로를 차단해도, 파편이 튀어나가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는 마법. 저걸 완벽하게 막기 위해선 온 몸을 전부 가릴 수 있는 대형방패가 필요할 지경이다.

 

아버지께서는 조심성이 너무 많으시네요?”

 

네가 뭘 할지 모르니까 그러지...그나저나 되도록이면 아버지라고 부르지 말아줄래? 외견상 너와 나는 정말로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아니거든? 그냥 한 살 차이가 나는 남매 사이라고나 할까?”

 

금단의 남매보단 금단의 부녀가 좀 더 불타오르지 않아요?”

 

좋아. 너도 날 괴롭히기 위해서 지금 여기에 찾아왔다는 것을 이제야 확신했어. 그리고 뭐가 불타올라? 정말 불타서 죽어볼래?”

 

분명...내 성격을 그대로 따라갔다면,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아마 루나의 영향이 너무 큰 나머지 자라나면서 성향까지 바뀌어버린 것 같았다. 이래서 친구를 잘 사귀라는 소리를 하는 것일까?

 

루나.”

 

나는 잠깐 루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루나는 밝은 목소리로. 주인님!”이라 대답을 했고...

 

너 카렌에게 보여준 책 다 압수할 테니까. 리스트를 작성해서 오늘 저녁까지 제출해!”

 

루나는 히잉...”이라는 짧은 소리와 함께 연분홍색의 토끼 귀와 고개가 같이 숙여졌다. 아무튼 대련은 다시 재개되었고, 쌍곡검으로 바꾼 카렌과 왼손에 검집을 임시방편으로 사용해서 수 차례의 공방을 이리저리 막아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가 밀리는 것으로 봐선 무기에 대한 숙련도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카렌의 무기 숙련도가 너무 높았다.

 

벌써 지쳐 보이시는데요?”

 

아니...”

 

아니...무기 숙련도 뿐만이 아니라...

 

설마 새벽<Daybreak>을 몸에 두르면서 싸우고 있을 줄이야.”

 

말 그대로...새벽의 응용편으로 지역을 정화시키거나, 술자에게 감염시키는 것은 내가 창작한 거지만, 주변에 있는 마나를 흩뿌려버리는 새벽을 몸에 두르면서 보호막처럼 사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원래 새벽의 사용법은 이게 맞아요. 아버지께선 유별나게 발사형이나 범위형, 추격형으로 사용한 것뿐이시죠. 본래 강대한 마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호신용 마법이라고요?”

 

나는 몰랐는데?”

 

그래서 그런지 부딪치면 부딪칠수록 내 안에 있는 마나가 빠르게 소비되기 시작했구나. 서로 마나의 축복을 받았으니 그리 크나큰 장애는 되지 않지만, 마나가 모두 사라져서 탈진상태에 빠지게 되면, 상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두른다고 생각하니, 천천히 내 몸에 회전하고 있는 마나가 더욱 빠르게 돌면서 검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피의 대가 활성화.”

 

검집을 다시 허리에 꽃아 놓고 그 뒤에 내 왼손을 살짝 베어 피를 먹였다. 도신이 서서히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면서 피와 마나가 서로 공명하기 시작할 무렵. 카렌은 빠르게 달려 뛰어올라 수직으로 나에게 내리치려 하자. 나는 입을 열었다.

 

역시...새벽을 호신용으로 쓴다면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나 보네.”

 

-파아앙!

 

피 빛과 바다 빛의 파동은 겹쳐서 터져나갔고, 베어버리는 것은 좀 위험한 행위인 만큼, 나는 한 발자국 더 전진해서 카렌의 검이 나를 찢어 발기기 전에, 오른쪽으로 회전을 하면서 검자루의 밑부분으로 카렌의 명치를 가격했다. 결정타를 내가 먹인 만큼 일부 잡화점 멤버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는데, 그 이유야 당연히...내가 질 것이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역시 주인이로군. 늘 성장하고 있는 것에 짐은 안심이 된다.”

첩의 예상이 빗나가다니? 카렌이라면 카일을 간단하게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늘...”

아무튼 마리아. 그대는 짐의 잡일을 하겠다는 내기를 했으니, 지금 당장 마계로 돌아가서 처리하고 오도록.”

제길!!!”

 

나는 이미 결판이 난 듯이 말하고 있는 있는 두 사람에게 입을 열었다.

 

아직 안 끝났어요.”

 

카렌은 묘한 눈빛으로 자리에 이미 일어선 뒤였고, 나는 다시 천천히 자세를 고쳐야 했다. 저런 모습은 장난이 아니라 슬슬 진심으로 간다는 소리고, 내가 절대로 일부러 약하게 치거나 봐준 것도 아니며, 오히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온 힘을 다해 쳤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때리려는 찰나에 주변에 있던 마나가 카렌의 몸에 몰려들어 오면서 자동으로 방어해줬다.

 

. 지금 저 눈은 나를 아버지라고 인식하는 눈이 아니라, 온 힘을 다해 상대해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는 것이며. 말을 바꿔서 말하자면...

 

페이즈 2라고 해야 할지...분위기의 반전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다시 빠르게 움직이는 카렌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한 사이, 내 주변에서 마법방패<Magic Shield>가 사방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방패를 이용해 사방으로 튕겨나가기 시작하면서, 가끔가다 내 근처로 날카로운 바람이 들려올 때마다, 그쪽을 향해 가드를 해야만 했다.

 

나 또한 마법방패를 거북이처럼 내 주변을 촘촘하게 둘러싸서 방어를 했지만, 천천히 금이 가기 시작하는 마법방패들 사이에서 또 한차례 검을 휘두를 준비를 했다. 마법방패 하나가 깨지는 그 틈을 노려서 뛰쳐나갔다.

 

이것 때문에 가정폭력이네. 뭐네.’라며 따지지만 않았으면 정말로 좋겠는데.”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한 내 눈에서는 슬로우 모션처럼 카렌이 나를 향해 찌르며 날아왔고, 오른발을 구르며 앞으로 뻗은 후에 허리를 최대한 왼쪽으로 꺾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회전을 시키면서 검 집에 다시 잠들어있던 카타나를 뽑아 들었다.

 

보통 검을 집어넣은 상태에서 뽑으며 휘두르는 행위는 그리 좋은 행위는 아니지만, 검 집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는지 몰라도, 맹렬하게 가속하면서 카렌을 칼등으로 휘둘렀다.

 

-!

 

잔상...?”

 

아뇨? 잘못 휘두르신 거겠지요.”

 

-!

 

분신을 베어 지나가며 허공을 지나가는 검 사이로 카렌이 방금 전에 내가 사용했던, 칼자루 밑부분으로 마나를 끌어 모아서 한 순간에 폭발시켰다. 마법으로 인한 데미지는 그리 크지는 않지만, 물리적으로 명치를 가격당한 것과 철저하게 바닥을 굴러다녀야 하는 추가적인 데미지가 내 몸과 마음을 아프게 했다.

 

***

 

아무래도...그 뒤에는 의식을 잃은 것 같다. 물론 그거에 맞아서 수십 바퀴 구른다고 해서 쓰러질 내가 아니었으나...정확히 의식을 잃은 이유는...

 

“38.9도라...이 정도면 거의 죽을뻔하지 않았는가? 그보다 주인. 그렇게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억지로 대련신청을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열이 심하게 나는데도 제대로 상대할 리가 없지 않는가?”

 

내 허락도 없이 몸살에 걸릴만한 이유는 아마...아까 루니아 누나에게 도망쳐 나왔을 무렵, 그 얇은 옷을 입고 사키엘의 문을 통해 리벌트 어느 지역까지 도망친 것이 화근일까? 마지막에 잘못 휘둘러서 유효타를 내준 것으로 알아차린 것은 이미 늦은 것일까?

 

아버지가 편찮으신 줄도 모르고 억지 부려서 죄송해요! 제발 죽지만은 마세요!”

 

카렌은 절을 하면서 나에게 용서를 구했다.

 

몸살로 죽으려고 해도 죽지도 않아. 거기에 대해선 신경 쓰지 마.”

 

나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정말 오늘 하루는 어처구니 없는 일의 연속임에 틀림 없

 

누나도 옆에서 간병하고 있으니까. 빨리 나아야 해요오?”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카렌 옆에는 루니아 누나가 흰색 릴리 기사단 제복을 차림으로,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루니아 누나? 여기서 대체 뭐해요?”

 

내 몸을 짓누르고 있는 몸살기운을 뛰어넘어, 지금 내 몸이 도망가라고 적극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야. 카일을 위한 누나의 특제 영양식을 먹이기 위해 일도 때려치우고 찾아 왔답니다아.”

 

...오늘 마지막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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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일정의 변경으로 금요일치를 올리고

토요일을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곳에서 올리고 있는 와중에

어느 곳에서 이 소설 장르가 TS 아니냐고 놀라는 사람이 있는데...

...솔직히 수십개의 소재를 다 섞어놓은지라 TS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는 그런 현상입니다.


흔히 이런 말이 있죠.


OO이기도 하고 XX이기도 하다. OO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OO로, XX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XX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니...중심 소재는 판타지인데...거기에 끼워맞추는 부소재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저는 개그와 만담물로 생각하고 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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