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최후의 발악에도 끝이지 않는 공세.

결과적으로 버티는 입장에서는 쓰러지기 마련.

누구는 미소를 짓고, 누구는 절망을 맛본다.

...아니 그보다 정말이지 제발 여장 당하는 일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눈 떠보니 백장미 6호집 촬영을 당하고 있는 카일의 생각

---------------------------------------------------------------------------------

 

뭐냐...또 이 패턴이냐?”라고 생각하고 있는 독자에게는 정말로 미안한 마음밖에 들지 않지만, 잡화점을 무사히 마치고 정신은 꿈나라로 떠났는데, 몸은 이미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시작했는지 자고 일어나는 동안, 단 한번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고 눈을 뜨면 이상한 천장이 나를 향해 안녕?”이라 인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번에 5호집에도 내가 자는 모습이 찍혔고, 루니아 씨가 다른 배역을 맡아서 내 볼에 뽀뽀한 사진을 보았을 때는, 충분히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대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존재했으니, 조만간 잡화점에게 부탁해서 문을 잠가놓고, 편하게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 해야지.

 

9편이 건너 뛰어버린 것은 나도 모르는 일이지만, 누군가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 것으로 생각한다. 그건 나중에 알 수 있는 일이겠으나, 지금은 어떻게 해야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지가 더 걱정해야 할 시간.

 

자 카일! 언니를 보고 웃으세요!”

 

루니아 누나는 촬영을 할 때마다 아예 호칭을 바꿔버렸고 루시피나와 마리아는 지금의 내 모습을 담아서 저장하기 위한 input을 하고 있으며, 루나는 내 옆에서 같이 아이돌 하면 어떻겠냐고 계속해서 제의가 들어오고 있었다. 도망갈 장소를 수색하는 와중에 루노아 씨까지 보이는 걸로 봐선, 그리 간단하게 보내주지 않을 생각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저 괴상한 취미를 가진 사람마저 이걸 구경할 정도라니, 이번 7월의 행운은 모두 증발해버린 건가? 럭키 7이잖아! 행운의 숫자인데 왜 하필!

 

카일? 웃지 않으면 루노아 황자님과 은밀한 공간에 집어넣을 거에요?”

 

웃으면 되잖아요! 어떻게 그걸 협박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루니아 누나!”

 

언니.”

 

언니!”

 

날 어디로 보낼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끔찍할 지경이다. 뭔가 강도가 더 올라간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애초에 남자가 여장 당하는 경험은 어디에 쓸모 있는지 이상할 따름. 어쩌면 내 운명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저주받았을 지도 모른다.

 

대체 어디서 저주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어릿광대의 짓이라고 하면 되려나? 설마 엘티노스 씨가 말하던 부작용이 이것...은 아니겠지. 비니스의 목걸이를 지니고 있을 때도 이런 사건 사고를 많이 겪었는데.

 

자 그럼 레시아를 안으세요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복장은 다른 차원에서 학교를 갈 때, 여학생들이 입는 교복이란 것인데, 20세인 내가 이것을 왜 입어야 하는지, 그리고 남학생이 아니라 여학생 교복을 입어야 하는지, 여전히 모르겠다. 이러다 다른 곳에서는 끌려가는 것이 아닐까? 철컹철컹하고...?

 

역시 츤데레 미소녀에게는 고양이는 좋은 조합이에요오.”

 

누가 츤데레야? 난 태클거는 캐릭터인데. 그리고 남자에게 미소녀라는 단어는 쓰지마!

 

마음의 외침이 점점 격양이 되어 입 밖으로 쏟아지기 일보 직전에...

 

-쿠우웅~!

 

폭발음?”

 

레시아가 귀를 쫑긋 세우더니 고개를 들어, 폭발이 일어난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저 방향은 아테리카 학원이 있는 곳인데요오?”

 

루니아 누나가 걱정하듯이 촬영 중지명령을 내린 체, 자신의 검을 잡기 시작했다. 아테리가 학원이라면, 라이포네를 찾아달라는 학생이 다녔던 그 엘리트 양성학교였던가? 잠깐...설마?

 

이 교복 아테리카 학원 교복인 거에요!”

 

? 설명 안 해드렸나요오? 카일이 자고 있을 때, 설명 한 걸로 기억하고 있는데요오?”

 

어떻게 자고 있는 사람이 그걸 들어서 기억하냐고요!”

 

수면 청취는 천재만이 할 수 있는 재능이라고!

 

주인. 저 멀리서 마기가 느껴진다.”

 

보통 마나가 가득한 인간계에 마기가 감지되었다는 소리는, 몬스터 중에서도 마계에 있는 몬스터를 소환했을 때 벌어지는 현상인데, 분명 소환마법을 배우는 와중에 누군가가 마물을 소환하고 소동이 일어났겠지. 그래도 루노아 씨와 루니아 누나가 있으면, 그런 소동은 단숨에 진압을 할 수 있으니...근데 왜 제 뒷덜미를 잡고 있나요? 루니아 누나?

 

카일도 따라오셔야죠오?”

 

아니 어째서!!!

 

루니아! 출격합니다!”

 

보통 사람이 출격이란 말을 안 쓰는...으아아아아악!”

 

창문이 열리더니 단 한번의 점프로 1초뒤의 시야는 이미 푸른 하늘을 누비고 있을 때였다. 물론 공중에서 떨어질 일이 많은 내 인생에서, 익숙하리만큼 차갑고 상쾌한 공기가 나를 지나가고 있을 때쯤.

 

아래를 보니 거대한 성을 지을만한 땅덩어리에는 거대한 규모의 학원들이 이곳 저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강당 근처에는 거대한 푸른빛의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잘 모르는 단세포 생명체가 흐믈흐믈 기어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누나? 착지는 어떻게 해요?”

 

...그건 스스로 해야겠죠오?”

 

뭘 스스로 해! 지금 이 높이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뛰어오른 거에요?”

 

아니에요오. 이건 저의 기본기중 하나인 레버 대점프에요.”

 

정말 그 놈의 대점프 많이도 나오는...아아아악!!!”

 

차라리 루니아 누나가 날 놔줬으면, 고정좌표로 소환한 마법방패를 이용해서 미끄럼틀을 타든 계단처럼 내려가든 알아서 했을 텐데, 나중에는 공간을 발판으로 삼아 이동할 수 있는 고위급의 마법을 배울 필요성이 느껴졌다고, 후회를 할 때 루니아 누나는 1080도 회전을 한 뒤에, 날 안으면서 안착을 했다.

 

지상에 내려오자마자 오늘도 죽을 뻔한 일을 겪었기에, 땅에 엎드려서 아우리스 여신이든 젤나가든 뭐든 살려줘서 고맙다고 빌었다.

 

신에게 감사 기도를 올리기 전에, 저 앞에 있는 슬라임부터 어떻게 해야겠는데요오?”

 

잡화점에 있던 사람들과 루노아 씨까지 전부 왔지만, 아무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전부 나를 멀뚱멀뚱 보고만 있었다. 그러니까 왜 지금 나를 보고 있는 건데요?

 

주인. 이번 일은 주인이 해결해야 한다.”

 

어째서요?”

 

그래야 주인의 입지가 더욱 올라가, 잡지를 보는 사람이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째서 잡지의 수입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하란 거에요? 그리고 레시아. 이건 원래 다른 강자들이 짜잔!하고 나타나서 순식간에 해결하는 일이 아닌가요?”

 

따지고 보면 주인도 강자다. 그리고 잡지를 보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주인의 모델비용이 더욱 오를 테고, 그로 인해 아이니스의 육포를 다량으로 살수 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짐은 평소에도 마왕성에서 육포 생각뿐이며, 마왕의 옥좌에 앉아서도 육포를 먹고 있는 이유는, 그 이외에 할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육포섭취를 하고 있다.”

 

잡무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있으니까 레시아가 할게 없는 거잖아요!”

 

레시아는 나와 시선을 피한 체 가만히 있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을 봤을 때는, 해결하려고 온 것이 아니라, “오오! 저런 마물을 소환하다니! 역시 인간은 날로 갈수록 발전하는 군!” 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니까.

 

천천히 생각해보자. 만일 루니아 씨가 자력으로 끝낼 생각이었으면, “잠깐 다녀올께요오!”하고 또 다른 폭발음과 함께, 저 생물을 가차없이 날려버렸을 것이지만, 지금은 모두가 사고로 인해 마물이 튀어나온 사건으로 취급하고 있으니, 아무것도 모른 체 마계에서 소환 당한 이 가여운 친구를 죽이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렇다면...저 안에 기절한 체 들어가있는...소환자로 추정되는 여학생의 마나를 연료로 삼아 움직이고 있는,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정체불명의 친구를 강제로 돌려보내려면...

 

-우웅! 철컥!

 

위에 있는 기묘한 효과음은, 귀에 걸려있는 티르빙을 장총의 형태로 변형을 시키고 나서 총구를 겨눈 소리다. 내 마나를 힘껏 담아 소환자를 겨눈 뒤에 힘껏 외쳤다.

 

새벽!<Daybreak>”

 

초고속으로 날아감과 동시에 뒤늦게 터져 나오는 소리와 함께, 작은 구체가 슬라임 몸을 간단히 뚫고 소환자에게 날아갔다. 그 안에서 퍼져 나오는 바다 빛의 기류가 힘껏 소환자의 몸을 훑고 지나가자, 더 이상 마나의 공급이 끊어진 슬라임의 형체가 점점 수축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축구공과 비슷한 크기로 돌아간 슬라임은...아니 솔직히 슬라임인지 아메바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가여운 친구는 레시아가 마계로 강제 소환시키는 마법을 사용한 뒤에,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역시 내 신부야! 정말 멋져!”

 

루시피나가 날 껴안으며 입을 열었

 

아니! 왜 신부에요! 보통 신랑이라 불렀잖아요!”

 

하지만 지금은 여장을 했잖아? 신랑이라 부르면 캐릭터에 몰입이 안될 것 같아서...”

 

나름 신경을 써줘서 고맙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촬영 당하면서 알 수 없는 미지의 캐릭터에 몰입한 적 없어요!”

 

루시피나는 붉은 눈을 뜨고 그런 거야?”라고 오히려 되묻는 엉뚱함을 표출했다. 물론 그게 귀엽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막막해서 자동으로 한숨 1개가 생성될 지경이니까.

 

그래도 사건이 잘 해결 되었으니 그만 돌아가서 마저 다 찍어야죠오.”

 

마저 다 찍는다니?

 

-덥썩

 

아니 또 뒷목을 잡고 점프를!”

 

루니아! 귀환합니다아!”

 

그러니까 레버 대점프 그만하라...아아아아악!”

 

오늘 하루가 대체 왜 이렇게 피곤할까? 라고 생각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휘둘리고 있는지 아닌지 집고 넘어가보면, 자신의 피로에 대한 측정을 간략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2초정도 눈을 감고 뜨자 촬영장으로 돌아와서 또 한번의 기도를 드렸고, 이번에 마지막에 찍을게 무엇인지 알 수 없던 찰나에, 루니아 누나는 늘 포근해 보이는 인상으로...

 

다음은 루노아 황자님과 같이 찍을 차례에요오~”

 

잔인한 말을 입에 올렸다.

 

괜찮아요. 카일 양. 처음에만 아플 뿐이에요.”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에 대한 목록을 쓸 때가 온 겁니까?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런 바보 같은 말을 하는 거에요! 그리고 카일 양은 또 뭐야!”

 

20분간 남자가 남자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지옥 같은 촬영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

 

7월의 태양은 확실히 일찍 뜨는 편이다.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내 몸은 4시간만 자고 일어나도 가뿐하게 되었으며, 9시나 10시에 일어나는 늦잠을 안 자게 되었다. 신체리듬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낮잠을 잘 수 있다면 4시간만 자도 상관 없다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할 수 있지 않는가?

 

일찍 일어났는데 개운하게 일어난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물론 긴 은발을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별 다를 것이 없는 아침이었지만...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아이니스는 말했다.

 

삼바로 깨우는 것은 누군가가 해서, 봉산탈춤으로 아저씨를 깨우고 있는데요?”

 

그 정신 나간 행동은 그만둬. 그리고 아저씨 아냐.”

 

최근에 바다에 다녀와서 그런지 연한 갈색으로 피부를 태운 아이니스가 순순히 내려왔...

 

아이니스 킥!”

 

이미 시야 밖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살기를 감지한 신체는, 옆으로 굴러서 무자비한 발차기를 피한 직후였다.

 

염력을 이용해서 날라차기를 시도한 것은 잘 했지만, 그렇다고 시험대상이 꼭 나일 필요가 없잖아!”

 

아저씨가 아니면 누구에게 시험해요!”

 

아저씨 아니라고! 그리고 그 행동은 위험하니까 하지마!”

 

아침부터 혈압이 급상승하고 있는 기분은 머릿속을 혼돈으로 가득 매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태클을 걸어야 하는 사명을 완수한 뒤에, 평소대로 아이니스에게 신문을 받고 돈을 준 뒤, 신문 1면의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테리카 학원의 수수께기 미소녀?

7 2일 오후 3시경. 아테리카 학원 안에서 소환마법을 배우는 도중.

학생 한 명이 실수로 소환한 마물로 인해 소동이 벌어졌다.

1분 뒤 곧바로 릴리 기사단장인 루니아와 함께 나타난 수수께기 미소녀가 등장하여,

일격으로 마물을 해치웠고, 그 이후에 다시 바람처럼 사라졌다.

아테리카 학원장은 그 학생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을 하였고...

(생략)

 

...이런.

또 난리 나겠네.


=============================================================================================

카일의 인생은 늘 사고부터 터지고 봐야죠.

 

블로그 이미지

FNL-Phantasm

카테고리

판타즘의 공간 (757)
글쓰기 관련 공지 (2)
취미로 글쓰는 중? (753)
즐거운 스트리밍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