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81
81
루인과 나의 이종족 탐방기는 어느새 정신차리고 보니, 내가 여장을 하는 것을 권유 받아서 장기출장 코스프레 서비스 같은 분위기로 바뀌기 전에, 나는 사전에 거절을 해야 했다. 루니아 씨와 잘 알고 있어서 더욱 더 문제가 될 테니까. 분명 루니아 씨는 엘프로 변장한 나의 모습을 찍기 위해, 뇌물을 주고 2시간 동안 사진을 찍어서 보내 달라는 그런 밀서를 쓴 것이 분명하다고 추측할 무렵.
여전히 옷을 입어달라는 멜로디 여왕님과 그 옆에서는 안 입으면 죽이겠다는 세실리아의 살기를 통해, 나는 또 다시 탈출할 궁리를 찾아야만 했다. 세계수의 속에는 마치 왕실에 있는 거대한 중앙 홀부터 시작해서, 4층까지 올라가야 하는 거대한 장식물과 계단, 장식품 등. 나무 속에는 흰개미 밖에 없는 나의 편견을 깨버렸다.
애초에 흰개미는 썩은 나무 속에서 생활했던가?
또 뭐가 있나...아! 그러고 보면, 세계수 안에도 사람들은 움직였는데, 메이드나 하인으로 추정되는 복장도 있었고, 또 다른 것으론...그러니까 인간과 사회계층이 비슷하게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점은...이 곳에도 기사단이 있다는 점에서 본래 사람들과 교류하던 시절에 생성된 직위라고 하고...또...
“제발 카일. 딱 한번만 입어주세요.”
독백으로 시간을 끌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인가...
지금 내가 질질 끌었던 이유가 이거다.
여전히 멜로디 여왕은 목소리에 대체 어떤 힘을 담아서 발산하는지, 주변의 마나가 공명하여 내 머리 속에 대못을 찌르는 듯한 두통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아마 방금 전에 밖에서 나에게 부탁할 때부터 이미 사용하고 있었나 보다.
지금 내 머릿속의 상태는...
“아아악! 어째서 머리에 왜이리 마나 폭풍이 일어나는 거야!”
“의무관! 제길! 정신차려! 죽으면 안되!”
“다리에...감각이 없어. 난 이제 틀렸나 봐.”
“무슨 소리야. 뇌세포에 다리가 어디 있어!”
“아하!”
여전히 바보 같은 회상은 그만 두고, 나는 정말 이 옷을 입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물며 드레스에 금발이라니...거기다가 티아라까지 쓰라고? 차라리 날 죽이지 그러냐?
“그럼 죽여야...”
“세실리아! 멈춰요! 독백을 왜 읽어요!”
느닷없이 대검을 한 손으로 꺼내는 세실리아에게 외쳤다. 정말 왜 내 독백은 아무나 다 볼 수 있지? 내 독백은 개인정보가 다 유출된 싸이세상의 계정인가? 조만간 2차 비밀번호와 인증번호까지 신청해야 할지도 모르겠군.
“오히려 독백이 보였다는 게 맞지. 그런데 어째서 너는 멜로디 여왕님의 ‘지배’가 듣지 않는 건가?”
세실리아는 나의 눈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지배?
그러니까 그건 능력인가?
마법이 아니라?
“저는 목소리로 지배할 수 있어요. 이 능력은 선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능력이기에, 저는 가지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가지게 되었죠.”
내 옆에 있는 멜로디 여왕은...
“멜로디로 부탁해요. 어차피 서술하기 힘들 테니까요.”
...멜로디는 발성을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그러면 지금까지 엘프와 인간의 교류를, 무작정 아무 이유 없이 막은 이유는 라이포네 이외에 또 다른 무언가가?
좋아. 이것만 잘 해결하면, 덤으로 인간과 엘프의 교역이 다시 활성화가 될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
“혹시 인간과 엘프와 교류를 막은 이유는...라이포네 말고 또 다른 이유가?”
그러자 세실리아가 대신 입을 열었다.
“라이포네 사건은 눈치 없는 칸포리우스 제국의 마법사들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애초에 지배를 사용할 수 있는 여왕님과는 별개의 문제다.”
내가 그렸던 큰 그림 중에, 인간과 엘프의 화해의 악수하는 모습이 산산조각 나고...맥없이 기운만 빠져나갔다. 티아는 내 주변을 날아다니다가, 내 왼쪽 가슴에 있는 포켓에 들어가서 이야기의 내용을 마냥 듣고만 있다가 입을 열었다.
“카일은 정말 참견이 심하구나. 애초에 국가와 국가간의 일을 혼자서 해결하려는 거야?”
티아의 말 한마디에 나는 얼마나 무력하고, 우주에서 형편없는 존재인가에 대해 다시 금 떠올리게 되었다. 물론 티아의 의도는 나에게 기죽으라는 소리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카일은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에도 파고드는 게 문제야. 그래서 몇몇 캐릭터도 비밀을 캐다가 죽은 캐릭터 많잖아?”
“티아...대체 그거 어느 만화책에서 나온 내용을?”
그보다 그렇게 죽은 캐릭터가 많아서, 나까지 그렇게 죽는다는 법은 없잖아? 이렇게 티아와 말을 하던 사이에, 멜로디는 느닷없이 박수를 한 번 경쾌하게 치더니, 입을 연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그러면 카일이 이 옷을 입고, 칸포리우스 제국에 보내는 것으로, 화해 협정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푸른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사실상 그건 좋은 방안이 아니라고 보는데? 그보다 너무 반짝여서 눈이 부실 것 같잖아요!
“역시 여왕님. 좋은 말씀입니다.”
세실리아는 거기에 한 몫 거들었다.
아니 그건 좋은 말이 아니라고!
어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내가 공간을 얼렸다. 9초되는 시점에서 말이지. 이런 이런.”
뭐? 공간동결? 그나저나 그건 기묘한 모험 이야기에서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대사잖아!
게다가 능력은 시간을 멈추는 거라고!
큰일이다. 한 순간에 옷 입히기 인형으로 변할 줄은...이래서 여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바비 인형과 같은 꼴이잖아. 그래도 루인이 알아서 해주겠...
“그나저나 카일 형님은 비싼 모델인데요? 돈은 어떻게...”
“음. 어차피 2시간동안 빌리는 거니까, 400골드로 할까?”
거기! 협상하지마!
그리고 멜로디가 천천히 내 볼을 쓰다듬으면서, 만족한 듯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제 카일의 옷을 갈아 입히는 것에 1초도 쓰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그 대사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니까!
잠깐 세실리아! 마네킹들 듯 들지 마요!
“음...팔 부위는 따로 빼서 갈까?”
빼지마!
***
지금 시간은 대략 오후.
시계를 놓고 오는 바람에 정확한 시간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오후를 알리는 더 따스한 햇빛이 알려줬다. 물론 세계수의 꼭대기에는 울창한 나뭇잎과 밖을 볼 수 있도록 구성이 되어있고, 가끔씩 이게 성인지 세계수의 안인지 혼란스러웠다.
따듯하고 느긋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찻잔에 있는 향을 더욱 퍼트렸고, 새가 날아와서 노래하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빌어먹을 여장을 하고 멜로디의 무릎 위에 앉은 나를 보며, 계속 킥킥거리는 루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를 먹어야 하는 그런 끔찍하고도 사약을 마시는 기분으로 티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게다가 저 버터와 벌꿀이 같이 섞인 과자는 뭐가 맛있다고 그렇게 먹는 건지, 루인은 계속해서 과자를 입에 넣고 있었다. 아직 먹어본 적도 없는 과자를 루인이 휩쓸어가기에 나는 물어봤다.
“그거 맛있냐?”
“카일 형...아니 누나는 허니버터칩 몰라요?”
“......”
오! 내 안에 잠든 파괴신이여...! 부디 저 어리석은 얼굴에 펀치 한방만!
“후훗. 여동생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아요.”
멜로디는 계속 나를 끌어안고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는 구나. 내 기분은 지금 최악을 달리고 있는데, 게다가 세실리아는 옆에서 나와 멜로디를 기묘한 장비로 카메라를 찍듯이 찍고 있었다.
“뭘 찍어요?”
엄청나게 신경 쓰이니 물어보자.
“칸포리우스 제국에게 편지를 쓸 때, 이 사진도 첨부해서 보내야 한다. 안 그러면 협상의 의미가 없다.”
“정말 그거 찍는다고 갑자기 엘프와 인간의 사이가 좋아지는 계기가 될까요?”
“운이 좋다면 말이지...”
나는 다시 세실리아에게 물어봤다.
이번엔 좀 다른 이유로 물어보는 것인데...
“그나저나, 왜 나를 아까부터 힐끔힐끔 쳐다보는 거에요? 무섭게...”
“나는 사실 감정절제를 잘 하는 편이다.”
...느닷없이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지나가던 개도 그 말을 이해할 수 없겠다.
“지금 나는 너와 단 둘이 있다는 상황이라면, 이성을 잃고 너를 그대로...”
“좋아. 거기까지. 그 이상은 못될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니까, 거기서 그만 말해요. 그리고 두 번 다시 이 모습으로, 세실리아와 둘이 되는 상황은 없을 테니까 그것도 알아두시고!”
본래 저런 캐릭터는 폭주가 덜한 편이잖아.
아니 더 심한가?
나는 내 안에 있는 앙증맞은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면서 생각을 했다.
분명히 나는 루인을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최대한 많은 이종족을 보여주는 것이 업적에 하나 있기에, 페어리를 만나려다가 엘프를 만났고, 공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상황이 잘 해결 되어 엘븐 포레스트에 도착했다.
즉, 나와 루인의 목표와는 다르게, 지금 먼 나라 이웃나라 엘프편으로 가고 있다는 소리인가...그보다 얼마나 많은 이종족을 만나는지 그건 개인의 만족도에 따라 다르지 않나? 거기다가 잡화점에 있는 이종족만 해도 마족, 드래곤, 마리아는...뭐 아무튼 인간과 다르니까.
거기에 엘프와 페어리까지 5종류. 그냥 몬스터의 숲 한 바퀴만 돌아도 트롤이나 오우거, 오크 등. 여러 종류를 다양하고 편하게 관광을 할 수 있었다. 그냥 그쪽으로 갈걸 괜히 몽환의 숲에 진입해서, 이런 바보 같은 꼴로, 저 엘프 여왕에게 어린아이 취급 받으면서 앉아 있어야 하다니!
“제길...처음부터 목적지를 잘못 설정했어.”
“떽! 여자애는 그런 못 된말 쓰면 안 되요!”
“전 남자거든요!”
“지금은 여자애에요.”
“아니! 전 생물학적으로도 남자거든요!”
나의 비참한 중얼거림을 멜로디가 듣고는, 나에게 훈계를 하려고 했으나, 나는 남자라 어쩔 수 없다. 그보다 내 성별을 멋대로 바꾸지마.
“그나저나 이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네요. 루인이라고 했나요?”
그러자 루인은...
“크크큭! 나는 어둠의 방랑자. 아브리에스.루인.베니티아! 영겁의 세월을 관측하는 방관자이며, 세계가 파멸로 인해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면, 홀연히 나타나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등장하는 집행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의 능력은 모두 봉인 되어, 태양계에 있는 지구로 추방이 되었고, 지금은 평범한 인간의 몸 속에 자리잡아...”
“너무 길어. 그거 언제까지 떠들 생각이야!”
설정집을 외우고 다니나?
“저런. 그러면 그 힘의 봉인은 어떻게 해야.”
멜로디는 슬픈 눈으로 루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보다 여왕이 낚이지 마!
아무튼 루인은 자신이 있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마법은 없고, 이종족도 전부 없으며, 오로지 인간이 모든 땅을 지배하면서, 과학기술이 이곳보다 월등하게 발달이 되었다고 한다. 각 나라의 정상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전쟁을 하지 않고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고는 하지만, 지리상 한국 위쪽에 있는 또 다른 곳이, 미사일로만 밥을 벌어먹고 사는 가난한 곳이 존재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 곳은 분명히 주민들을 세뇌해서 노예로 만들고, 별별 이상한 이유로 총살하면서도, 역사를 왜곡시켜가면서 자신들을 신격화 시키려는 그런 무식한 사람인 것이 분명해.
끔찍하군.
아무튼 티파티는 계속 되었고, 나는 제발 남은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마음 속으로 빌고만 있자. 시간은 지금도 움직일 테니까...
============================================================================================
내일부터 피시방 야간 알바인데...
글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