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40

FNL-Phantasm 2017. 11. 28. 19:44

540

 

 

 

바보 같은 백장미 신작촬영을 찍은 지 1주가 흘렀다. 정말 이 바보 같은 작전이 통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논문으로 써야 할 것 같았고, 만약 이게 통한다면 후세에 넘어가며 바보 같지만 멋있었던 계획 Top10’에 당당히 1위로 들어가리라 생각한다. 누구나 다 좋아한다는 Yee.T 보드게임하나 때문에, 천계가 뚫리고 그 안으로 레이베리아를 제압한다는 선언.

 

혹은 레이베리아가 도망갔다면 지금 행방불명이 된, 아우리스와 비니스 여신, 데모르테까지 찾아나서는 거야말로 목표에 해당된다. 상세하게 계획을 꾸미고 있었으며, 그 보드게임 대회의 주최자는 마리아가 맡기로 했다. 루시피나가 따라주는 찻잔의 향기가 잡화점 안을 한 가득 채워놓을 때. 루니아 누나 옆에 꼭 붙어서 정승처럼 점잖게 있는 루비아.

 

분명 내 예상이라면 루비아에 대해 따지러 오거나, 따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심각한 전개와는 달리. 너무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바람에, 루비아는 잡화점 멤버 속에 녹아가고 있었다. 잡일을 하거나 주변에 경계를 하는 것에 있어서, 식신을 사용하여 잡화점 반경으로 5km정도까지 정찰이 가능하고, 잡화점에 침입한다고 한들 글레이프니르를 소지하고 있으니, 한 명 정도야 루비아가 단숨에 포박할 수 있는 전투력을 지녔다.

 

그렇게 자매가 한 쌍으로 잡화점 멤버로 있었지만, 은발의 긴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었던 아리엘이 불쑥 말을 걸어왔다.

 

카일 씨. 여자가 늘었네요? 어떻게 꼬셨어요?”

 

나는 아무런 짓도 안 했는데?”

 

그냥 루비아가 받아달래. 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실이라고 해도 뒷 내용을 붙이냐, 붙이지 않느냐에 따라 내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에게 맞아 죽지 않을 수 있으니, 한숨을 대신으로 답을 하도록 하자.

 

후우.

 

카일 씨는 여자가 꼬여서 정말 좋겠네요. 그나저나 저하고 언제 같이 술을 마실 건가요?”

 

농담이라도 그런 헛소리 하지마.”

 

농담이라뇨. 이제 저도 12월이 지나고 다음 1월이 오면 20살이에요. 정확한 나이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아무튼 20살이라고 할 거라고요.”

 

넌 아직 20살이 아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벌써부터 술 생각을 하고 있어.”

 

아리엘의 은유적 표현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나 또한 거기에 반박하기 위해 은유적 표현을 사용했다. 아리엘의 주 목적은 나와 같이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겠지. 게다가 릴리스와 같이 돌아다니면서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매번 성장하는 모습이 남다르게 빠른 듯 보였다. 신장이나 외형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는데, 몽마의 능력을 사용하는 면에서는 이미 상급 몽마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해야 한다.

 

저번에 아리엘이 6번째 양을 타고 나에게 돌진하는 바람에, 어마어마한 충격에 휩싸인 상태로 잠에서 깨야만 했던 나. 그때는 분명 릴리스를 따라 하란국에 갔다고 했었는데, 하란국에서 이곳까지 물리적인 거리는 꽤 멀었지만, 꿈속에서의 거리는 양이 뛰어 놀면 곧바로 닿는 거리였다.

 

따듯하게 차를 입에 넘기며 따듯함이 온 몸을 가득 채우는 포만감에, 잠깐 안심을 하려고 했는데, 아리엘이 터무니 없게도 내 무릎 위에 앉았다. 사방에서 뻗어 나오는 순간적인 분노를 감지하며 식은땀을 흘려도, 아리엘은...이미 주변의 분위기를 알아차렸지만, 모르는 척하고 나와 가까이 밀착하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카일 씨.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우리는 언제 과거로 돌아가요?”

 

과거로 돌아가서 뭘 할 건데? 너에겐 오히려 이런 시간대가 맞지 않아? 그리고 지금 고요한 분노로 인해 주변에서 서서히 깨지고 있는 소리가 나거든? 그러니 이제 좀 내 무릎 위에서 내려가줄래?”

 

흔들의자라 나는 등을 자연스럽게 기대고 있으니, 지금 아리엘의 등도 내 가슴 쪽에 기대고 있는 상태였다.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저는 다시 잡화점에서 놀고먹고 자야죠. 릴리스님과 최근에 다른 이들의 꿈속을 관측하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천계와 마계가 꾸며놓은 기이한 연극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그 이외에도 다른 이들이 유랑극단에 참여하고 있더라고요.”

 

시끄러워. 너는 잡화점에 있는 동안 적어도 집안일은 좀 도와. 어디서 백수가 되려고 노력을 하는 거냐. 그보다, 그게 꿈에서도 관측할 수 있는 건가? 나중에 릴리스에게 부탁을 좀 해둬야겠네. 그 전에 제발 나에게서 좀 떨어져줄래? 지금 찻잔이 허공에서 깨지는 거 안보여? 폴터가이스트를 일으키는 유령도 이 집에 이상현상을 보며 뛰쳐나오겠다.”

 

그러나 눈치가 없는...척을 하는 아리엘은 의도적이지만, 마치 자기자신은 의도하지 않았다는 듯이 왼쪽으로 누워 오른손을 자연스럽게 내 어깨 위로 올려놨다. 반짝이고 있는 은빛의 머리카락들로 인해, 자연스레 풍겨오는 라벤더 향이 내 몸 주변을 포위하는 것만 같았다.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며 황혼을 담은 듯한 그윽한 눈빛 때문에, 몸과 정신이 긴장하고야 말았다. 아리엘은 충분히 매혹적이고 귀엽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가 진정으로 몸과 정신을 긴장하고 있는 까닭은...

 

주인.”

마스터.”

 

내 근처로 다가간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의 음산한 호명이, 지금 당장이라도 연옥 밑바닥으로 내리 꽂을 것만 같았으니까.

 

레시아. 시나. 진정하...!”

 

카일 씨? 지금 저랑 이야기 하고 있잖아요? 어딜 보고 이야기 하는 거죠?”

 

살짝 화났다는 듯이 볼을 부풀리며, 내 고개를 강제로 자신의 눈에 맞추게 했다. 지금 아리엘이 귀엽다는 감상보단 잠시 후에 내가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만 꽉 차고 있는 지금. 마음속에서는 질문 할 것만 하고 제발 좀 놔줘!’라고 소리쳤다.

 

공기에 떠다니는 칼이 있다면 지금이 딱 그 상황. 실제로 5번 이상 베어나갔을 만한 분위기를 만드는 이유는 잘 모르겠고, 아리엘이 릴리스와 돌아다니며 나름대로 일을 하고 온 것 같았지만, 루비아가 들어오고 나서 시비를 걸려고 하는지, 나에게 달라붙어있는 아리엘이다.

 

여자와 같이 있으니 부드럽다거나, 따듯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신이 여유로웠을 때 이야기지만, 나의 경우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기에, 부드럽고 나발이고 아리엘을 떨어뜨려야 했다.

 

벌써 레시아와 시나가 내 근처 5M이내로 접근하면서 2차경고를 주기 시작했지만,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아니. 확실히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하면서, 내가 날아가는 꼴을 보고 싶어하는 아리엘이 내 목에 바람을 불기 시작했다.

 

후우~”

 

갑자기 뭐야!”

 

광역도발도 이런 도발이 없고, 남들 다 보라는 듯이 저질러버린 아리엘.

 

카일 씨는 피부가 하얘서 좋겠네요. 혹시 우유로 목욕하거나 그래요?”

 

괜한 헛소리 하지 말고 당장 내려와.”

 

말은 차갑게 받아 쳤지만, 내 눈빛은 제발 좀 살려줘!”라고 애원하며 자비를 빌어보았으나, 아리엘은 웃는 얼굴로 , 안 돼.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내 시신경에 도착했다.

 

그런데 카일 씨? 라 캄베리라고 아세요?”

 

라 캄베리라는 곳이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당시에 어떤 소녀가 그 안에 들어간 것만큼은 기억해냈다. 그때 당시 존재감을 거의 없애는 마법을 사용한 레시아와 같이 있는 나하고 눈이 마주쳤으니까.

 

글쎄. 이름만 들어봤네. 정확하게는 뭐 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는걸?”

 

아리엘이 내 쇄골 부근에 가느다란 검지손가락으로 소용돌이를 그리며 이야기 했다. 그나저나, 이번 대화가 끝나고 나는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라 캄베리는 유명한 마법공학제품 회사이지만, 사실 그 안에는 혈액은행부터 다양한 범죄조직까지 다 거느리고 있다고 해요.”

 

누구에게 들은 거지?”

 

당연히 라 캄베리에 다니던 간부에게 들은 말이죠. 꿈에서 물어봤으니 정말 다행인 거 있죠?”

 

라 캄베리가 겉은 건전한 기업인 것처럼 보여도 속은 완전히 엉망진창이란 소리인가? 돈이 있으면 아무래도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늘어나니까. 법을 피해서 살인을 저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쳐도 혈액은행은 처음 듣는데?

 

혈액은행을 네가 거론한 바로 보아,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 피는 불법적으로 팔고 있다고 하는데,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것 같더라고요. 카일 씨는 딥 웹이라는 존재 아세요?”

 

최근에 들은 정보니까 알고 있다.

 

딥 웹을 해킹해서 알아본 바로는 라 캄베리도 유랑극단에 소속되어있는 직원이라는 소리에요.”

 

그 거대한 회사 자체가 직원이라고? 그 전에 너에게 해킹능력이 없을 텐데?”

 

꿈속에서는 뭐든지 가능하니 그 간부의 꿈을 체험했어요. 실제로 남아있는 기억의 단편이 있으니까요.”

 

차분하게 말하면서 명확하게 들리는 아리엘의 목소리 때문에 잠이 들뻔했다. 주변에 차분하고 사람을 점점 나태하게 만드는 무언가를 감지했으니, 다시 정신줄을 꼭 붙잡고 입을 열었다.

 

꿈속에서 실제 기억으로 이루어진 단편의 체험을 한다고 한들, 그 사실에 대해 명확한 증거가 없는 이상. 멋대로 계획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네가 말한대로 그 회사가 딥 웹을 하고 있고, 그 중에서 유랑극단에 소속되어 있다면, 지금 라 캄베리 말고도 그와 같은 회사가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소리가 되겠지. 적어도 13만이라고 하는데.”

 

“13만이요?”

 

관객 약 13만명 그리고 유랑극단의 일원 약 5 2백명. 이 정도가 최소값에 달하는 적이야. 최대값이라면 130만명은 거뜬하게 넘어갈 수 있고, 심각하게 진행된다면 1300만명도 뛰어넘어버리겠지.”

 

흔들의자가 점점 뒤로 기울었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것을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아리엘과 같이 무게가 이동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는데, 레시아와 시나가 내 머리 위에서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이는 3차 경고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리엘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얻어낸 결과로, 가장 의심이 가는 후보자인 라 캄베리에 침입해서, 증거를 뽑아오기만 한다면, 내가 세우는 바보 같은 계획 말고도, 다른 계획을 세우거나 변수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텐데.

 

어이. 주인. 언제까지 그렇게 붙어있을 참인가?”

마스터. 당장이라도 황천으로 여행 떠나고 싶으신 겁니까?”

 

잠깐만...그렇게 말하니까 제가 나쁜 녀석처럼...”

 

마왕님과 빛의 여신님도 붙어있으면 되잖아요.”

 

아리엘의 뻔뻔한 말 한마디에 나의 말은 모두 묻혀버리고, 그녀들의 분노를 사기에는 충분했다. 거대한 살기가 내 목을 조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정말로 명계에 있는 후손에게 뱃사공 일을 배워야 하는가에 대해 눈물을 흘리려고 할 때쯤.

 

저도 잡화점에 지내면서 카일 씨와 친해질 권리가 있어요. 이성에 대해선 우유부단한 카일 씨의 잘못이 있다고 하지만, 이걸 자세히 생각해보면 카일 씨는 평상시에 이 정도의 스킨쉽은 다 받아준다는 소리에요. 그렇죠?”

 

어 당연...이라고 말할 줄 알았냐! 당장 안 내려가! 대체 무슨 헛소리를 흙에서 퍼 올려서 사람형상으로 만들고 난리ㅇ...”

 

그런가? 주인? 그렇게 붙어있어도 아무 말 하지 않는 건가?”

그러면 괜한 질투를 했군요. 저는 마스터가 아리엘만 붙어있는 걸 허용하는 줄 알았습니다.”

 

어라? 잠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리엘을 바라보자, 한쪽 눈으로 윙크를 하고 있는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여자의 마음은 여자가 더 잘 알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네.

 

카일 씨는 찬물에 들어가서 쉽게 여자로 변하는 주제에, 여자의 마음을 어떻게 잘 모를 수가 있죠?”

 

내가 란마냐? 21년간 남자로 살아온 나에게 여성적인 사고방식을 강요해서 뭐에 써먹으려고?”

 

그보다 언제 찬물에 들어갔다고 여자로 변했던가?

누가 강제로 바꿔버리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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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압기술은 또 뭔...

3D 설계 배우는 통에 실린더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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