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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16

FNL-Phantasm 2017. 10. 11. 21:52

516

 

 

 

새벽이란 시간대는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시간인데, 새벽에 얼마나 더 깨어있는지의 차이로 수많은 것이 바뀐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변한다는 말을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며, 경건한 마음으로 깨끗한 옷을 입으며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아랑의 작은 어깨를 잡으며, 한 때 창조주가 사용했다던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을 때였다. 일부 무녀는 수면을 거부하고 중요한 의식을 보조하고 있을 무렵. 목걸이에는 어마어마한 빛이 일어나며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포탈이네요? 이제 저 앞에 가면 디아블로가 기다리고 있나요?”

 

디아블로를 퇴치할 생각이었다면 이 몸은 네팔렘이나 둠가이를 불렀겠지. 지금은 엘티노스가 오래 봉인 되었으니 카일이 직접 찾아가서 깨우고 와야 한다.”

 

시간은요?”

 

아마 2시간정도?”

 

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애매한 대답을 들으니 한숨밖에 쉴 것이 없었다. 안에 들어가서 찾지 못하고 2시간이 지나기 전에 뛰쳐나와야 하는 걸 보면, 차라리 람보라도 불러서 저 안에 기관총세례를 퍼붓는 게 더 빠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 천천히 차원문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루시피나는 레인과 같이 밖에서 지켜주세요.”

 

알았어. 신랑. 만일 문이 닫히려고 한다면 강제로라도 이곳으로 불러올게!”

 

용족혼인의 문장으로 날 강제귀환 시킬 수 있는 마법은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고, 만약에 문제가 터져도 여유롭게 빠져나올 수 있는 수단까지 있어야, 다른 변수가 생겨도 당황하지 않고 끝날 수 있지만, 내 앞에 벌어진 변수가 상상을 뛰어넘어버렸다.

 

여긴 대체 어디야?”

 

봉인이라는 것은 대상을 제압할 힘이 마땅히 없거나, 제거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조치하는 행위다. 하지만 봉인을 경험해본 나로는, 무지하게 긴 시간을 그냥 잠자고 나왔다고 해야 하지만, 엘티노스에겐 자신의 삶을 영원히 돌아보는 장소였다. 멍하니 수정구 앞에 앉아서 자신이 벌여온 일을 끊임없이 보고 있었고, 이곳에 온 나의 존재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퀭한 눈으로 굳어있을 뿐.

 

엘티노스 씨?”

 

[최근에 내가 보았을 때는 직접 영향을 주는 천계의 영향이 너무 커.]

[언제나 인간의 편에서 좋은 일을 하다간, 천계와 마계가 전부 붕괴될 거야?]

[그래도 인간계의 주인은 인간이 되어야 해. 언제까지 창조주 앞에서 인형처럼 움직이게 만들 수는 없지.]

[창조주도 너의 계획을 알고 있어?]

 

사납게 울려오는 목소리는 페어리들의 여왕. 티아와 일전에 이야기 했던 것처럼 들렸다. 지금 내 앞에 울려 퍼지는 것과 동시에, 시야를 꽉 채우는 엘티노스의 기억을 빠짐없이 보고 있었지만, 육두문자나 화를 내야 했던 엘티노스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엘티노스 씨. 거기서 뭐 하는 거에요? 그보다 이 기억들은 또 뭔데요! 좀 일어나서 말대꾸라도 하라고요!”

 

지금 당장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일지도 모르는데, 태평하게 앉아서 멍하니 수정구를 바라보고 있는 엘티노스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실이 끊어져버린 인형처럼 흔들리고 있던 엘티노스는 이중, 삼중으로 봉인을 당한 듯 보였지만, 그래도 소리치면서 정신차리길 빌고 있었다.

 

[그래서 창조주에게 권한을 조금 이어받아 몇몇 인간들의 유전자를 살짝 변형시키고 있어.]

[하지만 발전의 끝에는 언제나 멸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 너무 강해지면 주목을 받아버리니까.]

[괜찮아. 현재진행형이니까. 조금씩이나마 마나를 사용하지 않고 능력을 사용하는 이른바 초능력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초능력자?

엘티노스가 초능력자를 만들기 위해 인간의 유전자를 변형시켰다고?

이게 좋은 의도인지 나쁜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엘티노스를 깨우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뭘 해야 엘티노스가 일어날까?

 

! 저기 여자다!”

 

나의 허무한 외침이 공허 속으로 들어가 공허충 귓가로 빠질 때, 허무함만 마음에 가득 차버린 나머지 허탈한 웃음 하나 남기고,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초자아가 ! 그런 쓸 때 없는 짓을 했니!”라고 어마어마하게 질타하고 있을 무렵. 엘티노스가 단숨에 일어날 듯한 말을 골라야 했다.

 

저기! 발키리가 바니 걸 복장하고 있다!”

 

어디! 어디야! ...뭐야? 여긴 어디야?”

 

댁은 진짜 상급신 맞아요?”

 

당연하지. 하아암~”

 

입을 쩍 벌리면서 커다란 하품을 너무 늘어지게 하는 나머지, 시공간마저 늘어나는 줄 알았다.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았던 하품이 끝나고, 꿈뻑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벌써 2년이 지났나? 너 언제 왔냐?”

 

댁이 봉인 당해서 찾아왔거든요? 아쟁총각의 제7원소 같은 인간아?”

 

나는 그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 이곳에서 잔 게 아냐. 그보다 이 수정은...그렇군...”

 

그 수정이 뭔데요?”

 

엘티노스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하기를...

 

이 수정은 천계의 도공이 만든 12변체도 중에 하나지.”

 

당신 미쳤어요? 다른 글을 가지고 오지 말라고, 그리고 이거 칼 아니에요. 수정구라고요. 봉인 당하더니 뇌세포까지 봉인 당했어요?”

 

이상한 인형이나 권총을 칼로 분류하는 것만큼 특이한 설정도 없었다고. 하긴 아무것도 모르고 맨 처음에 보면 다 그렇게 생각하려나?

...아닌 거 같은데?

 

저 수정구는 상대의 정신을 가두는 용도로 쓰여. 하지만 레이베리아에게 봉인 당했을 때는 분명...! 맞아! 그 망할 년이! 감히 날 봉인해! ! 얼마나 지났어!”

 

제가 이 시간대로 불시착했을 때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흐른...”

 

얼마냐고!”

 

“300년 뒤요.”

 

내 앞에 있는 것이 화산인 줄 알았다. 어마어마하게 붉어진 얼굴로 화를 내는데, 나중에 입에서 용암과 화산재가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다행이 상급신이고 오랜 세월을 지켜봐 온 인간의 수호자로서, 절제를...

 

이 망할 것을 어떻게 해야 하지? 꼬챙이를 들고 가서 죽을 때까지 찔러야 할까? 아니면 평생 타고 다닐 것으로 만들어버려? 이런 빌어먹을! 하필 그 중요한 시점에서 어떻게 알고 봉인을 시킨 거야!”

 

할 줄 모르며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뱉고 있는 엘티노스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기 전에, 좀 전에 비췄던 기억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인간의 유전자를 변형시켜서 초능력자를 만든 거요?”

 

“......”

 

불같이 화를 냈던 인간이 내 말에 고요한 호수처럼 숨도 쉬지 않는지, 불편한 침묵이 이곳 저곳을 찌르기 시작했다.

 

뭐야? 알고 있었냐?”

 

엘티노스의 정신을 가두기만 하는 건 아니더라고요. 나중에 이야기를 좀 들어야 하겠지만, 초능력자는 엘티노스가 직접 저지른 일이라면서요?”

 

저지른 일이 아냐. 그건 내 의지였어. 언제까지 인간이 신과 악마에게 고개를 숙이며 살아야 하겠냐? 그보다 아직 그 목걸이 안이라면, 지금 당장 나가야지. 하지만 이상하네? 내가 봉인 당한 목걸이는 이 차원의 신 이상의 계급이 열어 줄 수 있지만, 내 예상으로는 레이베리아가 너를 천계에 추방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

 

엘티노스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나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물어봤다. 당연히 엘티노스의 시선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지만, 살이 파고들 것만 같은 눈빛.

사실대로 말한다는 선택지만 존재하니 어쩔 수 없나.

 

아랑이 문을 열고 있어요. 빨리 나가죠.”

 

. 너 혼자 나가. 자존심이 허락 못해.”

 

이럴 때만큼은 애처럼 행동하지 말라고요...”

 

자존심을 때려죽여서라도 좀 나오던가?

결국 약 30분동안 말싸움을 한 끝에 차원문에서 나온, 나와 엘티노스는 아랑의 웃음소리를 한 가득 듣...

 

봉인에서 나왔나? 그보다 엘티노스에게는 긴 할말이 있으니 먼저 쉬고 있거라.”

 

지는 못했고 오히려 이 날을 기다려왔다는 듯이, 엘티노스를 말로 붙잡기 시작하면서 나머지는 전부 내쫓기 시작했다. 아직 엘티노스에게 물어볼 것이 남아있지만, 봉인은 풀렸고 얼마 있지 않아 나를 만나러 올 것 같으니, 아랑의 말을 순순히 듣기로 했고 오늘은 내가 잡화점을 운영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하고 있으니 여우신사에서 자기로 하자.

 

다른 무녀들에게 인도를 받아 도달한 곳이라면...

 

그럼 두분 오붓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바닥에 베개 2개와 이불 하나만 있는 기괴한 현상을 목격하고야 말았지만...

 

그 뭐냐. 루시피나?”

 

왜 그래? 신랑?”

 

활짝 웃으면서 내 말을 기다리고 있는 루시피나였지만, 밝은 앞모습과 달리 뒤에 피어 오르고 있는 형이상학적인 검은색 오러가 무서웠다. 그보다 음침해. 무슨 일을 벌이려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밤은 따로 자고 싶을 정도야.

 

-팡팡!

 

언제 루시피나가 이불 속에 들어갔는지, 비어있는 옆자리의 푹신푹신한 베개를 시원하게 손바닥으로 때리면서...

 

신랑! 컴 온!”

 

뭐가 컴 온이에요.

 

괜찮아! 손만 잡고 잘게!”

 

이미 우리 둘이 부부인 시점에서 손만 잡고 자는 게 더 이상하지 않아요?”

 

내가 이런 말을 하자.

 

, 그럼 니드호그를 여기서 만들까?”

 

뭘 만들어! 색종이로 접어서 만들기 전에 얌전히 자기나 하시죠!”

 

이미 상상의 나래로 빠진 루시피나는 자신의 볼을 모두 감싸면서 꺄아~”라고 소리지르고, 어마어마한 소리가 울려서 자고 있는 이들을 깨우기 전에 문을 닫았다. 우선 나도 자러 가야겠으나 주변에 있는 무녀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루시피나를 먼저 재우고 내가 자야 순서가 옳다.

 

아아, 빨리 과거로 돌아갔으면 좋겠네요.”

 

?”

 

그야...잠깐만! 언제 위로 올라온 거야!”

 

루시피나의 돌발적인 행동에 심장이 멎을 뻔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남녀의 연애판타지가 아니라, 진심으로 호러인 줄 알았으니까. 분명 조금까지만 해도 옆에 있었는데, 느닷없이 내 몸 위쪽에서 말이 흘러나온다고 생각하면, 그게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 어디가 낭만적이야?

 

드래곤도 죽어서 유령이 될 수 있냐고 나중에 물어보자.

지금은 아니지만...

 

나의 최고시속으로는 태양부터 이곳까지 8 20초가량 걸린다고?”

 

루시피나는 광속으로 질주하는 건가요?”

 

헤헤헷!”

 

그나마 약한 태클을 받고 해맑게 웃으면서 행복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수많은 일이 있지만 그나마 진정이 되고 있을 때였다.

 

이렇게 있으니까 편안하다. 그렇지?”

 

아래에 눌리고 있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좀 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내가 그렇게나 무거워?”

 

아뇨. 오히려 가볍기는 한데...”

 

무섭잖아.

주온을 찍는 줄 알았다고.

 

하지만 루시피나는 보안이 바사삭하고 부셔지는 나의 독백을 읽었는지 아닌지, 갸웃거리기만 하다가 더 강하게 끌어안아 입을 열었다.

 

신랑! 사랑해!”

 

그런 말은 좀 자중해줘요.”

 

부끄러워?”

 

아뇨. 이걸 읽고 있는 다른 사람들이 불을 켜고 죽창을 만드는 소리가 들리니까요.”

 

솔직히 닭살이 돋아서 시공의 폭풍으로 사라질 것 같았다.

당연히 죽창 만드는 소리가 환청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신랑이 이렇게나 좋은 걸?”

 

장르를 억지로 바꿀 생각하지 말고 얌전히 자기나 하시죠?”

 

그나마 루시피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서 내가 주온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있다고 생각을 하니 그나마, 안심하면서 잘 수 있는 새벽은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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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배우고 집에 와서 바로 글쓰니 피곤하네요.

물론 도중에 아버지와 족발하고 소주를 마셨답니다.

...네. 족발도 마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