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64 [Refresh]
64
간혹 일의 마무리 뒤에는 더 큰 일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대부분에는 일을 마무리하면 가장 방심하기 쉬운 때인데,
그게 아마 지금일지도 모른다.
언제쯤 나에게 평화가 찾아올까?
-눈뜨고 일어났더니 전혀 모르는 장소에서, 3집 촬영장에 있는 루니아를 본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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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잡화점이 박살 난 이후로, 자동 복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빠른 복구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잡화점에 도움을 줘서, 새벽 5시에 겨우겨우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8시에 눈을 떠보니, 전혀 내가 모르는 장소에 눈을 뜨고 난 뒤에,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3집 촬영에 시작했다.
본래 상쾌한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내 입장에선, 어처구니 없는 일로 인해, 최악이라는 글자와 함께, 컨디션이 밑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아직도 내 기분의 파라미터가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이번엔 루니아 씨의 기사단원이 옆에서 뭐라 이야기 했는지, 갑자기 촉수괴물을 불러온다는 바보 같은 소리를 듣고, 특제 수갑이 채워진 나는 “세상에 오늘 별걸 다 겪어보네.”라고 말하자 루니아 씨는 느긋하게 웃으면서, “본래 세상은 다 그렇답니다아.”라고 내 말을 받아치며 장외홈런을 시켜버렸다.
덤으로 나에게 지금 입혀진 옷은 릴리 기사단의 제복이라고...
순결을 뜻하는 꽃인 백합으로 눈이 쌓인 듯한, 흰색의 눈부신 제복 중 하나다.
애초에 이거 치마가 짧다고! 차라리 바지를 줘!
남자에게 뭘 입히는 거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촬영은 계속 되었다. 그 이후에는 정말 놀랍게도, 네크로맨서 협회 중에 가장 강력한 협회인 ‘시체협회’의 회원이 와서, 몬스터를 소환했다. 물론 그 회원은 여성이었고, 그 저주받은 잡지를 들면서 나에게 나중에 사인해달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살인충동이 일어났으나 지금 마나를 차단 당한 나는 네크로맨서 상급자를 상대로 싸울 힘이 없다.
-꾸물럭 꾸물럭...
뭔가 라플레시아의 변형체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보다 너도 부르면 나오는 녀석이냐?
“망할...이게 대체 뭐라고...”
뭐랄까...
이런 건 보통 다른 만화책이나 소설에서 나오지 않나?
이건 애초에 개그 장르라고?
이 망할 오징어가 침략하는 장르가 아니라!!!
물론 가장 어처구니 없는 건, 이 녀석은 고정된 체 움직일 수 없었다는 것. 이때는 그냥 거리를 벌리면서,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물론 저 촉수가닥이 갑자기 늘어난 것 빼고는...미쳐 반응하지 못하고 나는 가만히 서있지만, 마치 모세가 바닷물을 가르듯, 나는 그냥 지나갔고, 뒤에 있던 릴리 기사단원 중 하나를 노렸다.
한 순간에 모든 기사단원이 전투태세가 될 때 동안, 지금의 나는 쓸모가 없으니 “팝콘이 어디 없나?”라고 찾아 다녔다. 물론 어깨에 있는 레시아가 그 혼란 속에서 입을 열기를...
“저 녀석은 수컷이다. 애초에 잘못 소환했군.”
잘못 소환했다는 말이 왜 나와요.
“그래도 지금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생겼잖아요? 그보다 그 네크로맨서가 소환한 그 괴물은 대체 뭐에요?”
“저건 마왕성에서는 상위 몬스터에 속하는 포식 몬스터 중 하나다. 애초에 촉수 몬스터라고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평화롭고, 패티쉬를 위한 몬스터가 아니다. 애초에 이 녀석도 먹이를 집어 삼킨 뒤에, 강한 강산으로 녹여서 흡수를 하는 엄청나게 잔인한 녀석 중 하나다.”
“뭐...본래 현실은 잔인하니까요. 그런데 상위 몬스터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강하겠...”
“시공섬!”
루니아 씨의 붉은 빛의 검강<Aura Blade>과 귀여우면서도 느긋한 외침은 이름도 모를 촉수 괴물의 몸을 시간과 공간까지 자르며, 공간이 순식간에 어긋나 버렸다. 그 후에는 다시 공간이 어긋나기 이전으로 되돌아가면서, 그에 따른 여파로 폭발이 일어나, 그 괴물은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졌다.
“아무래도 괴물은 위험하네요오. 어차피 3호집에 찍을 것은 다 찍은 상태고, 이만 해산을 하도록 합시다아.”
...역시나 몬스터 학살 전문 기사단장.
내가 보기엔 그쪽이 더 위험해.
“나중에는 더 순한 녀석으로 데려와서 4호집을 찍어야겠어요오.”
뭐야...그거 진짜 찍을 생각이에요?
“애초에...왜 갑자기 몬스터를 소환해서 사진 촬영을 하는 거에요?”
“그건 독자들이 원하기 때문입니다아.”
“웃기고 있네! 누구 죽이려고 작정했어요!”
“루니아 누나가 지켜줄게요오”
그거 전에 티아가 했던 그 얀데레 표정 아니에요? 최근 들어 인기가 지났다고 알고 있는데? 아무튼 끝났다고 하니까, 나는 잡화점으로 되돌아 가야지, 이런 곳에 오래 있다간 무슨 일을 겪을 지 모른다.
“그나저나 루니아...누나. 수갑은 풀어줘야죠.”
“아...그런데! 이벤트가 남아있답니다아!”
...풀어줄 생각이 1%도 보이지 않은 루니아 씨의 눈을 보며, 한 숨을 내쉬고 물어봤다.
“그래서 이번엔 또 어떤 획기적이고 바보 같으며, 미쳐버린 이벤트인가요?”
“그건 말이죠오.”
루니아 씨는 느긋하게 말 끝을 늘리더니...
“안 알랴줌.”
“댁이 엘티노스에요! 그냥 알려줘도 되잖아!”
그렇게 소리를 지른 이후에, 루니아 씨에게 잡혀서 끌러간 곳은 릴리 기사단 숙소가 눈앞에 보였...아니 잠깐?
“여기는 금남구역인데요?”
“지금 카일의 코스프레로 괜찮을 거에요오.”
...하긴 지금은 긴 흑발을 내 머리에다 씌웠으니까.
“애초에 아무리 저에게 가발을 써도, 저의 남자다운 이미지는 가려지지 않는데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어디가 남자다운데요? 애초에 지금은 여자다우면 여자다웠지, 경계병들도 그냥 여자인 줄 알고 지나쳐버렸는데요?”
루니아 씨의 말은 나를 충격으로 몰아갔다.
제길...나는 대체 왜 이런 어중간한 외모로 태어났을까?
차라리 근육이라도 붙어있던가...
“그런데 이번엔 무슨 이유로, 저를 기사단 숙소까지 끌고 가는 건데요?”
“그건 이 방문을 열면 이유를 알 수 있답니다아!”
107이라 적힌 방문 앞에서 문고리를 잡았다.
그리고 내가 방문을 열자마자, 옷을 막 갈아입기 시작한, 소녀의 모습을 보자마자 빠르게 다시 문을 “쾅!”하고 닫아버렸다.
“정말 반응속도가 빠르네요오...보통은 빤히 보다가 “어디를 보는 거야! 이 변태야!”하면서 날아오는 휴지나, 필기구나, 검이나, 염산병에 맞는 장면일 텐데.”
“애초에 휴지와 필기구는 모르겠지만, 검과 염산병은 반드시 사람이 죽거든요!...잠깐 목소리는 왜 바뀐 거야! 왜 내가 여자 목소리로 변했냐고!”
그러자 레시아가 입을 열었다.
“만일 남자인 걸 들키면, 아까 그 안에 있던 소녀가, 경비원을 부를 가능성이 높지 않는가.”
하...인생...
-벌컥!
아까 닫았던 방문이 힘차게 열리자, 녹색의 웨이브 머리를 하고, 릴리 기사단의 제복을 입은 소녀가 나타났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1. 싸운다
2. 스킬
3. 몬스터 볼
->4. 핥는다.
잠깐! 왜 4번을 선택하는 거야! 그리고 몬스터 볼은 또 뭐야! 아무튼 바보 같은 회상은 둘째치고, 날카로운 갈색의 눈동자가 입을 열었다.
“나는 메르티아 맥커드. 네가 이번에 나하고 같이 생활하는 룸메이트야?”
메르티아라고 소개한 소녀에게 답을 보냈다.
“나는...잠깐만? 룸메이트?”
금시초문이라 곧바로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라는 눈빛으로 루니아 씨의 붉은 눈과 마주쳤다.그러자 루니아 씨는 근엄한 목소리로 메르티아에게 입을 열었다.
“메르티아. 잠깐 이 아이는 기사단장 실에서 이야기 할 테니까, 제가 방에 들여보낼 때, 실컷 이야기 하세요.”
“넷! 기사단장님!”
그리고 메르티아는 아무 말 없이 숙소에 들어갔고...나는 기사단장의 방까지 끌려간 뒤에야 입을 열 수 있었다.
“룸메이트는 또 무슨 헛소리에요! 내가 왜 이쪽 기사단에 들어가게 됐냐고요!”
그러자 루니아 씨는 하나하나 차근차근 설명하듯 입을 열은 것은...
“맥커드 가문에 있는 라인하르트의 부탁 중. 자신의 여동생에게 친구가 없다는 말을 듣고, 카일에게 부탁했거든요. 물론 잡화점에는 큰 사례를 해준다고 했고...”
“그렇다고 내가 여장까지 해가면서, 그 사나운 살쾡이 같은 여자와 친구로 지내라고요? 애초에 여장하는 캐릭터는 대부분 악운이 따른다는 것 몰라요? 내가 태클을 걸기 위해 태어난 거지! 여장을 하라고 태어난 게 아니에요!”
아니...내가 태어난 의미를 잘 생각해보니...둘 다 아닌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그래도 루니아 씨는 차분히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라인하르트는 자신의 절친이라면, 부탁을 들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마 카일이 거절하면, 친구여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하면서 독약을 먹고 자살하겠죠...그래도 괜찮다면 지금 바로 연락을...”
뻔해 보이는 협박에도 라인하르트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란, 불길한 예감에 결국 나는 협상을 하기로 했다.
“기간은 언제까지죠?”
“물론 카일이 남자인 걸 들킬 때까지죠오.”
“개소리하네! 절 화형으로 죽일 생각이에요!”
“최소 2주정도? 어차피 카일은 잡화점을 항상 열어야 하니까, 레시아와 같이 돌아가면 될 거에요오. 물론 아침 9시까지는 기사단에 꼭 도착하시고, 카일은 특별히 훈련을 넣지 않을 거에요. 병약소녀 캐릭터를 아직 구하지 못해서, 병약소녀 컨셉으로 가시면...”
“기다려요. 나더러 지금 병약하다는 연기까지 하라고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괜찮아요. 위급할 때는 마법을 쓰셔도 상관은 없어요. 대신에 현기증이 찾아와도 정신을 힘겹게 유지하는 척을 하시면...”
“제 말 듣고는 있어요?”
최근에 잡화점에서 물건을 팔고 있어야 할 내가, 잡화점이 닫혀있는 시간마다, 개인적으로 들어오는 의뢰를 처리하느라 바쁜 용병의뢰소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고, 지금 잡화점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이 상당히 찾아왔다.
물론 간단하게 “여장하고 기사단에서 지내세요.”라고 말하는 루니아 씨에게도...
“여기선 단장님이에요?”
“그러니까! 제 독백을 왜 볼 수 있는 건데요!”
아무튼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정말 살다가 별 이상한 것은 다 겪고 다니는 구나. 아니 잠깐만?
“그럼 애초에 루시피나 씨나, 마리아에게 부탁할 수 있지 않나요? 그 사람들이라면, 루니아 씨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텐데?”
“그러면 카일의 새로운 모습을 못 본다고, 거절을 했었거든요.”
정말 같은 잡화점 식구끼리도 원수가 따로 없었다.
이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것 인가.
다정한 벗을 찾기 위해서라면 천리 길도 멀지 않다는 말이 있건만, 나에게는 다정한 벗은커녕 나를 어떻게든 고생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그보다 2주는 너무 많은데요?”
“괜찮아요. 메르티아가 이 기사단에 잘 적응만 해준다면, 하루 안에 해방시켜드릴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이 의뢰는 메르티아가 기사단 사이에서 적응하는 속도에 따라, 이 옷을 입고 병약소녀 연기를 하며, 화형에 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서 해방을 할 수 있다고?
“그러면 일단 해산하고, 지금은 오후 훈련시간이니까,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보세요. 아! 그래도 기사단원을 보면서 욕정을 품으면 안 됩니다아?”
“품겠냐!”
그렇게 소리를 치는 사이에, 나에게 걸려있던 수갑이 풀려났다. 다시 대기 중에 있던 마나가 나에게 한꺼번에 응집되는 것을 알았고, 포근하고 익숙한 기분에 짧은 한 숨을 내쉰 체, 기사단장실 문 밖으로 나간 뒤에, 아까 107호의 문을 다시 열자. 오후 훈련에 나간 듯. 메르티아는 없었다.
“그래도 주인의 여장이 이렇게 잘 통할 줄은 몰랐지만, 이러다가 정말 다른 사람이 여자로 아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따지고 보면. 실베스 씨가 레베카 씨가 있는 숙소에, 편지를 가져다 달라고 했을 때, 발생했던 사고인 것 같은데요. 그리고 레시아가 수면마법으로 재워버렸고...”
“그래도 이것도 추억이니라.”
“어디가 추억인지 모르겠거든요!”
곧장 화형 당할지도 모르는데, 이걸 추억이라고 일 삼는 녀석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돌덩이를 날려버릴 테다. 일단 의뢰인 만큼, 우선 운동장으로 발 걸음으로 옮겨서, 어떻게 훈련하는 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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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야기.
물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멍때리니 쓰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