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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92

FNL-Phantasm 2017. 8. 24. 07:21

492

 

 

 

3일이 되기 전에 하는 일이라고는 연공법을 수련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죽어도 움직이지도 않았던 에너지들이, 지금도 죽어라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보면, 연공법으로는 다스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매번 여장과 하루 종일 사용할 수도 없는 힘을 강제로 사용하는 수련 중에 어느 것을 선택하라고 강요를 받고 있기에, 지금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어쨌든 공간이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그려진 마법진 위에, 내가 그 자리 위에 서있었고 자연스럽게 앉아서 주변을 멀뚱멀뚱 보기만 했다. 마법진은 다 설치가 되었는데 레시아와 루시피나, 그리고 루나이 누나가 보는 눈 앞에서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내가 여기에 서있기만 하는지, 아니면 다른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눈빛을 이리저리 보내고만 있을 때.

 

주인의 에너지를 증폭시키는 마법진과 또 다른 한 겹으로는 모든 곳으로 방출하는 마법진이 있다. 3일이 되기 전에 끝낼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로군, 하마터면 내일 오는 육포를 영원히 못 보는 줄 알았노라.”

 

세상이 어찌되든 상관 없으니 육포만큼은 먹겠다는 의지인가? 육포 때문에 이 세상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그만뒀으면 좋겠다. 적어도 삶에는 중요한 무언가가 육포 말고 더 많이 있으니까.

 

그래서 정확하게 공간을 감싸고 있는 사회자를 제거할 수 있나요?”

 

질문을 하자 검은 고양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사회자의 경우에는 이곳의 시간을 어느 정도 간섭할 수 있는 걸로 봐선, 지금쯤은 우리가 못 보는 4차원을 넘어서 볼 수 있을 것이니라. 다만, 방출하는 범위가 상당히 넓으므로 사회자는 검은 존재와 동화한 것을 원망하게 되겠지. 애초에 짐은 마왕이니라. 적을 부수는 것쯤은 간단하게 생각해야 한단 말이다.”

 

그 생각으로 인간계와 천계를 바로 침공했다면, 이곳은 마왕 레시아가 다스리는 장소가 되었으리라 본다. 하지만 우리 눈에는 3차원이 익숙하기 때문에 시간이라던가 3차원을 넘어선 다른 곳을 볼 수가 없을 터.

 

“4차원을 넘어서 적을 부셔버리다니? 그게 가능한 거에요?”

 

가위바위보라면 가능하다.”

 

4차원이 아니야!”

 

짧게 소리지르고 난 뒤에 마법진에 빛이 튀어나오면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점점 환하게 비춰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터진 건지 물어보기도 전에, 모두가 사라지고 하얀 공간만 남아있으니, 내가 지금 빨간약을 먹고 대머리를 따라가서 끝에는 메트릭...

 

메트릭스가 아니니까 웃기는 소리하지 말고 당장 이쪽을 바라봐.”

 

거만한 여자의 독기가 품은 듯한 목소리가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이 공간에 다른 사람이 따라서 들어온 건가? 아니, 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 거야?”

 

신비로운 코발트 블루의 뒷머리를 끌어올린 포니테일의 형태. 그리고 앞머리를 좀 많이 길렀는지 왼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개조한 듯한 짧은 치마형태를 보이는 하란복장에 상의는 검은색과 치마는 살짝 짙은 청색으로 색조대비에 신경을 쓴 것처럼 보였고, 회색 빛의 커다랗고 긴 소매가 눈에 띄었다.

 

구름과 같은 수가 놓여진 기이한 은색의 문양은 넓은 소매를 장식했고, 상의 중앙에는 아무런 무늬가 없이 저고리를 묶기 위한 청색의 고름은 매끄러운 매듭과 함께, 오른쪽으로 내려오고 있었으니...

 

흐응? 그렇게 쳐다보다니 어지간히 놀랐나 보네? 아니면 반했다거나?”

 

전자야. 그런데...”

 

청명한 하늘을 연상하게 만드는 여성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나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떻게 이곳에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카린?”

 

그러자 다른 곳에서 말이 튀어나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바보 같은 질문에 한숨 쉬는 버릇마저 똑같이 되어버리다니, 애초에 나는 잡화점의 인격이야. 솔직히 이런 시공간을 앞질러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정문이 열렸다 닫히면서 말하는 건 웃기잖아? 그러니 네가 보기 편한 것들 중에서 아무거나 복사해서 투영한 거야. 실제로는 카린이 아니라고 바보야.”

 

네가 잡화점의 인격체라고? 1년을 넘어서 나를 이상한 좌표로 추락시키거나, 저번에도 내가 바닥을 밟으니까 느닷없이 솟구치게 만들었던 녀석이?”

 

지금 나와 사사로운 감정으로 사소한 일을 따지기에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치켜 뜨는 눈의 종류에는 남자들을 설레게 만드는 것과 남자의 심장을 얼어붙게 만드는 섬뜩한 치켜 뜨기가 존재한다. 팔랑크스는 이런 녀석과 이야기하면서 정보를 공유한 걸까? 거만하게 가슴을 펴면서 내 근처로 또각또각 다가오는 소리에, 그 어떠한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상대방이 다가오면 왠지 모르게 저절로 굳게 되는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정작 마왕이나 드래곤들이 다 같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그들을 사용하려고 들지 않고 이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기가 질릴 정도로 감탄했어. 잡화점의 주인이 되어서 여러 가지 수모를 겪었다고는 해도, 너는 한결같이 남의 도움을 조금만 받고 직접 해결하려고 드는구나?”

 

살기에 몸이 반응해서 잠깐 뒤로 물러났지만, 고속으로 따라붙는 카린의 형체를 한 인격체는 멱살을 낚아채가며 날 벽으로 몰았다. 공기가 몸 밖으로 튀어나오는 소리를 입으로 내기도 전에 잡화점은 질문을 했다.

 

어째서 그런 불나방이 되었는지는 묻지 않겠어. 하지만 지금 다른 사람들이 너를 이 공간으로 보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날 이곳에 보낸 이유?”

 

분명 마법진에서는 내 힘을 증폭시키고 방출한다는 명목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는데, 그렇다면 마법진의 오작동이 아니라, 다른 존재가 이곳으로 날려보낸 것이 된다. 정작 이곳에 찾아온 이유라고 한다면...

 

지금 내 안에 있는 에너지와 잡화점 내부에 있는 에너지가 같기 때문인가?”

 

머리는 잘 돌아가네. 20%정도는 정답이야. 잡화점을 유지하고 있는 대결계는 평범한 마나가 아니지, 어떤 집이 자신의 외부구조와 내부구조를 동시에 수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며, 시간이 정지된 상태에서도 혹은 정지장에 걸려있는 모든 공간에서도 너희들을 보호할 수 있겠어? 그 에너지는 창조신이 가진 에너지와 근접하니까 당연한 거야. 그러니 난 너에게 해결책을 주려고 해.”

 

20%정도는 정답이니까...20점인가?

 

해결책?”

 

어쨌든 의문을 품어야 하는 방향으로 내 사고가 집중이 되었고, 해결책은 이미 나와있는 상태인데 또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걸까?

 

나에게 그 힘을 넘겨주고 20세로 되돌아가는 시간역행을 할 것인지. 아니면, 너를 희생해서 세상을 구할 것인지. 간단하지 않아? 1년이 넘어가는 시간을 되풀이하면서 수명을 연장해도 되고, 지금 잘못 쓰여진 마법진을 통해 너의 모든 에너지를 방출하며 죽고 싶다면 그렇게 해도 돼.”

 

시간역행이라. 아냐. 아무런 기억도 못한 채로 백장미를 다시 찍을 수는 없어. 그런 고생을 내가 또 왜 해야 하는데?”

 

그러자 카린의 모습을 한 인격체의 눈빛이 너무 날카롭게 변했다.

 

왜 다른 거지?”

 

뭐가? 뭐가 달라?”

 

정말 카일이 맞는 거야?”

 

전에 있던 애들은 전부 시간역행을 했나 보네?”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매우 싫어한 것은 잘 알겠지만, 그 놈의 백장미를 다시 찍을 정도로 싫어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시간역행을 선택한 또 다른 내가 많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어쩌면 나란 녀석은 크나큰 희생을 혼자 감당할 수 없으니, 고통을 나누어주려고 하는 건가?

 

고통은 나누면 2배로 튀겨진다고?

 

엘티노스가 대체 널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만 한다면 멱살은 좀 풀어주고 말해줄래?”

 

엘티노스가 나를 만들었다고? 웃기는군!”

 

기가 찬 듯한 여성의 목소리를 듣고 잠깐 눈 깜빡 했는데, 등에 어마어마한 충격과 더불어 극심한 고통에 소리질러야만 했다. 그 짧은 시간에 날 바닥으로 내리친 것이었고, 그 와중에도 내 머리와 입은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요즘에는 내가 부당한 것으로 항의를 할 때는 뇌를 거치지 않고 척추를 통해 반사하듯 나온다.

 

망할! 뭐 하는 짓이야! 갑자기 패대기 치지 말라고!”

 

이야기만 할 것이 아니니까 멱살을 안 풀은 거야. 엘티노스가 나를 만든 것은 아니라 나를 깨운 것뿐이야 멍청아. 기분 좋게 자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깨웠던 것처럼 말이야.”

 

엘티노스의 인성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좀 되네. 너도 엘티노스에게 수도 없이 못된 장난만 쳤나 보군. 노인공경이란 단어는 너에게 없는 거냐?”

 

설마 했더니 잡화점으로부터 인성이 감염되어버린 엘티노스의 처지를 생각하면, 불쌍하게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 노인이 잡화점에게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을 테고...

 

...지금 당장은 잘 모르겠지만, 너는 내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네가 없다면 나는 다른 사람을 주인으로 선택할 뿐이야. 보통은 돌아갈 사람이 많이 있으면 그 사람들을 위해 시간역행을 선택했지. 당연히 또 다른 카일도 그렇게 선택을 했어. 언젠가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생각하겠다고. 하지만 지금의 너를 보아하니 나의 기다림은 실패한 모양이야.”

 

실패라니?

 

과거로 몇 번이나 역행시키면서 얻어낸 결과는 존재하지 않아. 그럴 바엔 차라리 기억을 온전하게 보존시키고 보내던가?”

 

기억을 온전하게 보존시켰다면 시간의 파수꾼이 널 죽였겠지.”

 

기억을 온전하게 유지하면서 보낼 수 없지만, 운명을 관측하게 할 수 없으며 또 다른 내가 시간을 역행한다고 선택하는 동안, 내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예측불허의 무언가가 있다면...

 

내가 멍청하지 않는 한 죽지도 않으면서, 시간을 역행하는 바보 같은 일을 하지 않았겠지. 그래서 그런가? 내 성격이 하나같이 사소한 것에 태클을 거는 이유가? 이미 수많은 것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여러 번 생각하고 다른 시점으로 보려는 이유가?

 

그 뭐냐...내 성격이 원래 이랬어?”

 

그야. 아니긴 했지.”

 

시선을 마주하던 푸른 빛의 눈동자는 잠깐이나마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나란 녀석은 너무 교묘해서 탈이었다.

 

아니면, 내가 좀 똑똑한 것일 수도 있고!

...거기 돌 내려놔.

 

그렇군. 성격이야. 기억을 온전하게 보존해서 시간역행을 할 수 없다면, 성격이라도 조금씩 바꿔서 다른 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거지. 사람의 성격은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크지. 내 가치관을 스스로 깨가면서 말이야.”

 

잘난 듯이 떠드는 모습을 눈을 뜨고 못 봐주겠단 식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직면하자니 자중하자는 생각을 가졌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고...카린의 모습을 한 여성의 시선을 나에게 고정시키기 위해, 내 머릿속에는 도발로 가득한 단어들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렇군? 하지만 그 잘난 생각은 문제를 저절로 해결해주지 않아.”

 

알아. 그래서 행동으로 옮기고 있잖아?”

 

멱살을 붙잡은 여린 손목을 잡고 있는 나에게 이변이 일어난 걸 눈치를 채자마자, 날 또 다른 지평선으로 내던져버렸다. 저 멀리 날아가 지면에 틀어박히는 기분을 다시 만끽하면서, 언제 내 뒤에 나타났는지 경멸하는 눈으로 날 내려다보며 치를 떨기 시작한 그녀는 자신의 손목을 붙잡으며 내 머리를 밟았다.

 

설마 나를 흡수하려고 들다니. 사람을 잘못 봤어.”

 

아파. 발에 힘주지마.

해명을 하려면 산소가 필요하니까.

그래도 쥐어짜내며 말하기로 했다. 안 그러면 죽을 것 같거든...

 

흡수한 것은 맞지만 널 없앨 생각은 아니었어. 좀 빌리는 거지. 그러면 그 마법진 위에서 방출하고 난 뒤에,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거 아냐? 그 이후에는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해.”

 

그보다 카린의 모습으로 저런 말을 하니까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어쨌든 상대방은 잔뜩 화가 난 목소리가 일방적으로 나를 질타했다.

 

여전히 너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바보야. 희생하는 것을 밥 먹듯이 하려고 하다니 그런데 누가 알아 줄거라 생각해?”

 

누가 알아주는 게 왜 중요해? 내가 무슨 어린애도 아니고? 차라리 관심이 필요했다면 양치기 소년처럼 거짓말을 하면서 난리 치는 게 더 인기가 많겠다. 그리고 숭고한 희생을 할 필요도 없이 사건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해.”

 

그보다 나를 이곳에 보낸 사람이라면 분명 잡화점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터.

 

엘티노스. 그 양반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그야. 네가 오기까지 기다리고 있었지. ‘세린그쯤이면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지금 나의 주인은 이 바보녀석이야. 엘티노스. 넌 나에게 명령할 권한은 없어.”

 

모습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느긋하게 걸어오는 소리가 내 귓가에 울려 퍼졌다.

 

저 애 이름이 세린이에요?”

 

조용히 해. 그보다 엘티노스 나를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아악! 힘주지마! 머리가 터질 거 같아! 그리고 둘이 싸울 거라면 나를 이곳에서 빼낸 다음에 싸워!”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다는 말이 있지만, 그 새우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별거 아닌 걸로 싸우다가 등이 터졌을 거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레시아와 시나만 봐도 육포로 어마어마하게 싸우지 않는가? 그 과정에서 느닷없이 마법으로 내가 날아간다. 근데 이런 이상한 공간에서 그 느낌을 다시 생생하게 경험하라고?

 

엘티노스. 나에게 수치를 줄 생각으로!”

 

나는 수치를 줄 생각은 없어. 세린. 애초에 네가 주인으로 선택한 녀석이 이런 꼬마인데, 너는 왜 도와주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냐는 거야. 몇 번 도와주더니 계속 방관만 하고 있잖아?”

 

그야. 그는 내가 필요 없으니까. 날 의존하지 않아도 많은 일을 했잖아?”

 

저들의 대화를 좀 들어본 결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 혹시 삐쳤니?”

 

닥쳐!”

 

-!

 

성질을 내도 좀 곱게 내지...

조만간 내 머리가 수박처럼 터진다면 저 녀석 탓을 해야겠어.

 

내가 널 불러낸 이유는 의도대로 잡화점의 힘 일부를 흡수했으니까. 이미 볼일은 없다는 건데...다만, 네가 잡화점에 대해 인식을 좀 바꿔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

 

인식을 뭘 바꿔요. 지금 당장이라도 제 머리를 수박 쪼개듯이 쪼갤 것 같은데. 생각보다 폭력적인 녀석이라고 인식시킬 생각이라면 성공...카악! 그만 밟아!”

 

쇼콜라가 밟는 것은 기분이 나쁘다면, 세린이 밟으니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쓰지도 못하는 힘을 어떻게 흡수한 거지?”

 

세린은물어볼 것이 남았으니 아직은 죽이지 않으마.’라는 분위기를 내뿜으며, 질문을 계속하기 시작했는데 옆에 있던 엘티노스가 대신 입을 열었다. 나를 대변해줄 생각이라면 제발 이 녀석의 발 밑에서 구해줬으면 좋겠는데?

 

당연히 카일이 주인이니까. 네가 주인으로 인정했으니 이제 좀 카일이나 도와줘라. 너도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나더러 이곳에 불러달라는 거 아냐.”

 

그래. 확인할 것이 있었지.”

 

나지막하게 말하는 세린의 말이 끝나자 마자 곧바로 소리쳤다.

 

확인할게 있다면 내 머리에서 발부터 치우고 4발자국 떨어져!”

 

드디어 가벼워졌지만 여전히 고통으로 울렁거리는 뇌를 붙잡고, 드디어 엘티노스를 바라봤다고 생각했는데, 엘티노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뭐야. 이건...”

 

내가 회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 말 안 했나?”

 

그럼 그 걸어오는 소리는 뭐에요?”

 

라디오 드라마에서 자주 내는 효과음 있잖아. 그거 좀 해봤어.”

 

망할 라디오라니? 그건 또 어느 차원의 물건이야?

어쨌든 세린에게 뒤돌아보면서 물어봤다.

 

확인할게 뭔데?”

 

당연히 네가 정말로 카일인지 아닌지 확인해야겠어.”

 

저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어이 없었는지는 하늘과 땅을 넘어 온 우주가 모를 것이다. 정말로 나인지 확인을 한다고? 그건 대체 무슨 수로 증명을 해야 하는 거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싫어하는 게 무엇인지 프로필을 읊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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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마시고 썻긴했는데(???????

이만 자야 할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