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59

FNL-Phantasm 2017. 6. 22. 15:54

459

 

지금 당장 부수러 가야 하지만 절차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그 절차를 밟는다면 공식적으로 나에게 검이 쥐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절차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부수러 가야 하지 않을까?

-잡화점 안에서 시나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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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모리아가 다른 일을 꾸미기 전에 카멜롯을 공격하고 싶은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 공격하기에는 많은 장해물이 존재했다. 내가 멋대로 가서 때려부수면 세상으로부터 적이 되어버리기에, 머리 위에 슬라임 비슷한 베니를 올려놓으면서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고 있어야 했다. 여전히 공격적인 분노는 가라앉았지만 불안감은 계속되었으니까.

 

주인은 탈출할 구멍은 남겨놓고 있는 건가?”

 

탈출할 구멍이라뇨?”

 

주인이 새벽에 말한 것처럼 켈모리아의 자작극으로 인해 세계가 망해버린다면, 주인은 탈출할 구멍이 있느냐는 소리다.”

 

그때는 잡화점이 알아서 하겠죠. 아니면 마리아가 다른 차원으로 인도할 거에요. 하지만 저는 탈출하는 것보단 지금 이 곳을 정상적으로 막아내는 것이 좋다고 봐요. 만약 아리엘이 마신이 되는 그릇이라면, 분명 마신이 되어서 켈모리아가 자멸하게 만들어야 하겠지만, 땅의 정령왕까지 저주로 속박해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걸 보면, 켈모리아가 강한 이유는 모든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존재의 힘을 흡수한 것이겠죠.”

 

베니는 머리 위에서 기이한 마찰소리를 냈다. 켈모리아가 나에게 보낸 기괴하면서도 익숙한 광기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항상 이상한 말만 늘어놓고 이 세상의 균형이 잘못 되었다는 말을 하는 바보 같은 천사가 있었는데.

 

레시아가 봤을 때는 이 세상의 균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해요?”

 

짐의 선생님은 다른 관점에서 보라는 말을 이어받아 노력하고 있노라, 따라서 지금 주인의 질문을 대답하자고 하면, 아주 기본적인 생태계와는 전혀 다르긴 하지. 본래 짐과 같은 마왕이 인간계와 전쟁을 벌이고, 인간은 단합되어 상부상조하는 경제순환을 돌려야 하는 것이...”

 

아니. 경제구조까지 들어가면 더 복잡해지니까. 지금은 단순히 잘못됐냐고 묻잖아요?”

 

잘못되었다. 그렇지만...”

 

검은 고양이는 즉답을 하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짐은 이렇게 잘못된 세계가 오히려 가망이 더 높다고 보고 있노라. 천계와 마계가 인간계에 조금씩만 간섭하고, 마계와 인간이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여전히 마계로 오고 있는 인간은 마족의 지식을 배우기 위해, 마계에서 인간계로 떠난 이들은 인간의 기술을 배우러 가지. 언젠가는 마족이 잠재적인 적이 아니라, 단순한 종족으로 분류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 그걸 위해서라도 짐은 꾸준히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고 있노라.”

 

레시아가 선생님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바늘이 내 심장을 찌르고 양심을 찌르고 있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지금 그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옆에 있는데 말이지만, 아무래도 레시아가 제대로 성장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무심코 나는 검은 고양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주인? 갑자기 왜?”

 

아뇨. 그냥 무심결에 쓰다듬어보고 싶었어요. 좋은 사람이었나 보네요.”

 

물론 추억 속에 있는 사람이니라. 지금은 약속을 저버리고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그렇고 남자들은 한번 약속을 하면 죽어도 지키지 않는 것이 남자인가? 짐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뭐라 말도 안되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공식이 그때 성립되었노라.”

 

무의식적으로 레시아와 눈이 마주치기 힘들어서 다른 방향을 억지로 보고 있었다. 다음부터는 레시아와 같이 있을 때, 그 바보 같은 선생님을 두 번 다시 거론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과거에 있으면서 어린 레프리시아에게 좋은 경험뿐만이 아니라, 나쁜 경험까지 한 가득 얹어버렸다.

 

그래도 주인은 그 선생님보다는 약속을 잘 지키니 좋은 사람이니라.”

 

제발 그런 말 나에게 하지마. 죄책감이 올라오다 못해 저 하늘의 별 중 하나가 될 것 같으니까. 아무튼 다른 주제의 돌려야 하니...

 

그런데 주인. 나중에 짐이 개인적으로 의뢰를 할 것인데 부탁해도 되겠는가?”

 

설마 그 선생님을 찾는다는 의뢰는 아니겠죠?”

 

어떻게 알았는가?”

 

아니 대체 왜 그 사람을 찾으려고 하는 거에요?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지났는데요? 거의 50년정도 지났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레시아는 앞발을 핥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찾고 싶다. 적어도 선생님의 묘라도 찾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노라. 그러니 이 일이 끝나도 주인은 절대로 쉴 생각하지 말거라, 사람을 찾는 일은 어느 한 장소를 지도에서 지우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니 말이다.”

 

알았어요. 찾는데 도와드리죠. 설마 잡화점 멤버가 의뢰를 할 줄은 몰랐지만, 최대한 도와드리긴 할게요.”

 

이 일이 끝나고 당장 어디론가 적당한 곳에 찾아가서 이름없는 묘를 만들어야겠다. 돌무덤을 놓고 그냥 대충 여기라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 그보다 내가 내 무덤을 만들겠다는 생각부터 잘못된 거 아냐?

 

오랜만에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주인과 선생님을 비교하면 닮은 구석보다는 다른 구석이 너무 많다.”

 

다르다고요?”

 

과거에서는 나보다 강한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한 건 둘째치고, 남들에게는 강하다는 인상을 남겨야 하는 것도 있고, 그때 당시에는 정말 마음먹는 것에 달렸다는 말이 통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내 멋대로 움직이는 바람에 아무래도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선생님은 항상 자신감이 넘치셨지만, 철저하게 움직이는 계획을 순식간에 생각해냈다. 그러니 지금 선생님과 주인을 두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분명 짐은 선생님을 따라갈 정도로 카리스마 있는 남자다.”

 

레시아도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건가.

뭐 그건 상관없지만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은 자신감이라는 걸지도 몰라. 게다가 지금 당장 켈모리아로부터 공격이 올 수 있는 이 상황이라면, 내가 자신감을 가지고 대처하는 것이 맞을까?

 

과거로 시간여행 할 때의 나를 되찾아야 하는 걸까?

 

마스터. 돌아왔습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내 어깨 위에 하얀 올빼미가 올라왔고, 흥미로운 대답을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는 천천히 시나에게 질문을 했다.

 

수고했어. 시나. 그래서 아우리스 여신은 뭐라고?”

 

우선. 우리가 데모르테를 숨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죄라면서, 천계가 이곳을 향해 공격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군.

켈모리아가 왜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네.

 

그래서 그 공격은?”

 

지금입니다.”

 

아직 저녁도 못 먹었는데 정말 갑작스러워서 손님도 맞이 못하겠...”

 

-콰아아앙!

 

집 전체가 폭음과 동시에 지진이 울려 퍼졌다. 위에서는 검은 날개를 펼친 데모르테가 , 벌써 들켰나? 예정보다 좀 빠른데?”말을 뱉었는데, 검은 드레스를 입은 상태로 여유롭게 나왔다면, 지금 이 상황을 어느 정도 예상을 한 것 아닐까?

 

. 천계의 법에서는 지금 당장 데모르테를 잡아놓는 게 중요할 테니까요. 그런데 사키엘은 대체 왜 만난 거에요?”

 

영겁의 노래에 쓴 보석에 대해 물어보려고 한 것뿐이지. 그런데 그거 알아? 사키엘이 말하기를 마신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여신들 사이에서 입이 오르고 내리고 있었다는 것. 당연히 아우리스와 비니스 여신은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걸 주도한 것은 당연히 켈모리아라는 말이었지. 그만큼 과거와 현재에 영향이 너무 많아.”

 

아니 무슨 그림자 분신술 쓰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현재에 있는 사람이 동시에 과거에도 영향을 끼치는 거에요? 트리니티처럼 분신을 하면 모를까..., 이런. 그렇구나.”

 

이제서야 내 기억 속에 잠깐 출타했던 그 천사의 이름이 생각났다. 트리니티는 3명의 분신을 나누지만 켈모리아의 성격이라던가 그게 매번 바뀐 이유라면, 지금 있는 켈모리아는 켈모리아 2라고 지칭하는 게 더 좋을 정도.

 

트리니티라면 주인이 이미 죽인 자가 아니던가?”

 

하지만 천계에 있는 존재는 불멸의 존재들이잖아요. 초월체로 변하기 전에 죽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영혼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다른 이에게 흡수 된 거에요. 거기에 켈모리아 특유의 정신이상증세와 같은 성격이 합쳐지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시간문제겠죠. 그런데 그건 또 의문이라면, 켈모리아는 이 사실을 어떻게 알고 진행해온 걸까요?”

 

-콰아앙!

 

밖에 있는 사람들부터 진정시켜야겠네. 이거 원...”

 

다시 진동이 울리고 흙먼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창밖에는 수많은 심판자와 발키리가 둘러싸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정문을 열고 나가면서 나 혼자 나갈 거라는 말과 함께, 문을 닫고 앞에 보이는 아우리스와 비니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잡화점에 공격을 하는 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요?”

 

부족한 자신감은 언제나 나를 나락으로 떠밀어야 생겨날 테니까, 지금 목숨을 걸고 협상을 하려면 나 혼자 나가는 것이 맞겠지.

 

성녀의 몸을 빌려오지 않았기에, 거대한 로브와 날개만 달린 모습으로 나타났다. 단지 아우리스와 비니스 여신을 분류하는 방법이라고는, 로브에 새겨진 문양이 새의 날개처럼 하나만 있는 것이 아우리스, 그리고 양쪽 날개 사이에 지팡이가 세워진 듯한 문양은 비니스의 표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노가 담긴 음성이 아우리스의 후드 속에서 뿜어져 나왔으나.

 

 

데모르테를 숨겨주는 중죄를 저질렀으니 이는 처벌받아야 마땅...”

 

그 전에! 사키엘의 소식으로 듣자니 여러분들은 마신을 만들자는 말이 오고 갔다면서요? 그 바보 같은 보석 하나로 어떻게 마신을 만드는지 잘 모르겠지만, 사키엘을 지금 당장 풀어줄 것을 요구합니다.”

 

아우리스의 말을 끊어버리고 막 나가는 나를 막으려면, 옆에서 레시아와 시나의 중재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나오지 말라고 했으니, 감속 없이 무한한 가속으로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계속 가져와야 했다.

 

네가 지금...”

 

알아요. 알고 있어요.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정말 잘 알고 있으니까. 지금 당장 사키엘을 풀어줘야 지금 강림하려고 하는 마신을 제압할 수 있는 열쇠를 얻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아우리스 여신님께도 들어봐야 할 것이 있는데, 어째서 마신을 만들어내는 것에 찬성을 한 거죠?”

 

밖에서는 50명의 천계에서 파견 사람들 앞에서 아우리스 여신에게 당당히 질문했다. 그러자 들려오는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그건 켈모리아의 제안이지만 나는 허락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비니스도 그렇고 레이베리아도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그 말을 허락한 적이 없어.”

 

그럼 아리엘의 등장은 여신님들도 다 몰랐다는 소리군요?”

 

아리엘?”

 

지금 그 켈모리아가 아리엘을 이용해서 마신을 부르려고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 사실을 지우기 위해서 망각의 여신인 레테의 단검까지 사용하면서, 지금까지 오래된 계획을 숨겨오고 있었다는 거죠. 지금 당장 데모르테를 잡아서 봉인하려고 하기 전에, 진짜 적을 먼저 봐줬으면 좋겠습니다만?”

 

아우리스는 4쌍의 날개를 한 가득 펼치면서 입을 열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성질을 건드리면 곧바로 포화마법을 사용하겠다는 위협이었지만, 모습에도 굴하지 않고 똑바로 들었다.

 

인간이여. 그대는 무엇을 걸고 그 말에 책임을 지겠는가?”

 

백장미를 걸죠.”

 

아우리스는 잠깐 고민을 하더니 비니스 여신을 향해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백장미를 걸겠다는데 어쩌지? 이번 신작은 천계에서 찍으라고 할까?”

 

아우리스...”

 

비니스 여신이 한숨 가득한 말로 아우리스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 또 다른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비니스 여신님. 트리니티에 대한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사실 저는 여신님을 많이...그것도 아주 많이 의심을 해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흑막이 비니스 여신님이라는 생각에 말이죠.”

 

그래서 지금은 어떻습니까?”

 

담담하게 나에게 물었으니 대답하면 될 뿐이었다.

 

지금은 켈모리아를 공격하는 것에 있어서, 아주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비니스 여신님을 믿을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리라 봅니다. 한 때, 제가 비니스 여신님의 봉인을 풀어주고, 비니스 여신님은 죽어가는 저를 도와줬으니, 지금이야 말로 인간인 제가 여신님께 부탁을 들여도 되겠지요?”

 

비니스 여신은 잠깐 아무런 말 없이 나에게 다가가더니.

 

레테의 단검을 주신다면 제가 그 도움에 응하겠습니다.”

 

거침없이 아공간 손을 넣어 레테의 단검을 꺼내고, 천천히 비니스 여신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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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서...죽을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