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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49

FNL-Phantasm 2017. 6. 6. 12:53

449

 

 

 

엘븐 포레스트로 향한 발걸음은 그리 서두르지도, 그렇게까지 느리지도 않았다. 요정들의 구역인 몽환의 숲을 지나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지금은...

 

카일은 나를 만나러 온 거야. 그렇지? 고개를 끄덕이지 않으면 지금 구속한 걸 풀어주지 않겠어.”

 

티아. 네가 날 잡은 이유부터 설명해주면 정말 고맙...아니. 설명 하지 않아도 잘 알겠으니까. 널 만나러 온 것도 있으니 풀어줬으면 좋겠다.”

 

지금 이 검은 구역은 어디일까? 실시간으로 위치가 변하는 듯한 이 감각은 너무나도 생소해서, 유니콘이 무지개 빛의 잔상을 그리며 뛰어가는 것 같았다.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구나. 티아의 구속이 풀려서 드디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를 느꼈지만, 그보다 우선 이 공간 자체가 신기했으니까.

 

티아. 이 공간은 나를 보여주기 위해서 만든 거야?”

 

당연하지. 안이 매우 넓어 보이는 그 공간에서 카일을 가둬놓고, 오직 나만이 지켜볼 수 있는 새장과 같은 곳이지. 카일의 수명이나 노화 같은 건 매 하루마다 리셋이 되어서, 영원히 이 안에 살아갈 수 있게 해주기도 해.”

 

시공간술사는 등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자신이 원하는 시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마저 사용할 수 있는 거라면, 티아야 말로 신과 비슷한 힘을 지니고 있다고 봐야 맞다. 이제 한가지 문제가 남아있다면 대체 이 공간에서의 탈출이겠지. 여전히 여유롭게 내 어깨 위에 앉은 티아가, 아직 아침이라고 알리듯이 금빛의 긴 머리카락을 반짝이며 떠들고 있을 때.

 

페어리는 원래 인간의 크기로 변할 수 있다고 했던가?”

 

그것도 가능해. 원래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다녔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가면서 이렇게 작은 모습으로 살아가야 공격을 덜 받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카일과 데이트를 하니까 정말 좋다.”

 

데이트라기보단 네가 날 잡아서 이곳에 가둬버렸잖아.

 

난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과거에 그 어린 아이에게 이불이라도 발로 찰만한 말을 아무런 표정도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뱉는 거라던가, 밤마다 릴리스에게 습격을 받아서 아침에는 초췌한 모습으로 발견이 되던가. 그리고 지금 엘프의 여왕을 찾아서 검은 높새바람의 위치를 들으러 가려는 것도.”

 

너도 몬스터가 파이론을 침공했을 때 있었구나.”

 

당연하지. 그 이상한 무지개 빛 떡을 누군가가 가져와서 단체로 쓰러져버렸는데! 만약 그 여기사가 해임이라도 당하지 않았다면, 그 공간 일대를 전부 요그 소토스에게 보내버릴 뻔했다고!”

 

그보다 그거 실존하고 있던 신이던가?

보통 이곳에 실존하면 안 되는 신이잖아?

 

티아가 매번 화풀이로 내 옷을 잡고 흔들고 있을 때도,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 감옥을 매번 걸어가고 있었다. 시공간의 눈을 개안하면서 보고 걸으면, 그나마 탈출구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현실시간이 전혀 가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 힘으로는 풀려날 수 없는 그런 감옥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를 독점하겠다고 이런 귀찮은 일을 할 리가 없다.

 

티아. 오늘은 무슨 일 있던 거야? 네가 나를 다짜고짜 가둘 이유는 많이 있을지는 몰라도...”

 

많이 있어!”

 

많이 있어도 이렇게 가두는 이유는 진짜 그것뿐만은 아니겠지?”

 

티아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다음과 같은 말을 시작했다.

 

카일은 여전히 검은 높새바람과 비니스 여신이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해?”

 

. 아직까지는?”

 

그래서 가둔 거야. 지금 카일이 하려는 일은 너무 무모해. 아무리 잡화점에 있는 멤버가 강하다고 해도, 너무 잘못된 길에 빠지고 있는 거야.”

 

티아의 눈에서는 확신이라는 단어가 한 가득 담겨있었다. 다른 시간선상의 티아들과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존재이기에, 내가 이대로 계속 움직이게 된다면 그 다음 미래가 엉망이 될 거라는 결과를 먼저 봐버렸겠지.

 

미래에서 무엇을 본 거야?”

 

그야 당연히 멸망이지. 세계와 세계가 겹쳐져서 세상에 오류가 일어나고, 천계와 마계 그리고 인간과 몬스터가 공존하는 이 중간계마저, 전부 혼돈에 휩싸이는 무시무시한 지옥도가 펼쳐지고 있으니까. 게다가 비니스 여신이 만약 적이라면 그때 카일을 살려두지 않았을 거야. 그것만큼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는 지금 내가 완전히 헛다리를 짚고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해 다가온 거지?”

 

지금은 마왕이 인간과 공존을 선포하면서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가 되어가고 있어. 하지만 그런 마왕의 그림자 속에 가려진 진짜 적은, 여전히 세상을 뒤흔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중이야. 이간질을 하면서 말이지.”

 

레시아가 착하다고 할지라도 그 상위개념인 마신. 아르트리옴마저 착할 리가 없다는 거지?”

 

티아는 조용히 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검은 높새바람의 정보도 많지 않지만, 사실상 아르트리옴에 대한 정보도 없는 것이 사실. 게다가 비니스의 움직임도 모두 아르트리옴의 이간계로 통한 행동이라면, 그 자가 이 세상을 멸망시킬 장본인이란 소리다.

 

신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아르트리옴이 곧바로 세계를 전이시켜서 멸망까지 몰아가지 못하는 이유라고 한다면, 숭배하고 있는 사람이 너무 적은 것도 있지만, 지금은 아우리스와 비니스의 힘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발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뿐.

 

그래서 숨어있는 적은 아르트리옴이라는 것?”

 

그런 거지. 그 이상은 스포일러라서 말해주지 않겠지만, 정말 조심해야 할 것은 검은 높새바람이 아냐. 그들은 애초에 우호적인 단체라고? 세계의 균형을 위해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이, 조금 칙칙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낸다고 해서 나쁘다고 생각하지마.”

 

여태까지 끌고 온 것이 아르트리옴 하나 때문에 반전을 낳아버렸다. 그러면 켈모리아 학원장은 이 사실에 대해서 전부 알고 있는 걸까? 아니, 이걸 이미 알고 있기에 지금은 흐름대로 움직이는 걸지도 몰라.

 

적절한 순간 마신에게 한방 먹이기 위해서.

 

그러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그야. 비밀리에 검은 높새바람과 접촉해서,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을 한다면 될 거야. 그러면 그들에게 있어서 단 2명의 적중에 하나는 사라지게 되고, 그 다음 화살은 카멜롯으로 집중하게 되는 거겠지. 이제 알려줄 것도 다 알려줬으니 나랑 이렇게 데이트 하는 것도 끝이네.”

 

아쉬운 듯이 한숨을 내쉬는 티아의 말에 물음을 보냈다.

 

?”

 

지금 엘븐 포레스트에 다 왔거든. 멜로디 여왕을 찾으러 온 거 아니었어?”

 

당연히 검은 높새바람의 위치를 알고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그렇다면 잘 찾아왔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곳은 공중을 날고 있는 배 안에, 수많은 사람들이 내 목에 검과 마법을 겨누고 있는 장면이었다. 그 중에 검은 로브를 쓰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다가오더니, 후드를 거두며 천천히 반겨줬다.

 

화사한 태양빛과 같은 금발과 새벽과 같은 벽안. 사람의 고개를 저절로 돌리게 만드는 청명하고 은은한 목소리. 그리고 뾰족하고 살짝 기다란 귀까지.

 

어서 오세요. 검은 높새바람의 공중요새에.”

 

멜로디 씨는 검은 높새바람 안에서 고위간부를 맡고 있는지, 멜로디의 말을 듣자마자 모두 무기를 내려놓고 경계를 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형씨. 어쩌면 형씨가 이곳을 이끌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검은 까마귀 깃털이 한 가득한 망토를 입고 있는 크로우는, 여전히 실실 웃어대기 시작했다. 어쩐지 나는 검은 높새바람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데, 그 안에서는 실베스 씨마저 성큼성큼 걸어 다니고 있었고...

 

여전히 귀여운 얼굴이네. 이제서야 그 진실과 마주하니 행복하겠어?”

 

레이나 씨도 이곳에 있었어요?”

 

점점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가관이었다. 하얀 백색의 가운을 입은 레이나 씨는 지금 카멜롯에 있는 마법학원은 어디다 버리고, 이곳에서 간부 노릇을 하고 있는 걸까?

 

이게 무슨 생일파티도 아니고 너무 놀래서 기절할 것 같은데, 이 일이 대체 무슨 난장판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말 그대로야. 검은 높새바람은 네가 생각한 진짜 적도 아니고, 이걸 이끌고 있는 비니스 여신님도 진짜 적이 아니라는 것. 게다가 아르트리옴의 이간질 덕분에 천계는 내부분열이 일어나버려서, 운명을 관측해야 하는 데모르테가 없어졌으니, 그 운명을 아르트리옴이 자기 멋대로 비틀고 있어.”

 

천에 가뜩 쌓여진 창을 들고 있는 소녀의 눈에는 어두운 밤하늘의 별을 모두 담고 있는 듯이, 찬란하게 빛이 나고 있었다. 루멘에 이어 별의 아이로 선정된 소녀는 가장 자랑스러운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어 말하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당신만이 나의 예지를 피해서 움직일 수 있다면, 아르트리옴이 레이베리아의 눈을 피해 자기 멋대로 설정한 시나리오도 다시 써내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분명 이름이 에밀리라고 했던가요?”

 

루멘의 장례식에 다녀온 적이 있으니 다음 별의 아이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었다만,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르는 분홍색의 토끼가 그려진 눈가리개를 이마에 올리고 있었다.

 

그래. 에밀리야. 지금은 브류나크의 주인이고.”

 

어린 아이가 한 손으로 창을 들고 있다는 것은 어려울 텐데.

 

하지만 분명 다른 대륙으로 비공정을 타고 넘어갔다고 했는데?”

 

당연히 타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그 즉시 예지를 본 것으로는 온 세계가 지옥으로 변하는 예지였거든. 그래서 넘어가는 것을 중지하고 인재를 모아서 검은 높새바람을 만든 거야. 검은 산들바람을 쓰려고 했는데, 이미 존재하는 이름이라고 해서 높새바람으로 했지.”

 

이미 있는 거라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어쨌든 지금 이렇게라도 진실을 마주했으니 더 늦기 전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왜 검은 높새바람이 출몰할 때마다 이상한 산적아저씨나? 그런 사람이 보이는 이유는 뭐에요?”

 

그건 제가 목소리로 지배를 해서 그렇거든요. 자금들은 전부 기부를 하느라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범죄자들을 세뇌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답니다.”

 

웃으면서 말하는 멜로디 씨에게 살짝 소름이 돋았다. 세뇌를 해서 유용하게 쓰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엘프들도 결국 멜로디 씨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세뇌를 당한 것이 아닐까?

 

우선 그건 둘째치고...

 

그렇다면 왜 저에게 이걸 미리 말하지 않은 거에요? 그보다 엘티노스는 왜 저곳에서 석상인 상태로 발견 된 거고요!”

 

요즘 엘티노스로 이루어진 석상이 어디로 사라지나 했더니, 검은 높새바람의 공중요새 한 가운데에서 노래 연습이나 하고 있었다니. 내가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 끝에는 거대한 석상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었다.

 

? 어째서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저에게 단 한마디도 안 한 거에요?”

 

그러자 에밀리는 아주 당당하게 외쳤다.

 

그거야 당연히 잡화점과 카멜롯은 미끼를 담당하는 역할이니까. 자신의 육체를 이탈한 상태로 영혼만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는 아르트리옴을 끌어낼 수 있는 존재는 필요하거든.”

 

그럼 그 미끼역할은 저하고 또 누가 하는데요?”

 

질문을 들은 에밀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거야 당연히 아리엘이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유일하게 아르트리옴의 힘을 이어받은 그녀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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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