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07

FNL-Phantasm 2017. 6. 5. 17:36

107

 

 

 

분명 어제 드라고니스에서 메이 씨에게 놀러 와도 된다는 말을 했지만,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다. 최소 1개월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손을 잡고 학원 내부를 소개할 줄은….

 

이 주변. 먹거리 많아?”

 

먹거리는 학원 지부 중앙에 있는 번화가에 가야 많을 거에요. 메이 씨는 그 몸으로도 대식가였나요?”

 

메이는 많이 먹어. 많이 먹기 대회 우승 많이 해.”

 

17세라고 보기 힘든 작은 몸에 대체 무슨 수로 많이 먹기 대회를 우승했다는 걸까? 메이 씨가 주변을 둘러보았을 땐, 마법 요리연구부가 절대로 눈에 띄지 않길 빌며 조심스럽게 나아가고 있었다.

 

쿠키 향.”

 

마법 요리연구부가 쿠키를 만들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에도 거인 모양의 쿠키가 탈출이라도 했는지 어마어마한 땅울림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모리아의 입에서 폐부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라면, 원래 마법사는 사고를 많이 치고 금기도 많이 어겨야 한다고 했던가?

 

마법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며 오히려 칭찬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원이 돌아가는 그 자체가 신기하다니까.

 

먹어도 되는 거야?”

 

거대한 그림자가 이곳으로 점점 가까워졌을 때. 메이 씨가 나에게 나지막하게 물어보았고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손을 놓더니, 허공에서 빗자루를 소환한 뒤에 저 멀리 날아가버렸다. 마녀가 제대로 전투하는 방법을 본 적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따라서 밖으로 나갔을 무렵.

 

-콰아앙! 파지지지지직!

 

조그마한 체구를 가진 마녀가 빗자루에 보호막을 두르더니 그대로 부딪쳤다. 아니, 부딪쳤다기 보단 거대한 쿠키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등분되어 날아가버렸고, 주변의 풀과 흙먼지가 한 가득했지만, 창공에서는 메이 씨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거대한 쿠키조각을 크게 베어 물고, 그 쿠키를 든 왼손으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무슨 일이야! 커다란 소리가 났는데? 또 거대한 쿠키야!”

 

밀리아는라는 말을 강조해서 이번 소란에 범인을 짐작했다. 하지만 하늘을 바라보고는 고음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는데아니, 비명은 전부 고음이던가?

 

꺄아악! 너무 귀엽다! 아리엘! 저 애 너무 귀엽지 않아?”

 

“17세야.”

 

“17살라니! 우리와 동갑이잖아!”

 

그보다 나는 동갑이 아닐 수 있는데? 나는 정확한 나이를 아직 모르니까.

 

그런데 잠깐 뭐라고? 17? 그러기엔 아직 10대 초중반의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아?”

 

메이 씨는 자유자재로 몸의 성장을 조절할 수 있거든, 카멜롯에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생각해. 하지만 우리보다 더 높은 지식과 마법을 갖춘 사람이야. 빗자루 하나만으로 저 쿠키를 박살내버린 것도 그렇고. 그런데 저 커다란 쿠키를 전부 다 먹을 생각인가?”

 

잠깐 메이 씨에게 한눈을 판 사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쿠키가 사라져버렸다. 그 작은 몸에 3m가 넘는 쿠키를 이리저리 먹어 치우는 모습을 보고, 나와 밀리아가 멍하니 앉아 있을 때, 어디서 가져왔는지 몰라도 컵에 우유를 담은 상태로 먹고 있었으니.

 

우리 쿠키가 맛있나 보구나! 맛이 먹으렴!”

 

요리연구부가 신이 나서 우유까지 가져왔나 보다. 수상한 로브와 후드로 자신의 신변을 가린 사람들 사이에서 쿠키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며, 밀리아는 차분하게 앉으면서 다른 주제로 말하고 있었는데.

 

그나저나 검은 높새바람을 추격하는 건 어때?”

 

여전히 힘들지. 밀리아는 가문의 일이 달린 문제라서, 오히려 검은 높새바람이 발각되지 않길 원하는 거 아냐?”

 

하지만 나는 학생회장이라고. 가문의 일도 중요하지만 학원의 일이 더 중요해. 어차피 나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오히려 학원 쪽에 집중해야 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지만 지금 나이 때는 가족이 우선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머리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면 가족애라는 것이 전부 없어지기 마련일까? 어떻게 생각해보면 너무 똑똑한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검은 높새바람이 최악의 무리라고 생각한다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몰락한 귀족들에게는 구세주로 칭하고, 힘 없는 사람들을 구제해주는 이상한 단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이 강하거나 자신에게 적이 될 것 같은 사람들에게는 무차별적으로 제거하려고 든다. 마법학원에 벌어진 사건 중에서도 민간인이나 학원생들에게 되도록 피해를 주지 않고, 나와 켈모리아 등. 핵심 인물에게만 피해를 주려고 한 이유도, 이상하게도 검은 높새바람은 원래 나쁜 단체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혼란을 주기 시작했다.

 

검은 높새바람에 관련되어 천칭들의 모임에 안건을 가지고 온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오히려 다른 안건을 제시하라고 덮어주려고 할 것이고, 유일하게 엘티노스 잡화점과 카멜롯에 있는 학원들만 노리는 이유라고 한다면, 마치 우리가 악인 같은 위치를 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검은 높새바람의 의도는 여전히 모르겠어. 애매하게 착한 건지, 애매하게 나쁜 건지. 역시 선과 악은 관점의 차이일 뿐인가?”

 

아리엘? 그런 철학적인 생각을 하기 전에 메이를 좀 봐야겠는데?”

 

?”

 

내려간 시선을 올렸을 때 메이 씨 주변에 산처럼 쌓여있는 접시를 보며 내 턱이 자동으로 열려버렸다. 아니 산처럼 쌓여있다고 한들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잘 모를 테니, 실질적으로 설명하자면 빈 그릇이 메이 씨 뒤로 대략 세어봤을 때는 약 50장 정도 쌓여있었다.

 

잠깐만! 얼마나 먹는 거에요!”

 

괜찮아. 문제없어.”

 

메이 씨는 괜찮겠지만, 요리연구부가 힘들어 하고 있는데요.”

 

그보다 메이 씨가 먹어 치우는 속도만큼 음식이 리필되는 속도가 빠른 걸 보면, ‘누적된 식재료가 너무 많이 있었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쨌든 이제 그만 가지고 오라고 요리연구부장에게 말했을 무렵. 뒤에 있는 식기들이 전부 초콜릿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고야 말았다.

 

저기 메이 씨? 지금 접시에 무엇을?”

 

초콜릿으로 만들었어.”

 

어째서 초콜릿으로 만든 거에요?”

 

우물우물우물…….”

 

아무래도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마법 같은데, 오늘 예산이 많이 깨져나가는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청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것이 무너져가려고 위태롭게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3분정도 시간이 흐르는 시점으로 초콜릿까지 전부 먹어 치운 메이 씨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정말 멋진 곳이야.”

 

그거 다행이네요.”

 

생각 없이 움직여주는 요리연구부가 메이 씨의 마음에 들은 것 같았다.

 

***

 

생각에도 없었던 메이 씨의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 켈모리아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나는 자리를 비켜줘야 했다. 서류작업은 나중에 해결할 수도 있으니까. 마법 기동반으로 이동해서 다른 일이 없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어서 와.”

 

역시나 리첼은 혼자 있는 건가.

 

지금 뭐해?”

 

낮밤놀이를 하고 있어.”

 

그리고 리첼은 자신의 망토를 뒤집어 쓰더니.

 

밤이다….”

 

망토를 다시 넘기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외쳤다.

 

낮이다!”

 

그거 왠지 혼자 있는 사람이 이불 뒤집어쓰고 하는 놀이인 거 같은데. 아무도 그걸 재미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라 본다.

 

저기 리첼. 다른 사람들은?”

 

밤이다….”

 

리첼? 듣고 있어?”

 

낮이다!”

 

마침 지나가는 구름들이 나의 심정과 같다. 저 푸른 하늘에는 구름이 공허할 정도로 없으니까 말이지! 여전히 망토를 뒤집어쓰면서 혼자서 놀고 있는 리첼에게 다가가, 그만하라는 신호로 망토를 거두려고 손을 뻗었는데, 망토 속에서 뻗어 나온 작은 손이 내 손목을 낚아챘다.

 

리첼? 내 손목은 왜?”

 

신성한 놀이는 방해해서는 안 되는 법.”

 

그건 혼자 하는 놀이잖아. 탈로스 씨와 다른 애들은 어디로 간 거야?”

 

훈련.”

 

너는 왜 안 갔는데?”

 

나는 아웃사이더. 저 애들은 인사이더.”

 

그런 걸로 아웃사이더와 인사이더를 나누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잠깐만? 그럼 합동훈련을 나간 건가?

 

아리엘과는 다르게 저 사람들은 연계가 좋아. 덤으로 나와 아리엘의 공통점은 연계를 하게 되면 의외로 빛을 발휘하지 못하지. 그래서 혼자 다니는 이유도 그런 거고. 이런 거라면 아리엘은 나와 같은 아웃사이더.”

 

그래도 연계훈련을 하는 거라면 따라가서 눈으로 지켜보는 게 좋아. 의외로 연계에 빈틈이 있는 부분을 내가 나서서 매울 수 있으니까. 탈로스 씨에게 우선 가보도록 하자. 견학이라면 괜찮겠지. 안 그래?”

 

리첼의 공허한 시선과 마주했을 땐,“귀찮아.”라는 말을 눈으로 말한 것 같았다. 내 손목을 붙잡은 리첼을 강제로 일으켜 세우고 인도를 받았을 무렵. 공간이동을 하고 먼 거리까지 나아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학원 안에 있는 운동장 구석에서…….

 

-Yee~

 

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이봐요. 연계훈련은 어디 갔죠?”

 

. 미스 아리엘. 지금 연계훈련은 막 끝나고 보드게임으로 숨을 돌리고 있었습니다. 원하신다면 미스 아리엘도 같이 보드게임을?”

 

아뇨. 괜찮아요. 그보다 리첼 혼자서 기동반 안에 놓고 오는 이유는 뭐에요? 탈로스 씨의 친척이니까 가족이잖아요.”

 

리첼은 미스 아리엘을 기다린다고 해서 그냥 놔두고 온 것뿐입니다.”

 

왜 말이 다른 거지?

 

휘이휘파람이 안 나와 아리엘.”

 

리첼. 대체 무슨 이유로 거짓말을 한 건지 묻지는 않을 테니까. 멀리 떨어져서 휘파람을 불기 위해 힘쓰려고 하지마.”

 

연계훈련 중에서 무엇을 했는지 보여달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보드게임을 접은 탈로스 씨는 다른 훈련을 위해 소환수를 생성했다. 거대한 문어 하나가 소환 되었는데 검은 연막을 뿌리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춰버렸다.

 

오늘 훈련은 저의 크라켄을 찾는 걸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제한 시간은 20분이고 지금부터 시작할게요!”

 

그 거대했던 문어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생각했지만, 리첼은 한 방향으로 마법공학으로 이루어진 권총을 한 자루 꺼냈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파지지직!

 

탈로스 씨와 나, 그리고 마법 기동반 전원이 마탄 끝자락에서 감전되고 있는 크라켄이 보호색을 풀고 괴로운 듯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본 이후, 어째서 리첼이 연계훈련에 독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해 잘 알게 되었다.

 

시야에 가려서 허둥거리고 있던 우리와 달리, 침착하게 크라켄이 어디로 도망가는지 꿰뚫고 있었잖아?”

 

룬이 옆에서 허탈한 어조로 말한 사이에 탈로스 씨는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네요….”라는 말과 동시에 어깨가 축 내려간 상태로 힘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원래 마탑의 후보자는 리첼이 되어야 할 정도로 너무 주눅들었으니, 리첼은 그런 탈로스에게 다 들으라는 듯이 자랑스럽게 입을 열었다.

 

해상에 있던 생물이 육지에서 완벽하게 숨을 수 없는 법. 내 눈에는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찾아낼 수 있지.”

 

하지만 그 크라켄은 적응되지 않는 육지에서도, 학원에 있는 풀과 꽃에 동화를 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한눈에 보기에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지역이었다.

 

그거 정말 놀라운 기술이군. 그건 따로 배울 수 있는 건가?”

 

엘리온과 카를로스까지 리첼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법 기동반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