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105

FNL-Phantasm 2017. 6. 2. 14:27

105

 

 

 

드라고니스에서 입욕제를 사오라는 말은 상관이 없지만, 메이 씨에게 이끌려서 결국 가이로안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의 레어에서 켈모리아의 집으로 전송하고 있었다. 가격은 5실버 더 싼 35실버였고, 1묶음당 20개인데 4묶음을 샀으니 140실버. 가이로안이 아기를 보는 동안 나는 메이 씨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어쩌다가 저런 변태아니, 저런 드래곤하고 결혼한 거에요?”

 

내가 16살 때. 속도위반 했어.”

 

그거 참 무시무시하네요. 어라? 잠깐만? 16살 때 속도위반으로 결혼을 했다면, 지금 애는 걸어 다니고 말을 해야 하지 않나요?”

 

메어리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뭔가 어긋났다. 대화의 어긋남을 고치기 위해서 뭐라고 질문을 해야 할까?

 

지금은 몇 살이에요?”

 

“17.”

 

믿겨지지 않았다. 얼마나 성숙해야 20대 초반처럼 보이는 사람이 17살일까? 생각을 해보면 이 드래곤은 어린 소녀를 좋아한다고 가정했을 때. 분명 16세의 메이 씨는 나와 비슷한 체구였거나 아니면 더 작았을 거라 생각했다.

 

어떻게 그런 모습으로 된 거에요?”

 

마녀의 비술. 당연히 영업비밀이야.”

 

몸을 강제로 성장시킨 비술이 마녀에게 존재했구나. 좌표를 알려주면 그곳으로 전송한다고 나에게 말할 때부터, 이미 천재를 넘어선 경지에 도달하고 있지 않았을까? 게다가 드래곤은 마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까. 좋은 선생 노릇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님이 왔으니 과자와 차를 꺼내는 것이 도리. 잠시만 기다려주길 바래.”

 

. 알겠어요.”

 

아르트리옴은 언제 내 옆으로 다가왔는지 검은 정장을 입고서 나타났다.

 

영웅 엘리트리아와 마계공작 슬로배스의 딸이로군. 생각을 해보면 그녀도 너와 비슷한 반쪽자리 마족이야. 마녀의 비술이 잘 먹힌 것도 있지만, 자신이 성장을 하고 싶을 때는 조건만 갖추면 언제든지 성장을 할 수 있지. 그런데 지금은 이런 곳에서 다과를 즐길 때가 아닌 것 같다만?”

 

카일 씨를 뒷조사하라는 것은 아무래도 제 성미에 안 맞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일단 드라고니스에 찾아왔으니 기념품이라도 사거나, 관광을 즐겨야 하지 않겠어? 용기사의 메달을 받아도 괜찮으리라 생각하는데? 너라며 간단하게 따낼 수 있을 거야.”

 

어째서 제가 이곳에 놀러 왔다고 생각하는 건데요.”

 

여전히 나에게만 인식이 되는지 아르트리옴의 거만한 행동을 인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거만한 행동이라면 대표적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것? 지금 내 은발이 아무도 없이 허공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데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밟기 전에 그만 둬요.”

 

되도록이면 스타킹을 신은 상태로 부탁해.”

 

이 변태가 뭐라는 거야!”

 

내가 아무리 어린아이를 좋아하지만! 그 말은 좀 심하단 말이다!”

 

아르트리옴에게 소리지른 것이 가만히 있던 가이로안 씨에게 욕을 한 꼴이 되어버렸다. 재빨리 미안하다고 말하고 나서 아르트리옴을 째려보았고 아르트리옴은 흐뭇한 표정으로 내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메이 씨가 내 앞에 레몬차와 과자를 책상 위에 올려놨을 때. 구석에서 울고 있는 가이로안 씨를 보며 나에게 물었다.

 

왜 저러고 있어?”

 

그건….”

 

이걸 말해야 할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가이로안 씨는 고자질하고 있었다.

 

아리엘이 나에게 변태라고 했다고!”

 

그건 맞는 말.”

 

메이 씨가 시원하게 인정을 한 뒤에, 가이로안 씨는 더 우울한 분위기로 구석에서 낙서를 하고 있을 무렵. 내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게 있는데.

 

그 과자. 왜 산으로 쌓여있는 거에요?”

 

괜찮아. 내가 다 먹을 거야.”

 

서류로 이루어진 산은 본 기억이 있는데, 과자로 이루어진 산은 본 기억이 없다. 얼마나 높게 쌓였냐고 물어보면 메이 씨와 내가 마주보며 대화를 하고 있는데, 그걸 과자가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

 

카멜롯 마법학원은 어떤 곳이야?”

 

먹는 것과 말하는 것을 동시에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메이 씨의 경우에는 먹는 것에 특화가 되어있는지 쿠키를 입에 넣었다 하면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우선 카멜롯 마법학원에 대해 설명할 거라고는…….

 

그냥 가지 않는 게 더 좋을 거에요. 켈모리아가 메이 씨를 본다면 나도 마녀 가지고 싶어!”라면서 저에게 마녀 옷을 입혀버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런 학원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 신기해요. 사고가 자주 터지기는 해도….”

 

그렇구나. 재미있어 보여.”

 

재미있어 보이나요?”

 

.”

 

아마 메이 씨의 경우에는 지금 나이에 학원을 다녀야 할 나이였지만, 지금은 한 아이의 어머니로 어디에 나가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까. 사람이 많은 학원이란 장소는 메이 씨가 부러워할지도 모른다.

 

나중에 카멜롯에 찾아와서 구경이라도 해보세요. 그때는 저를 찾으신다고 하면 바로 마중을 나가드리죠.”

 

. 꼭 갈게.”

 

학원의 구경을 시켜준다는 말에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여전히 표정을 읽지 못하겠다. 그래도 지금은 고개를 끄덕인 걸로 봐선 좋다는 의미겠지?

 

저도 이제 슬슬 돌아가봐야겠네요. 카멜롯으로 돌아가야 하니 저도 전송시켜줄 수 있나요?”

 

괜찮아. 문제 없어.”

 

메이 씨는 아쉬운 표정을 짓지도 않고 시원하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사람과 접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텐데. 마치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처럼 시원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걸 보면, 가이로안 씨에게는 아까운 신부라고 생각했다.

 

***

 

뭐가 괜찮은 거냐.

뭐가 문제가 없는 거냐.

 

푸하앗! 콜록! 콜록!”

 

좌표를 타고 공간이동을 했더니 내가 물속에서 숨을 쉬려는 바보 같은 시도를 하고 있었다. 결국 아가미 호흡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 질식을 하기 전에 물속에서 나왔고, 물을 먹어 무거워진 머리카락이 내 얼굴에 달라붙었다.

 

학원복장이 전부 흠뻑 젖어버린 상태에서, 바로 옆에는 입욕제가 포장된 체 둥둥 떠다니고 있었으니. 좌표를 내가 알려준 것은 좋은데 메이 씨의 마음씀씀이가 너무 큰 바람에, 지금 당장 목욕을 할 수 있도록 이곳에 좌표를 설정한 것처럼 보였다. 공중에서 떨어졌으면 차라리 좋았을 텐데. 좌표를 물속으로 설정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라? 아리엘? 분명 드라고니스에 있다고 켈모리아 학원장님이 그랬는데?”

 

입욕제를 사러 갔었거든. 문제는 입욕제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이 되어버려서, 지금 이렇게 된 것뿐이야. 그러니 갈아입을 옷이나 내놓도록 해.”

 

알았어! 금방 다녀올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목욕탕에서 나온 뒤에 수건으로 머리부터 말리기 시작했다. 옷을 갈아입고 소년의 모습을 한 세피르는 붉은 눈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

 

? 아니. 예뻐서!”

 

세피르가 왜 그런지 몰라도 예쁘다는 말에 잠깐 움츠렸다. 그건 칭찬이 기뻐서가 아니라 뭔가 말하려다가 숨기는 것 같아 불안함을 느낀 것. 별거 아니라는 생각은 불안감을 빨리 떨쳐내고 세피르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확실히 이렇게 작은 것이 보기 좋아. 저번처럼 장신에 미남이 되어버리면 은근히 어울리지 않으니까.”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모습이 모성애를 불러 일으키기 좋지?”

 

나의 경우에는 그나마 만만해 보여서 편안하다는 말이었는데.

 

세피르는 평소에 정기를 어떻게 흡수하고 있는 거야?”

 

? 나는 레이나 씨의 꿈속으로 들어가서 흡수하고 있지. 어차피 손만 잡는 것만으로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래도 레이나 씨가 일방적으로 대쉬를 해온다면 어쩔 수 없긴 해.”

 

세피르가 매번 레이나 씨의 꿈속에 들어가서 손 잡는 것 이외에도 다른 걸 하긴 하는구나. 인큐버스라서 다른 여자에게 정기를 흡수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 같은 거다. 주인인 내가 이해를 해줘야지.

 

그게 몽마의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긴 하지.”

 

내가 말한 것은 꿈속에서도 Yee.T 보드게임을…….”

 

그 놈의 보드게임 이야기를 내 앞에서 한번만 더 꺼내면, 너의 팔다리를 다 분질러서 그 공룡들에게 던져버릴 거야!”

 

그 보드게임으로 지배하려는 외계세력이 조만간 나타날 것 같아 무서울 정도. 설마 이 보드게임이 우주적으로 퍼져있는 건 아니겠지?

 

세피르와 학원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켈모리아가 느긋한 얼굴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할 말은 많은데 우선 이것부터 물어봐야겠다.

 

어째서 2년전에 있는 서신에 입욕제를 사오라는 그런 말을 적을 수 있는 거죠?”

 

늘 말했듯이 나는 모든 마법을 지배하고 있어.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것이 예언마법이야. 2년전에 예언을 보았는데 그 때부터 진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면 돼.”

 

입욕제 때문에 2년전에 예언을 본 건가요!”

 

하지만 켈모리아는 잡설은 일단 치우고. 본론으로 돌아가서…”라는 말과 함께 분위기를 전환했다.

 

내가 아무래도 검은 높새바람의 본진을 찾은 것 같거든? 그런데 문제점이 하나가 생겼어.”

 

문제라면?”

 

켈모리아는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당당하게 외쳤다.

 

네가 납치당하는 예지가 보였다는 거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켈모리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에서는 마법진이 생겨나면서 이상한 빛이 내 몸으로 흡수되듯 사라졌다. 아무리 봐도이 마법은 인체에 무해합니다.”라고 포스터를 그려줘야 할 정도로 위화감이 느껴졌다.

 

이건 뭐에요?”

 

추적마법이야. 언젠가 내가 사라졌을 것을 대비해서, 이 추적마법으로 너를 구해줄 보험 하나 들어놨어.”

 

적어도 빠져나갈 구멍은 만들어줬다는 소리인가?

 

이럴 때만큼은 철두철미하시네요. 무슨 영문인지 모른다는 말은 제가 어떤 일을 당해도 모른다는 소리네요.”

 

혹시 몰라? 그들에게 잡혀서 이렇고 저런 일을 당할지?”

 

그걸 왜 반짝이는 눈으로 기대하고 있는 표정을 하는지 설명해주실까요!”

 

가까이 다가가서 예의상 신발은 벗고 켈모리아의 허벅지를 강하게 밟았다.

 

아웃! 아니. 혹시 그들에게 잡혀서 Yee.T 보드게임을 관전할지도 모르잖아?”

 

오늘 세계 Yee.T 보드게임의 날인가요? 이제 슬슬 머리가 아파지기 시작하는데요! 게다가 납치당해서 보드게임을 구경하는 게 뭐가 그리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그 보드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적어도 신이 내린 기적의 물품 중에 엘릭서, 백장미, Yee.T 보드게임이라는 소리가 있다고?”

 

나머지 2개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거잖아요!”

 

물론 나머지 2개라고 말할 것 같으면 Yee.T 보드게임과 엘릭서다.

백장미는 나에게도 도움이 되고 있고. 그렇고 말고.

 

아무튼 매 순간마다 조심해. 내가 본 예지가 헛소리가 되도록 말이야. 검은 높새바람에게 끌려가서 어떤 고문을 당할지. 또는 어떤 세뇌를 당할지 생각만해도 정말 뼈를 깎는 기분일 거야.”

 

고문과 세뇌를 당해도 저는 굽히지 않아요. 그거 하나만큼은 약속해드리죠.”

 

그런 애가 가장 먼저 굴복하더라.”

 

켈모리아!”

 

진심으로 이 사람은 나를 걱정하기는커녕 도발만 하고 있었다. 내가 걱정되지 않는 걸까? 소유욕 하나는 가장 뛰어난 사람이?

 

언제 잡힐지는 잘 모른다고 한다면, 그 바보 같은 예지가 틀렸다는 걸 증명해드리죠.”

 

켈모리아의 허벅지를 밟고 있는 오른발에 신발을 신고 천천히 도서관을 빠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