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38

FNL-Phantasm 2017. 5. 23. 09:31

438

 

 

 

일이 뭔가 제대로 잘못 꼬인 것 같은데 그래도 레프리시아를 보호하는데 1차적으로 성공했다. 그래도 지금은 아스모데우스의 눈에 레프리시아가 포착된 이상, 처음에 마법을 가르쳐 준 것과는 180도 다른 실전지향형 마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마기를 이용한 공격과 방어마법의 기초 그런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서 마기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내 방어마법을 부수기 시작하고 있지만 생각 외로 위력이 장난 아니었는데.

 

-파지직!

 

불과 4번의 공격으로 마법방패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강한 공격을 위해서 충전시간을 늘린다는 선택지는 좋지만.

 

파쇄.<Smash>”

 

금이 가있는 마법방패가 내 앞에서 터져나가듯 아직까지 마기를 충전중인 레프리시아에게 수천의 조각이 되어 날아갔다. 공격중인 레시아가 다급하게 마법을 중지하고 몸을 웅크려서 눈을 감고 있었고. 아직까지 저 소심한 성격이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상황에는 절망하지 말고 침착하게 다른 마법을 사용하라고 했잖아.”

 

, 그럴 틈이 어디 있어요! 선생님!”

 

너는 마기를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어. 너의 의지가 강하게 발현되면 순식간에 창이 되고, 순식간에 방패가 될 수 있다는 걸 계속 생각해. 자신감 있게 나를 쓰러뜨릴 각오로 하란 거야. 그리고 충전시간이 너무 길어 그 마법을 위한 마기를 끌어 모으면서, 다른 마법을 항상 준비해.”

 

레프리시아는 화가 난 듯이 큰 소리를 외쳤다. 아무래도 지식이 계속 쌓이는 마족이라고 해도, 멀티 캐스팅이 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멀티 캐스팅이라는 건 대부분 사람들이 머릿속에 2가지, 혹은 3가지를 동시에 생각한다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거기에도 한가지 꼼수는 있는 법.

 

수식을 이용하는 마법은 발동 단어를 말해야 가능하게 되어있고, 영창을 이용한 마법은 말에 힘을 담아 사용하는 것. 그리고 지금 레프리시아가 배우고 있는 것은 이미지를 통한 마법이잖아?”

 

그러면 한곳에는 수식을 미리 써놓고 이미지를 그려놓은 뒤에, 그 두 개를 동시에 발현하는 것이야 말로 기만전술까지 가미된 전투방법. 마법으로 이용한 싸움은 상성과 마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그걸 깨뜨리기 위해 기만전술이 필요한 것.

 

아직까지 네가 마왕이 되어서 세상을 어떻게 하기에는 응용력과 자신감이 너무 부족해. 어째서 네가 겁을 먹을 필요가 있는 거야?”

 

, 그야...선생님이 저를 지켜주지 않고 어디론가 가버리니까요...제가 성장을 한다면 저를 떠날 거잖아요?”

 

나는 잠깐 말을 멈추고 울먹거리고 있는 레프리시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작고 여린 아이를 안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 아이를 안심시키는 말을 고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선생님의 즐거움은 네가 성장을 해서, 바보 같은 마계를 뒤집어 엎어버리고 새로운 마왕이 되어주는 거라고? 어느 정도 성장하면 앞으로는 너의 길을 가는 거지만, 언제나 멀리서 너를 항상 지켜볼 거란다. 마왕이 될 녀석이 울보라서 정말 손이 많이 간다니까.”

 

숨죽여서 울고 있는 레프리시아를 눈물을 닦아주고, 레시아의 자존심을 올리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있을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마법을 이용하지 않은 체술을 가르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언제 돌아가지? 체술까지 다 알려주면 1~2주가 아니라 최소 2년은 잡고 가야 하는데?

 

정말 고생이 많네? 프린세스 메이커는 잘 되어가고 있어?”

 

분명 결계마법에 탐지된 적이 없었는데? 내 머리 위에서는 기묘한 빛을 뿌리고 돌아다니는 티아가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선생님? 허공은 왜 보고 있어요?”

 

? , 아니 아무것도.”

 

생각을 해보니.

요정은 순수한 동심을 가진 사람은 인지할 수 없다고 레시아가 말했었지?

 

[티아. 여긴 대체 어떻게 온 거야? 그리고 프린세스 메이커라고 하지마! 큐브도 없이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줄 알아!]

 

[나는 이곳 시간대의 티아 메르세데스야. 미래에 있는 나에게 전달 받았거든. 지금 잡화점 안에는 카일이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도록 시간 잠금을 걸어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으니, 잡화점은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 해주려고 왔어. 그런데 의외네. 마왕님의 성장계기가 카일과 관련이 있다니 말이야.]

 

[그렇군. 예전에 내가 몽환의 숲으로 왔을 때.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나를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답. 이라고는 말해주고 싶지만 언제나 시간적인 모순이 생겨나지 않도록, 카일이 돌아갈 때 이 기억은 지워지도록 설정되어있거든. 지금은 카일을 알고 도와줄 수는 있지만, 카일이 본래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면 지워져.]

 

나는 잠깐 고민을 하다가...

 

[그럼 지금 레프리시아에게도 그와 같이 해줄 수 있어? 내가 본래 시간대로 되돌아가면 나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도록 말이야.]

 

[그건 내가 어떻게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카일의 존재 자체가 그렇게 만드는 거야. 카일은 시공간술사니까. 그러니 카일이 되돌아간다면 자연스럽게 카일과 만난 사람들은 그 기억이 지워지게 될 거야.]

 

그렇게 된다면 시간적인 모순이 나오지 않도록 자동으로 기억을 소거하는 건가. 그거라면 일단 한차례 안심이 되는군.

 

선생님? 누가 있어요?”

 

지금 우주인으로부터 전파를 받았...아니, 아무것도 아냐. 레프리시아의 소심한 성격을 고쳐줄 수 있는 훈련을 생각했거든. 오늘은 이 정도로 하자. 저녁을 만들고 있을 테니 씻고 잘 준비를 해.”

 

레프리시아와 같이 손잡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 따듯하게 데워진 물 안에 들어가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좁은 집에서, 주변에 식용으로 먹을 수 있는 풀. 그리고 나도 모르게 시장에서 훔쳐온 과일들. 그리고 레시아가 잡은 거 말고, 내가 잡아온 멧돼지 고기를 노릇하게 굽고 있었다.

 

카일은 정말 치밀하네. 언제 자신이 사라지는 걸 알고 이름이 아니라 선생님이라고 부르게 시킨 거야?”

 

그건 솔직히 우연이야. 과거에서 내 이름을 말하면 시간모순이 생겨나니까 조심하자는 차원이었지. 그런데 티아의 말을 들어보면 사라지는 것은 나에 대한 기억과 이름뿐이지, 어린 레프리시아를 보살펴준 선생이라는 존재는 어렴풋이 남아있게 해야 해. 여태까지 내가 알려준 것이 있는데 그걸 다 까먹어버리면 안 되니까.”

 

내가 돌아갔을 때는 리셋이 되면 안 된다. 레시아도 어린 시절에 아버지와 데모르테를 잃고 살아온 성장과정을 이야기 한 적이 없었는데, 내가 되돌아가면서 기억에 지워진 여파라고 볼 수 있으니까. 그래도 저렇게 성장을 시키기 위해 발판이 되어준 미래의 나에게...생각을 해보니 가위바위보에 대한 재앙은 내가 스스로 판 무덤이었구나.

 

선생님? 뭐해요?”

 

아무것도 아냐. 갈아입을 옷은 서랍장 안에 있으니까. 빨리 입어. 발가벗고 돌아다니면 감기 걸린다.

 

!”

 

뒤도 돌지 않고 요리에만 시선을 집중한 체 레프리시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옷도 당연히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훔쳐왔는데, 아공간을 이용한 도둑질은 아무래도 그 마을에는 없던 사례인가보다.

 

선생님? 그런데 이 옷은 어디서 난 거에요? 과일도?”

 

요정 여왕님께서 선물해주셨단다.”

 

잠깐? 카일! 왜 나에게 뒤집어 씌우는 거야!”

 

내 어깨에 앉은 티아가 소리쳤다. 티아의 머리색상이 달밤에 물들어 은색을 내비치고 있는 동안, 티아의 몫은 몰래 따로 빼놔서 주방에 놓은 뒤에, 남은 음식들은 식탁에 가져갔다.

 

우선 많이 먹어둬라. 레프리시아. 내일은 몸이 직접 굴러야 할 거야.”

 

?”

 

마법에만 특화가 되면 상대를 제대로 이길 수 없어. 상대는 너보다 최소 3자리수 이상을 먼저 살아온 마계공작과 마왕이야. 그런데 그런 충전시간이 긴 마법으로 맞아주지도 않고, 가까이 가서 제압하기만 해도 손쉽게 지는 거야.”

 

내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루 정도 배웠는데 벌써 이 정도까지 나아간 걸 보면, 무지하게 빠른 성장속도가 맞다. 실전지향으로 계속 가르쳐나간다면, 빠른 시일 안으로 상급마족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고, 내가 거기서 조금만 더 도와준다면 마계공작과 동급인 최상급 마족에 도달하는 것은 20일도 안 걸릴 것 같다.

 

체술까지 병행해서 알려주면 2년도 아니고 2개월만에, 그 누구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는 최정상에 군림해있지 않을까? 그 중간과정에서 방해되는 녀석들은 전부 견제하면서 말이지.

 

그러니 내일은 혹독하게 가르쳐주도록 하지. 물리적인 타격과 마법이 병행한 마계 CQC!”

 

마계 CQC? 그런 게 있어요?”

 

순진무구한 붉은 눈동자가 의아스러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분명 레시아에게 들었을 때는 마계 CQC라고 들었는데?

 

. 내가 아는 지인이 있다고 하더라. 아무튼 밥 먹고 푹 자둬. 내일은 상처가 좀 많아질지도 몰라.”

 

그러면 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 주변에 있는 약초를 캐와야겠군.

 

그런데 선생님? 오늘 아침에 그 마계공작과 싸우려고 했어요?”

 

나는 당연하듯이 입을 열었다.

 

그야 널 건들이니까.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적어도 관심 있게 지켜보거든. 그 중에서 지금 가장 소중한 존재가 너야. 그러니까 너에게는 훈련할 때만큼은 절대로 적당하게 대할 수가 없어.”

 

그야 당연히 과거에는 나와 레프리시아. 그리고 과거 시간대에 있는 티아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 있는 티아가 광폭해지고 있는데?]

 

[티아도 물론 가장 소중한 존재라고 말해줘! 어째서 이게 다 공유가 되고 있는 거야!]

 

레프리시아는 내가 시장에서 훔쳐온...아니, 가져온 잠옷을 입은 상태로, 내 옆에 꼭 붙어서 눈을 감고 얼굴을 파묻었다.

 

괜찮아요. 선생님...다 견뎌낼게요...그 대신 제가 마왕이 되면 소원하나 들어줄 거에요?”

 

옷에 파묻혀서 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을지 몰라도 지금 레프리시아의 의지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졌다. 그런데 마왕이 되면 소원을 들어달라니? 내가 그때까지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뭔데? 우선 들어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해보면 내가 알아서 판단을 할게.”

 

연보라 빛으로 가려진 작은 고개가 들어올려지면서 홍조를 띤 레프리시아가 말했다.

 

제가 마왕이 되면...저랑 결혼해주세요. 제가 행복하게 해드릴게요! 굳이 미래로 돌아가지 않아도 될 만큼! 아주 많이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어요!”

 

어린 소녀의 고백은 성장하면서 스스로 잊혀지기 마련이다.

미래로 가게 된다면, 이 혼약은 기억에서 없어지게 되는 셈이 되겠지.

그래서 지금은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이 정해져 있었다.

 

. 그건 마왕이 되야 들어줄 수 있는 소원이니까. 내가 사라지기 전에 마왕이 된다면, 그때는 너의 청혼을 받아들여줄게.”

 

이룰 수 없는 어린 소녀의 약속을 받아들이기로 하자.

언젠가는 그 마음이 과거에 있는 나에게 닿을 수 있도록...

 

그럼 새끼손가락에 약속해주세요.”

 

작은 손이 불쑥 내 앞에 튀어나와 약속을 상징하는 새끼손가락을 내밀었고, 나 또한 레프리시아의 작은 손에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미래에 있는 티아가 폭주하고 있는데?]

 

[네가 티아를 좀 다독여 달라고!!!]

 

어째서인지 미래로 돌아가기가 두려워지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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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편을 얼마나 쓸지는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