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53 [Refresh]
53
날아드는 깃털은 자동으로 푸른 막에 지나치려고 하자, 자동으로 작은 폭발을 내면서, 요격을 시작했다. 비록 마나는 소비되고 있지만, 내가 늘 그렇듯 높은 친화력을 활용한 전략이다. 그 이외에는 두 가지의 선택권이 있는데, 하나는 베르티아를 무력화 시키는 것과 베르티아를 무시하고, 깡통을 차는 것.
솔직히 깡통을 차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줄은 상상이나 했는가?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신 건가요? 컨디션이 좋아 보이네요.”
“애초에 너희들이 치료했잖아. 물론 이렇게까지 확실히 좋아질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포로는 쉽게 죽으면 안 되니까요.”
“글쎄...지금은 포로가 아니라 게임의 참여자인데...”
낭패라고 한다면, 아무리 말을 시켜도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소리는 발성을 한 곳부터 나에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 위치를 알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무슨 이유인지 그저 여러 사람이 한 순간에 말하는 듯이, 소리로 위치를 찾아내려는 나의 노력은 무산이 되었다.
애초에 하피는 바람마법에 능통하다는 것은 주변 공기를 간섭할 수 있다는 뜻. 그렇다면, 그 소리는 하나의 파동이고 매질은 공기니까, 그 공기를 간섭을 해서, 사방으로 들려오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 된다.
잘도 이런 것을 생각해냈군.
바람과 빛을 사용할 수 있는 하피라니...
시각으로도 볼 수 없고, 소리로도 찾을 수 없다.
후각으로도 느껴지지 않고, 촉각으로 찾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미각...이건 미친 짓이지.
개안을 시켜서 마나를 볼 수 있게 되면, 그거야 말로 상당히 간편한 수단이지만, 이건 탐지기능이 없다. 빛과 바람을 이용하는 마법사에게, 유효타가 될 수 있는 비장의 수는 뭘까?
“하긴...너희들은 우리를 제압하는 입장이지? 그것만 아니었어도, 편하게 게임 할 수 있었던 것을...”
“찾고 깡통만 밟으면, 이기는 그런 쉬운 게임은 잘 안 하니까요.”
여전히 사방에서 들려오는 베르티아의 음성.
애초에 숲에 들어가서, 하피에게 불리할 줄 알았지만, 터무니 없게도 내가 더 불리한 입장이 되었다.
-퍼엉!
우측에서 푸른 빛의 입자가 터져 나오는 걸로 봐선, 라인하르트의 마나캐논을 발포한 모양. 저기도 아마 고전하고 있겠지.
“어이 티르빙. 슬슬 일어날 시간이야.”
내가 들고 있는 단검 중에 한쪽에서 붉은 빛이 점멸하며,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형씨. 대체 무슨 일이야? 이 상황은 뭐고?”
“네가 잠들던, 게임을 하던 사이에 위기에 몰려서 말이지.”
티르빙은 잠깐 동안 말이 없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던 내용은...
“하피의 언덕에 일어난 일은 대강 알았어. 그러니까 숨어있는 하피의 여왕을 찾고 싶다는 소리지? 어쩔 수 없네...그럼 눈을 감아.”
“눈을 감으라고?”
“애초에 시각적인 요소는 혼란을 줄 뿐이잖아? 요격<Intercept>가 활성중인 상태니까, 마음 편히 눈을 감아.”
눈을 감았다.
언제나 반기는 것은 어둠.
평온하게 들리는 바람소리.
여전히 베르티아가 보고 있으려나?
“애초에 형씨는 명경지수에 대해서 알아?”
“명경지수라면 마음이 고요하고 안정된 상태를 뜻 하잖아? 물론 그것을 계기로 많은 대륙의 영웅들이 깨우쳤다고 하는데?”
“맞아. 사념이 없는 마음의 강점은 무엇일까?”
“너랑 선문답은 하기 싫은데, 사념이 없으면, 자신이 하는 결정이 흔들일 이유가 없잖아.”
“정확해.”
슬슬 지뢰밭이 해제 될 무렵, 뭔가가 날아오는 것에 반응하여, 단검을 휘둘렀다. 모든 감각이 예리하게 반응했음에도, 심신상태는 평온하게 유지 되었다.
“우선 눈을 감으란 의미는 눈을 어지럽히는 것은 마음까지 어지럽힌다. 이 소리인가? 티르빙?”
“정확하게 잘 알았네. 이제 그 정도면 눈을 떠도 되겠어.”
눈을 서서히 뜨자. 내가 휘두른 쪽의 나무들이 몇몇 쓰러져있었다. 이건 내가 한 짓이 아니겠지?
“마나를 담아서 쏘아 보내는 공격임에도, 이렇게 막강한 위력이 될 줄은 몰랐네요. 게다가 들고 있는 단검이 말을 하다니...그 단검은 정체가 뭔가요?”
“예전에 있던 마검이야. 지금은 마검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마나를 쏘아 보냈다면...내가 아까 깃털에 반응해서 정확히 맞췄다는 소리인가...?
문득 마나가 공명하기 시작했다. 다른 주변에서 한 지점으로 모여드는 마나. 이거라면 위치를 찾을 수 있으나, 거대한 강풍이 이를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확실히 제 진심을 보일 때가 온 것 같네요. 부디 이걸 맞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는 딱 봐도 그렇게 거대한 마나가 응집되고 있는데, 그걸 맞아서 죽지 말라고 하면 그게 사람에게 할 소리냐!”
가장 걱정 되는 것은 아직까지 발포소리가 들리는 레이비스 씨와 창과 방패가 이리저리 오가는 소리의 주인인 라인하르트가 영향 받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어느새 마나가 다 모인 듯. 강풍이 해제되고, 베르티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받아보세요! 실피드의 노래를!”
“바람의 정령왕의 힘을 일부 빌려온 마법이라고! 애초에 정령사도 아니잖아!”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이랍니다.”
대체 이 하피는 대체 얼마만큼의 직업의 길을 걸어왔길래, 이런 일까지 벌일 수 있을까... 저게 발동되면, 살아남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거대한 태풍은 주변 구름을 휘감으며, 마치 뱀이 사냥감을 삼키듯 밑으로 고속으로 내려찍었다.
잠깐의 시간. 엄청난 양의 충격을 받고, 눈을 뜨자. 시간이 얼마 안 지난 듯. 베르티아는 언제나 웃는 얼굴로, 저 나무 위에서 날 보고 있었다. 힘겹게 일어나서, 주변을 보자. 사방이 거대한 바람으로, 나무가 죄다 쓰러져 나갔다. 먼 곳에서는 역시 여파를 맞은 라인하르트와 레이비스 씨가 쓰러져있었고, 지친 듯 허덕이는 아엘로가 베르티아 옆으로 이동했다.
“큭!...”
입에서 피가 흐른다면, 하나는 입에 상처가 났거나, 다른 하나는 내상을 입었다는 건데, 입안에 상처가 없는 걸로 봐선, 내상을 입었다고 봐야겠지. 아무리 항마의 축복을 받은 들. 이건 무효화가 아니라 데미지 경감이니까.
비릿한 액체를 뱉은 뒤에, 손 등으로 닦아내자, 손등과 입술에는 끈적한 느낌만 남은 체,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베르티아는 다시 아엘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아엘로? 다른 이는?”
“여왕님의 마법에 범위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아마 다른 곳에서 기절하고 있을 겁니다.”
아엘로의 상황보고로 확실해진 것은 한 명은 그래도 없다는 소리가 된다. 그럼 남은 둘은 어쩌지? 결국 시간을 벌어야 하는 건가? 숨을 쉬는 데 불편하다. 만약에 축복마저 없었다면, 죽었으리라 생각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티르빙...아직 있지?”
“형씨도 괴물 다 됐네...그걸 직격으로 맞고도 살아있는 걸 보면.”
“본래 인간은 질기잖아...슬슬 온 몸이 쑤시기 전에, 그리고 내 옷이 행주조각이 되기 전에...적어도 이야기 책을 닫을 거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형씨의 몸은 이미 엉망진창인데? 그래도 저 둘을 상대로 싸우겠다고?”
“싸워? 아니지...애초에 깡통차기는 깡통만 차면 이기는 경기잖아.”
서서히 체내의 마나를 활성화시켰다. 천천히 걸어나가면서, 티르빙을 다시 변형시켰다. 단검이면서도, 레이비스 씨처럼 사격을 할 수 있게 만드는 혼합형태로...아이디어는 라인하르트의 무기에서 따온 것이라 보면 된다.
아엘로와 베르티아는 내가 깡통 쪽으로 달려가자, 서둘러 자신들도 날아서 나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깃털이 사방에 날아오는 것 중에서, 나에게 유효하게 날아오는 것들을 마탄으로 맞추면서, 계속 진행했다.
“본래 나는 마검인데, 왜 총까지 변형이 된 건지 모르겠어.”
“그건 네가 원래 마검이 아니었나 보네.”
티르빙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간단히 깨부수고, 평원으로 뛰어 나갔다.
“깡통까지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아엘로가 먼저 앞지른 이후에, 다시 나에게 반대방향으로 돌진해왔다. 물론 평범한 깡통차기라면, 그냥 깡통을 밟아도 되지만, 마계에서 하는 깡통차기는 도망가는 사람을 제압해야 하는 조건이 있기에, 아직 나는 제압상태가 아니라서, 깡통을 밟을 수 없겠지.
“카일! 숙여!”
뒤에서 들리는 외침에 반사적으로 숙이자, 바다 빛의 광선이 아엘로에게 직격으로 맞았다. 짧은 비명과 함께 아엘로는 나에게 스치듯 추락했고, 여전히 뒤에 날아오는 베르티아를 뿌리치기 위해, 뒤를 겨누며 마탄을 쏘고 있었다.
“아직까지 저는 건재하거든요!”
기절해 있던 다른 하피가 깨어나서, 발톱으로 위에서 급습을 했으나...
“석양이 진다.”
-타타탕!
다른 곳에서 마탄을 발포하던 레이비스 씨는, 정확히 내 위에서 급습하는 하피를 격추시켰다.
“그보다 그건 다른 캐릭터의 대사잖아!!!”
저 멀리 있는 레이비스 씨에게 딴죽을 걸고 넘어지려다, 내 옆을 바로 스치는 푸른 깃털들 때문에 다시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최고 속도로 달리면서도, 방향을 틀을 때는 또 다시 마법방패<Magic Shield>를 이리저리 설치해서, 그 것을 발판 삼아 방향을 틀었다.
“실피드의 노래를 다시 한 번 받아보시죠!”
아엘로는 웃으면서 다시 거대한 태풍을 불러 일으켰다. 다시 한 번 저걸 맞으면, 그때 엘티노스가 알려준 부작용이고 뭐고, 일단 나는 죽을지도 모르기에, 나도 주변의 마나를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실피드의 노래가 완성되어도, 먼저 그 마나를 흩트리면 끝이야. 새벽<Daybreak>.”
공간이 일그러진듯한 착각을 보이며, 날아오는 바람의 뱀과 더불어, 고의적으로 응축된 마나들을 한 순간에 자연상태로 바꿔, 무효화 시켜버리는 새벽이 부딪치는 그 순간, 나에게 뻗어 나온 푸른 빛의 파도는 실피드의 노래를 침묵시키고, 순식간에 베르티아를 뒤덮었다.
베르티아는 지상으로 추락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훌륭합니다.”라고 말하며 쓰러졌다. 베르티아의 마나는 당분간 비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없을뿐더러, 최강을 자랑하는 정령왕의 힘을 빌린 마법을 2번이나 사용했으니, 정신적으로도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나도 이제 지친 몸을 이끌고, 평원에 덩그러니 있던, 깡통을 발로 툭 차서 넘어뜨렸다. 세상에 무슨 깡통차기가 이렇게 힘든 놀이가 되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숲은 한번 태풍이 휩쓸고, 술래는 전부 기절했고, 나도 이제 다리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누웠다.
“이런 미친 짓을 내가 두 번 다시 하나 봐라...”
허공에 문이 생겼다. 거기에는 검은 고양이 하나가 나에게 내려왔고, 레시아는 내 상태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마계에서 생긴 일이 끝나서, 이제서야 도착했더니...주인은 언제나 엉망진창이 되어있구나.”
사실상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지만, 평소에 같이 있다가 오늘은 떨어져서 고생했더니, 상당히 반가운 목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나는 레시아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오늘 라인하르트와 하피의 언덕에서 고생한 것을 떠올리며, 입을 천천히 열었다.
“역시 제 파트너는 레시아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당연하지 않는가? 짐은 주인의 사역마다. 애초에 처음에 짐을 소환한 이유도 명확했지 않는가. 자신과 같이 잡화점을 운영하는 사역마가 필요하다고. 그래도 처음으로 혼자 사건을 해결한 것 치고는 잘 해결했다.”
레시아는 주변을 둘러본 뒤에 담담한 어조로 그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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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과 같이 있으면 고생을 많이 하게 되네요.
여러분은 카일을 멀리하고 저를 가까이 하는게 좋습니다.
(아니 따지고 보면 내가 원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