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83

FNL-Phantasm 2017. 5. 7. 05:16

83

 

 

 

황홀한 꿈에서 벗어나 현실로 의식이 돌아왔을 때는 빅터가 따스한 햇빛처럼 웃으면서 인사했다. 꿈속의 일은 어차피 꿈속의 일이니 그리 의식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너무 생생한 체험에 그만 볼이 화끈해지고 말았다. 꿈속에서 빅터의 이상의 몸이 아니라, 다시 어려진 현실의 몸을 보며 한숨을 내쉰 나는 천천히 말했다.

 

그건 그렇고. 빅터는 너무 매니악하네. 이번 일로 확실하게 알았어. 설마 취향이 그런 취향일 줄은….”

 

나는 경멸하는 척하면서 째려보자 빅터는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서 많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아리엘이 잘 받아줘서 다행이라고 봐. 그보다 정기흡수의 부작용이라는 건 심하네. 손가락 하나조차 못 움직이겠어.”

 

그러니까 두 번으로 그만 두라고 했을 때 그만 했어야지.”

 

가뿐하게 일어선 나와 달리 살짝 수축한 빅터의 얼굴을 보며 문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을 때는 현실시간으로는 40분이 지나고 있었다. 커다란 꼬갈모자를 다시 쓰고 마법의 빗자루를 집은 상태로 문을 열었는데 트릭스 씨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묘한 비명을 흘렸다.

 

트릭스 씨?”

 

매우 당황한 눈으로 올려다보는 여기사가 아니라! 트릭스 씨는 남자니까 여기사로 소개하면 안 되지. 엿듣고 있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트릭스 씨에게 살짝 벌이라도 줘야 할 까?

 

아니. 지금은 빅터의 몸이 쇠약해졌으니 부탁을 하도록 하자.

 

지금은 빅터가 많이 힘들어하니까 적당한 먹거리를 주고 푹 쉬게 두세요. 저는 이만 켈모리아에게 돌아가도록 하죠.”

 

빅터가 좀 야윈 것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공격을 했다.

 

아뇨. 트릭스 씨가 엿들었을 때 아무런 소리도 안 났으니. .... 없었어요.”

 

! , 그렇구나. 아무튼 빅터를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이 은혜는 잊지 않고 꼭 보답하도록 할게. 그러니까 아리엘은 레몬에이드를 좋아했었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면서 귀환 마법진을 그려 마법학원에 있는 도서관으로 즉시 날아갔다. 학원제 준비에 바쁜 다른 이들과 달리 켈모리아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 어서 와.”라고 말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레이몬드가 웃으면서 반겨주고 있었을 무렵. 행정학원에서 이곳에 지원을 온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켈모리아의 말을 들었을 때는 정 반대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레이몬드와 같이 마법학원을 쭉 둘러보고 와주지 않겠어?”

 

레이몬드 씨를 데리고요?”

 

너는 동급생인데 아직도 뒤에 존칭을 붙이고 다니는 거니?”

 

아니. 그건 아니지만….”

 

켈모리아는 오히려 나를 놀리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 웃어 보이면서도 시간이 없는지 더 이상의 쓸 때 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지금은 학원을 전부 둘러보면서 뭐가 필요한지, 돈은 얼마나 부족한지를 파악하고 오도록 해. 원래는 내가 그 일을 미리하고 보내줬어야 했지만, 애석하게도 어느 귀여운 비서가 나에게 일을 시키는 바람에 못했단 말이지?”

 

그건 켈모리아가 계속 술만 먹고 일을 안 하니까 그런 거 아니에요!”

 

아냐? 나도 나 나름대로 일 많이 했어? 다른 이들과 같이 술 마시는 것도 얼마나 고된 작업인데?”

 

이 술고래!”

 

어서 다녀오기나 해. 나는 그렇네……. 지금은 귀빈들을 맞이하기 전에 사전작업을 해야 하니까.”

 

사전작업이라고 들었을 때는 뭔가 불안했지만 그래도 차분하게 넘어가도록 하자. 레이몬드를 데리고 학원내부를 돌아다니면서, 모든 반에 필요한 물품과 금액을 조사하는 것은 하루 종일 걸려도 못할 거라고 생각하기에, 밀리아에게 텔레파시를 보내서 부족한 물품과 금액을 보충하고 싶으면 학원 안에 있는 공원에 모이라고 전파를 부탁했다. 밀리아는 내가 어디 전파소녀인줄 알아!”라며 화를 냈어도 부탁이니 들어줄 것이다.

 

학원 안에 있는 공원에 앉아 따듯한 봄을 만끽하며 레이몬드와 나란히 앉았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리엘은 보면 볼수록 예뻐지는 것 같네요.”

 

레이몬드는 대체 뭘 먹길래 계속 키가 크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상대에게 칭찬을 받았다면 나 또한 되돌려주는 것으로 하자.

 

레이몬드도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긴 하네요. 키라던가 체격이라던가.”

 

어색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애석하게도 이것이 한계라고 생각했

 

아리엘은 주말에 시간이 남나요?”

 

는데……아무래도 이 상황이 어색한 것은 나뿐인가 보다.

 

그건 확인해봐야 알겠지만 무슨 이유라도?”

 

저번에 아리엘이 가고 많은 생각을 해봤지만, 많이 이르다고 생각을 해도 확실하게 약혼식을 치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요.”

 

제 귀가 지금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전제 아래에 약혼이라는 단어가 들렸는데요? 그보다 켈모리아가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보다 저에게는 아직….”

 

레이몬드는 나의 애매한 대답에 다급한지 어깨를 붙잡고 돌려서 내 얼굴과 마주보았다.

 

설마 좋아하는 남자가 따로 있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럼 약혼을 해도 상관은 없잖아요? 혹시 아리엘은 돈이 많은 귀족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눈이라던가?”

 

그게 아니라……. 이건 제 개인적인 이유이기 때문이에요.”

 

나는 시선을 살짝 돌려서 레이몬드에게도 말해주기로 했다.

 

저는 이제 인간이 아니라 몽마라서요. 남의 정기를 흡수하고 살아가는 그런 존재에요. 기본적인 인간의 틀에서 벗어난 터라. 지금의 약혼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죠.”

 

전 상관없어요.”

 

레이몬드가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다른 곳에서는 멋지고 돈 많은 남자가 약혼하자고 하면 기뻐하며 달라붙는 소설이나 만화를 본 적은 있지만, 현실은 사소한 조건으로 인해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줄은…….

 

아리엘 씨의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 거에요? 제가 그에 근접하도록 노력할게요!”

 

이상형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그보다 너무 가까워.

나는 한숨을 내쉬지도 못하고 마음속으로 침울한 마음만 담아놓은 체, 레이몬드에게 조용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기, 지금은 문제를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도움을 먼저 주도록 하죠?”

 

모두 나와 레이몬드를 보면서 여자애들은 얼굴을 붉히면서 소리를 지를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숨죽이며 흥미진진한 눈으로 보고 있었고, 남자들은 레이몬드를 향해 분노의 눈초리를 쏘아 보내고 있었다. 이제서야 상황에 대해 이해를 한 레이몬드는 나와 거리를 살짝 벌리고 헛기침을 하더니, 능숙하게 서류와 펜을 꺼내면서 잉크에 묻히기 시작했다.

 

모두 줄을 서서 학년과 반, 그리고 필요한 물품과 금액을 이곳에 써주시면 됩니다.”

 

환하게 웃으면서 정면을 바라본 레이몬드는 멋들어진 목소리로 모두에게 알려줬고, 나는 그 옆에서 종이가 바닥나면 바꿔주거나 잉크가 바닥나면 교체해주는 식으로 도와주기로 도와줬고, 2시간을 전부 다 써서 40장에 해당하는 서류를 남기고 모두 떠나갔다.

 

그나마 산처럼 쌓일 줄 알았는데의외로 많이 쌓이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하나 같이 마법물품이라서 그런지 다 합치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올 것 같네.”

 

서류 한 장에 공백이 40줄이나 있었는데, 그걸 전부 합쳐본다면 대략 20골드씩 나오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그게 30장이니까 600골드….

 

600골드면 어마어마하게 큰 돈이었다.

 

올해는 꽤 싸게 나오네요.”

 

이게 싸게 나온 거라고요?”

 

레이몬드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나의 질문에 대답했다.

 

저번에는 뭐가 문제였는지 2000골드를 요구했었으니까요. 2000골드를 빌려주고 나서 한달 뒤에 켈모리아 학원장님은 그 금액을 어디서 벌어왔는지 갚았어요.”

 

아무리 쾌락주의자라고 해도 할 때는 확실하게 하는 사람이니까요.”

 

레이몬드는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시선이 느껴져서 바라보았을 때는 비장한 얼굴로 나에게 다시 그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확실히 아까 몽마로 변했다고 들었을 때는 지금까지 느껴왔던 위화감은 확신이 되어 이해를 했지만, 저는 그래도 아리엘을 포기할 마음은 없어요. 다만, 지금의 일은 아버지와 상담을 드리고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궁금한 것은 아리엘 주변에 있을 법한 남성들이 얼마나 많이 있냐는 거에요.”

 

제 주변에요?”

 

벌과 나비는 늘 꽃을 향해 다가오는 법이니. 미스 카멜롯으로 뽑힌 아리엘을 노리는 사람이 오히려 많다는 것이 정상적으로 생각을 했음에도, 어느 누구도 아리엘과 같이 지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어요.”

 

세피르라면 자주 같이 지내다가 뱀으로 변신하니까 힘들 것이고, 아르트리옴은 마신이니 주로 내 눈에만 보이도록 되어있었다. 빅터는 주로 나를 만나러 오는데 몰래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빅터는 주변의 인기척을 감지하고 자리를 자주 빠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지금 레이몬드와 이야기를 했을 때. 저 멀리 발레를 하고 있는 아르트리옴 이외엔 보이지 않았다.

 

그거야 일단 제가 인간은 아니니까요. 정확하게는 남의 정기를 흡수하면서 사는 몽마죠.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는 해를 끼치는 존재라는 거에요. 당연히 모든 인간이 다 그렇다고 해서 상관 없다고 말하고는 싶지만, 저의 경우에는 극단적인 경우라서…….”

 

그럼 제가 언젠가는 아리엘 씨를 인간으로 되돌리는…….”

 

아니. 그건 켈모리아가 허락하지 않을 거에요.”

 

나는 사실대로 켈모리아가 귀여운 서큐버스 비서를 가지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지금 이 지경으로 도달했다는 사실을 말하자마자 레이몬드는 폭소하기 시작했다. 웃음을 너무 커서 마법학원을 전부 날려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눈물을 훔치면서 숨을 고르면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한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 마녀복장을 입고 있는 거에요?”

 

, 이건 빅터가 기운이 없다고 해서.”

 

빅터 씨가요?”

 

저번에 빅터가 자신의 약혼자를 찾고 있다고 정보를 알려준 것은 레이몬드니까. 알고 있는 것도 당연했고, 의외로 빅터에게 악감정이 있는지. 아니면 라이벌 의식이 있는지 빅터의 이름만 들려오면 레이몬드는 살짝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트릭스 씨가 기운이 없는 것 같다고 해서 정신 좀 차리게 해달라고 하길래, 마법의 빗자루로 한방 때리고 오는 길이라서요.”

 

이건 사실이니까 거침없이 말해도 되겠지.

 

아리엘은 빅터 씨가 구해줬다고 들었는데.”

 

맨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몬스터가 절 죽이려고 했을 때 구해줬어요. 빅터는 좋은 은인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지금은 약혼녀가 결국 죽은 채로 발견이 되어서 한동안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죠. 그래서 마법의 힘으로 힘껏 때려서 정신차리게 했어요. 그가 절 구해줬으니. 저도 그를 구해줘야죠.”

 

라고 말하며 빅터의 꿈속에 있었던 여러 가지의 일은 마음속에 간직하기로 했다.

 

아리엘은 정말 좋은 사람이네요. 몽마라서 자신 이외에 다른 이가 피해를 입을 까봐 절대로 자신 근처에 가까이 하지 않게 하고, 그럼에도 다른 이들이 힘들어 한다면 거침없이 가까이 가서 도와주려는 모습이 전 좋아요.”

 

?”

 

레이몬드는 얼굴이 붉어지지 않고 진지하게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전 아리엘의 헌신적인 모습을 보며 반한 거에요.”

 

정작 그 말을 듣고 내 얼굴의 온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