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73

FNL-Phantasm 2017. 4. 24. 02:54

73

 

 

 

세월은 잠깐 흐르고 변화가 있다면 모두가 중간고사라는 이름의 시련을 치르고 있었다. 마법 기동반도 예외는 아니었으며, 탈로스 씨는 굳이 감시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소환수의 털을 정성스럽게 빗어주고 있었고, 나는 밀리아의 반에 들어가서 시험감독으로 대리참가를 하게 되었다. 다만, 시험을 시작하기 전에 쉬는 시간마다 나에게 몰려들어서 말을 걸어보려는 여학생들과, 나를 보면서 자신들만의 품평회를 시작하는 남학생들 때문에 정신수치가 깎여서 날카로운 창이 되려고 했으나, 켈모리아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10배 정도 쉬운 일이니 참아내기로 했다.

 

여전히 인기가 많아서 좋겠네.”

 

좋지 않아. 그러니까 밀리아가 날 데리고 가줘?”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

 

밀리아가 나를 보면서 훼방을 놓고 있자마자, 나는 그에 대한 복수로 밀리아에게 붙어서 그대로 목을 끌어안아 남들에게 오해할 만한 장난을 하고 있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밀리아는 나를 억지로 떨어뜨리려고 하면서 밀쳐냈고,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시선으로 보이든지 쉬는 시간에는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시험과목은 마법에 대한 역사, 이론으로 필기 시험을 보며, 내일 있을 실기시험은 각자 선택한 분야를 통해 측정을 받는다. 나의 실기시험은 당연히 환영술사의 길에 따라서 환영마법을 주로 측정 받았다.

 

너는 비서라는 이유로 우리보다 먼저 시험을 보니까 좋겠네. 이미 모든 시험을 다 끝낸 거 아냐?”

 

그건 아니지. 시험을 만드는 것은 선생님들이니까. 그분들이 만들어주지 않으면 나도 시험을 미리 볼 수 없어. 그런데…….”

 

킁킁. 킁킁.”

 

나를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강아지처럼 냄새를 맡고 있는 한 소녀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모두가 시간정지마법에 걸린 듯이 가만히 멈춰서 아무 말도 없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 것 같았다.

 

저기…? 무슨 나에게 냄새라도 나는 걸까?”

 

달콤함. 오묘함. 취할 것 같은 향이야. 킁킁.”

 

이번에는 나를 힘껏 끌어안더니 그 상태로 일정간격으로 공기를 흡입하고 있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밀리아를 봤지만, 밀리아는 난처하다는 웃음을 띄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짜릿해.”

 

아주 가까이 눈을 마주하고 있을 때는 반짝이는 눈으로 한 가득한 갈색의 눈동자와, 턱까지 내려오는 잿빛의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잠깐? 지금 나 저 아이의 정기를 흡수하고 있는 거잖아!

 

이제 좀 놔주겠어? 내가 특이체질이라 지금 너에게 상당히 몹쓸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괜찮아. 지금이 너무 행복해서 시험 따위 안 봐도 될 것 같아.”

 

감정의 폭이 드러나지 않는 어조가 내 귀에 들어왔을 때는, ‘지금 내 상태가 걸어다니는 마약인가?’라고 의심할 정도로, 너무 과도하게 취한듯한 말이었지만 얼굴을 바라보면 그렇게 변한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그것도 뭐라 하기도 애매했다.

 

시험은 봐야지! 이제 3분밖에 안 남았다고! 그러니까 이름이?”

 

나는 리첼 캄브릿지라고 해.”

 

캄브릿지?

 

탈로스 씨와는 무슨 관계야?”

 

삼촌.”

 

캄브릿지 가문의 존재의의는 내 인생을 고난의 연속으로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가문이던가! 아무튼 지금은 시험을 위해서 학생들을 앉혀야 하니까. 나는 슬슬 점점 강하게 옥죄어오는 두 팔을 풀어달라고 부탁을 하

 

아리엘. 좋아해.”

 

려고 했는데…….

방금 리첼이 뭐라고 말한 거지?

 

?”

?”

방금 그거 고백 아냐?”

 

뜬금없이 나타난 고백으로 인해 어이가 상실된 표정으로 보는 밀리아와 더불어 모든 이들이 가지각색의 반응을 보여주며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의 의미가 모두의 머리에서 해석이 될 때. 그 반의 분위기는 시험을 봐야 한다는 긴장되고 엄숙한 분위기가 아니라, 화제의 현장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었다. 여자들은 환호성이 섞인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남자들은 . 저것도 저거 나름대로 좋지.”라는 평가를 하고 있었다.

 

뭐가 저거 나름대로 좋은 건데?

나도 리첼의 돌발행동으로 너무 동요한 나머지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우선 친구부터 시작하면 안 될까?”

 

그렇네. 서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니까.”라며 시원시원하게 말한 리첼은 포옹을 풀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서 다음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어처구니 없게도 그딴 말을 내뱉은 자신에게 마음 속으로 채찍질을 가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바보 같은 말을 남들 앞에서 하는 거야! 너 때문에 자려고 하다가 생각나면 이불을 차야 하잖아! 라고 나를 가학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싫다.

 

이제 진정이 되었을까나? 마법의 이론 150문제 투하할 테니까 모두 조용히 하고 있어.”

 

켈모리아는 옷이 드레스 종류밖에 없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나뭇잎과 같은 매끄러운 듯한 녹색에 검은 패턴이 넓은 치마에만 존재하고 있었다. 여전히 학생들에게 선정성을 지키지 않으려는 듯이, 어깨와 쇄골이 깊게 파여있는 무시무시한 드레스였다.

 

아리엘은 시험지를 나눠주고.”

 

나는 켈모리아의 말에 이끌리듯이 나아가서 시험지를 받고 종이를 인원수대로 나누고 있었다. 애초에 마법학원에는 과제도 중요하지만 시험도 중요한 평가단계.

 

그러기에 모두가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를 가지고 시험을 치르고 있어야 하는데, 아까 충격 발언으로 모두가 긴장은 풀어져있는 상태였다.

 

.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 반은 시험을 잘 볼 것 같은데? 역시 아리엘이 있어서 그런가?”

 

저는 시험을 잘 보게 해주는 촉매제가 아닙니다.”

 

나는 켈모리아에게 한마디를 한 뒤에 시험지를 다 나눠줬다고 신호를 보냈다.

 

그럼 시간제한은 100분이야. 시험 시작!”

 

그 말과 동시에 사방에서 깃털이 종이를 긋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시간제한 100분을 기준으로 평균 100개의 문항을 풀고 남은 50문항은 공백이라는 소리가 있다. 그 정도로 시험의 난이도는 어려운데 시간마저 자비가 없다. 1개의 문제를 1분 안이 아니라 30초 이내로 풀어야 하는 지옥의 시험으로 인해, 모두가 긴장한 분위기 속에서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지만, 밀리아를 포함한 대다수의 학생은 남은 시간이 10분정도 남았을 때 시험지를 뒤집고 눈을 감고 있었다.

 

밀리아라면 역시 우등생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외에도 리첼을 포함해. 30명중 23명이 그러고 있었다. 남은 7명은 아슬아슬하게 다 채우거나, 15문제 정도는 공백을 만들어버렸다.

 

시험 끝. 모두 이론시험 수고 많았어! 내일 있을 실기 시험을 위해서 모두 빨리 돌아가서 연습하도록 해!”

 

켈모리아는 염력을 이용해서 모두의 시험지를 순서대로 거두기 시작했다. 나 또한 뒷문으로 천천히 나가면서 200분동안 일어서 있는 고된 하루를 마치고, 이제 마법 기동반으로 돌아가서 잠깐 쉴까 생각을 했는데.

 

고생했어! 아리엘!”

 

세피르. 왜 밖에서 기다린 거야?”

 

그야 아리엘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마중 나온 것뿐이야. 마법 기동반도 이론 시험이 다 끝나서 슬슬 주변에 순찰을 할 거라고 하던데?”

 

하긴 학생들을 상대로 어디 고대괴수 처치하러 간다는 꿈만 같은 상황은 주지 않겠지. 그런 것들은 전부 용사들의 연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다 해주니까.

 

그러면 잠깐 시간이 있다는 거 아냐?”

 

그게. 첫 번째로 학원지부 정찰을 하는 게 아리엘이거든.”

 

아담하고 귀엽게 웃는 소년의 입에서는 잔인한 말이 나와버렸다. 이제 좀 쉴 수 있을 거라고 희망한 나의 마음 한 쪽이 죄다 무너지면서 절망과 좌절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탈로스 씨는 당연히 매는 먼저 맞는 것이 좋다는 말이 있지만, 내 경우에는 그냥 마음먹고 혹사시키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였다.

 

저번에는 나 때문에 광장한쪽이 마비가 되었다면서, 이번엔 왜 나를 내부정찰을 시키는 거야.”

 

세피르의 어깨에 있던 이비는 나의 한숨에 반응해서 삑삑!”하고 외쳤다. 아무튼 룬이 제작한 망토를 두르고는 나아가려고 했는데, 세피르의 붉은 눈이 계속 멀뚱멀뚱하게 날 보고 있었다.

 

뭐라도 묻었어?”

 

아니. 그 옆에 있는 소녀는?”

 

나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리첼을 보고는 다시 세피르에게 고개를 돌려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어라?”

 

내 눈이 잘못되었는지 한번 더 확인을 하기 위해,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는 리첼은 여전히 나에게 붙으면서 말을 걸어왔다.

 

아리엘. 어디가?”

 

그야 이제 마법 기동반의 임무를 하러 가야 하는데. 그만 맡아줄래? 그 정도면 많이 부담스럽거든?”

 

나는 괜찮아.”

 

내가 안 괜찮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진한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보며 ?”라고 대답을 했다.

 

그야 계속 냄새를 맡으면 뭔가 부끄러우니까.”

 

?”

 

다른 사람이 너에게 좋은 향이 난다고 해서 하루 종일 맡는 것은 좋지 않잖아?”

 

?”

 

. 그러니까. 인간관계의 관점으로 보자면……잠깐! 너 지금 날 놀리는 거지!”

 

이 상태로 ?’라는 말이 지속되는 경우 나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걷게 될 테니까. 리첼의 얼굴표정으로는 거의 철판을 깔아놓은 수준이라서, 현재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심리 상태는 어떠한지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

 

나도 아리엘 따라 갈래.”

 

방해만 안 하면 상관은 없지만, 리첼은 아직 시험이 남아있잖아?”

 

보통은 경어를 쓰면서 남을 대해야 하는데, 탈로스 씨와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고 왠지 어린 아이처럼 구는 모습에 나는 잘 타이르듯이 이야기를 했다.

 

괜찮아. 저격은 잘 하니까.”

 

저격?

 

마법공학으로 이루어진 무기로 저격을 한다는 소리지?”

 

리첼은 자신의 품속에서 능숙하게 리볼버처럼 생긴 도구를 꺼냈다.

 

나의 파트너. 이름은 엠퍼러라고 지을까 생각해.”

 

너는 홀 호스가 아니거든!”

 

우리는 무적의 콤비야.”

 

누가 무적의 콤비라는 거야!”

 

아무리 봐도 리볼버 형태의 권총만으로는 장거리 저격은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리첼에게 내가 추측한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혹시 마법공학으로 이루어진 도구가 특수한 것이 아니라, 마탄이 특수한 거야?”

 

그러자 리첼은 아무런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 마법공학에는 무수한 수식이 자동으로 붙어있어서, 마나를 다를 줄 알게 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범용도구들이 많이 있지만, 애석하게도 사용자에 따라 마나의 성질이 다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인 것은 메인터넌스가 필요하다.

 

은빛으로 이루어져있고 그립부분에는 잘 다듬어진 짙은 갈색의 고목나무처럼 이루어진 가죽처리를 보면, 양산으로 생산된 도구가 아니라 확실히 자신의 손으로 창조한 작품.

 

확실히 방해는 안 될 것 같아서 상관은 없지만, 길거리에서도 딱 달라붙어서 냄새를 맡는다는 건 하지 말아주세요.”

 

?”

 

저 한 단어가 나올 때는 나의 스트레스를 몇 배로 증가하고 있었다. 설명을 어떻게 해줘야 리첼이 납득을 하고 순순히 물러날까? 세피르는 검은 뱀으로 변한 뒤에 나의 왼쪽 팔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고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아리엘은 정말 인기가 많아서 좋겠다. 그래도 친구가 있다는 건 좋은 거 아냐?”

 

그 가죽 벗겨서 룬에게 가져다 주기 전에 조용히 하고 있어.”

 

나의 한마디에 침묵을 유지하는 검은 뱀과 묵묵히 내 뒤만 따라오고 있는 리첼을 의식하면서, 마법 기동반에 있는 공간이동 마법진을 이용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