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13

FNL-Phantasm 2017. 4. 24. 01:25

413

 

 

 

베가프는 추기경이 되고 나서 성격이 확실히 많이 죽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불미스러운 상황에서 나 같아도 주먹을 힘껏 휘두르고 싶은 상황에서, 이상한 말벌이 상대의 근처에 돌아다니는 걸 보고 그걸 잡았다고는 하지만, 베가프가 저런 행동을 보이는 거야 말로 지금 크리자리드를 이길 방법이 없다는 상황이다. 대체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그 저주받아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하는 잡지를 1년간 매번 신간호를 나눠준다는 공약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곳의 신도들에게 있어서는 쿠쿠섬 치킨과 같은 열렬한 효과를 볼 수 있었으니까. 베가프의 충실한 신도들마저 한 순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흔들릴 정도라면.

 

그보다 내가 왜 쿠쿠섬 치킨이란 정체불명의 치킨으로 비유를 한 거지?

 

[오늘 저녁은 닭인가?]

 

[레시아는 왜 먹을 것 이야기만 나오면 저에게 말을 거는 건가요?]

 

[그야 먹는다는 것은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이 아닌가? 마계를 뒤집어 엎으면서 마왕의 자리로 올라올 당시에, 폭식의 공작인 그리티스가 마왕은 항상 산해진미를 적절하게 먹어가며 학살을 즐기는 것도 좋고, 고문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음식에 대한 맛을 제대로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니 짐의 입은 고급으로 될 수 밖에 없노라. 애초에 이번 디저트는 주인이 되는 것인가?]

 

[은근슬쩍 주제의 방향을 바꾸지 마시죠. 누가 디저트에요? 누가!]

 

레시아는 내 안에서 조용히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생각을 하는 거지만, 아무래도 내가 사역마를 잘못 뽑은 것은 아니지만, 창조주가 잠수함 패치를 해버렸는지 성격이 기묘하게 글러먹기 시작해버려서 아무래도 교육이 필요할

 

[호오? 짐을 상대로 교육이라니? 그것은 다른 말로 하면 조교라고 봐도 되는 건가?]

 

[교육은 교육이에요! 조교라고 말을 쓸 이유까지도 없어요!]

 

내 독백이 레시아에게 끊어져버렸다.

그보다 왜 단어를 바꿔서 말하는 건데?

그리고 교육과 조교는 절대로 같은 말이 아니다.

 

[저도 마스터에게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시나가? 시나는 착실한 아이니까 교육을 받을 필요 없어.]

 

시나는 잠깐 아무런 말도 없다가 약간 초조한 어조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 , 보건체육을 실기로...]

 

[그건 다른 곳에서 써먹는 주제잖아! 그리고 누가 보건체육을 실기로 가르치냐!]

 

베가프하고 이야기를 하기 전에 태클에 온 정신을 쏟아 부어버렸으니, 어느새 잠을 자다가 눈을 뜬 윈디는 카일 씨? 왜 그렇게 식은 땀을 흘리고 계세요?”라고 물어볼 지경이었다. 안에서 동화하던 두 사역마가 [이번 주인을 데리고 보건체육을 하는 것은 바로 짐이다!]라고 주장하는 레시아. 그리고 [보건체육 필기를 만점 받기 위해선 마스터와의 실습이 필요하니 안됩니다.]라며 대항하는 시나가 있었다.

 

보건체육에 대체 뭐가 실렸길래 실습이고 나발이고...”

 

내 기억상으로는 부목법이라던가 심폐소생술이외엔 다른 건 없었다. 하긴 그게 몇 년 전의 교과서인데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하겠어. 나의 어린 시절에 교육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서 낮게 중얼거리자 윈디는 내 말을 들었는지 입을 열었다.

 

! 그거 있잖아요! 건전한 성교육이라던가 그런 거! 그 구간을 넘어가면 우리는 순수한 동심이 다 날아가고,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이론적으로 배우는 단계가 되는 거죠. 당연히 그만큼의 정신적인 성숙이 되었다는 가정하에 시행하는 거지만, 저도 예전에는 정말 놀랬어요. 저는 따지고 보면 정령왕이잖아요? 그래서 지금까지 저의 자손들은 알아서 생기는 건 줄 알았는데, 역시 생물의 진화방법이라던가 설마 자손을 남기기 위해...으우워어우어어!”

 

이야기를 듣고 그제서야 모든 것이 기억나서 양손으로 윈디의 볼을 잡고 늘렸다.

 

그렇군. 이제 잘 알았어. 예전에도 나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상한 여선생에게 큰일나지 않기 위해서 극악의 세월을 살아온 기억을 떠올려줘서 참으로 고맙구나? ?”

 

아아! 아프잖아요! 좀 더 해주세요!”

 

아프면 보통 그만둬야 정상이잖아.

나는 윈디의 말과는 반대로 그만두면서 골치가 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카일은 말을 한마디라도 안 하면 살 수 없나 보네. 그래도 주변에 방음마법을 펼쳐서 방해는 안 되었으니 봐주도록 할게.”

 

베가프는 다른 신도들이 전부 밖으로 나가는 동안, 주먹을 휘둘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따듯한 인상으로 말을 걸었다.

 

레시아와 시나, 윈디는 하루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린 진귀한 존재거든.”

 

토끼도 아니고. 그보다 윈디 씨? 다른 신도들이 보는 눈 앞에서 졸아도 상관은 없지만, 편안하게 누워서 자는 건 안 되요.”

 

. . 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

 

수녀복장을 하고 내 무릎을 베개로 삼아 자고 있던 건 지적 받을 행동이 맞다. 어쨌든 후드를 쓴 상태로 베가프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슬슬 주제로 돌아가보자.

 

크리자리드라는 사람하고는 꽤나 사이가 좋지 않나 보네. 아우리스 교단원들이 빛의 대성당 3층까지 빼곡하게 보인 것이 아니라, 창세의 집회라는 불가사의한 곳으로 가는 걸 보면?”

 

그러자 베가프의 고운 이마가 찌부러지면서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크리자리드는 본래 귀족이니까. 자본으로 밀어붙여서 백장미 하나만으로 신도를 한 가득 빼앗겼어. 이 제국은 아우리스 여신님을 칭송하기 위해, 칸포리우스의 대륙반란을 잠재우고 새로 이름을 지은 것임에도 말이지. 하지만, 지금의 교황님께서는 이 상황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 그것은 내가 어떻게든 뛰어넘어야 하는 시련과 같은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그 시련이 너무나도 강력하다는 소리였다.

너무나도 강력해서 베가프가 예배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대뜸 없이 나타나지 않았는가?

조만간 그 강력한 시련으로 인해 태양을 지워버리고, 너무 춥다는 이유로 태양을 2개나 만드는 바보 같은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그 시련의 이름을 더블 썬 파워.”라고 명명해볼까?

 

카일? 이상한 독백은 그만둬줄래? 아랑마저 기겁을 하고 있잖아?”

 

어째서 내 독백은 누구나 다 읽게 되냐고! 보안이 제대로 이루어졌는데 말이야!”

 

조만간 독백을 할 때는 모험가가 아니라 크롬을 사용해야겠다.

 

아무튼 지금은 크리자리드를 이길 수 없어서 전전긍긍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거지? 자본력이라던가, 상대를 이끄는 카리스마라던가, 애초에 상대는 말만 했는데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건 안 좋은 습관이라고? 여전히 옛날 버릇은 고쳐지지도 않는구나?”

 

어쩔 수 없어. 나는 말싸움을 하기에는 적절한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거든.”

 

나는 이내 한숨을 내쉬면서 베가프라는 인간을 다시 한 번 고찰했다. 그러니까 베가프는 외적으로는 친근하고 누구에게나 친절할 것 같지만, 내면은 상당히 거칠고 잔인한 버서커가 존재한다.

 

어떻게 보면 루니아 누나와 비슷한 양면성을 띄고 있는데, 옛날에는 베가프가 화를 내기 시작하면 나와 마일론이 한동안 마을로 돌아오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만약 임무를 하다가 다치는 날이 있다면, 그 상처가 다 나아야 마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네.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내가 있어봤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으니. 이 건에 대해서는 잡화점에서 충분히 생각한 다음에...”

 

나는 윈디와 함께 일어나려고 하는데, 베가프는 나의 오른쪽 어깨를 살며시 잡으며 도로 앉혔다. 뭔가 엄청 기대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기를...

 

내가 지금 없는 것은 크리자리드만큼의 자본력이라던가, 교단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물질적 보상이 없다는 거야. 하지만 내가 가장 친한 친구가 백장미에 출현하는 사람이라면, 그 소문은 멀리 퍼져서 이쪽으로 돌아올 지도 모르겠어.”

 

베가프의 극단적인 선택이 나의 고생길을 훤히 열기 전에, 최대한 베가프를 설득한다는 입장으로 천천히 단어들을 내뱉었다.

 

저기. 우리 이러지 말자. 나는 이런 곳에서까지 그런 바보 같은 마네킹이 되고 싶지 않아. 애초에 우리 둘은 친구잖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멋대로 친구를 희생시켜도 되는 것이 아니잖니?”

 

하지만 친구가 곤란할 때는 도와줘야 하잖아? 그래서 뭐로 할 거야? 여장을 해서 싸인회를 열어줄래?”

 

내가 너의 부탁을 승낙했다는 전제로 흐르고 있잖아! 너 누구야! 베가프 아니지! 당장 베가프 돌려줘!”

 

그러자 내 어깨에 있는 베가프의 손에 힘이 한 가득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어깨뼈와 근육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고통에 내 입에서 순간 비명을 지를 뻔했으나, 다른 한 손으로는 베가프가 내 입을 막아 그나마 소리를 조금 막아냈다.

 

지금껏 카일이 사용하는 아이언 클로의 출처를 생각을 잘 한다면, 지금은 나의 부탁을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햇살 같은 부드러운 웃음으로 저렇게 잔인한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역시 이 녀석은 베가프가 아닌 건가!

 

너 어릿광대지! 그렇지! 베가프 어디에...끄아아악!”

 

윈디와 레시아, 시나가 있는 장소에서 내가 아이언 클로로 고통 받을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내 안면근육을 모조리 박살내겠다는 의지로 무장한 베가프의 왼손이, 천천히 나를 압박하고 있을 무렵. 레시아와 시나는 나의 비명소리를 듣고 나왔다. 본 모습이 아니라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가 그 자리에서 튀어나왔는데, 그 모습을 보며 레시아는 감탄하는 말이 이곳 저곳에서 튀어나왔다.

 

좋다! 주인의 친구여! 우리가 여태까지 당해온 아이언 클로 mk.2를 이 자리에서 보여주거라!”

 

마스터. 애도를...”

 

너희들은 사역마이면서 왜 안 도와주는 건데! 알았어! 베가프! 도와줄게! 도와주면 되잖아!”

 

무식한 아이언 클로를 한 차례 당하고 나서는 거칠어진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레시아는 베가프에게 다가가 말을 했다.

 

주인의 친구여. 짐이 생각을 해보니 백장미의 모델이라고 해서 이곳에 둔다면, 신도들에게는 그리 흥미를 가질 것이라고는 볼 수 있으나, 그리 제대로 된 효과는 받을 수가 없을 것 같노라. 평상시의 모습이건, 여장을 시키던 언젠가는 주인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결국에는 아까와 같은 상황을 마주하기 마련이니까.”

 

마왕님의 말도 일리는 있네요.”

 

아우리스 교단의 추기경과 마왕과의 대화라니.

누가 본다면 정말 신성모독이다.

 

저에게 한가지 계획이 있습니다. 베가프 추기경.”

 

시나는 베가프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서 뭐라고 속삭이듯 조용히 말했다. 내가 들리지 않게 철저히 보안을 하는 걸로 봐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나를 어떻게 써먹는다는 소리인데.

 

그러면 나는 이제 잡화점으로 가볼까? 윈디. 레시아와 시나는 챙기고 오세요.”

 

이럴 때는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이 빠져나가는 것이 정공

 

-덥썩

 

...법인데......

 

왜 그래? 베가프? 내 어깨를 잡고 말이야?”

 

카일의 사역마가 나에게 친절하게 말해주기를 카린의 모습으로 변한 뒤에 달에 있는 카렌과 같이 이곳에서 방문한다는 목적으로 소문을 돌리면, 상당히 많은 신도가 올 거라고 생각한다고 하던데? 애초에 카린의 모습으로 이미 아우리스와 친하다면서? 여신으로부터 축복받은 미녀가 온다는 타이틀로 걸어놓는다면 괜찮을 거라고 하는데?”

 

나는 믿을 수 없는 눈으로 시나를 바라봤고, 하얀 올빼미는 오른쪽 날개를 하나 들어올려 자신이 잘했다는 듯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넌 돌아가면 아이언 클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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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종교인들도 힘들어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