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65

FNL-Phantasm 2017. 4. 16. 11:38

65

 

 

 

켈모리아가 나에게 부탁한 것은 잡화점으로 가서 봉인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과, 추가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얻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법학원에서 꼭 치르고 가야 하는 것은 언제나 중간고사. 켈모리아의 비서 특권으로 다른 학생들처럼 지정된 시간대가 아니라,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공부하지도 않는 내용이지만, 오래 전에 봐왔던 내용들처럼 너무 익숙한 문제들을 거침없이 풀어서, 모두 만점을 받은 뒤에 마법진을 그리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비서라는 입장이기 전에 학생의 본분을 모두 끝마치고, 잡화점으로 이동했을 때는 오후였고 파이론 마을에 몬스터들의 숲으로 추정되는, 울창한 장소와 파이론 마을의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바로 옆에 존재한 엘티노스 잡화점을 보며 나는 심호흡을 하고 문을 두드렸다. 아니, 두드리려고 했는데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저기. 실례할게요?”

 

나의 목소리에도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말소리는 계속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그 안에는 연보라 빛의 붉은 눈을 한 여성이 가장 눈에 띄었다. 검은 칠흑의 드레스로 자신의 온 몸을 감싸도,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을 무렵. 나를 바라보고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리엘이 아닌가?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온 것인가?”

 

혹시. 마왕님이세요?”

 

그러자 마왕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껏 목청을 높여 입을 열었다.

 

짐이야 말로 마계의 최고 군림을 한 자이며, 타락의 표식을 쥐고 권력을 휘둘러 주변에게 모두 무릎을 꿇게 만드는 레프리시아이니라!”

 

시끄럽습니다. 냥캣.”

 

냥캣이라 부르지 말지어다!”

 

반면에 옆에는 신비로운 백발의 소녀가 앉아서 마왕님에게 힘껏 태클을 걸고 있었는데, 온 세상을 하얀 겨울처럼 바라볼 법한 백색의 눈을 가진 모습과 무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무릇 귀엽다고 느껴졌다.

 

아리엘은 왜 이곳에 온 겁니까?”

 

사무적인 어조가 나의 정신을 일깨웠을 무렵. 나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옆에서 멍하니 보고 있는 또 다른 여성을 보았다.

 

, 마왕! 당신! 마왕이에요!”

 

그 여성은 마왕님을 보며 경악을 했고 자신의 정체가 들켜도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그렇다. 짐이 마왕이니라. 애초에 숨기려고도 하지 않았노라. 그리고 루테시아라고 불리는 인간이여? 그렇게 경악할 필요를 하지 않아도 된다. 짐은 이미 주인의 여자. 마왕이지만 인간계에 해할 마음은 주인을 만나기 전부터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마족은 인간들과 사이 좋게 지내고 있지 않는가?”

 

담담하게 말을 하는 마왕과는 다르게 불안증세를 보이는 여성은 시끄럽게 떠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이곳의 일을 빨리 처리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만 앞서는데….

 

그래도 느닷없이 마왕이 제 앞에서 같이 이야기를 해줬다는 그 자체가 놀라운 거라고요!”

 

,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지금 짐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으니 말이다. 아무튼 애들러란 자는 너무 둔감하다는 것부터 말해야 하지 않느냐?”

 

저도 애들러와 루테시아가 어떻게 만났는지 듣고 싶습니다.”

 

백색의 소녀까지 옆에서 사무적인 어조로 재촉을 하자. 루테시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려 했으나, 나는 잠깐이나마 빈틈이 있을 법한 시간에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저기. 마왕님? 지금 묻고 싶은 게…….”

 

! 아리엘도 짐의 무릎 위에 앉아서 저 여성의 이야기나 듣거라.”

 

어쩌다 보니 마왕님의 무릎 위에 앉게 되었다.

매우 흥미 진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백색의 소녀 또한 무시무시할 정도.

나는 이곳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되었을까?

 

애초에 애들러를 맨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4살 때였어요. 부모님을 따라서 가문이 소유한 마을에 한 번 시찰을 나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굶어 죽어가든 남자 아이를 가엽게 여겨서 데려온 것이 첫만남이었는데, 그때는 제 옆에서 시종을 들게 하면서 자라왔어요.”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면서 마왕님의 손은 내 머리를 자연스럽게 쓸어 내리기 시작했고, 마왕님의 시선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여성에게 쏠려있었다.

 

애들러를 의식한 것은 14살 때인데, 하루는 못된 사람들에게 납치를 당해서 노예상인에게 팔릴 뻔한 적이 있어요. 그 때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그 마을을 혼자서 돌아다니다가 바보같이 당했는데, 애들러는 그럼 바보 같은 나를 구하겠다면서 단신으로 7명을 모조리 베어 버렸고. 찢어진 중갑과 상처투성이의 몸과 더불어 몇 군대에 단검이 박혀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하나 바뀌지 않으면서 저에게 괜찮으십니까? 아가씨?”라고 말을 건네줬어요. 그때는 여린 마음에 구출 되자마자 애들러를 끌어안아 울었고 나중에 다시 눈을 뜨고 보니, 온 몸의 붕대를 감은 애들러가 제 옆자리를 지키고 있었죠. 그때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저만 생각하는 애들러가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구원해준 주인에게 목숨을 소중하게 하지 않고 은혜를 갚는 이야기. 마왕님의 말을 따라서 그냥 가만히 듣고 있는 것도 좋

 

그런데…….”

 

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훈훈한 분위기에서 엄청나게 짜증난다는 듯한 어조가, 낮은 목소리로 바닥을 상처를 내는 듯이 날카로운 소리가 퍼지면서 분위기의 반전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 바보 같은 남자는 제가 아무리 유혹을 해도 넘어오지 않는 거에요! 언제나 자신에게 맞춰진 시간대로 움직이는 그 바보 같은 골렘 인간! 언제나 내려진 명령만으로 살아가면서! 나를 좋아하라고 명령을 내리면 어쩔 거냐고 물어봤더니 그 명령은 받을 수 없습니다.”라던가! “이미 인도적인 관점으로 좋아하고 있습니다.”라는 그런 바보 같은 말을 듣기 위해서 내 인생을 허비하고! 성녀가 되려던 나의 꿈까지 접게 만들어버린 주제에! 옛날에는 그 꽉 막힌 남자가 어디가 좋다고 매번 망상에 빠져서 그림을 그려왔는지! 내 인생 돌려줘! 아아아악!”

 

상당히 히스테릭하게 책상까지 내려찍으면서 소리를 지르는 여성의 말을 다 듣고, 마왕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그 마음 잘 알 것 같노라. 다만, 짐의 경우에는 주인이 눈치가 너무 빠르다 못해, 허점을 찌르려고 하면 이미 3수는 앞서서 피하고 있노라. 그저 짐은 주인과 같이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었을 뿐인데, 언제나 혼자 앞서서 모두를 지키려고 무리하는 주인 때문에 애간장이 녹아서 살 수가 있어야지.”

 

냥캣의 말에 동감합니다. 마스터는 우리들을 거의 의지하지 않으려고 하고,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니까요.”

 

그래도 그게 신랑의 멋진 점 아냐?”

 

쿠키와 차를 내오는 붉은 머리카락을 한 여성이 나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아마 그 웃음은 미쳐 하지도 못한 인사의 의미로 한 것이겠지. 청순하고 가사일을 잘하는 애처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성의 말에 백색의 소녀는 응답을 했다.

 

마스터는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들을 너무 피해갑니다.”

 

오히려 주인처럼 둔하지 않고 눈치 빠른 것이 단점인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니 루테시아여, 그런 둔감한 남자마저도 넘어오게 만드는 마왕만의 테크닉을 선사해주겠노라!”

 

내가 말할 수 있는 타이밍은 언제쯤 오는 걸까?

 

하지만 이곳에는 남자가 없잖아요?”

 

괜찮다. 아리엘이여. 주인과 그 삐까번쩍한 기사는 아직도 밖에 있는가?”

 

아뇨. 제가 잡화점에 왔을 때는 두 사람은 없었는데요?”

 

그러자 레시아는 잠깐 말을 잊지 못하고 천천히 생각을 하다가, 내 얼굴을 빤히 보고는 다음과 같이 입을 열었다.

 

아리엘이여. 생각을 해보니 그대는 흑장미를 찍지 않았던가? 그 남장을 했던 모습으로 말이다.”

 

어째서 카일 씨가 백장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얼굴이 일그러졌는지 이제 이해했다. 아니 그보다 지금 이 타이밍에 그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은?

 

설마 지금 저더러 남장을 하라고요?”

 

옆에 있던 백발의 소녀는 나를 빤히 보며 사무적인 어조로 이야기를 했다.

 

분명 마스터의 옷장에는 크기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마법 수사관 복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입고 머리를 묶어 올리면 남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웃기지 마요! 누가 그걸…”

 

***

 

오오! 잘 어울리지 않는가! 완전히 제 3의 성을 지닌 미소년 수사관이니라!”

 

어째서 내가 이런 꼴을 당해야만 하는 건데.

내가 입은 학원복장은 다른 곳에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사신이 생각나는 듯한 검은색 제복 테두리에는 연 노랑색으로 마무리를 지어있었고, 왼쪽 가슴에는 해골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애석하게도 확실한 남장이 아니기에, 가슴을 붕대로 감던가 그런 건 하지 않아서 내 상체의 굴곡은 그대로 들어났다.

 

애초에 남자의 마음을 빼앗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좋다. 약물이 있다면 약물을 이용하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면 마법을 사용하면 되니라. 애초에 남자라는 생물은 지극하게 단순하여 말은 싫다고 해도, 몸은 어쩔 수 없이 솔직한 법이니라.”

 

아무리 생각해도 저 이야기는 마왕님의 극히 주관적인 말이었다. 모든 사람은 각자의 개성이나 취향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남자가 다 저런다고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약물도 마법도 사용할 수 없다면 결국 남자를 현혹하는 테크닉을 길러야 하는 법! 따라서 지금 아리엘을 대상으로 짐이 하는 것을 잘 보거라.”

 

나를 남장시켜서 세워놓지 말고 카일 씨를 부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왕님의 사이비 연애테크닉 강좌는 계속되고 있었다.

 

둔감한 남자는 오로지 자신의 머릿속에서는 일이나 계획밖에 생각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의 시선을 빼앗는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어도, 무시를 당하거나 오히려 잔소리를 늘여놓는 것이 다반사이니 노출도가 있는 옷은 삼가 해야 하며, 오히려 자연스럽게 손을 붙잡는 다거나 팔짱을 끼는 자연스러운 스킨쉽에는 저항이 없는 경우가 높다.”

 

그거 근거는 있긴 하나?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마왕님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오면서 부드럽고 얇은 손이, 나의 손에 깍지를 끼면서 들어올렸다.

 

손은 항상 깍지를 끼는 듯이 붙잡고, 이렇게 어깨에 살짝 기대어 페로몬을 퍼트리는 것이니라. 그러면 상대는 자연스럽게 짐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겠지.”

 

사람은 각자 개인공간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공간을 침입하면 당연히 의식할 수 밖에 없다. 그건 그렇고 좋은 샴푸의 향이 나는데, 이건 잡화점에서 파는 샴푸와 동일한 것일 것? 나중에 한번 물어보도록 해야지.

 

그리고는 손을 붙잡았을 때 남자가 긴장을 하기 시작하면 땀이 나기 시작할 것이니라. 남자가 손에 땀이 나는 것을 의식할 때는 파트너가 불쾌할 까봐 손을 놓으려고 하는데, 그때는 손을 자연스럽게 놓고 대신 팔짱을 끼면 된다.”

 

오오! 확실히 일리가 있어!”

 

냥캣 주제에 제법 하는군요.”

 

앞에서 보고 있는 두 사람은 각자 다른 말을 하고 있지만, 지금 마왕님의 말에 동의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팔짱을 끼면서 가슴이 닿는 것을 의식하게 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까 그 기사는 온 몸을 중갑으로 걸치고 있기 때문에 소용없는 일이 되니까, 무조건 갑옷이 없을 때를 노리도록 하거라. 그 다음은 어깨에 기댄 고개를 살짝 올려서 이야기를 한다면, 귀와 목에 닿는 숨결로 인해 상대방은 파트너의 존재에 대해 점점 더 의식하게 만들고, 그 이후에는 마음껏 요리를 하면서 점수를 따내면 된다. 응용한다면….”

 

-할짝!

 

흐잇! , 어째서 목을 핥는 거에요!”

 

그야 반응이 재미있지 않는가? 아까부터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려는 것뿐인데, 정말로 붉게 물들어서 짐을 제대로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요염한 눈빛이 나를 갈구하기 시작하면서 이 이상 붙어있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굳게 잠겨있는 팔짱은 풀리지 않고 천천히 나를 벽에다 몰아가면서, 나를 마주보는 형태로 내 몸을 힘껏 끌어안아 올려다 보았다.

 

, 의식한 적은 없어요!”

 

어째서 내 목소리가 떨리는 거야?

 

아니, 의식하고 있노라. 애석하게도 짐의 매력지수는 주인에 의해 겨우겨우 안정화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동성이든 이성이든 현혹하는 것은 똑같으니 말이다.”

 

나와 마왕님의 상체가 잔뜩 밀착되어 있는 상태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심장의 고동이 너무 빨리 움직여 상대방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과 내 볼에 뜨거운 열기가 이미 피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챘다.

 

, 말도 안 돼…….”

 

내가 사이비 연애테크닉에 당했다니!

그 전에 카일 씨는 어떻게 이런 사람과 같이 살면서 피해갈 수 있는 거지? 역시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서 함락이 아직도 안 된 것일까?

 

아무튼, 이런 식으로 남자를 몰아간다면 이쪽에서 주도권을 잡으며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니라.”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를 풀어준 마왕님의 말에 모두가 박수를 치는 동안, 무슨 일이 터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에서, 조용히 지나간 것에 감사하며 잔뜩 긴장했던 나의 다리에 힘이 풀리며 주저앉고 말았다.

 

카일 씨는 대체 이런 사람하고 한 지붕에서 어떻게 이성을 유지하고 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