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61

FNL-Phantasm 2017. 4. 12. 04:14

61

 

 

 

켈모리아가 없고 밖에서는 세피르와 아르트리옴이 서로 말싸움을 하는 소리가 작게 들리는 오후에, 겨우겨우 서류처리를 완료하고 찌뿌둥한 몸을 펼치기 위해 기지개를 하고 있을 때였다. 2시간동안 서류를 보고 있는 피곤한 눈을 부여잡아서 화끈거리는 두 눈을 가라앉히고 있을 때. 세피르가 나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었는지 은근슬쩍 들어와서 내 어깨를 주무르고 있었다.

 

수고했어. 아리엘. 내가 어깨를 주물러줄게.”

 

. 고마워.”

 

그럼 이 오라버니는 아리엘의 머리마사지를 해주지. 말 그대로 신급의 피로회복을 자랑하니까 말이야!”

 

도대체 이 사람은 왜 아직도 돌아가지 않은 거냐. 말장난의 수준은 신급이 아니라, 지금 허공에 떠다니고 있는 먼지 속의 세균 미만의 수준 떨어지는 말장난이었다. 마신이라면 분명히 필멸자의 머리마사지를 해준다는 것 이외에 다른 일도 있을 거 아냐? 아니, 보통 신이라는 존재는 절대적으로 필멸자의 머리 마사지를 해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터인데?

 

그보다 저는 아직 당신을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은근슬쩍 오라버니라고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 드디어 아리엘이 나에게 오라버니라고 말하다니!”

 

하지 말라고 말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를 붙잡고 쩨쩨하게 트집잡지 마시죠!”

 

마신이라는 자도 자신이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는 것일까? 게다가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의외로 따듯하면서도 큼지막한 지압에 기분이 좋아서, 최종적으로는 머리마사지를 하라고 무언의 허락을 내려버렸다. 하지만 나에게는 단 하나의 고민거리가 있었으니.

 

대체 그 검은 산들바람은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그보다 아리엘. 좀 전에 네가 서류를 정리하는 동안, 잠깐 조사를 했는데 검은 산들바람은 예전에 지워진 단체이름이야. 지금은 검은 높새바람이라는 새로운 단체명이라고 하더라고, 똑같이 뒤에 바람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서 많이 헷갈리긴 할 거야.”

 

, 그러고 보면 그 짐승 같은 남자는 검은 높새바람이라고 했었지. 전에는 아프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열 받은 상태라서 계속 잘못 말하고 있었구나.”

 

검은 높새바람이든 산들바람이든, 이 오라버니에게만 맡겨라!”

 

아니. 그러니까 당신은 명계에 돌아가서 일 좀 하라고요!”

 

신이라는 존재가 필멸자들의 세상에 간섭하는 것은 의외로 무서운 일인데, 어째서 이 사람은 밥 먹듯이 나를 도와주려고 하는 걸까? 그보다 아르트리옴은 나의 소리에도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감동한 듯이 울먹이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아리엘. 역시 마음이 착한 아이로군. 신은 필멸자들의 세계에 간섭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규율에 금이 가는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고, 이 오라버니를 걱정한 거지? 하지만 괜찮단다. 너를 위해서라면 다른 여신이 뭐라고 해도 누가 나를 심판하는가! 내가 바로 정의다!”라면서 윽박을 지르면 모든 것이 해결 된단다.”

 

당신은 정의의 대천사가 아니잖아요! 마신이잖아!”

 

그럴 바에는 차라리 공포의 군주나 잡으러 가라고.

 

내가 이렇게 소리치는 와중에도 머리를 지압해주는 마신의 이미지가 나락까지 떨어진다는 것에, 마음 한 구석에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너무 차갑게 거절하거나 그럴 수도 없는 나의 무른 성격이, 지금 이 상황까지 만들어 낸 것일까? 그건 나중에 목욕을 하면서 생각을 해보도록 하자.

 

모두 그만하면 괜찮아요. 충분히 피로가 풀렸으니 이제 부활동을 잘하고 있나 시찰을 하러 가봐야 하니 세피르는 미리 변신하도록 해.”

 

검은 뱀으로 변신한 세피르는 나의 오른쪽 팔을 감싸며 자리를 잡았고, 이비는 귀여운 뱁새의 모습으로 내 어깨 위로 올라와서 삑삑!”하고 울었다.

 

. 부활동인가. 아리엘은 어떤 부활동을 하고 있는 거니?”

 

딱히 없는데. 그건 대체 왜 물어보는 거에요?”

 

나는 경계하는 눈빛을 한 가득 담아서 아르트리옴을 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아르트리옴은 다음과 같이 말을 했는데…….

 

그야 수영부에 들어갔으면 아리엘의 파격적인 바디라인이 들어가는 수영복이라던가, 테니스 부에 들어갔다면 테니스 복장이 따로 있잖아? 미니스커트에 움직임이 좋은 푸른색의 줄무늬 나시로 되어있는 상의. 또는 요리부에 들어갔다면 아리엘의 앞치마 모습을 볼 수 있고, 육상부라면 지금의 모습에서 포니테일로 바꾼 다음에 브루머를 입고 땀에 젖은 아리엘의 운동복이…! 크악!”

 

도중에 아르트리옴이 비명을 지르는 이유는 내가 정강이를 힘차게 걷어차버렸기 때문이다. 부활동만으로 저렇게 많은 욕망덩어리로 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애초에 이곳의 부활동에는 대부분 마법 중심이기 때문에 유니폼을 바꿀 이유가 전혀 없으며, 지금의 스커트 길이만으로도 창피해 죽을 뻔했는데, 애초에 이 세상에 없는 운동복장을 이곳에서 말한들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저 위에 있는 복장들은 전부 나에게 남아있는 잡지식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전혀 다른 세계에 있는 물건들뿐이었다.

 

결과적으로 당신은 뭘 하고 싶은 거에요!”

 

아리엘의 모에한 모습을 보고 싶! 크악!”

 

이번엔 아르트리옴의 발을 힘껏 밟고 밖으로 나갔다. 도서관에 방치해두면 알아서 나오거나 그 안에서 기다릴 거라는 예감에, 거칠게 밖으로 나아가면서 세피르는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의외로 사람을 거칠게 대하네.”

 

내가 거칠게 대하게 만들잖아. 본래 나는 청순한 이미지라고? 이렇게 폭력적이고 사디스트같은 성격이 아냐.”

 

그래도 가끔가다 아리엘이 폭언하는 모습을 보면 청순한 것과는 거리가 너무 먼데? 의외로 사디스트가 더 잘 어울릴 정도니까.”

 

그 가죽 다 벗겨서 채찍으로 만든 다음, 너에게 채찍질을 하기 전에 조용히 하고 있어.”

 

세피르는 중얼거리면서 . 사디스트잖아…….”라고 말을 했지만, 그래도 인내심과 마음이 넓은 내가 참고 못들은 척을 했다. 요즘 유난히 사고가 많이 나는 마법 요리연구부에 들리려고 했을 무렵. 왼팔에 붕대를 한 금발의 소녀를 만났다.

 

밀리아? 너 다쳤었어?”

 

저번에 왠 괴한들이 습격했을 때, 학생들을 대피시키다가 좀……. 너는 의외로 쌩쌩하네? 옆에 검은 새도 있고. 그거 삼족오라는 거지?”

 

너도 알다시피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보다 삼족오라니? 어디에?”

 

네 어깨 위에 있는 새. 본적 없는 건데 키우는 거 아냐?”

 

나는 왼쪽에 이비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오른쪽에 있는 검은 부리를 지닌 새를 보고 2초정도 경직을 먹었다. 2초동안 머리가 전혀 돌아가지 않아서 이걸 무슨 말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했고, 생각의 수레바퀴가 천천히 돌아간 시점에서 나는 외쳤다.

 

아 깜짝이야! 뭐야 이거!”

 

내가 놀라는 것과 동시에 그 새도 같이 놀랐다. 까마귀처럼 생겼지만 다리가 3개인 걸로 봐선, 다른 세계에서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는 삼족오가 맞나 보다. 용을 주식으로 한다는 그 전설의 까마귀가 어째서 내 어깨 위에 있는 걸까?

 

[아르트리옴. 대체 이곳에서 뭐하고 있는 거죠?]

 

나는 아르트리옴으로 추정되는 까마귀에게 텔레파시를 걸자. 까마귀는 느닷없이 세상 밖으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안뇽! 난 까마귀얌!”

 

이 소리를 들은 나는 너무 놀라서 온 몸에 있는 영혼이 2M정도 밖에 나왔다가, 다시 몸 속으로 들어가는 충격을 맛보고, 오른손으로 곧바로 부리를 붙잡아서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게 하고는 소리쳐버렸다.

 

그러니까! 그 인사 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요!”

 

밀리아는 힘껏 당황해서 뭐야? 대체?”라고 겁을 먹기 시작했고, 빨리 수습을 하기 위해 괜찮아. 복화술이니까.”라고 얼버무리며 까마귀의 목을 잡고 저 구석으로 끌고 갔다.

 

대체 정신이 있는 거에요? 없는 거에요? 당신이 마신이라고 밝혀지는 날에는 밀리아 뿐만이 아니라 이 학원 전체가 뒤집어지는 날이 올 거라고요?”

 

아니. 딱히 내가 마신이라고 해도 신경 쓰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새들 중에는 말하는 새가 존재한다고 해.”

 

그건 앵무새가 사람이 하는 말을 따라서 말하는 거지, 삼족오가 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럼 오늘부터 삼족오도 같이 말하는 걸로.”

 

그게 되겠냐!”

 

자연의 법칙을 자기 멋대로 정하는 마신의 이상한 행동을 뒤로하고, 밀리아에게 뒤를 돌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까마귀 이름은 아르트라고 해. 그냥 길 가다가 만났어.”

 

나는 최소한 이 바보 같은 상황을 수습하고자 멋대로 지어냈지만, 아르트리옴은 내가 애정을 가지고 호칭을 만든 것으로 착각했는지, 기뻐하는 어조로 텔레파시를 보냈다.

 

[! 아르트리옴이라는 내 이름을 3글자로 줄여버릴 줄이야. 게다가 같은 로 시작되는 발음이니 우리는 천생연분이지 않는가? 인정하는 각? 그런 부분?]

 

[한번만 그 말투를 쓴다면 사망각이 나오는 발차기로 명계에 날려버릴 거에요.]

 

마신도 죽을 정도로 강하게 차면 죽일 수 있을까? 나중에 켈모리아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그렇구나. 너는 동물이 많이 늘어나네. 세피르는 애초에 인큐버스라서 뱀의 모습을 할 수 있다고는 해도. 이비와 이번엔 삼족오로 불리는 신수인 아르트까지.”

 

너는 정령들이 있잖아. 그리고 관리하는 것도 까다롭지 않아서 네가 더 좋아 보여.”

 

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인데 말이야.

 

그래서 지금 학원장님을 만나야 하는데. 시찰을 너만 오는 것으로 보면 아무래도…….”

 

켈모리아는 지금 부재중. 내가 전달할 테니까 알려줘.”

 

그러자 밀리아는 나에게 검은 서신으로 이루어진 편지를 하나 건네줬다.

 

이거 뭐야? 폭발물?”

 

아니. 어떤 남자가 나에게 이걸 줬어. 그리고 안에 어떠한 마법처리도 없고, 투시를 했을 때 이상한 물건이 없으니, 그리 위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애석하게도 내용을 먼저 봐버렸는데. 아무래도 검은 산들바람인지 뭔지 하는 하는 것 같아.”

 

검은 높새바람이라고 불러야 해. 산들바람은 오래 전에 멸망했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편지를 보았을 무렵.

너무 충격적이라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대체 뭐라고 쓴 거야! 글을 못쓴 것도 정도가 있지!”

 

너무 악필이라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 할 수 없었기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을 무렵. 내용이 적힌 종이를 다시 서신 안에 넣어놓고, 켈모리아에게 대신 전해주기로 밀리아에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너에게 줬다는 거야?”

 

매우 위험한 남자처럼 보였어. 나를 보았을 때는 어라? 나를 모르는 사람이 있던가? , 그럴 수도 있으니 특별히 살려주도록 할까나?”라고 말하면서 나에게 맡긴 거야.”

 

아무래도 그 남자는 크로우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해도. 이곳을 휘저으며 다닐 수 있는 남자는 크로우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보다 얼마나 스토커처럼 따라붙는 거야?

 

만약에 다시 그 남자를 만난다면 나에게 먼저 연락해줘.”

 

밀리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픈 몸을 이끌면서 다른 곳을 향해 나아갔다.

 

아리엘.”

 

검은 뱀의 모습으로 세피르는 입을 열었다.

 

?”

 

어째서 그런 약속을 한 거야? 아리엘은 아직 크로우를 이기지도 못하잖아?”

 

괜찮아. 저번에는 한방 먹일 뻔했으니까. 만약 다음에 만난다면 제대로 한방 때릴 수 있을 거야. 게다가 지금은 세피르와 이비도 같이 있고.”

 

세피르는 나지막하게 무리하기는…….”이라며 중얼거렸다.

 

저기. 이 오라버니도 있는……”

 

당신은 대체 왜 아직도 명계로 안 간 거에요! 마신이 그렇게 자리를 오래 비워두면 안 되잖아요!”

 

아무룩….”

 

내 오른쪽에 있는 까마귀는 고개를 숙이며 어두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요리 연구부부터 들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