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00화특집
400화 특집.
[이 이야기는 if 스토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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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a
차츰 차츰 모이는 언덕에는 누군가가 서 있는 것일까?
애당초,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일까?
하물며, 다른 이는 왜 싸우고 있는 것일까?
이곳에서 언제쯤 해방이 되는 것일까?
-잡화점에 혼자 남아 재채기를 하고 있는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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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화점에 혼자 남은 카일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알지 못하리라 생각한다. 그녀들은 카일이 혼자 남아서 집을 보는 동안…….
“후우. 오늘도 주인이 짐의 유혹을 받아주지 않았노라.”
“마스터의 가드를 뚫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니까 말이죠.”
“그보다 왜 비둘기가 짐의 옆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건가?”
“비둘기가 아니라 올빼미입니다. 그보다 냥캣이 억지로 끌고 나오지 않았습니까?
검은 드레스를 입고 럼주가 아닌 와인을 럼주 잔에 따르고 있는 타락의 마왕 레프리시아.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창세의 여신 람파시나는 잡화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의 주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애초에 짐이 보기에는 주인은 둔한 것이 아니라 눈치가 너무 빠르다. 저번에 레시아 월드를 했을 때도 그렇고, 자신이 나아가면 안 되는 길목이라고 생각하는지, 그저 횡하고 돌아서서는 자신의 제자들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는 모습에 확신이 들었다.”
“사실 그 레시아 월드라는 것은 좀 무리수가 있었습니다. 냥캣.”
“시끄럽다! 짐은 나름대로의 필살기였단 말이다!”
람파시나는 레프리시아의 말 한마디에 사무적인 얼굴에서 살짝 한심한 눈초리로 변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그것을 감지한 레프리시아는 취기에 살짝 붉어진 볼을 들며 불만을 토로했다.
“뭐냥! 불만이 있느냥!”
“아직 1천자도 채우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취했군요. 냥캣.”
“시끄럽다! 피이! 비둘기도 꼭 주인을 닮아서 사소한 것만 따지려 들고!”
“비둘기가 아니라 올빼미……”
“어차피 똑같은 조류이지 않는가! 다리 2개에다가 날개 2개! 부리도 있고! 하늘을 날 수 있는 그런 생물! 어째서 그대는 짐의 말에 계속 토를 달아야 하느냥! 우냐아앙!”
“마왕님. 체통을 좀 지키세요. 여긴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술자리라고요?”
은은한 초콜릿 피부와 더불어 자신은 절대로 어린 아이 같은 모습을 하지 않기 위해, 짙은 보라빛의 칵테일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다. 진홍빛의 허리 받침과 더불어 오른쪽 팔에는 광택이 나는 검은 크로스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 술자리에 왠 꼬마가 오는 것이냥?”
“마왕님 대체 얼마나 마신 겁니까? 애초에 첩을 못 알아볼 정도로 먼저 달리신 건 아니겠죠?”
검은 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절대권위의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는 마리아는, 레프리시아의 오른쪽 편에 앉아서 주문을 했다.
“그보다 술을 마실 때는 안주까지 드시라고 분명히 제가 말했잖아요?”
“시끄럽다! 마리아는 그냥 오렌지 주스라도 먹어랑!”
혀까지 어눌하게 꼬여가기 시작하는 13대 마왕의 모습은 애처롭게 그지 없었다. 마왕이라는 자는 무릇 야망을 위해 멈추지 않고, 정복에 대한 꿈을 꾸며, 모든 이들보다 강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지금은 한 남자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넘어서 거의 부셔지다시피 이미지가 사라져버렸다.
“맨날 짐이 고양이 모습으로 있으니까! 애완동물로 보고 있고! 정부는 나인데! 어째서 주인은 이토록 여자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냥!”
“확실히 첩이 생각해도 카일은 저희들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저희들이 멀어지면 다가가는 밀고 당기기의 고수이긴 하죠.”
마리아는 우아하게 놓인 칵테일을 한 모금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거 오렌지 주스이지 않는가! 첩은 분명 술을 시켰다!”
“꼬맹이는 오렌지 주스나 먹어. 안 그러면 내쫓을 거야.”
“고작 선술집인 주제에! 지금 당장 도륙 당하고 싶지 않으면!”
“아서라. 마리아여. 지금은 저 자에게 덤비다간 큰코다친다.”
“큰코다친다니요? 설마? 저 남자는?”
레프리시아는 침묵을 지키며 고개를 끄덕였고, 마리아는 어쩔 수 없이 칵테일 잔에 있는 오렌지 주스를 다 비우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누구인데요?”
“짐도 모른다.”
“마왕님!”
레프리시아의 장난에 낚아 올려진 마리아는 붉어진 얼굴로 소리치기 시작했고, 레프리시아는 “크후후후!”하며 웃기 시작했다.
“마리아는 정말 속이기 쉽군요. 바보 같습니다.”
“여신님마저!”
람파시나의 직격타로 인해 마리아는 “칫! 속은 게 나쁜 거지! 칫!”하며 화를 삭히고 있는 동안, 레프리시아는 두 눈을 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보다 주인을 어떻게 하면 짐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지 잘 모르겠군.”
“마스터는 저의 것입니다. 함부로 넘보면 안 됩니다.”
“마왕님과 여신님께는 죄송하지만, 이미 카일의 사후에는 제가 데려가기로 했는데 말이죠?”
“그러고 보면, 마리아는 환생의 권능도 가지고 있었던가? 그런 걸로 주인을 독차지하겠다니. 용서할 수 없노라.”
“저는 애당초에 카일이 있으니 마왕님을 따르는 거지만, 카일이 없었다면 이 차원은 다 무너져버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레프리시아의 말에 오히려 도발로 받아 치는 마리아의 눈빛은 곧장 싸움이라도 일으킬 기세였지만, 오히려 자제심이 넘치는 쪽 또한 마리아였다.
“지금 만약 이곳에서 싸우게 된다면, 카일이 또 고생할 테니 이 대화는 나중에 둘만 있을 때 느긋하게 하자고요? 마왕님.”
“그게 좋지. 지금은 여흥을 깨뜨리고 싶지 않노라.”
-딸랑 딸랑
“어라? 루시피나가 아닌가? 드라고니스에 있던 일은 다 끝난 것인가?”
“지금 다 끝났어요. 그보다 신랑 혼자 남겨두고 이곳에서 다 술 마시는 거에요?”
“모두 마스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실질적으로 마스터와 결혼을 한 존재는 당신밖에 없군요. 드래곤.”
“당연하지! 나와 신랑은 부부라고?”
하얀 스커트와 그 위에는 하늘색 남방을 입어 파격적인 몸매가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붉은 머리는 뒤로 묶어서 새하얀 목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그나마 가장 굽이 높은 하얀 구두는 루시피나의 키를 4cm정도 더 올려주었으며, 마리아의 옆에 천천히 앉아 자신도 술을 주문했다.
“주인장! 여기 ‘드래곤 브레스’주세요!”
“이응. 이응.”
“이곳의 주인은 대체 무슨 정신머리를 하고 있길래 저런 대답이 나오는 것인가?”
“마리아는 본 적 없어?”
“설마 첩 이외에 다들 아는 사이던가 그런 건 아니겠지?”
마리아는 루시피나의 말에 ‘나만 뭐가 잘못 되었나?’라는 의혹을 품고 있을 때쯤. 루시피나는 순박한 붉은 눈으로 마리아의 눈과 마주하며 말했다.
“나도 본 적 없는데.”
“루시피나! 그대 마저 첩을 놀리는 것인가!”
“신랑이 없을 때는 마리아가 장난감 역할 아니었던가?”
“그런 무시무시하게 역할은 또 무엇인가!”
기겁하는 마리아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쓰다듬고 있는 루시피나는 웃으면서 달래주고 있었다.
“신랑은 혼자서 잡화점을 보고 있는 건가요?”
“주인은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니까, 애당초에 우리가 나타나기 전에도 주인은 거의 혼자였지 않는가? 과거의 기억을 엿본 마리아야 말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뭐, 그야 당연하죠. 그때 당시에 마왕님께서 “주인의 모든 것을 알아가고 싶다! 몸 속 구석구석까지!”라고 첩에게 말씀을 하셨으니….”
“짐이 언제 그런 애교가 넘치는 목소리로 그런 말을 했느냥! 왜곡을 해도 정도 것이 있노라!”
“마왕님 또 이상한 술버릇 만들어서 컨셉을 바꾸려고 하시구나….”
루시피나는 레프리시아의 모습을 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무튼 주인은 너무 가드가 튼튼하다.”
“그래도 가드가 튼튼한 만큼 공략을 했을 때는 성취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마스터는 테크니션이고.”
사무적인 얼굴에서 살짝 붉은 홍조가 띄기 시작하자, 이미 붉게 물든 레시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의를 표했다.
“그러고 보면,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을 때도 의외로 약하지는 않아서 더 놀랬다고 첩은 생각한다. 남자가 마지막에는 “너도 죽고 나도 죽자.”라는 기세로 몰아붙이면, 아무리 첩이라고 해도 소리를 지르게 되니까. 마왕님도 경험해 본적이 있지 않으십니까?”
“확실히 주인은 초식의 탈을 쓴 육식공룡수준이었다. 양의 탈을 쓴 늑대로도 표현이 되지 않는 터프함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때 속박을 하지 않았더라면 짐이 필살기를 맞아서 용사에게 패배한 마왕처럼 쓰러졌겠지.”
“신랑은 그런 면이 있지. 귀여운 얼굴에도 묻어 나오는 남자다운 그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색하지 않다는 면은 의외라고 생각합니다.”
루시피나는 앞에서 나온 칵테일을 건네 받아 술 위에 입김을 불어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유혹하는 듯이 하늘하늘하게 움직이는 푸른 불꽃을 보며, 루시피나는 단숨에 술을 들이키고 입을 닫아버렸다.
“하아~ 뱃속까지 따듯해지는 이 기분. 이곳에만 오게 되면 이걸 원하게 된다니까아~”
만족스러운 얼굴과 황홀함에 빠진 눈으로 입을 열은 루시피나의 발언으로 인해, 모두가 루시피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의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단체로 자신을 바라보자 당혹감에 눈이 커진 루시피나는 “왜, 왜요? 뭐에요? 뭐 묻었어요?”라고 묻는 것을 반복했고, 남은 3명은 각자 모여서 조용히 속삭였다.
“의외로 에로하네.”
“의외로 에로합니다.”
“의외로 에로하다.”
“다 들리거든요!”
루시피나가 소리를 쳤을 무렵. 출입구에서 다시 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하얀 기사단 제복을 입은 루니아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레프리시아와 인사했다.
“마왕님! 야호!”
“루니아인가?”
마물을 척살하는 의무를 가진 릴리 기사단장의 직함을 받고 있는 루니아는, 자신의 의무와는 정 반대로 마왕과 함께 술을 마시기 위해 람파시나의 옆으로 앉아 있었다.
“그나저나 무슨 이야기했어요오?”
언제나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포근한 웃음을 유지하고 있는 루니아의 질문에, 마리아는 루니아를 바라보며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종합해서 단 한마디로 표현했다.
“카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아, 우리 귀여운 카일 말이죠오? 전에 카린의 모습으로 데려왔을 때는 정말 귀여웠는데에, 언제 또 안 변하려나아?”
“카린의 모습으로 데려갔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정말 귀여웠다고요오? 침대에 누워서 저에게 다급한 목소리로 “언니! 언니!”라고 불렀을 때가 가장…….”
“그거 킹 크림맨에게 지워진 내용 아닌가! 그보다 신성한 카린의 몸에 손을 댔다는 것인가!”
레프리시아는 경악하며 자리에 일어나 소리쳤지만, 루니아는 “우후후.”하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이름만 릴리 기사단이 아니었던가?”
“어머나아? 저는 귀여운 거라면 모든지 환영이랍니다아?”
무시하지 못할 발언에 레프리시아는 충격을 먹고 다리가 풀린 듯이 털썩 주저 앉았다.
“그나마 다행인 거라면 주인에게만 관심이 있겠지.”
“저는 마왕님과도 같이 자고 싶은데요오?”
“불순한 행위는 용서하지 않는다!”
“어머나아? 저는 그저 귀이개를 해주고, 속삭여주기도 하고, 귀도 핥아줄 거랍니다아?”
“마지막에 이상한 것이 들어가지 않았는가! 그리고 짐의 귀는 항상 민감도 설정이 최고로 되어있기 때문에 함부로 타인에게 귀를 맡기지 않는다! 짐의 귀는 주인 전용이니라!”
완고한 레프리시아의 모습을 본 루니아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말하기를…….
“육포도 드릴게요오?”
“언제쯤 가면 되는가?”
“마왕님!!!”
마리아는 자신의 마왕이 육포 하나에 태세전환을 한 모습을 보며 소리치고야 말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도 그리 많지 않았죠오?”
“확실히. 신랑이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각자 일이 너무 바빠서 모일 수가 없으니까.”
“마스터는 여전히 우리들을 생각할 겁니다. 적어도 자신과 관련된 사람은 놓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죠.”
루니아의 말에 루시피나가 받아주고 람파시나가 다시 이어받았다.
“주인은 매번 우리들을 위해 홀로 희생하려고 들지만 짐은 그게 더 걱정이니라. 우리가 도움을 요청할 때는 빛의 속도로 달려오면서도, 정작 주인은 우리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어도, 혼자 꿋꿋하게 맞서려고 하니까. 전에도 그러지 말라고 하지만 주인의 버릇은 쉽게 고쳐지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마지막에 트리니티가 초월체로 되기 전에 저와 냥캣, 그리고 마스터와 같이 힘을 합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결국 죽을 뻔한 것은 주인 뿐이다. 아니. 실제로는 1분간 죽었으니 죽은 것은 주인뿐이라고 말해야 맞는 거겠지.”
“그래도 지금은 살아있잖아요오? 그러면 다행인 거에요오.”
침울했던 분위기는 그대로 이어나가는 듯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 오늘은 카일에게 다 같이 가서 놀려줄까요오? 누가 가장 좋은지 고르라면서 밀착하면 의외로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에?”
루니아의 한 마디에 다른 여성들도 눈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고, 그 중심에는 레프리시아가 호령하기 시작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군! 전원 일어나라! 지금부터 우리 마왕군은! 잡화점 안에서 멍 때리고 있는 주인을 정복하러 간다! 진군하라!”
“““오오오오!!!”””
각자 자신이 먹은 술과 음료 값을 카운터에 놓고는 그녀들의 야망이 이끄는 대로 잡화점을 향했다. 물론 모두가 예상하지 못한 일은 있었으니.
카일의 아이언 클로 하나로 인해 모두가 전멸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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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별편은 J웹소설에서 있는 어느 신사분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졌습니다.
400화에 카멜롯에 특집까지 총 1만 3천자정도라니...
한 번에 3개를 쓴 나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