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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7

FNL-Phantasm 2017. 3. 17. 00:06

377

 

 

 

2층 봉인마법을 걸어놓은 서랍장에 사람모양의 세공품을 집어넣고, 겨우겨우 세상이 또 난장판이 될 뻔한 것을 조기에 막은 나는, 마음 한편으로는 뿌듯해서 내 자신이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루멘의 마지막 작품인 영겁의 노래 또한, 착용을 하지 않고 다른 곳에 보관을 3층에 보관에 보관하여,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버린 이후에, 잡화점의 경계레벨을 강화시킨 팔랑크스와 베니.

 

베니는 잡화점에 계속 있는 존재이니까, 무엇이든 침입한 경우에 언제든지 베니가 우리에게 알릴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놓은 것도 있고, 오히려 베니의 전투력은 측정불가 수치로 나왔으니, 적어도 침입자가 슬라임이라고 무시해서 물품을 가져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측정불가인 이유는 베니가 우리의 모습을 흉내내기 때문.

본래 잡화점의 결계부품 중 하나의 핵에서 나온 생명체이기에, 잡화점에 있는 모든 멤버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마기만 충분하다면 레시아가 쓰는 마법은 거뜬하게 쓰고, 분석이 완료된다면 시나가 사용하는 빛의 권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그 정도로 무시무시한 슬라임이...아니, 아메바인가?

 

넌 대체 슬라임이냐? 아메바냐?”

 

끠잉?”

 

특유의 마찰소리를 내며 나의 질문에 오히려, 의문으로 답하듯 황금빛의 단세포동물은 부르르 떨었다. 아직까지 내 쪽에서 일방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하고 있는 이 모습은, 애완동물을 올려다 놓고 자신의 비밀이야기를 털어놓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제 새벽 5시정도니까 문을 닫기 위해 밖으로 나갈 무렵. 새벽에 체조를 하고 있는 분홍빛의 토끼 소녀가 보였다.

 

전에는 만월만 되면 아이돌로 일했던 달 토끼인 루나 플로니아는, 내가 예전에 백장미를 찍었을 무렵에 입었던, 학생의 운동복이라고 말하고는, 하의가 블루머였던 정체불명의 옷을 입고 유연한 몸으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자야 할 시간이지만 그래도 루나에게 다가가서 입을 열었다.

 

새벽에 일찍도 일어나네, 무슨 일이 있어?”

 

아뇨. 만화의 마감으로 인해 이제서야 잘 수 있게 된 거에요. 그 전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스트레칭을 하면 잠이 좀 깨는 기분이랄까?”

 

그럼 들어가서 잘 수 없잖아?

자기 위해 스트레칭을 할 거라면 방안에서 하라고?

 

그럼에도 뭐가 좋은지 실실 웃으면서 허리를 받치고 상체를 뒤로 넘기고 있었다. 운동복이 꽉 끼는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몬스터들의 아이돌 출신다운 파괴적인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들어갈 때는 들어가고 나올 때는 나온...차라리 루나를 데리고 백장미를 찍었다면 남성쪽에서는 더 인기가 높았을 텐데.

 

! 맞다! 주인님! 저에게 호신술을 알려주세요!”

 

호신술? 어디에 써먹으려고? 너는 달의 관리자라는 타이틀을 달아서, 네가 위험한 것을 예지하고 곧바로 기계화 골렘들이 출동해서 상대방을 묵사발 낼 텐데?”

 

그래도 배워두면 나쁘지 않잖아요? 주인님의 움직임은 뭔가 빠르고 신속해서 멋져 보여요!”

 

빠르고 신속한 것은 맞지만 멋지다는 말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연녹색으로 흥미가 가득한 두 눈이 나를 꿰뚫어보듯이 올려다 보고 있는 건 사실. 주변에 레시아와 시나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한 후에, 나는 이론만 이야기 해주기로 했다.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지 말고 도망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야. 상대를 오히려 자극시키면 어떤 위험이 될지도 모르거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어디서 어떻게 공격을 하든, 절대로 몸이 굳어져서는 안 돼. 물처럼 유연하게 하고 호흡을 흩트리지 않은 상태가 가장 좋은 상태지.”

 

주인님은 루니아 언니와 칼 싸움을 할 때도 그런 상태인가요?”

 

당연하지. 루니아 누나도 당연히 그런 상태일 거야. 게다가 힘을 적당히 주고 테크닉으로 승부를 보는 내 입장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상대이기도 하고.”

 

루나는 나를 계속 올려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루니아 언니의 힘이 강해서요?”

 

아니. 루니아 누나의 테크닉이 더 좋거든. 순간적인 판단도, 앞의 수를 미리보고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은빛 송곳니를 이겼으니 그 다음은 루니아 누나가 내 다음 목표이기도 해.”

 

환호하는 루나의 입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역시! 언니는 밤에 필살기가 강력하군요!”

 

누가 그걸 말했냐! 검술 말이야! 검술! 밤에 사용할 페이탈리티 기술 말고! 지금 당장 서브제로 불러올 테니 싸워볼래!”

 

루나는 다시 표정이 멍하니 변하면서 서브제로가 뭐에요?”라고 물어봤고, 나는 그 질문에 대해 따로 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튼 호신술에 관련해서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나도 사실상 몇 가지 없지만 한가지 원리를 알려주기로 했다.

 

몸에 힘을 꽉 주게 되면, 조그마한 밀치기라도 몸은 밀리게 돼. 하지만 몸의 긴장을 풀고 있는 내 상태에서 루나가 한번 밀어봐.”

 

그럼 갑니다! 에잇!”

 

루나가 양손으로 밀치려고 할 때, 살짝 왼발을 왼쪽으로 옮겨서 양손이 내 오른쪽 어깨에 왔다. 힘을 꽉 주게 되면 당연히 그 사람은 뒤로 밀리게 되지만, 지금 힘을 뺀 상태에서는 오른쪽 어깨만 뒤로 밀리면서, 발은 그 자리에서 방향만 바뀌게 되는 것. 그 이후에는 오른발에 걸려 넘어진 루나의 넘어지기 직전에 비통한 비명소리만 울려 퍼질 뿐이었다.

 

-!

 

힘에는 흐름이 있어. 상대방의 힘을 잘 이용하는 것이 호신술의 기초야. 나는 아무런 손도 쓰지 않고 네가 밀었을 때, 그 힘에 맡겨서 자연스럽게 몸이 비틀어졌고, 너의 남아있는 힘은 계속 앞으로 나아갔기 때문에, 내 오른발에 걸려 넘어진 거야.”

 

땅바닥과 진한 키스를 마친 루나는 입안에 들어간 모래를 ! !”하고 거칠게 뱉고는, 뭔가 투지가 가득한 눈으로 다시 나에게 어설픈 주먹을 뻗었다. 궤도는 위에서 아래로 향하고 있으니, 다시 왼쪽으로 비킨 후에 내 오른손으로 손목을 잡고는, 그대로 아래에서 루나의 몸 안쪽으로 빠르게 휘둘렀다.

 

우아아앗!”

 

-!

 

어라? 제가 지금 뭘 당한 거죠?”

 

다행히 큰 상처는 없어 보이는 루나는 나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너의 남아있는 힘으로 넘긴 것뿐이야.”

 

나는 루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루나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났다.

 

뭔가 어렵네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몸의 긴장을 풀고 있으라고 하니까요.”

 

몸은 긴장을 풀었을 때야 말로 순간적인 힘과 속도가 올라가는 거니까. 필요한 부분에만 필요한 양만큼 준다고 생각하면 편해. 그냥 무작정 힘을 주면서 휘두르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지.”

 

나는 어릴 적에 이세계인으로 추정되던 남자에게 배웠던 기초를 루나에게 설명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마구자비로 움직였어도, 그 사람은 어느 상황이었든 간에 침착하고 냉철한 판단으로 나를 손쉽게 제압을 했으니까.

 

그 사람에게 맨 처음 맞은 기술이, 방금 전에 루나의 손목을 붙잡고 넘겨버린 기술이었다.

 

나보다는 쇼콜라 씨나 다른 잡화점 멤버에게 호신술을 알려달라고 해. 그 편이 가장 도움이 더 잘 될 거야. 애초에 네가 일어나는 시간에는 내가 항상 자야 할 시간이니까.”

 

그래도 주인님께서 해주세요!”

 

루나는 나에게 말하고는 투지와 열정을 태우는 눈과는 전혀 다른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대체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아니, 설명할 필요도 없이 루나의 속내를 들춰보기로 했다.

 

그래서. 본심은?”

 

본심이라뇨! 저는 그저 주인님과 호신술을 하나 둘 하면서 겹쳐오는 신체적인 접촉으로, 점점 서로에 대해 의식을 하면서 야외에 아무도 안보는 새벽에...꺄아아아!”

 

만화 재료로 쓸 거로군. 안 돼.”

 

루나의 의도를 파악했으니 나는 이제 꿈나라로 가기 위해, 잡화점 안으로 들어...

 

에에에에에! 어째서요! 알려줘요! 해줘요! 필살기라던가! 그런 거 많잖아요!”

 

필살기 커맨드를 알고 싶으면 캐릭터 공략집을 보던가! 다리 놔! 난 들어가서 잘 거라고!”

 

싫어요! 알려줘요! 주인님만의 특급 필살기라던가! 여려 가지 테크닉이라던가!”

 

루나! 그거 제 3자가 보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발언이라고! 그만 소리쳐! 그리고 바지는 좀 놔! 내려가려고 하잖아!”

 

나와 루나가 소리치며 말 싸움을 하는 사이에,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살기가 나를 덮치기 시작했다.

 

필살기?”

테크닉?”

 

검은 고양이와 하얀 올빼미의 눈을 직접 보며 나는 얼어붙기 시작했다. 검은 고양이의 눈빛은 그걸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 정녕 사람이 할 짓이냐?”라는 거대한 업화와 같았고, 하얀 올빼미의 눈빛은 내가 널 잡게 되면...너는 그 자리에서 산화하는 거야.”라는 혹한의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어라! 마왕님! 여신님! 방금 주인님께서 저에게 필살기를...읍읍!”

 

저기 있던 읍읍은 내가 입막음을 하기 위해 별도의 수단과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자기 입으로 그냥 말한 거다. 당연하게도 저 의도는 나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기 위해서. 내가 미래를 보는 재주는 없지만, 지금 딱 한가지 100%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지금 당장 시나와 레시아의 합동마법을 맞고, 저 멀리 별 모양으로 날아가서 베가프 집에 있는 창문을 훑어보고, 다시 날아가서 파이론 중앙 공원에 있는 분수대에 그대로 틀어박히는 일이다.

 

***

 

역시나 내 예지는 틀리지 않았어.

잠깐 눈을 뜨고 보니까 주변에 파티를 맺기 위해 분주하게 소리치는 공원에는, 내가 분수대에 떨어져서 물에 빠지는 것으로 침묵을 유지하기 시작할 때였다. 전신타박상이 의심될 정도로 심각하게 온 몸이 저려오기 시작하고, 어디가 부러졌는지 어디가 끊어졌는지 알 수 없지만, 마치 흑염룡 30마리가 온 몸을 기어다니는 듯한 격통이 사방팔방으로 날뛰기 시작하고 있었다.

 

 

크크큭! 내 안에 흑염소가...아오! 자동완성 진짜!”

 

내가 무슨 말을 내뱉는지 물어본다면 나도 모르는 것이 인지상정. 아무래도 뒷머리를 심하게 부딪쳐서 나도 모르게 헛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나 보다.

 

어라? 카일. 이거 정말 우연이구려. 그 동안 안본 사이에 잘 지냈소?”

 

나에게 성큼 다가와서 말을 걸은 여성의 목소리에, 자동으로 고개를 위로 올리게 되었고, 하늘 빛의 선녀가 착용할 듯한 하란복장을 입고 있는 해연 씨가 내 앞에 서 있었다. 바다와 닮은 듯한 푸른 빛의 머리와 눈은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듯, 천천히 울려 파도처럼 가까이 다가왔다.

 

안 보는 사이에 초량으로 인해 외모를 가꾸게 되었는지, 연분홍 빛으로 물든 입술과 깨끗한 피부, 언제나 당차고 자신감이 있는 분위기에 잘 어울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요. 해연. 그보다 그 안에 있는 엘라임은 잘 있던가요?”

 

엘라임은 . 어째서 네놈이 이곳으로 떨어진 거냐.”라며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소.”

 

그거 아무래도 내가 반가운 게 아닌데?

 

해연 씨도 용사들의 연회에 참가하는 거에요?”

 

해연 씨는 당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릇 영웅이라 불리던 자는 항상 자신의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 법. 그보다 카일은 여기서 뭘 하고 있소? 하늘에 뭔가 추락해서 유성이라고 생각해서 소원을 3번 빌려다가, 2번째 비는 와중에 떨어졌는데...”

 

사람인지 유성인지는 날아가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아니면 내가 날아가는 와중에도 불빛을 반짝이며 날아갔다는 건가?

 

덤으로 소원은 뭐로 빌었는데요?”

 

해연 씨는 나의 눈을 직시하며 자신의 소원을 당당하게 말했다.

 

이번 여행에 같이 갈 동료를 구하고 싶다고 빌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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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왜 음식 주문이 많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