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42 [Refresh]
42
티르빙과 몽화관에 계신 여왕님께서, 둘이서 광고를 위해, 이리저리 대화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새벽에 잡화점 운영에 있어서, 더 조용하게 굴러가고 있었다. 레시아는 언제나 따분해지면, 기묘한 공간에서 꺼내는 육포를 통해, 심심함을 달래고 있었고, 언제부턴가 루시피나 씨도 새벽에 잡화점 일을 도와준다며, 정리를 끝내고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있었다.
4월이라 소풍에 필요한 물품이나, 마법사들은 마나를 품은 돌을 찾으리라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왜 이곳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지, 생각을 품어봐도 아무런 까닭이 나오지 않았다.
“레시아. 우리도 독자적인 물품을 개발해야 할까요?”
육포를 먹는 와중에 레시아는 입을 열었다.
“그럼 1골드를 복제해서 2골드로 파는 것은 어떤가? 주인.”
“그건 3살짜리 꼬마가 생각할만한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그보다 독자적인 물품이 어째서 돈 복제가 되는 겁니까?”
하도 어이가 없어서 힘 없이 반박을 했다.
“그럼 독자적인 물품은 뭔가? 또 그 고통을 호소하는 의자와 책상의 일체형을 말하는 것인가?”
“그건 확실히 지옥의 디자인이죠. 쓴 사람만 고통을 알 정도로...”
이에 루시피나 씨도 입을 열었다.
“가끔 보면 신발 위에 작은 우산을 꽂아서, 젖지 말라고 하는 발명품도 있었지?”
“아이디어야 좋았지만, 막상 실생활에 써보니 불 필요한 요소가 더 많았죠. 그 일체형 의자도 그렇고...”
“가끔가다 보면은 아이디어가 많은 것도 독이 되는구나...”
루시피나 씨는 뭔가 납득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보다 오래 살아왔지만, 유희는 별로 나간 적이 없는지, 아니면 전 대륙 음식 탐험을 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쓸 때 없는 대화를 하는 것이...이 새벽에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애초에 발명이란 목적은 쓰기 불편하니까, 물건을 더욱 편하게 쓰기 위해, 개선을 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고 전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디어가 많은 것이 독이 되는 경우는 그게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카운터에서 정체 모를 상자를 꺼냈다. 버튼 하나가 있는 그런 기묘한 상자.
“이런 것이 아마...아이디어가 독이 되어 작용한, 가장 쓸모 없는 상자겠죠.”
레시아는 관심이 있는지, 작은 고양이의 몸을 움직였다. 사뿐히 걸어가서 버튼을 위로 올리자, 상자는 이내 다른 곳이 열리면서, 버튼을 내린 체 다시 들어갔다.
“주인? 이게 대체 뭔가?”
“저도 이 물품은 1층에서 정리하다가 발견을 했는데, 스위치를 누르면, 상자가 스위치를 끄는 그런 이상한 상자에요. 물론 저도 수 차례 해봤지만, 여전히 이 녀석의 존재 이유를 모른 체, 그냥 가만히 방치했죠. 막상 발명품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니까, 생각나서 이제 꺼내보네요.”
레시아는 다시 작고 검은 고양이 앞발로 툭!하고 버튼을 건드렸다.
-끼릭! 툭! 철컥!
...다시 원래대로 버튼을 돌리는 상자.
물론 이렇게 가볍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상자가, 레시아의 투쟁심을 불러 일으키는 방아쇠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여김 없이 새벽에는 시간이 흐르고, 루시피나 씨가 새벽에 허브티를 끓이는 동안에...
-툭! 철컥! 툭! 철컥! 툭! 철컥!
그리고 다시 내가 허브티를 2잔째 마시고 있는 시간에도...
-툭! 철컥! 툭! 철컥! 툭! 철컥!
심심해서 2층에서 빼내온 책 중 아무거나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툭! 철컥! 툭! 철컥! 툭! 철컥!
이쯤 되면 일단 말리는 것이 더 좋다고 판단하기에, 나는 레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레시아?”
“방해하지 마라. 지금 짐은 이 녀석과 사투 중이다.”
“버튼 하나 켜고 끄는 것 하나로, 마치 자신이 콜로세움의 검투사마냥, 긍지와 신념을 굳게 높인 체, 그 지능적으로 쓸모 없는 상자하고, 싸우는 건 이제 슬슬 그만해 줄 때가 된 것 같은데요?”
그보다 새벽 1시에서 2시 30분이 될 때 동안, 그 버튼의 딸깍거리는 소리가, 묘하게 리듬감 있게 들려와서, 흥이 돋아 탱고를 춰도 될 듯 했다. 루시피나 씨는 여전히 레시아와 상자의 인내심 싸움을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었고, 그보다 그거 재미있어요?
“오오...마왕에게 드디어 라이벌이 탄생하다니!”
루시피나 씨는 레시아와 상자의 모습을 보며, 어린 아이가 싸움 구경하는 것처럼 흥분해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라이벌이라니 저건 그냥 상자잖아.
“루시피나 씨? 어째서 이 상자가 라이벌이 되는 겁니까?”
“마왕에게 도전을 하니까, 이 상자도 용사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보다 왜 용사가 되는 거에요! 이 상자는 그냥 사람을 놀리기 위해 만들어진 거에요.”
어느새 용사가 되어버린 상자는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오늘도 자신의 버튼을 끄고 있었다. 그나저나 여긴 마왕성도 아닌데...조만간 저 상자가 레시아의 화를 돋궈 잡화점을 마법으로 일부분을 날리면서, 나도 같이 날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조마조마 했...
“이 무례한 것! 마왕의 힘을 받아라!”
마법사의 길에서 어느 정도 숙련이 되면, 볼 수 있는 고위 마법으로 단순한 화력으로는 으뜸인 폭발마법<Explosion> 하나가 나와 상자를 휘몰아쳐...
-콰아아아아앙!
이건 특정 악당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 인줄 알았는데, 물론 폭발마법은 비니스의 목걸이로 화상에 대한 것은 완화하거나, 제거 했을지 몰라도, 거기에 일어난 충격파가 날 저 밖으로 날려보냈다. 실제로 폭발로 날아가서 어떠한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잠깐 날아가는 동안 봤는데, 잡화점의 입구가 완전히 박살 난 상태로, 나는 허공을 자유롭게 날고 있었고, 이내 중앙공원에 있는 분수대에 추락했다.
-첨벙!
“푸하악! 제길! 말이 씨가 된다더니!”
순식간에 몰아치는 고통과 함께 물까지 토해내며, 거의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내 옆에는 멀쩡한 상자가 빠르게 자신의 버튼을 꺼, 본연의 모습으로 되 돌아갔다.
앞으로 독백은 조심스럽게 해야 할 지도...
“말이 씨가 되는 것인가...재미있는 말이군.”
옆에는 고풍스러워 보이는 갑옷을 입은...마치 어디 소녀만화에서 나올법한, 약간 긴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남자가 백마 탄 왕자님처럼 서 있었다. 그야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겠지, 근데 나는 과연 재미있을까?
“그나저나 저 방향은 사람들의 악소문으로 자자한, 잡화점이 있는 방향인데?”
“제가 잡화점의 주인입니다만? 그러면 야밤에 공주를 대리고 도주할 듯한, 분위기로 달빛 아래에서 느끼하게 보이는 그쪽은 누구인데요?”
나는 머리에 물기를 손으로 털면서, 분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까 나와 같이 Fly to the Moon을 했던 상자를 들고, 아직까지 욱신거리는 고통을 해소할 겸, 분수대 근처에서 앉아있었다.
“나는 빛의 대성당에서 파견 나온 성기사라네, 이곳에는 볼 일이 있어서 말이지.”
확실히 빛의 대성당을 가리키는 신성한 날개 문양과, 깨끗해 보이는 은색 판금 갑옷에 그 뒤로는 품위가 돋보이는 커다란 붉은 색의 망토를 보니...보통 일은 아니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볼 일은 뭔가요?”
“기밀사항이라네. 그보다 자네 잡화점은 이 곳에서 가깝지 않는가? 이 곳까지 걸어와서, 힘들어 죽겠거든? 그러니까 잠깐 쉬고 갈 수 있을까?”
인자한 얼굴로 웃으니 뒤에 후광이라도 빛 추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대체 사람이 뭘 먹어야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아무튼 이런 의문은 빨리 뿌리치고, 천천히 일어섰다. 아까의 추락으로 뼈에 금이 간 모양인지, 갈비뼈 쪽이 욱신거려서 몸이 경직됐다.
“난 얼마나 하늘에서 떨어져야 하는 거지...”
물에 뛰어든다면, 두 번 다시 전신다이빙은 하지 말아야지...
“그냥 길을 알려주게. 내가 대려다 주겠네.”
“그거야 고맙군요. 부축을 해주...”
날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린 성기사는 이윽고 방향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날아왔던 방향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 아니라 잠깐? 차라리 이럴 바에는 그냥 업히는 것이 더 낮지 않아요? 왜 뜬금없이 이 포즈로 제가 운송 당하는 겁니까?”
“그거야 갈비뼈에 외상이 있으면, 업히거나 부축을 한다면 더욱 더 심한 상처로 되는 것이 당연하지. 물론 이것도 적절한 방법은 아니지만, 지금 들 것도 가져올 수 없고, 이렇게라도 운송 당해야지 안 그런가?”
남의 처지까지 생각하면서, 이렇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분명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같은 금발을 가진 레이비스 씨와는 전혀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소유자다. 아무튼 잡화점에 돌아왔을 때는...멀쩡함 그 자체로 반겨줬다.
문짝이 날아갔는데? 어느 사이에 잡화점이 자동으로 수복을 한 모양이다.
“어서 오세...신랑!”
역시 내가 많이 걱정이 된 루시피나 씨는...
“그 남자는 누구야? 설마! 새로운 세계에 눈을?”
“헛소리 할 생각 있으면, 당장 붕대하고 약이나 가져와요!”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고 했던가. 물론 남자 둘이 공주님 안기를 시전하니까, 착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저리 반응을 격하고 빨리 할 줄은 몰랐지만...
이번에 나를 날려보낸 주범인 레시아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략적인 응급처치를 끝낸 이후에, 다시 카운터로 천천히 돌아와서 등을 벽에 기댔다.
“그보다 성기사라면서, 성함이 어떻게 되는 거에요?”
“나는 티르베 가문의 장남인 웨인즈 티르베라고 하네.”
“저는 카일. 평민이니 성은 없어요. 그나저나 티르베 가문이면, 애초에 기사를 써야 하는 입장이 아닌가요?”
애초에 귀족이 기사를 쓰는 것인데?
“하하! 애초에 신을 섬기는 자로서 신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 애초에 동기 중에는 황제의 3번째 아들과 같이 있거든.”
빛의 대성당은 나중에 황제보다 권력이 더 높아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황제가 아우리스 교를 직접 통솔하려는 건가? 일단 이것에 대한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자.
그런데 레시아는 어디에 있지?
[레시아? 어디에 있어요?]
텔레파시를 보내자, 레시아는 내 위에서 떨어져 머리 위로 안착했다. 그보다 아까부터 그 위에 있었다고?
[주인. 저 샤방샤방한 웃음을 가진 남자는 누구인가? 새로운 애인인가?]
[저기 레시아? 제 성별에 대해 왜곡하지 말아줄래요? 그냥 도움 받은 사람입니다만?]
애초에 나는 남자야.
[그런가? 2호집 때문에 주인의 성별이 언제부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거 언급도 하지마!]
[애초에 남자와 남자가 같이 연애하는 것도,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나름 흥미를 가지고 볼 수도 있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서 이게 그리 되는 장르가 아니거든요?]
레시아의 말에 반박을 하며, 2호집에 대한 얘기가 꺼내지자마자, 지옥 같은 시간이 다시 생각났다. 애초에 루니아 씨가 무리하게 분장시켜서, 수 백번의 인형 옷 입히기를 당했는데. 여전히 그 때만 생각해도 이가 갈렸다. 애초에 누가 저런 바보 같은 잡지를 좋아서 본다는...
“흠...”
“저기 티르베 씨? 뭘 그리 흥미롭게 읽나요?”
“웨인즈라고 불러도 된다네. 그리고 루니아와 면식이 있어서 이 잡지를 받았는데, 아는 남동생을 찍었다고 하더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무심코 보고 있었네.”
그 빌어먹을 백장미인지 황장미인지 안 치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여전히 마음 속에서 불길이 일어나는 것을 나의 크나큰 인내심이 화제진압작전을 하느라 바빴다. 그보다 제국에서 얼마나 빠르게 퍼져나갔길래, 빛의 대성당에 있는 성기사가 저걸 보고 있지?
“아우리스 여신님은 아름답고, 우아한 남자들을 많이 아끼시고 좋아하시는데, 이런 남자가 있다면 꼭 성기사단에 넣고 싶군.”
그보다 그 탐욕스러운 여신님은 뭐에요? 설마 여신도 저 잡지를 사서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보다 거기는 남자 밖에 없다면, 이미 이건 여신의 개인 사설기사단도 아닐려나? 정말 아우리스 교의 성기사단이 정말로 괜찮은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새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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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캐릭터가 나올 때 마다...
주인공을 어떻게 굴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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