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롯 마법학원의 비서 -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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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우승이라는 것은 좋은 해결방안이지만, 아무래도 몇 가지 걸리는 점이 존재했다. 하나는 카린 씨가 나를 제대로 상대하지 않았기 보단, 여러 가지 제약을 걸고 싸우는 기분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분명 2마리의 사역마가 존재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역마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홀로 싸워온 것. 그 다음에 나는 환각과 최면을 걸었을 뿐이지만, 그 정신이 실제로 맞은 것처럼 되어 거대한 양의 출혈을 쏟은 것이었다.
“세피르. 내 환술은 다른 이들하고 다른 것일까?”
“글쎄. 나도 사실상 아리엘과 페어링이 되어 능력을 공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환각으로 인해 실제로 데미지가 들어가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야. 보통 정신적인 피해만 존재하지 물리적으로 뒤틀리는 그런 마법이 아니거든, 혹은 정말 학원장님의 말대로 아리엘의 환술은 특별할지도 몰라. 말 그대로 이타치가 츠쿠요미를 쓰는 기분?”
“널 이승에서 탈주시키기 전에 그런 걸로 비유하지마. 안 그래도 내 남은 잡지식에 들어있는 내용이라 괴롭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정신적인 피로만 몰려올 뿐. 실제로 데미지를 입는 경우는 없으니까. 이것이 몽마의 피를 이어받은 자의 힘일까? 어떻게 보면 나는 나이트메어에서 나오는 프레디 크루거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세계의 잡지식을 이와 같이 비교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그 꽃은 카린이라는 여성의 병문안? 아니, 원래 성별은 남자라고 했던가?”
“무투제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눠봐서 알게 되었지만, 카린 씨는 본래 싸움이라던가 그런걸 잘 안 하는 성격이라는 것과, 평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온화한 품성을 지닌 사람이었어. 다만, 싸우기 시작하며 각오를 굳히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는 모습. 그래도 나는 그게 가장 멋지다고 생각해.”
검은 뱀이 나를 보는 눈빛이 뭔가 달라졌다. 이건 마치 어린 아이가 성숙한 대답을 내뱉으면, “우리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랐을까. 기특하기도 하지.”라고 말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부담스러운 분위기에 이기지 못하고 “왜?”라고 묻자 세피르는 다음과 같이 입을 열었다.
“흐음. 아리엘도 정신적인 성숙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늙었다는 소리를 간접적으로 하는 거라면, 그 뱀가죽을 벗겨서 이베이에 팔아버릴 거야.”
“거긴 또 어디야?”
“몰라. 아무튼….”
되는대로 이리저리 폭언을 만드는 나의 머리를 흔들어, 다음 폭언의 문장을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카린 씨가 레이나 씨가 존재하고 있는 양호실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다. 만약, 그 바보 같은 가죽 끈에 묶여서 아무것도 못하고, 이제 막 일어났는데 그런 충격적인 일을 겪는다면,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트라우마로 변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겠지.
“레시아 펀치!”
“람파시나 킥!”
“우아아앗!”
양호실 앞에서 시원한 2번의 타격음과 레이나 씨의 비명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두 명의 목소리가 이쪽까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뭔가 처절하게 쓰러지는 모습과 더불어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자, 작고 검은 고양이가 일어서 있었고, 하얀 올빼미는 그 옆에서 대화를 주고 받고 있었다.
“의식을 잃은 주인에게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짐이 윤허할 수 없다.”
“마스터에게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저 뿐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비둘기는 빠지거라.”
“올빼미입니다. 냥캣.”
고양이와 올빼미가 말을 하다니! 아니, 세피르도 지금 말을 하고 있으니 별로 놀랄 일은 아닌가? 아무튼 카린 씨의 사역마로 추정되는 두 마리의 동물들을 무심코 보고 있었다.
“아리엘?”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내 전신을 훑었다. 급하게 뒤로 바라보았을 때는 빅터가 해처럼 따사로운 웃음으로 입을 열었다.
“공동 우승이지만 1위는 1위지? 축하해. 처음 맡은 일치고는 너무 훌륭하게 해냈어.”
빅터의 칭찬이 내 머릿속을 엉망을 만들었다.
“그, 그래? 고마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까 밟아줄게 스타킹을 신고 있으니 괜찮을 거야.”
“기분이 좋다고 사람을 밟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스타킹이 뭔가 관계가 있어?”
나도 미쳤지.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냐. 아무것도. 칭찬 받는 게 그냥 기분이 좋아서. 나도 농담한 것뿐이야. 오늘은 내가 따로 부탁할 것이 있는데 들어주겠어?”
“같이 나가서 먹자는 거지?”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포근해 보이는 녹색 제복을 입은 빅터의 말은 초록빛 싱그러움을 내 마음에 그대로 심어 넣은 것처럼 저려오기 시작했다.
“그 전에 아리엘? 카린 씨의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었어?”
“아. 맞다! 기다려줘!”
나는 빅터가 보는 눈 앞에서 당당하게 문을 열었다.
-드르륵!
“카린 씨. 계씬가요?”
카린 씨는 웃으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마치 여신이 나에게 손을 흔드는 신비로운 기분이었다. 저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면 승천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야?”
목소리만 듣는 거로도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고운 목소리가 내 뇌를 다 망가뜨리기 전에, 나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긴요. 병문안 비슷한 거에요. 그보다 세피르. 마왕님과 빛의 여신님은 이곳에 있어?”
나의 질문에 세피르가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저기 귀여운 검은 고양이가 마왕님. 저기 올빼미가 빛의 여신님이야.”
그러자 카린 씨는 이제서야 이해를 했다는 듯이 조용히 입을 열며 끄덕였다.
“역시. 그 목에 있는 것은 장신구가 아니라 사역마였구나. 그것만 알았어도 무작정 접근전을 하는 것은 안 했을 터인데.”
약간 분한 표정으로 입을 여는 모습마저 사랑스러운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신이 창조했길래 이런 최종병기를 만들어 냈을까? 남자였을 때의 모습도 궁금하지만, 지금은 이 모습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지면서 나는 다음과 같이 입을 열었다.
“그래도 카린 씨가 제대로 실력발휘를 하지 않아서, 제가 그나마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저에게도 가르침을 주시죠?”
카린 씨는 몸이 덜 풀린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비장의 카드를 숨기는 것 같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비장의 카드를 꺼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패배했으니, 나도 나름대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전력을 다해 이겨보고 싶다는 상대가 맥없이 쓰러지는 것만큼.
“글쎄. 다시 만날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서로 만날 시간은 없을 테니까. 그보다 켈모리아 씨의 비서라면, 나에 대해서도 직접 들었을 거 아냐? 이 모습은 원래 없어야 하는 모습이라는 것.”
카린 씨는 흔쾌히 승낙을 해주었지만, 문제는 시간의 여건에 따라 나와 자주 만날 일은 없을 거라고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 어차피 켈모리아 옆에서 일을 얼마나 할 지 잘 모르겠지만, 언제든지 와도 상관 없어 보이는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보며 부드럽게 호를 그리는 카린 씨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잖아. 어서 가봐. 나도 이제 잡화점으로 돌아갈 거야.”
“예? 아니! 그건…!”
설마 빅터와 내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것일까? 기습공격으로 인해 이상한 목소리를 내며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까지는 친구 이상 연인 미만인 미묘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빅터를 남자친구라고 말할 수나 있을까? 애초에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아 보이는데…….
생각이 뒤죽박죽인 상태로 “그럼 저는 이만.”이란 말과 동시에, 나는 당황한 마음을 수습하면서 나갔다. 세피르는 “그럼 마왕님! 여신님! 잡화점의 주인 씨! 안녕~!”이라면서 밝은 모습을 끝끝내 보여주고,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리며 이별을 고했다.
도중에 사역마 두 마리에게 맞아서 기절 당한 레이나 씨는, 책상에 자고 있는 듯한 포즈로 의식을 잃은 모습을 보며,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했을 무렵. 세피르는 혼잣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중얼거렸다.
“아아, 이번에도 내가 야단맞는 군. 아무리 마왕님께서 아끼시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나에게 이런 겁을 줄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응? 왜 그래? 세피르?”
“아냐. 아무것도.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생각은 했어.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빅터를 보고 “다 끝났어.”라고 말을 했다.
“좋아. 오늘은 미리 예약한 곳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볼까?”
“예약?”
***
빅터의 미리 예약되었다는 말은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는데, 내가 생각한 것 중에서 하나가 정확히 들어맞았다. 비록 맨 처음에 생각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분위기 있는 식사를 나누는 것은 아니었으나…….
뭐야. 그 눈.
모두 멋진 남자나 예쁜 여자가 미리 예약한 곳으로 가자고 하면, 맨 처음에는 고급스러운 곳에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생각부터 하는 주제에.
어쨌든 예약을 했다는 것의 의미는 켈모리아와 마법 기초반, 그리고 밀리아까지 함께 공동 우승이지만, 우승은 우승이니까 축하파티를 열었다는 것이었다.
폭죽이 하늘에서 터지면서 축하를 기념하는 2단 생크림 케이크가, 우아한 자태를 보이며 음식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법요리 연구부에서 만들어준 것처럼 보이는데, 맛의 유무를 떠나서 뭔가 불길한 장치가 되어있지 않을까 더 걱정이었다. 분명히 내가 만약 초를 끄기 위해 불면 폭발한다거나.
불길한 상상이 한 가득 펼쳐지는 가운데 켈모리아는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오늘의 주인공이 초를 꺼야지. 빨리 불도록 해 아리엘.”
“뭐. 어쩔 수 없네요.”
결국 나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설마 내가 촛불을 껐는데 폭발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하면서 나의 입안에 있는 공기를 뿜어내기 시작
-파앙!
……2층에 있던 작은 케이크가 작은 폭발과 함께 내 얼굴로 날아왔다. 당분간 요리 연구부에게 잔소리할 리스트를 만들어 내고 있는 머릿속 때문에, 내 행동은 정지가 되었고 빅터는 난감한 웃음을 보였을 뿐, 나머지는 왁자지껄하며 1/2큰술만큼 크게 웃었다.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 그것이 현실로 일어난다고 하더니, 정말 루나 선생님께서 그리신 만화 속에 있는 대사는 세상의 이치와 같았다.
“뭐. 이러기 위한 생크림 케이크였겠죠.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어요.”
시야는 확보해야 하니까 손으로 눈에 묻은 생크림을 때고는 한번 먹어보았다. 장난은 불쾌했지만 부드러운 단맛이 마음을 진정시켜주니, 어느 정도는 기분이 풀어졌다고 봐야 하겠지. 세피르는 여전히 검은 뱀의 모습으로, 내 볼에 있는 생크림을 핥으면서 [오! 꽤나 맛있네!]라고 텔레파시를 보냈다.
“슬슬 먹도록 하기 전에, 나도 잠깐 맛 좀 봐야겠지?”
켈모리아의 표정이 음흉하게 변하더니 내가 뒷걸음질을 쳤지만,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공중에 이미 점프를 뛰어 바로 앞까지 날아온 켈모리아를 피할 방도가 없었으니까.
-콰당!
“할짝! 할짝! 아리엘에게 묻은 생크림은 내가 깨끗하게 핥아줄게. 할짝!”
“그만! 그만해요! 간지러워요! 켈모리아가 개도 아니고 그만 핥아요! 모두가 보고 있는데 그만 두라고요!”
켈모리아가 행동을 절제하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쾌락주의자인 켈모리아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