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70
370
이상적인 위치에서 3시간 정도 있었지만, 전장의 크기는 점점 우리를 중심으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하나부터 열까지 서늘한 바람을 맞이하기 위한 노력으로 변한 마법 무투제는, 4팀이 전멸하고 나서 조금 지난 후에 8팀이 전멸할 때였다. 아무래도 지도의 기준으로 북쪽, 정확히는 북동쪽부근에서 무슨 일이 터졌으니까. 팀 하나가 해체되는 현상이 나온 것이다. 설마 아리엘이라는 그 소녀가 들어있는 7팀에서 행한 일인가? 역시 카멜롯의 학생들이라 그런지 한 팀을 빠르게 붕괴시켜버렸다.
작년에 이사벨 씨의 말을 빌리자면, 7시간도 되지 않고 카멜롯 마법학원 생도들이 이겼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어느 정도...
-9팀 탈락
아무래도 4시간 후에는 마법 무투제가 끝날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더군다나 아직 지도를 보아 이곳을 중심으로 반경 20km정도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서, 10개의 팀 중 7개의 팀만이 남았다. 이제 시작한지 4시간 정도 겨우 지났을 테니, 남은 시간은 가장 빠르면 3시간, 너무 느려도 내 예상으로는 5시간 정도 지나면 모조리 끝나리라 본다.
마법 무투제를 누가 하루 종일 내내 시청하고 싶을까?
역시 한계가 2일이라고 할지라도, 평균적으로는 오늘 안에 끝난다고 봐야 한다.
“카린 선생.”
“왜 그래?”
루크는 나의 심각한 표정을 읽었는지 나에게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그 모습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애초에 선생의 본래 성별은 여성이 아니잖아.”
“그도 그렇네.”
......
어라? 정말.
잠깐? 그러고 보니.
“어째서! 이 모습에 나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 젠장!”
잊고 살았던 알 수 없는 억울함이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이 모습으로 오래 있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초기에는 빨리 남자로 돌아갈 방법을 모색하고, 자신의 성별에 대한 정체성을 강조했던 내가 이런 바보 같은 일 하나로 무심하게 지내고 있었다니!
“제길! 내가 트윈테일이 된 것도 아닌데! 어째서 나는 이런 모습으로 마법 무투제를 진행해야 하는 거냐고!”
이제서야 뭐가 부족한지 루크의 말 한마디로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카린 선생님...”
“측은하게 바라보지마! 그 손 내려놔!”
아르메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올려놓기 전에 소리쳤다. 다행스럽게도 주변에 침묵 마법진이 펼쳐진 공간이라 내 외침이 밖으로 나갈 일은 없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건 너무 억울한 처사다. 조만간 글을 처음 보는 사람은 “어? 뭐야? 이거 TS장르인가?”라고 생각할 것이 뻔하고, 내가 남자로 되돌아오는 순간이 되면 “어? 여주인공이 남자로 변했네?”라는 인식으로 볼 것이 뻔하다. 이런 모습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태초부터 신이 그 생김새를 알 수 없는 물고기를 만들기 13초 전에, 남자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덤으로 어째서 개그가 잘 안 나오나 했더니 이 모습의 부작용이었던가! 조만간 차원을 찢어달라고 레시아에게 부탁하고 글쓴이의 멱살부터 잡고 시작해야겠어.”
“저기 선생님?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제 4의 벽을 부수다 못해 가루로 만들고 있는 나의 혼잣말로, 모두가 측은한 눈으로 보고 있는 사이에, 나는 생각을 가다듬고 정리를 해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나는 괜찮아. 정상적이야. 그래. 이게 정상적이지.”
정상을 주장하는 나의 말을 불신하는 표정으로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다만, 그래도 지금은 마법 무투제에 신경을 좀 더 써야 할 때였다.
후~
좋아. 집중하자.
집중은 개뿔!
“제길! 내가 트윈테일로 변한 것도 아니고! 나는 트윈테일 신봉자도 아닌데! 어째서 내가 남자에서 여자로 변해야 하는 그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 거냐고!”
“저기 카린 선생? 동쪽으로부터 한 무리가 접근 중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습으로 그 동안 잘 돌아다녔다는 것이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걸 보고 있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 “어라? 이제 카린으로 고정인가? 역시 이 글 TS장르였어. 삭제해야지.”라고 생각할 거 아냐! 무리한 서비스 씬을 남발하더니 결국 여기도 붕괴 직전까지 가고 있다고! 인기 없는 글이 꼭 그런 무리수 하나씩은 던지더니 여기도 이제 개판이 되었잖아!”
“저기 선장님? 붕괴하고 있는 것은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진지인데요? 그리고 남쪽에서도 한 팀의 규모로 접근해서 포격마법을 날리고 있다고요?”
“선장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선생님이라 부르라고 몇 번을 말해!”
마를렌은 내가 소리치는 모습에 기겁을 하는 동안, 밑에서는 힘찬 목소리와 함께 계속 쿵쿵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누구는 지금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 불투명한 나머지, 앞길이 보이지 않아서 헤매고 있는데! 밑에서는 대체 뭐가 불만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운 폭발음만 터트리고 있었다. 너희들이 무슨 마이클...아니, 아무튼간!
“시끄러워! 이 자식들아!”
내 중심으로부터 터져 나오는 새벽<Daybreak>이 파도처럼 몰아쳐서, 모든 나무와 생명체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숨을 천천히 고르고 내쉬면서 안정을 취하는 동안 내 귀에서는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1팀, 10팀 탈락.
뭐야. 왜 두 팀이 탈락을 하지? 역시 마법 무투제에서는 변수가 많구나. 느닷없이 2개의 팀이 탈락했으니 남은 것은 2팀인 나와, 7팀인 아리엘. 그리고 알 수 없는 3, 5, 6팀이 남아있으니 다음은 어떤 양상으로 적의 공격이 들어올지는 알 수가 없으리라 본다.
“너희들도 조심해. 생각보다 더 빨리 마법 무투제가 종료할 것 같으니까. 그런데 왜 다들 날 괴물 보는 눈으로 쳐다보는 거야?”
“아, 아뇨. 저희들은 잠깐 무너진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오겠습니다. 선생님.”
파르시아는 살짝 살짝 뒷걸음질 치면서 하얀 로브를 흩날리며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마를렌과 아르메도 뭔가 사색이 된 얼굴 빛으로 “저, 저희도요오...”라는 말을 남기며 내 오른쪽에 있는 장소로 이동했고. 루크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강물을 바라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나 또한 루크가 안보는 방향으로 천천히 경계를 하면서 밑을 내려다 보았을 때, 긴급공간이동 마법진이 나타난 10개의 지점에서 기절한 마법사들을 볼 수 있었다.
“루크. 우리 공격받았었어?”
“아까 선생이 허공을 보면서 인생에 대한 불합리함을 외치고 있었을 때. 저 양팀에서 협공이 들어왔는데, 선생이 소리지르면서 마법 한 방 날렸더니 모두 쓰러지더라고.”
그럼 1팀과 10팀의 전멸 이유는 내가 무의식적으로 새벽을 사용해서 그런 건가? 나의 마력은 그 정도로 강력하지 않을...아, 맞다. 지금은 여성의 모습이었지. 마나를 좀 더 많이 수용할 수 있어서, 평상시에 남자로 있을 때의 기준과, 여성으로 있을 때의 기준이 너무 다르기에 힘 조절이 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이 숲의 1/10을 덮을 규모였는데도 페널티를 당하지 않은 것이 신기하네.”
루크는 나를 뒤돌아본 표정은 보기 꺼려지지만, 상태를 확인하는 의도가 한 가득 넘쳐흐르는 청녹색의 오드아이를 마주하며 위와 같이 말했다.
“애초에 새벽의 본래 의미는 타인의 의지로 응축된 마나를 자연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으니까. 마나 연공법을 수련하여 몸 속에 가두고 있는 마법사들이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곧바로 마나가 바닥나서 기절하게 되는 거지. 애석하게도 강자들 앞에서는 발동하는 것에 시간이 좀 필요해서 잘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진지가 구축된 곳에서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거야.”
하지만 그것도 어중간한 마법사들의 이야기지,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가면 잠깐 비틀거릴 뿐. 흩어진 마나를 재활용해서 다시 집어넣어 재활용하기도 하고, 마나 연공법의 수련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평소에 모이는 마나의 양도 같이 증가한다.
“그렇군. 카린 선생은 괴물이네.”
“괴물이라 하지마. 제길 조만간 남자로 돌아가면 두 번 다시 이 모습으로 변하지 않을 거야.”
“그게 쉽게 되려나?”
마지막까지 꼭 꼬투리를 물고 늘어지는 루크에게 아이언 클로를 하고 싶은 욕구가 치솟아 올랐지만, 지금은 전장 속에서 그런 장난은 삼가 해야 했다. 그럼 지금 상태로 보면 이제 5팀정도가 남았는데 홀수로 남은 상태라면, 한 팀이 줄어들 때까지 대기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제 섣부르게 움직인다면 뒤에서 달려오는 마법사들로 인해 팀이 붕괴 되겠지.
“우선 이곳을 좀 더 강화를 하고 나서, 천천히 상황을 지켜보자. 다른 팀들은 “에이 설마 있던 자리에 또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곳을 다시 확인하려고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테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도 분명 나의 안일한 생각에서 나오게 된 경우이지만, 그래도 지금은 이동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앞으로 5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지도를 펼치자,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칠 정도로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남은 1시간은 이곳에서 버티고, 그 다음은 이곳을 버리고 이동해야겠어. 나가있는 3명을 빨리 불러줘.”
나는 루크에게 주변을 강화하러 나간 3명을 불러오라는 말을 하고, 지금은 내가 감지마법을 통해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곳으로부터 1km정도는 아무도 없고, 그 이상한 괴물들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면, 이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상적인 상황?
“일이 너무 잘 풀리는데. 루크 주변에 경계마법과 함정마법은 전부 그대로야?”
“네. 전부 그대로인데. 그게 문제라도 있나요?”
“그럼 그 10명은 어떻게 뚫고 온 거지?”
경계마법과 함정마법을 주변으로 빼곡하게 채워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경보나 그런 것도 없이 찾아오는 방법이 있을까?
“이 위치. 혹시 남들에게 다 알려진 거 아냐? 다른 팀들...그러니까 남은 4개의 팀에게, 전부 알려진 건가?”
나는 한차례 생각을 한 뒤에 입을 열었다.
“내가 파르시아에게 갈게. 너는 아르메와 마를렌에게 가.”
이번 마법 무투제에서 한 가지 또 다른 상황에 대해 생각을 안하고 지나갔는데, 최소 5개의 팀이 서로 입을 맞추고, 암묵적인 동맹을 꾸려나가 우승 후보팀을 공격하는 경우다. 아마 나와 아리엘이 있는 팀은 아닐 것이고, 아까 강가에서 싸웠던 두 팀 중에 하나는 그런 비열한 제안을 거절했으니 싸웠다고 볼 수 있다.
급하게 파르시아에게 이동하면서 내 시야에 보이는 것은, 걸어다니는 거울이 내 앞으로 뛰어온 뒤에, 가벼운 상처를 입은 파르시아를 거울 밖으로 뱉어내고 있을 무렵.
“어라? 언니. 여기서도 만나네요.”
“아이니스. 설마 네가 이런 바보 같은 협공의 주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한 여름 같은 날씨에도 리벌트 마법학원 특유의 복장인, 하얀 겨울 털옷을 입고 있는 은발의 소녀인 아이니스는, 주변에 있는 거대한 식물과 동물들을 염동력으로 띄우기 시작했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보며 나는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저건 너무하지 않냐?”
“선생님...죄송...윽!”
“너는 해독이 되는 대로 팀원과 합류해.”
잠깐 아이니스에게 시선을 때고, 뒤에 있는 파르시아에게 주머니에 있던 해독초를 건네줬다. 배 부분에 날카로운 상처에는, 독에 감염이라도 되어있는지 보라 빛으로 변색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파르시아에게 가라는 손짓만 하고, 내 앞에 있는 요망한 소녀를 보고 입을 열었다.
“파티장에서 말은 못하고, 지금에서 말하는 건데. 안 봐줄 거다?”
“이하동문이에요!”
무식하게 식충식물을 집어 던지는 아이니스의 공격을 피하는 것으로부터, 이상적인 상황이 깨져나가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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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언제 끝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