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13

FNL-Phantasm 2017. 1. 10. 00:19

313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면 사람은 그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건 꿈이야!”라던가, “이건 말도 안 돼!”와 비슷한 맥락으로 회피를 하게 되는데, 당연히 나 또한 마찬가지로 현실을 부정하게 되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지금 호스트 바에서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피투성이로 있었다는 것에 충격 먹은 것이 아니라...

 

그만! 살려줘! 돈을 줄 테니까 치료하지마!”

 

안 돼요오! 환자는 약을 발라야 건강해진답니다!”

 

끄아아아아아악! 살이 타 들어간다! 아아아악!”

 

루니아 누나의 특제 약을 바르고 있는 그 광경은 한편의 지옥도를 연상하게 했다. 만일 가장 큰 죄를 지어서 가게 되는 136종류의 지옥 중에는, 저게 꼭 하나씩 끼어들어갈 지도 모르겠지. 악마 코스튬을 한 루니아 누나가 웃으면서 상처를 내고 약을 바르는 그런 끔찍한 모습을 머릿속에서 단숨에 지우는 동안, 비명소리가 멈추고 모두가 쓰러진 상황에서 황금빛의 파도가 휘몰아치는 듯한 머리카락을 스윽!’하고 쓸어 내리고는 입을 열었다.

 

모두 끝났어요오!”

 

그걸 들은 나는 물어봤다.

 

모두 죽었어요?”

 

아뇨! 모두 살아있답니다아!”

 

아니. 아무리 봐도 지금 숨을 안 쉬는 사람이 있는 것 같은데?

 

저 사람 맥이 안 뛰는 것 같은데요?”

 

에이~ 설마요오...”

 

루니아 누나는 천진난만한 붉은 눈으로 웃어 보이며, 사뿐사뿐 걸어가서 그 사람의 목을 짚었다. 그 이후에 잠깐 아무런 말도 없다가...

 

-파악!

 

크학! 허억! 허억!”

 

분명 내가 봤던 것은 명치부근. 정확히 말하자면 심장 근처에 주먹을 내리 꽂아서 뛰게 만들었단 소리인가?

 

봐봐요! 역시 안 뛰고 있었잖아요!”

 

아니에요오. 저의 진료는 완벽하다고요오? 절대로 쇼크사로 심장이 멎은 것이 아니랍니다아!”

 

사기 치지마!”

 

그나저나 나는 분명 레시아와 시나를 호출했는데, 어째서 루니아 누나가 강림해서 이런 대재앙을 보게 만든 것일까?

 

저기. 레시아와 시나는 어디에 있어요? 분명 제가 그 둘을 호출한 것 같은데, 루니아 누나가 하늘에서 떨어져서 저를 쿠션 삼아 보호받으신 것은 알고 있죠?”

 

. 레시아와 시나는 제가 요리 이외에 유능한 실력을 카일에게 선보일 자리라면서 공간이동을 시켜줬어요.”

 

근데 왜 공중에서 오는 건데요!”

 

루니아 누나는 잠깐 양손을 포개어 기도하는 듯이 가슴 쪽에다 놓고 입을 열었다. 햇빛이 알아서 감싸주는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따듯한 햇살을 내뱉을 정도로 상냥한 목소리가 나오기를...

 

. 사실 꿈에서 운명의 남자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소원이었거든요오. 그래서 일부러 레시아와 시나에게 하늘에서 떨어지도록 좌표를 잡아달라고 했어요오.”

 

그 운명의 남자가 누군지는 몰라도 그런 짓을 하면 보통 절명을 하거든요. 떨어지는 사람이건 받아주는 사람이건 말이죠. 그래서 제 등골을 다 부셔먹으려고 중갑까지 착용해서 온 겁니까? 새로운 메테오 스트라이크에요?”

 

루니아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쩐지 빨리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중갑을 입고 있었구나아.”라고 중얼거렸다.

 

자기가 뭘 입고 있는지 모르면 어떻게 해?

 

운명의 남자는 카일로 정할까요?”

 

그럼 전 매번 루니아 스트라이크에 맞고 절명할 위기에 처하는 겁니까?”

 

그거 꽤나 무서운 운명일지도 모른다.

 

농담은 거기서 그만하고 니 친구가 깨어났다고. 평민. 그나저나 이 녀석 인간이 아니잖아? 루니아의 약을 바르고는 비명도 지르지 않고, 30분 뒤에 벌떡 일어날 줄은 몰랐군.”

 

이름은 아스타로트고 인큐버스...”

 

아니. 그건 알고 있는데. 애초에 루니아의 약은 전 생물에게 죽을 듯한 고통을 주거든, 그만큼 상처는 완벽하게 치료가 되어서 별 말은 하지 않겠다만, 그 인큐버스는 상당히 강한 존재인 것 같은데?”

 

예전에는 여성공포증으로 시달렸던 아이였지만요. 지금은 그래도 어느 정도 성장한 모습이 이런 모습이에요.”

 

인큐버스가 여성공포증이 있었다는 말은 엄청나게 말이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건 아이니스 때문에 어느 정도 치료가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가게 주인이고 뭐고 하나같이 양복복장으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었으니. 지금 아스타로트에게 물어볼 것은 산더미.

 

그럼 거기 별창남.”

 

잠깐? 뭐에요? 그 애드립. 뜬금없이 의미도 모르는 말은 하지 말라고요!”

 

하멀 씨는 사탕을 물다가 이 드립은 언젠가 써먹고 싶었거든.”이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잘못 말했네. 미안하군. 아스타로트라고 했던가? 나는 프리트론 왕국의 마법 수사관 하멀 레이비스라고 한다.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상태인가?”

 

순진무구한 은빛의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이며 말했다.

 

가게를 오픈 하려고 준비하는 도중에 느닷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오면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했습니다. ‘신벌의 대행자라고 자칭을 하면서 주먹을 휘둘렀을 때는, 이미 거대한 폭발을 일으킨 뒤에 저희를 죽게 놔두도록 결계를 치고 돌아간 상태였지요.”

 

얼굴은 제대로 보았나?”

 

아뇨. 얼굴은 못 보고, 짙은 녹색의 로브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었고 주먹을 휘두르기 직전에 마법진이 나타났습니다.”

 

. 마법을 이용한 격투술이라.”

 

하멀 씨는 천천히 머리를 돌리고 있었지만, 나는 염치 없이 물어보기 시작했다.

 

마법을 이용한 격투술이요?”

 

그래. 격투가의 길과 마법사의 길을 동시에 걸어가면 가능하긴 하지만,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런 다혈질을 벌일만한 녀석은 딱 한 명밖에 없거든. 그리고 이 일은 칸포리우스구간의 티르의 쉼터라는 이유뿐만이 아니라. 거의 테러수준으로 다짜고짜 폭파시키는 녀석이야. 그래도 지금 그 녀석은 아르칸 제국에서 비밀임무를 하고 있으니 제외. 그러면 지금 이걸 일으킨 사람은 모방 범죄라던가, 뭔가 사상이 잘못 들은 녀석이라는 소리지. 그러니까 예를 들어 아르칸 제국에 비밀임무를 뛰고 있는 녀석은 신성한 건축물은 부셔지지 않고, 죄를 짓게 만드는 건축물들은 폭파시키거든. 마약 거래를 하는 장소라던가, 불건전한 일을 일삼는다거나.”

 

그러면 티르의 쉼터는 왜?”

 

사실상 다 큰 성인이 술을 먹고 노는 것은 문제가 안 되긴 하지. 게다가 티르의 쉼터나 몽화관 같은 경우는 건전하게 대접하기 위함이야. 몸을 팔거나 산다는 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 곳이지. 그러면 이건 내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의도는 단 하나.”

 

하멀 씨는 단 한가지 가설을 말했다.

 

티르의 새로운 호문쿨루스 실험과 폭발사고로 위장시키려는 의도야. 칸포리우스에 있는 티르의 쉼터는 총 6곳인데, 그 중에 1곳이 무너져 내렸으니 다음 위치로 이동을 했겠지.”

 

아니. 잠깐만요? 티르의 쉼터를 왜 티르가 없애려고 하고 있는 건데요?”

 

그야 당연히 천칭들의 모임에서 칸포리우스만 독자적으로 티르의 쉼터를 지키려고 했잖아? 하지만 아우리스 교단들은 예전부터 티르의 쉼터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거든, 다른 나라에서 보복이 오는 것은 무섭지만, 빛의 대성당에서 이단심문관을 보내는 것은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아. 그러니 티르는 계획이 틀어질 것을 생각해서 우선 방해가 되는 티르의 쉼터를 직접 부숨으로써 안전을 도모한다. 라는 이야기.”

 

그러면 칸포리우스는 티르의 쉼터를 지킬 이유가 없었잖아요?”

 

선택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지키려고 했던 것을 독자적으로 부순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천칭들의 모임에서는 각 나라의 권력자들이 모이는 구간이야. 거기서는 절대적인 중립은 없어. 그러니까 티르의 쉼터를 부순다.’부수지 않는다.’를 통해, 지금 칸포리우스에게 호의적으로 협력할만한 세력을 알아보는 취지로, 칸포리우스는 부수지 않는다.’로 선택했지만, 의외로 자기 빼고 전부다 부순다고 선택을 하니까. 간략하게 남아 숨겼던 티르의 계획은 일단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지. 그런 것도 모르고 전 대륙에 영향이 갈만한 일을 터트려봐라. 곧바로 각 국에서 최정예 병사들이 칸포리우스에 집결해서 셔플댄스를 출거다.”

 

그러니까 단순히 말해서 그냥 자기 편이 누군지 확인하고 싶었던 거네요. 그리고 자신의 편이 없으면 티르의 쉼터는 부수면 그만이다. 라는 것도...”

 

다음 천칭들의 모임에서 티르의 쉼터가 불의의 사고로 다 부셔졌는데, 재건할 마음은 없다고 말하면 결과적으로 다시 관계가 회복이 되겠지.”

 

빠져나갈 구멍은 다 만들어놓고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일까?

아무튼 남은 5곳의 티르의 쉼터가 남았지만...

 

애초에 하멀 씨. 우리가 나서지 않아도 칸포리우스 제국에 있는 티르의 쉼터가 다 박살이 날 것 같은데요? 우리는 그냥 접고 갈까요?”

 

아니. 티르의 새로운 호문쿨루스의 실험체라고 했잖아?”

 

그것만 보고 대체 티르의 새로운 호문쿨루스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신벌의 대행자라는 소리가 어떻게 해석이 되면 새로운 실험체인데요?”

 

하멀 씨는 입안에서 사탕을 빼고는 나에게 말했다.

 

신벌의 대행자라는 말은 절대로 이단심문관이나, 성기사, 아우리스 교단 중에 전투원이 아닌 이상 내뱉지 않는 말이야. 내가 아무리 아우리스 교도들과 접촉을 하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백색의 로브를 쓰지 짙은 녹색의 로브를 쓰는 꼴은 못 봤어. 5가지 가설 중에 하나가 얻어걸리길 바라는 가설은, 그 녀석이 과거에 죽었던 사람이고 체세포를 복제해서 호문쿨루스로 만들었다는 가설이야. 애초에 달의 기술력까지 사용하고 있는 티르니까. 그 정도는 가능하겠지.”

 

아직은 가설단계라고는 하지만 너무 엉망진창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해연의 경우에는 과거의 전쟁 후에 정령계로 가서 200년 뒤에 나타난 사례는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하멀 씨도 유일하게 한 명밖에 모른다는 그런 특이한 전투를 하는데, 그걸 호문쿨루스로 다시 만들어서 살려내고 명령을 주입시킨다?

 

그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직접 잡을 수 밖에 없겠네요. 직접 잡아서 물어 봐야죠.”

 

그럼 평민. 너는 앞으로 5개 중에 하나를 골라 그 근처에서 잠복근무를 하겠다는 소리야?”

 

뭐 그렇게라도 해야 하지 않나요? 최소한 다른 마을에서 나타나 디럭스 봄버를 냅다 날릴 수도 있으니까. 애초에 5개를 다 터트리기 전까지 계속 움직일 것 같다면서요? 하멀 씨의 가설도 입증할 겸. 우리는 티르의 쉼터 그 근처에서 음식을 먹거나 딴짓이라도 하면서...”

 

잠깐! 카일이 호스트!”

 

루니아 누나가 느닷없이 내 뒤에서 사진기를 집어 올리기 시작했을 때, 빛보다 빠른 나의 몸은 이미 루니아 누나의 손을 막고 있었다.

 

이 사람이 또 뭘 찍으려고! 집어 넣어!”

 

카일에게 접객을 당하고 싶어요! 당장 제비 같은 양복차림을 입고 이 누나의 하트를 멈출만한 근사하고 황홀해지는 말을!”

 

이 사람이 어째서 폭주하고 있는 거야!

 

잠깐! 누나! 내가 언제 티르의 쉼터에서 호스트로 위장취업을 한다고 했어요? 그 근처에서 잠복을 하겠다는 소리지! 잠깐! 멋대로 입히려고 하지 마요! 그 곰과 같은 태세 하지 말라고요! 그렇다고 봉황의 태세를 하지 말...잠깐? 무슨 태세전환이 이렇게 빨라!”

 

붉은 눈에는 이상과 기대를 가득하게 채운 상태로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우선 루니아 누나를 전력을 다해 멈추고 있었다. 하지만 루니아 누나의 괴력에 맞서 싸우는 나의 모습을 비유하자면, 맨손으로 밀어서 거인의 진격을 막아내는 것과 비슷한데, 그게 가능하냐고?

 

불가능하지 당연히...

=============================================================================================

오늘은 너무 피곤한데 사장님께서는 초심을 잃었다고 말하시더군요.

그야 당연히 7개월 이상을 근무했으니 권태기가 찾아올만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