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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308

FNL-Phantasm 2017. 1. 5. 02:28

308

 

 

 

눈을 잠깐 붙이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 맴도는 메시지들이 한가득 채워진 상태에서, 정리를 하기 위한 몸부림에 의해 휴식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내가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게 해준 것은 루시피나가 내 이마에 손을 올렸을 때였다. 밖에서 방금 들어왔는지 가열되었던 뇌가 천천히 식으면서 내가 깰까봐 작게 웃고 있는 루시피나에게 나는 입을 열었다.

 

어디에 다녀왔어요?”

 

리벌트. 마법대학에서 신랑의 제자들을 좀 보고 왔어. 잘 지내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매리와 마리는 뭐라고 하던가요?”

 

신랑이 온다면 신기한 것을 많이 보여주겠다고 하더라고, 게다가 그 아이들은 벌써 남자친구도 만든 것 같던데?”

 

좋아. 만약 매리와 마리가 결혼을 할 때, 하멀 씨의 의지를 이어받아 신혼여행에 따라가야겠네요.”

 

신혼여행을 왜 따라가?”

 

작게 웃음 짓고 있는 루시피나는 내 머리를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입을 열었다.

 

마왕님께는 들었어. 지금 루노아라는 사람이 행방불명 상태라는 것과, 칸포리우스 제국자체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말. 그리고 내일은 2번째 연회에 가야한다는 말도. 정말 혼자서 무리가 갈법한 일을 잘 한다니까?”

 

루시피나도 대체 제가 없는 곳에서 얼마나 부수고 온 거에요? 호문쿨루스들.”

 

어라? 알고 있었어?”

 

그냥 찍어본 겁니다. 근데 맞나보네요.”

 

신랑과 나는 천생연분이란 증거인가?”

 

알게 모르게 그냥 찍은 것뿐인데 우연히 맞았다는 것은 천생연분이라는 증거가 단 1%도 없지만, 그래도 루시피나의 해맑게 웃는 소리가 들려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루시피나의 양손이 내 머리위에 올라가서 꾹꾹 지압을 하고 있을 무렵. 루시피나가 걱정이 되어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어릿광대가 준 가면을 꺼냈다.

 

이건 초기에 신랑이 쓰던 가면 아냐?”

 

이걸 지니고 있으면 저주에 관련된 것은 100%반사해준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드래곤이 미약한 저주마법에 걸릴 일은 없지만, 혹시 달인급을 넘어선 저주술사라도 존재한다면 큰일이니까요. 그러니 이건 루시피나가 가지고 있어요.”

 

날 걱정해주는 거야?”

 

저 질문은 그렇군. 긍정으로 답하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사실상 루시피나가 용살자에게 치명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최강의 생물은 드래곤이다.’라는 편견은 이미 깨진지 오래였다.

 

보호해야할 대상은 아니지만 도움을 줘야하는 대상으로 관점이 바뀌면서, 솔직한 심정으로 혼자 다닌다고 할 때마다 계속 불안하긴 했다. 무소식의 희소식이라는 말이 영원하지 않고,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사고가 늘 터질 수 있으니, 말로는 표현할 수 없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매우 기뻐. 부족의 전통으로 신랑을 따라왔지만, 만약에 따라가지 않았으면 정말로 후회가 가득했을 것 같아.”

 

그때는 반하지 않았단 소리에요?”

 

아니,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부터. 이미 반해있었거든.”

 

마음 한구석이 온기로 가득 채워지는 기분이다.

그 이상으로 부끄러워서 뭐라 말을 할 수 없고, 천천히 정적의 흐름에 맞춰서 침묵을 유지해 나아

 

오늘은 짜장면 먹는 날!”

 

가려고 했는데, 내 옆에서 우아한 검은 날개를 펼치며 신난 표정으로 데모르테는 위와 같은 말을 했다. 나는 뭔가 눈과 귀를 의심하게 되었는데, 첫 번째로 어처구니없게도 짜장면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는 음식이었으며, 두 번째로는 짜장면을 먹는 날이 따로 있다는 의미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운석처럼 충돌하고 있을 때. 데모르테는 나를 일으키기 위해 내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일으키기 위해서 흔드는 것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고 물어본다면, 더욱 더 상세하게 말해줄 필요가 나에게는 있는데, 말 그대로 내 몸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그것도 내 양쪽 발목을 잡고 이불을 털어서 먼지를 빼버리는 것처럼.

 

! 잠깐! 그만! 그만하라고!”

 

그러니 카일! 짜장면을 해먹자! 다른 세계에서는 일주일에 한번 씩 꼭 먹어야 한다고?”

 

그건 광고겠죠! 그보다 난생 처음 듣는 음식은 또 뭐에요! 누가 가지고 온 거야!”

 

마리아는 종이상자에 한 가득 이상한 물품을 가져왔는데, 그 안에는 기묘하게 포장되어있는 물건들이 한 가득 쌓여있었다. 얼마나 쌓였는지 양손에 들고 있는 마리아의 얼굴이 가려질 정도.

 

. 다른 차원에서 가지고와서 그런지 꽤나 힘든 작업이었군. 루시피나. 마침 잘 왔노라. 첩이 이걸 가지고 왔는데 조리를 할 수 있는가?”

 

마리아냐!

 

마리아. 대체 저번부터 어디를 다녀온 거에요?”

 

그야 당연히 다른 차원에서 맛 집 탐방을 했노라. 데모르테하고 같이.”

 

확실히 스케일이 다른 두 사람이라서 그런지, 노는 스케일도 차원단위로 노는 거라 생각했지만, 다른 차원의 물품마저 가지고 온다는 소리는 처음 들었는데? 게다가 데모르테가 입은 옷과 마리아가 입은 옷은 전혀 이곳의 물품이 아니었다.

 

뭔가 덕지덕지 입고 온 것 같은데 어딜 다니고 온 거에요? 섬유의 조성이 아크릴이라는 건 대체 뭐고요?”

 

부드럽지 않는가? 애초에 그곳에서 아크릴이라고 생각하면 아크릴 판이라는 플라스틱의 종류이지만, 합성 섬유에도 아크릴이 있는데...따지고 보니 아직 이곳의 문명단계는 합성섬유에 관련된 개발이 아르칸 제국에서 막 시작할 때로군. 물론 달의 기술력으로 합성섬유는 이미 나왔지만, 확실히 이곳이 엄청 복잡한 세계라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니 아크릴이고 미스릴이고 상관없고, 지금 들고 온 것은 대체 뭔데요?”

 

인스턴트식품이라고 들어 봤는가?”

 

아뇨.”

 

뭐 짧은 조리만으로 훌륭한 음식을 만드는 상위차원의 기술력의 집합체이니라. 오늘은 그걸 체험시키기 위해서 첩이 직접 사들고 왔노라. , 첩과 데모르테와 같이 힘을 압축하고 비집어서 차원에 진입을 하느라, 거기에는 아마 기상이변으로 폭설이 내렸겠지만...”

 

오는 그 자체가 민폐잖아요!”

 

괜찮은 거냐! 그 세계는!

 

괜찮다. 사상자는 없을지도 모른다.”

 

모른다가 왜 나와!”

 

가득 쌓여있는 물품들을 보면서 굳이 지금 당장 루노아 씨가 위험하다는 말은 하지 못하겠고, 나중에 레시아가 알아서 전파를 할 것이라 생각하며, 우선 이 널브러진 물품을 빨리 정리하기 시작했다.

 

식사시간이 다 되고나서 나타난 것은 검은색으로 치장이 되어있는 면이었는데, 나는 누가 면에다가 검은 잉크라도 뿌린 줄 알았다. 본래 색상이 검갈색이라고 알려준 마리아의 말이 아니었다면, 평생 먹지도 않았을 충격적인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먹어보았을 때는 부드럽고 풍미가 가득한 맛이라 좋았다.

 

그렇게 느닷없이 이세계 음식체험을 끝낸 이후에는, 앞으로 칸포리우스 제국에 대한 회의였는데, 맨 처음 마리아의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냥 귀찮은데 폭파시키는 것이 어떻습니까? 마왕님?”

 

아니. 폭파라뇨? 한 제국을 지도 밖에서 퇴장시킬 생각이에요?”

 

마리아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태클을 걸 수밖에 없는 사명. 누가 나에게 이딴 사명을 줬는지 몰라도, 나중에 찾아가서 부셔버리고 싶을 정도다.

 

카일이여. 옛말에폭발은 예술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아니. 그거 명언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예술은 폭발이다!’겠죠.”

 

나는 마리아가 틀린 말까지 수정을 해주면서 따졌다. 게다가 칸포리우스에 느닷없이 폭발이라도 일어나서 지도밖에 모든 국민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원흉이 잡화점이라면 말 그대로 천칭들의 모임에서는 잡화점을 전부 제거하기 위해 연합을 하겠지.

 

어차피 지금은 카일이...아니, 카린이...아니, 류연이...대체 이런 쓸 때 없는 이름들을 왜 만들어서 첩을 헷갈리게 하는 것인가?”

 

누가 좋아서 이런 줄 알아요? 어쩌다보니, 이런 위장신분을 만들어 내야 하는 제가 다 서러워 죽겠네요.”

 

그 이후에 데모르테가 손을 들었는데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나는 데모르테에게 말해도 된다고 알려줬다.

 

칸포리우스 제국은 아우리스 여신의 가호를 받고 있어. 느닷없이 나타나서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천계에 있던 모든 발키리와 집행자들이 나타나게 될 거야. 그러니 이 일은 아우리스 여신에게 미리 말을 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하면 안 돼.”

 

아우리스 여신이 허락하면 부셔도 된다는 소리잖아?

 

그럼 짐이 직접 아우리스에게 찾아가서 칸포리우스를 부수고 올 테니, 엄지나 빨면서 기다리고 있어라.’라고 말하면 되는 것인가?”

 

아니! 그건 허락을 받으러 가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잖아요! 그보다 그런 말은 대체 어디서 배우고 온 거에요!”

 

루나링의 만화에서 쓰여 있는 대사 중에 하나다.”

 

루나 이 기지배. 집에 들어오기만 해봐라.”

 

지금 내가 꾸미려고 하는 계획은 류연의 이름으로 두 번째 연회에 초대를 했을 때, 잡화점에 있는 멤버들 전부를 각자 역할에 배정시켜서, 베이르노 성 안에 모두 잠입을 시킬 생각이었다. 어떻게 침투해도 상관이 없다면 그림자 속이라도 좋다는 생각으로, 확실히 작전의 개요는 낮에는 새가 듣고, 밤에는 쥐가 듣는다.’라는 속담에서 채용한 것으로, 형태를 숨기고 잠입을 하여 뒷담 하나하나까지 전부 녹화, 녹음을 하는 것.

 

지금은 루노아 씨가 남겨준 모든 메시지를 조합하면, 칸포리우스의 상태는 지금 누군가에 의해 국권이 빼앗긴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에요. 어느 누가 약점을 잡고 휘두르고 있거나, 겉으로 보았을 때는 멀쩡했던 알렉산더 칸포리우스도 분명 알게 모르게 조종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게다가 연회에서 파르온이라는 용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파르온 주위에 관계를 맺고 있는 12명의 부인들은 분명 전부 비전투원이 아닐 거예요.”

 

그럼 오히려 그들로 인해 들킬 가능성이 있지 않는가?”

 

애초에 마나의 존재를 맨 처음에 감지하는 마법사의 길 초급 단계는 타인의 에너지그 자체를 감지할 수 있다. 레시아가 나에게 마나의 활로를 뚫어주고 맨 처음에 봐온 것이 레시아의 강력하고 거대한 마기였으니까. 따라서 타인에게 발각될 확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트로이 목마라는 말 아시죠?”

 

그건 알고 있다. 잠깐? 그럼 카일이여. 베이르노 성 안에 들어갈 때, 모두 다 담고 진입하겠다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피나와 데모르테는 루나와 카렌이 돌아오는 대로 그 날에는 잡화점을 지켜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레시아와 시나는 담을 수 있고, 마리아는 제 그림자에 동화를 하면 되요.”

 

마스터. 인원을 하나만 늘린다고 하여 달라지는 것이 있습니까?”

 

하얀 올빼미인 시나가 물어보는 이유는 마리아를 추가로 데리고 갔을 때의 효과를 물어보는 것. 따라서 나는 시나의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답을 했다.

 

마리아는 검은 성배로 강력한 위용을 낼 수 있지만, 진면목은 정신계통의 마법들이지. 정신계열 쪽에서는 어느 누구도 마리아를 따라올 수 없어. 그러니 정신적으로 조종을 받고 있는지, 아니면 정신이 오염되는 진원지가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게다가 두 번째 연회에는 그 자들이 무슨 일을 꾸밀지도 모르고 말이죠.”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말이로군요. 마스터.”

 

시나는 납득을 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꽤나 중요하니까. 이쪽에서도 준비를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계속되는 말이 주고받을 때도 칸포리우스 제국을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아닌, 나의 안전을 첫 번째 목표로 회의시간이 계속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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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 카운터 피시를 손보시는 도중에 글이 날아가서 다시 썻습니다.

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