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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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회복을 했지만 아직까지 안정을 위해 자고 있는 루시피나를 보고,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천천히 내쉬면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래도 예상했던 것처럼 티르의 동료인지 부하인지는 몰라도, 분명 잡화점 멤버를 압도할 만큼 강한 적은 존재할 거라 생각만 해뒀다. 게다가 상성마저 이렇게 안 좋을 줄은 몰랐지만, 아직 별의 아이 계승식은 하루 정도 남았을 무렵. 마리아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수술은 했지만 이대로 환자가 깨어날지.”
“아니. 마리아. 그건 다른 차원에서 나오는 대사잖아요. 기묘하게 생긴 하늘색상의 수술복도 입고 오지 말라고요.”
애초에 수술도 하지 않았어. 시나의 빛이 루시피나의 상처를 치유한 것이지.
그 전에 깨어나야 하잖아.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나가 왔을 무렵에는 이미 용살자에게 치명상을 준 루시피나가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데모르테는 그 용살자의 숨통을 끊어버리고 나서, 죽지 않게 보호를 해준 것이지만, 그래도 상처가 깊어서 조금만 늦었다면 어찌 되었을 지는 생각하기도 싫군.”
연한 초콜릿 색상의 피부를 가진 마리아는 늘 그렇듯이 사탕을 입에 물고는 말했다. 사탕을 물고 말하는 이상한 묘기를 보여주는 마리아는, 천천히 내 반대편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말하기를...
“그래도 그 트리니티인지 뭔지 하는 녀석으로부터 잘 도 버텼군. 첩은 카일이 항상 성장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반년 정도 될 무렵에 이렇게 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나중에 첩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면 카일을 불러도 될 것만 같은데?”
“마리아는 위기가 없잖아요.”
“첩도 위기가 많았다. 예를 들어 6인큐를 돌려야 하는데 5명 밖에 없을 때는, 카일을 몰래 데리고 와서 같이 고급시계를 한다거나.”
“그건 다른 차원의 게임 이야기이고!!!”
그런 일로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에 보았을 때는 좋은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슬슬 카일이 성장을 하면서 장난감이 아니라, 나중에는 첩이 장난감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 당장 모의전을 하게 된다면 십중팔구로 첩이 승리를 하겠지만.”
아직 마리아가 본래의 힘을 전부 개방한 것을 못 봤으니까. 지금에 와서 모의전을 했다가는 미지의 힘으로 디지털 세계에 들어가, 아구몬을 만나는 그런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 아니면 내가 저승길에 다시 가려다가 사신에게 맞고 되돌아오는 루프는 겪고 싶지도 않고.
“그나저나 첩이 이 이야기를 해줬던가? 첩이 오랜만에 다른 차원의 종말을 알리기 위해 갔을 때는, 거기에 소년 하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처음 듣네요. 그건….”
“물론 여기서부터 날아가야 6개월 정도 걸리는 미지의 땅에 내려다 주기는 했지만,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카일과 그쪽에서 데이트를 하고 싶다. 상상 이상으로 발전된 문명단계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기 위함이기도 하니까.”
누구인지 몰라도 꽤나 고생하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그 애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간 거니까.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곳에서 홀로 어떻게 살아갈지.
“그 전에 데이트라뇨. 저더러 잡혀가라고요?”
“뭐. 딱히 괜찮지 않은가? 키스도 진~하게 한 사이인데? 물론 남녀의 관계가 더욱 깊게 되려면, 밤에 하는 놀이가 최고지만 말이지.”
“커다란 폭죽에 메달아 놓고 밤하늘에 쏘아 올리기 전에 조용히 해요. 아니면 행성 마리아 22 : 53 : 13 좌표에다 걸어드릴까요?”
“첩은 어린 아이 같아 보여도 이미 성인으로 성장한 몸을 가지고 있다고?”
아니. 누가 보면 아직도 어린 아이라고 본다고요.
“카일을 만나기 이전에도 전에 다른 몸에 들러붙었을 때. 엘티노스가 첩에게 밤에 사용할 수 있는 필살기를 모두 알려줬다. 매번 엘티노스에게 당하긴 했지만, 잠깐 시간이 허락되면 카일에게 시험 삼아 사용하고 싶구나.”
“필살기라니? 누구 죽일 거에요?”
“확실히 승천이기도 하겠군.”
“하지마.”
모든 것에 단칼에 거부하는 이유는 늘 그렇듯이 확실하게 존재해야 한다. 자제를 시키는 것이 가장 커다란 미덕이며, 유혹에 지지 않고 넘어가지 않는 것 또한 인간의 사명.
게다가...
“그런 어린애 모습으로 유혹을 한다고 해도, 특정 취향을 가진 남자들만 몰려온다거나, 귀여운 인형을 좋아하는 여성들만 걸려들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지나가던 가면 라이더가 라이더 킥을 날려버리거나.”
“어째서 라이더 킥인 것인가? 그보다 첩은 디케이드에게 당하는 괴물의 입장인가? 그럼 옆에서 나루타키가 느닷없이 나타나면서“오노레 디케이드!”라고 외치는 것인가?”
“어째서 그리 세부적으로 잘 알고 있는 건지 그 이유부터 알려주시겠어요?”
가끔가다 마리아가 하는 말은 나의 상상을 초월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다른 세계와 차원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여왕이라 그런 걸까? 다른 곳의 지식을 마구잡이로 습득을 한 뒤에, 이곳에 퍼트리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기도 하고...
마리아는 의자에서 일어나 내 무릎 위에 다시 앉고는 내 목을 끌어 안았다. 단순히 지탱을 하기 위해서 끌어 안은 상태로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가는 마리아.
“애초에 첩은 카일에게 반한 기억이 없다. 당연하게도 첩이 나타났다는 이유는 그 세계의 종말을 뜻하는 것. 하지만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운명이라고 해야 할지. 차기 잡화점의 주인이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이 세계에서 종말을 면하는 면죄부와 같다고 봐야 한다.”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왜? 그 전에 제가 질문을 하는 것에 답변이 되지 않아요.”
여전히 고개를 살짝 비틀면서 자신감 있게 나를 쳐다보는 마리아는 입을 열었다.
“그야 당연하지. 지금은 첩이 이렇게 붙어 있고 싶으니까 그런 것이다. 최근 오랫동안 출연하지 않아서 카일의 온기가 그리웠던 참이다. 물론 다른 이가 이걸 본다면 수사관에게 신고할 법하지만, 잡설은 집어 치우고 첩은 늘 그래왔듯이 정신기생체다. 이 몸으로 들러 붙은 것뿐이지, 현실은 실체가 없이 유체상태로 떠돌아다니는 망자와 같은 것. 영겁보다 더 오래된 삶을 살아온 첩이 자연스럽게 해온 것은, 첩의 몸이 되어주는 숙주를 다른 차원으로부터 찾는 일이니라. 첩은 때때로는 시끄럽게, 때로는 고요하게 강림을 하며, 모든 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지식?”
“예를 들어 몽골리안 웜의 필살기가 몽골리안 춉이라던가.”
“그건 지식이 아...읍!!”
마리아는 기습적으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덮쳐왔다. 제길 내가 태클하는 것을 기다리고만 있었다니. 집요하게 내 혀를 노리고 들어온 마리아의 키스로부터 때어내고는 싶었다만, 애초에 지금 마리아를 밀치면 마리아가 바닥에 넘어진다. 아니 그건 상관이 없는데 가장 큰 문제는, 나까지 넘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음으로 진행이 되는 구도가 되어버리니까. 이건 내가 범죄자가 되기 이전에, 레시아와 시나에게 걸리는 순간 아마...
-폭☆발-
제길 귀엽게 강조한답시고 가운데에 별까지 들어가다니. 아무튼 오늘이 마지막화가 되기 전에 마리아가 스스로 멈춰주길 빌었...아니. 멈춰주길 왜 빌어 지금 현재진행형인데!
“후우...정말이지. 카일은 빈틈이 없어서 첩은 계속 외로웠단 말이다. 물론 글쓴이가 첩과 카일의 스킨쉽 같은 것은 세간의 눈에는 좋지 않다고 판단을 하고, 계속 자제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지금은 글쓴이에게 라이더 킥을 시전하고 와서, 멋대로 이렇게 진행이 가능한 것이니라. 그야 당연히 이번에는 좀 더 진도를 나아갈 수도 있고.”
나와 거의 비슷한 흑색의 진주가 촉촉히 빛나고 있을 무렵. 나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아니, 마리아. 글쓴이에게 라이더 킥을 시전하면 안 되죠.”
“괜찮다. 꿈에서 가격했으니 꿈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을 것이니라. 이벤트 호라이즌도 본 적이 없는가? 우주선이 느닷없이 지옥으로 가는 그 전설의?”
“본 적 없어요.”
차원을 이동하는 마리아만 봤겠
-칵!
“아팟!”
마리아는 정확하게 경동맥이 지나가는 부위를 살짝 물었다.
“이건 첩의 서비스다. 카일만큼은 첩을 따르지 않아도 검은 달의 일원이 되어 줘야겠다. 그래야 나중에 멸망을 하는 그 날. 첩이 나타나서 카일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 있기도 하고, 카일의 수명이 전부 다하는 그날에 카일의 영혼과 함께 할 수 있으니까. 첩이 마왕님 아래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카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며, 사실상 첩의 지위는 마왕님과 대등 그 이상이라는 것을 잘 알도록. 그럼 이어서 계속...”
툭. 툭. 하고 마리아는 가느다란 손으로 연한 하늘색의 Y-셔츠의 단추를 하나 둘씩 풀기 시작...
“이 아니라!”
하려고 했으나 마리아의 양 손을 막았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대로 진행될 뻔했네.
“카일도 부끄럼쟁이로군. 첩이 이렇게 용기를 내어 겨우겨우 행동을 옮기는데.”
“그쪽이 행동을 옮겨서 난감할 만한 사람이 많거든요!”
마리아는 나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완고한 성격을 볼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언젠가는 크게 한번 무너지게 되면 카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크게 무너지다뇨?”
“루시피나가 다쳤다는 그 이유 하나로 카일은 상당히 분노했다. 애초에 신격화를 한 상대를 평소와 같은 몸으로 싸우려고 했으니까. 당연히 카일의 전략과 기량이 있기에 버티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대상을 섬멸한다는 조건이었다면 카일은 분명 크게 당했을 것이다.”
마리아의 눈에서는 약간 걱정하는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마리아는 말한다.
“카일이여. 혼자서 해결하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다. 하지만 카일은 데모르테를 통해 우리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루시피나를 보호하라고만 하지 않았는가? 자신이 처한 상황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우리들의 보호로부터 서서히 졸업하려고 하는 행동은, 아직까지는 카일에게 큰 화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사실상 잡화점의 멤버는 나보다 더 강력했지 전부 약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지만, 루시피나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충동적으로 그런 다급한 결정만 내렸다.
“그래도 그때 카일이 얼마나 멋있었는데~. 검은 달의 여왕은 사나이가 멋있어지는 것을 왜 그렇게 막는지 모르겠다니까아?”
나와 마리아가 거의 동시에 창문 쪽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데모르테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며 입을 열고 있었다.
““아이 깜짝이야! 이게 뭐야!””
나와 마리아는 거의 동시에 소리친 것과 동시에, 데모르테는 나와 마리아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보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어머나. 우리 딸을 놔두고 다른 여자랑 초저녁에 야시시한 모습으로 있다니. Y-셔츠의 단추까지 풀 정도면 현재진행형인가?”
나는 당황한 듯이 입을 열었다.
“잠깐! 데모르테! 이, 이건!”
“주인...”
“마스터...”
내 뒤에 분노와 살기가 조화롭게 배치된 레시아와 시나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후우... 기왕 날아가는 거 별 모양으로 날아가야지.”
그 후.
잡화점이 폭발하면서 나는 저 하늘의 별이 될...수 있었는데, 실제로는 파이론에 있는 공원의 분수대까지 날아가 그대로 분수대의 물에 잠겨 일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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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오늘 악몽꾸고 일어나도 여전히 꿈이였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