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76

FNL-Phantasm 2016. 12. 3. 01:51

276

 

 

 

평생에 이렇도록 가장 당황한 적은 없었지만, 당황한 이유라고 말할 것 같으면, 느닷없이 내가 죽을 뻔한 백색의 광선도 아니고, 나를 습격해온 사람이 여성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것은...

 

내가 전혀 묻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직책까지 말하는 인간은 처음 봤다! 독자들도 어이가 없어서 코멘트로 태클을 걸잖아! 너는 정보 보호에 대한 개념을 개밥그릇에 같이 주고 온 거냐!”

 

느닷없이 거리를 좁혀 검을 휘두르는 트리니티, 하지만 그 행동은 이미 운명을 보았기에 간단하게 피할 수 있었다. 지금은 데모르테가 나를 신격화 시켰으니 천천히 귀걸이 상태로 있던 티르빙을 사브르로 변환시켰다. 아직까지 이 구역은 엘티노스가 만든 막대기를 설치하지 않았으니, 마나를 사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흐음? 상대가 전력을 안 내고 있네? 그럼 목표는 따로 있다는 건데?]

 

데모르테가 내 머릿속에서 그렇게 힌트를 줬다.

 

다른 목표라면...

 

설마 루시피나를!”

 

의외로 두뇌회전이 빠르시군요. 어째서 티르 님이 이런 얼빵한 남자를 죽이라고 했는지, 그 이유가 서서히 납득이 되어가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그 드래곤 계집에게는 용살자<Dragon Slayer>가 이미 상대하고 있죠. 아무리 드래곤 로드의 딸이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웜급이 아닌 성룡급이니 어린 아이 괴롭히듯 농락하다가 처리하겠죠.”

 

내 앞에 투구까지 써가면서 중무장을 한 트리니티라는 여성은 매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내 목에 각인 되어있는 용족혼인의 문양이 불이 난 듯이 뜨거운 걸로 봐선,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판단을 한 뒤에 나는 데모르테에게 부탁을 했다.

 

[데모르테. 지금 당장 루시피나를 도와주세요.]

 

[하지만...저 여자는 신격화가 된 상태인걸? 같은 등급으로 올라가야만 상처를 낼 수 있는 상대야.]

 

[지금 그게 문제에요? 루시피나가 죽게 생겼는데! 멋대로 흘러온 잡화점 멤버중에 하나라도, 죽게 내버려둘 수 없는 동료라고요! 게다가 제가 저런 여자 상대로 설마 계획이 없는 줄 아시나요?]

 

서서히 데모르테가 내 앞에서 모습을 보이면서 붉어졌지만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이럴 때 나를 반하게 하지 말라고?”

 

반하게 할 생각은 없는데요...”

 

그래도 멋진걸? 자신의 여자를 위해서 조금이나마 희생을 하려는 그 정신, 솔직히 그 루시피나라는 그 드래곤이 카일보다 더 강할 텐데, 오히려 정확하게 판단을 하고 나에게 정직하게 부탁을 한 점. 너무 마음에 들어서 우리 딸에게 주기는 아까울 정도야. 엘티노스의 잡화점이 너를 후계자로 지목했는지 알겠는걸? 내가 올 때까지 잘 버티고 있어.”

 

마지막으로 데모르테의 손가락으로 내 이마에 붙여진 반창고를 살짝 누르고는 눈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나와 트리니티만 남은 상태에서 사브르를 고쳐 잡고, 몸 속에 있는 마나를 서서히 회전시켰다. 거리를 좁혀오는 상대를 눈으로 따라갈 수는 없지만, 여태까지 살아가면서 나도 많은 검을 부딪치고, 다른 적들과 수도 없이 싸워왔다.

 

이제는 그저 마나로 예민해진 감각만으로 검을 받아내고, 다시 휘두르면서 불꽃이 이리저리 튀었고, 왼손에는 초승달처럼 아름다운 곡선을 그린 은빛송곳과, 팔에 장착되는 뱀 조종자까지 소환을 해서 6개의 사슬 검이 빠르게 추격했다. 트리니티는 가공할 만한 속도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내 모든 공격을 허무하게 할 정도로 빗나가게 만들었고, 트리니티가 방패로 돌진하는 것을 마법방패를 소환한 뒤에 발로 지탱하며 막아냈다.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발이 저려오는 충격에 잠깐 비틀거릴 틈도 없이, 방패를 올려 치면서 내 마법방패를 위로 튕겨내고 검으로 내려치는 것을, 사브르를 역수로 잡고 몸을 감싸 저 멀리 튕겨나가는 것이 한계였다.

 

신격화가 된 상대는 이미 신체능력마저 다르긴 하지만, 신을 품어서 신격화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자신의 상태를 일시적으로 신격화로 만드는 그런 기술이 있을 리가...아니 있다. 딱 한가지가.

 

초월의 의식이군. 너의 몸 어딘가에 초월의 의식에 관련된 무언가가 있어.”

 

루노아 씨가 이전에 어릿광대와 나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했던 곳에는, 초월의 의식을 사용해서 압도하려고 했지만, 의식에 필요한 추가 제물이 없어서 그나마 약한 수준이라면, 지금 트리니티가 신격화를 할 정도로 강화가 되었으니, 제물 대신에 다른 무언가가 매개체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다.

 

정말 상대를 하면 상대를 할수록 말은 많지만, 티르 님께서 왜 당신을 0.000000000001초라도 빨리 죽이라는 말씀을 하신 이유를 알겠군요.”

 

0은 다 세고 있는 거냐?”

 

실례네요. 정확한 계산이야 말로 특기. 당신을 평방 1cm로 새의 털을 뽑듯이 뽑으면, 생명활동이 정지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건 누구나 다 죽어.”

 

그리고 정확한 지식을 전파하는 것 또한 저의 주특기이죠. 그러니까...H2O는 산소입니다. 문과생인...”

 

그건 유행이 지났으니까 그만 하라고!”

 

트리니티 검에 빛이 응축되어 있는 것으로 봐선, 아까처럼 방출해서 광선을 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저 강화를 하면서 휘두른다고 한다면야...

 

마법부여: 새벽<Daybreak>.”

 

사브르와 은빛 송곳에 천천히 바다 빛이 물들면서 내려왔다.

 

그럼 지금 상태에서는 내 공격에 한방이라도 스치면, 너의 신격화는 풀린다는 말이로군?”

 

정면으로 달려오는 트리니티와 동시에 검을 휘두르기 위해 도약한 나. 하지만 오히려 때리라고 빈틈을 주는 트리니티의 행동이 내 눈에 포착이 되었고, 불길한 기분이 나와 마주칠 때쯤에, 땅바닥에 닿기 전 아슬아슬하게 마법방패를 소환하면서, 다시 공중으로 도약을 해서 트리니티의 공격에 벗어났다.

 

떨어지는 충격을 감소하기 위해 바닥에 구르면서 다시 뒤쪽을 보았을 때는, 트리니티가 3명으로 분할되어 사방에 검이 엉킨 채로 가만히 있는 모습. 그리고 그 3명의 얼굴이 하나같이 나를 똑바로 봤을 때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 피했군요.”

정말인지 감이 좋은 사람.”

그 짧은 틈에 피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죠?”

 

그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전개는 또 뭐야?”

 

막상 다른 점이 있다면, 장비의 색상과 눈동자가 빨강, 초록, 파랑으로 나뉘어진 점을 보면, 애초에 이들은 서로 합쳐져 있다는 소리가 된다. 트리니티. 즉 삼위일체라는 것. 그렇다고 어딘가의 탐식의 망치+광휘의 검+열정의 검+300골드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판다리아의 팬더가 어스, 파이어, 스톰으로 나뉜 것도 아니다.

 

너희들이 무슨 변신합체 로봇도 아니고, 평상시에 변신하고 다니지 말란 말이야. 깜짝 놀랬잖아.”

 

현관에서는 자주 합체...읍브브븝.”

그건 일반인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랍니다.”

시끄러. 네가 먼저 시도했으면서.”

 

나는 여기서 그런 콩트를 하라고 말한 적도 없어.

 

다시 천천히 서로 겹쳐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하나로 뭉쳐져서 밝은 갑옷을 입은 트리니티로 나타났다.

 

맨 처음부터 3명으로 분리하지 않는 것은, 방심한 적을 일격에 죽이기 위함이로군?”

 

아뇨. 그건 틀립니다.”

 

아니. 이 정도면 정론이 아닐까? 애초에 히든카드는 늘 숨기고 다니며, 항상 만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기본이잖아?

 

글쓴이가 귀찮아합니다.”

 

“.... 그것도 정론이네.”

 

그러면서 지금 옆 대륙에 관련된 글을 천천히 쓰고 있다지?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초월의 의식을 받은 3명의 개체가 하나로 뭉쳐졌을 경우에는, 어마어마하게 시너지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겠어. 그렇다면 아직까지 승산은 있다는 것이지!”

 

짧은 박자의 스텝으로 트리니티의 오른쪽 옆구리 방향으로 사브르와 동시에, 은빛 송곳은 왼쪽으로 휘두르고, 뱀 조종자는 내 오른쪽을 향해 뻗어나갔다. 그 이유야 당연히, 내가 공격하려는 박자에 맞춰서 다시 분리를 하면서 각자 다른 공격을 했기 때문, 지금 상황에는 3명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것도 염두 해야 한다.

 

사방에 혼란스럽다고 생각할 때는 다시 합쳐지면서 묵직한 일격이 내 왼쪽 눈 바로 앞에 다가왔고, 사브르로 다시 쳐서 궤도를 바꾸며 오히려 앞에 한발 자국 직진. 그 후에 은빛 송곳으로 어깨를 내려찍으려고 했지만, 다시 분리가 되면서 그 본체는 사라지고, 이번엔 내 뒤쪽에서 각자 색상에 따른 광선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마법방패로 붉은색, 초록색, 파란색의 광선이 밀집되어, 밝게 빛이 퍼지고 있는 시점에서, 마법방패가 서서히 금이 가고 있을 때도 나는 중얼거렸다.

 

제길. 너희들이 무슨 백터맨이냐!”

 

천천히 숨을 고르면서 자세를 고치는 시간도 주지 않고, 다시 합쳐진 트리니티가 나에게 날아오는 듯 질주하며 검으로 찌르는 동작을 했고, 다시 사브르로 막다가 거대한 힘에 저 멀리 튕겨나갔다.

 

고작 드래곤 하나 때문에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하다니요. 맨 처음부터 그 여신과 신격화로 해서 동등하게 싸웠으면, 그나마 저의 기분도 더욱 재미있다는 걸 느꼈을 텐데, 이래서는 어린 아이의 사탕을 뺏고 확인해보니, 딸기 맛이 아니라 흑설탕 맛이어서, 어린 아이가 보는 눈 앞에서 바로 뱉고 밟아 으깨는 것과 같네요.”

 

비유가 너무 상세해서 내가 뭐라 태클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막긴 막았다고 생각했는데...상상 이상으로 너무 많은 충격이 내 몸을 감싸면서 돌고 있었다. 앞에서 막았는데 마치 뒷머리를 강하게 부딪친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몸을 가누기가 힘들 정도로 비틀거리면서도 나는 입을 열었다.

 

그래도 너는 용서할 수 없어. 다른 사람까지 건들일 정도라면, 그토록 평온한 삶을 부수고 나의 행복마저 빼앗아가는 녀석이라면, 일단 용서는 할 수 없지. 특히! 루시피나에게 용살자를 보낸 것도 그렇고, 지금 내 목에 있는 문양이 아직도 고열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 확실히 느껴지는 것은 적어도 치명상을 면하지 못했단 소리니까.”

 

용족혼인의 문장을 소유하고 있는 나는 직접 눈으로 못 봐도, 루시피나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 지 확실히 느껴진다.

 

소리니까?”

 

트리니티는 일부러 나를 도발하려는 듯이 내가 마지막에 한 말을 되물었다.

 

버티기는 끝났어. 레시아.”

 

허공에 보라 빛의 마법진이 천천히 그려짐과 동시에, 검은 고양이가 내 어깨 위로 사뿐하게 내려 앉았고, 고양이는 붉은 눈으로 트리니티를 직시하면서 말한다.

 

주인은 루시피나보다 약하면서도, 구하려 노력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든다. 이런 장면에서 짐을 반하게 하지 말거라. 어차피 비둘기가 루시피나의 상처를 치유하고 있으니, 루시피나의 상처에 대한 것은 생각하지도 말고, 걱정하지도 말지어다. 지금은 주인이 생각해야 할 것은 오로지 저 계집으로부터 승리하는 거다.”

 

나는 사브르를 트리니티에게 겨누면서 외쳤다.

 

도망가고 싶으면 지금밖에 없을 걸? 3초후에 너는 확실히 죽어있을 테니까.”

 

저것이. 마왕 레프리시아. 확실히 지금의 전력으로는 부족하겠군요. 초월의 의식도 유지하기에는 몸이 무너지기 시작할...

 

이미 3초가 지났거든? 여기는 손 놓고 적이 도망쳐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

 

레시아에게 받은 보조마법들이 온 몸에서 날뛰기 시작하면서, 트리니티를 향해 사브르를 휘둘렀지만, 하필이면 루비아 씨를 닮은 호문쿨루스가 내 검을 막고 튕겨냈다. 되살아 난 루비아 씨는 다른 색상의 머리카락과 눈동자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과 반면, 지금 나를 막은 가짜는 과거와 똑같은 연한 갈색의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

 

제길. 이 가짜가아앗!”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으로 흘겨 본 호문쿨루스는, 트리니티에게 끌어 안기며 공간이동 마법진에 들어가 천천히 사라졌다. 어처구니 없이 그것도 간발의 차이로 놓쳐버린 나는, 대기 중에 마나를 가득 모아 분노에 몸을 맡기며 허공만 내리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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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말을 다 하기 전에 공격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