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66
266
그 다음날에 눈을 뜰 무렵에는 내 주변에 결계를 펼쳐놓고 잔 덕분에, 확실히 푹 쉬었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역시 적은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고 했고, 보이지 않는 거미가 가장 무섭다고 했으니...
검인가?
돔 형태의 바다 빛을 이루고 있는 결계를 해제하고 기지게를 쭉 피며, 온 몸에 있는 모든 세포들을 전부 일으켜 세웠
-찰칵!
“......”
“......”
내 앞에 왜 윈디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거냐.
“오랜만이네요! 그나저나 어째서 카린 씨로 변했을까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마음이 아프니 묻지는 않겠습니다만, 꼭 들려줬으면 하는 이야기이네요!”
“너. 아침부터 말이 엉망이란 것 알고 있지? 묻지 않아도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언어구사에 대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회백색의 머리를 가진 윈디는 잠깐 손가락으로 머리를 말더니, 당당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했는데.
“제가 주속성이 덜렁이속성이고 부속성은 S속성이지 않습니까!”
“부속성이 S속성이란 말은 처음 듣는다.”
하란국의 비무대회에서 마지막 결승까지 올라온 바보 같은 바람의 정령왕이긴 하지만, 그때 레시아를 품고 싸웠기 때문에 필살기를 사용할 만한 드라이브 게이지를 모아, 겨우겨우 조율을 맞춰서 이기긴 했었다.
뭔가 말이 좀 안 되는 것 같지만, 그래도 최후의 아이언 클로를 사용해서 항복을 받아냈다고?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말로 다 설명을 할 수 없으니 이 이야기는 그만두고...
“그런데 윈디? 이번엔 무슨 일이야?”
“빅뉴스에요! 빅뉴스! 하늘에서 떨어진 첨탑 같은 것들이 그 근처에 있던 신인류의 호문쿨루스들을 모조리 R.I.P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는 거대한 뉴스!”
“너의 정신 나감은 이제 그만 어필해도 좋으니까...첨탑?”
설마 엘티노스가 나를 억지로 불러내서 만든 그 첨탑이, 정말로 신인류의 호문쿨루스의 정신망을 파괴하고 있다는 소리가 되는 건가? 엘티노스는 일하는 것이 상당히 빠르다 못해, 길게 잡아 5~6개월 이상이 걸리는 일을, 대체 누굴 부려먹었길래 몇 주 만에 끝낸 걸까? 전에 브류나크를 만들어준 드워프를 부려먹었나?
“여전히 카린이란 소재는 아무리 찍어도 질리지 않는 소재네요. 신비의 여인으로 이미 정평이 나고 있지만, 대게 어디서 뭘 하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나중에 어디서 나타날지, 씻는 것은 어디서부터 씻는지, 새로운 필살기를 연마하고 있는지 등. 여러 베일에 감춰진 사람으로서 정보가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새로운 필살기를 왜 궁금해 하는 거야? 내가 나중에 나올 가면라이더냐? 그리고 어디서부터 씻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은 그런걸 왜 궁금해 하는 거야!”
세상에 관심이 전부 사라졌으면 좋겠다.
“어라? 마왕님이다.”
뒤에 레시아가 몰래 머리띠를 입에 물고 나에게 접근 하다가, 윈디에게 발각 당한 듯이 발 걸음을 멈췄
“내가 그거 가져오지 말랬지!”
“냐아아아! 아이언 클로 싫다! 아프다! 하지 말지어다!”
대략 10초 뒤에.
“고양이 수인으로 변하는 머리띠를 이벤트 상품으로 받아왔다는 소리군요.”
윈디는 상황이 파악 되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잠깐만! 나는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느닷없이 진도를 앞서가는 윈디의 말에 태클을 걸고는 레시아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윈디는 “아. 맞다.”라고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이 잠깐 말을 멈추고는...
“그래서 이 머리띠는 뭐에요?”
“이미 수습하기엔 늦었어!”
너로 인해 대화의 캐치볼이 볼링공으로 변해서 외각으로 사라져버렸으니까. 마치 글쓴이의 어설픈 볼링실력처럼 말이지.
“뭐...저는 정보 상인이잖아요? 가끔은 제가 정보를 사들이는 것 또한 많이 있기 때문에, 게다가 지금 아우리스 여신이 이끄는 성기사단이 극비 임무로 호문쿨루스들을 처리하고 있다는 소식도, 약간 비싸게 주고 사들였다니까요?”
“그 정보를 준 사람이 누군데?”
“데모르테라는 운명의 여신이요.”
...왜 여신이 정보를 팔아먹냐고.
“크큭...크크큭!”
뒤에 쓰러져있는 레시아가 천천히 웃음을 흘렸다. 아이언 클로를 너무 많이 맞아서 머리가 이상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하던 찰나.
“조만간 주인을 고양이 귀에 씌우고 개박하를 넣으면, 이제 주인은 짐 없이 살 수 없는 몸으로 변하겠지. 흐흐흐.”
마왕다운 어두운 오러가 나타나긴 했지만 의도가 너무 불순했다. 그보다 개박하 하나로 레시아 없이 살 수 없는 몸으로 변한다는 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뭐 변형인가? 나중에 내가 오토봇처럼 변신이라도 할까? 그럼 내 지휘관은 어디 프라임일까?
개인적으로 다간이 좋은데.
“주인. 이상한 생각하지 말거라. 지금 장르가 메카물로 변하지 않았는가?”
“남자라면 로봇, 드릴, 열혈, 정의가 로망이잖아요. 게다가 변신과 합체까지 한다면 그거야 말로...씌우지 말라고!”
몰래 씌우려고 움직이는 레시아의 몸을 잡아서 제압해버리고, 상황에 대해 정리를 하자면...저번에 의식이 한번 납치 당했을 때 노동을 했던, 변질되어버린 항마의 축복의 술식이 써진 첨탑이 지상에 내려오면서, 서서히 정화하고 있다는 소식이라고는 하지만, 티르도 엘티노스에 버금가는 연금술사의 신이라고 불리는 거물이라면, 분명 전혀 다른 방면으로 다른 일을 진행중이리라 생각했다. 호문쿨루스라는 것은 인조생명창조인데, 우선 인공 정신망을 사용하는 작전이 엘티노스에 의해 모두 물거품으로 되어버렸다면, 그 다음은 무슨 수를 쓸지 생각을 해야 한다.
아직 얼굴도 못 본 상태의 야망을 막기 위한 내 머릿속의 태엽이 가속할 때.
“빈틈 발ㄱ...냐아아아아!”
“내가 머리를 잡고 제압했다는 사실을 잊었어요? 레시아?”
최근 악력이 강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레시아는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물론 저 고양이의 본 모습은 마왕이지만...
마계는 안녕하신지요?
어쨌든 티르의 본 계획에 먼저 선수를 치고 무산을 시켜버리는 움직임을 감지한다면, 신인류화 호문쿨루스 교체 계획은 이제 물거품이 되어버린 셈이다. 다만, 그럼 지금까지 같이 지내온 사람들 중에 일부가 전부 사라질 예정인데...아 맞다. 엘티노스는 의식과 무의식을 관장하는 상급신으로, 분명히 호문쿨루스들이 사라진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본래 없었던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술식을 걸어놨으리라 생각한다.
말 그대로 올픽션.
없었던 것으로 한다.
어디 박스에서나 나올법한 발상이 여기서도 나올 줄이야.
“하지만 그건 정신방어 강한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아마 일부 사람들은 위화감을 눈치채고 이상함을 감지하겠지만, 결국에는 익숙해진다면 아무일 없는 식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레시아는 내 생각을 읽었는지 문득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주인도 고양이 귀가 익숙해지면, 어느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거 그만 하라...! 어라? 레시아 머리띠를 들고 있지 않다냥.”
아...
뒤에 윈디가 있었지 참.
“오! 자연스럽게 고양이처럼 살포시 주먹을 말아 쥐는 것을 볼 수 있다니! 이거야 말로 특종에다가 이 사진으로 분명 영주도 매수할 수 있을 거에요!”
호박처럼 반짝이는 눈동자에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이리저리 바람을 이용해서 몸을 날리고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 전에...
“내가 고양이처럼 주먹을 말아 쥐는 것이 아니라...널 때리려고 주먹을 쥔 것이냥!”
-파악!
카메라와 함께 저 멀리 윈디가 녹아웃이 되어 눈에 달팽이가 지나가고 있을 무렵. 다시 머리띠를 빼고는...
“어라?”
머리띠를 다시 빼서...
“잠깐. 왜 머리띠가? 잡히지 않는...?”
머리띠를 잡고...
아니! 잡히지 않아!
“주인 몰래 귀속마법까지 부여했노라. 게다가 그걸 착용하고 있을 때는 남자로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긴 하겠지.”
“아무리 마법이 무궁무진하다고는 하지만, 그런 쓸모 없이 나를 골탕먹이기 좋은 설정을 이리저리 가져와서 붙여놓는 게 아니다냥!..아오 이 말투 교정이라도 좀 해놔야 하겠다냥!”
...말하는 데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그보다 왜 남자로 돌아가지 못하는데?
여기 제목이 무슨 캣우먼인줄 알아?
“남자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야 당연하게도, 주인은 지금 종족이 수인 상태로 접어들면서 본래 인간이었던 남성의 모습으로 체인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니라. 종족이 다른데 어찌 성별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바람의 정령왕은 짐의 아군은 아니었지만, 한 순간의 목적과 의지가 함께 하였기 때문에, 이런 중요한 일을 맡을 수 있었노라. 하지만 주인의 종족이 변한다고 해서 마나를 잘 받은 체질은 변하는 것이 아니니...여전히 주인은 짐의 마나 창고가 될 운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노라.”
아오 저걸 그냥 때릴 수도 없고.
의기 양양하게 말을 내뱉는 검은 고양이가 느닷없이 강아지 풀을 내 앞에 흔들면서...
“자 보거라. 주인은 이제 대부분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면서...이런 흔들 거리는 물체에도 반응이...”
레시아가 오히려 낚이지 말라고!
나중에는 강아지 풀을 이리저리 건들이고 물어뜯고 씹고 맛보고 즐기는 상황까지 나아갔다. 아무리 수인이라도 실베스 씨처럼 의지가 강하면 충분히 충동적으로 움직이지 않게 자제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리 걱정할 것은 아니로군.
그보다 이거 만담이 주가 되야 하는데, 이렇게 서비스 신이 늘어난다는 소리는 지금 인기가 없는 것인가? 보통 다른 만화책에서도 제대로 정상적으로 진행하다가, 나중에 서비스 컷이 많아지는 현상은 시선을 더 모으기 위해 억지로 집어넣는 거잖아?
“주인. 그나저나 지금 출근 해야 하지 않는가? 반 대항전은 주인의 제자들이 알아서 한다고는 하지만, 관전이라던가 응원은 해야 하지 않는가?”
“...”
“그러니까 레시아는 지금 저에게 이런 바보 같은 머리띠가 귀속 되어버린 상태에서, 말 끝마다 속에서 올라올 정도로 ‘냥’이란 어미를 붙여가며, 남자로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이 모습으로도 시선이 집중되는데, 내 머리카락 색상과도 매치가 안 되는 하얀 고양이 귀와 꼬리를 달고 거기에 나가서, 즉결심판이라도 당하란 소리냥! 뭐냥!”
“냐아아악! 주인! 머리가 으깨지려고 한다! 그만! 멈추거라아아!”
***
오늘 하루 아파서 쉰다는 편지를 보내려고 생각은 해봤지만, 결국 어처구니 없는 나의 성실함과 양심에 가책을 느낀 나는, 여성용 검은색 정장 하나만 착용을 한 상태에서, 고양이 꼬리와 귀를 달고 반 대항전을 관람했다. 그것도 눈에 확연하게 띄는 이사벨 씨 옆에서 “카린 선생! 오늘은 내가 머리를 빗겨줄까?”라는 소리를 듣고, 진노 노사는 “오오...그 모습으로는 고양이 권이 상성에 잘 맞겠군. 배우러 올 텐가?”라는 말도 들었다.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는 식당 아주머니가 서비스라면서, 생선 하나를 그냥 던져줬고(레시아에게 부탁해서 아공간에 넣었다.), 관리원 아저씨에게는 아무리 흥미로운 물건이 쓰레기통에 있어도 제발 가만히 두라는 말을 들었다.
이거 그냥 날 고양이 취급하겠단 소리잖아?
꼬리와 귀만 잠깐 다른 달린 인간인데...
“내가 이런 소리 들으려고 교사를 한 건가. 힘들고 자괴감이 들어서 뉴스 1면에 나오겠다냥...”
아오! 이제 혼잣말도 제대로 못하겠네! 20세가 되어서 그 나이에는 수많은 사건과 사고, 이벤트와 해프닝이 벌어진다. 물론 각각 둘 다 비슷한 뜻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막장으로 벌어질 일이 없다고!
“오! 거기 예쁜 누나! 우리랑 놀래?”
뭐야...이건?
어디서 들려온 소리야?
“여기야 여기.”
갈색 고양이 하나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잠깐? 종족이 수인이 되었다는 소리는 지금 고양이 과의 말을 다 알아들을 수 있단 소리인가?
“나의 반짝이는 혀로 그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핥고 싶은데? 괜찮겠어?”
“거기. 기어오지 말라냥...아오! 왜! 어째서! 저 고양이는 정상적인 언어를 쓰는데! 나만 맨 끝에 ‘냥’을 붙이게 하는 것이냥! 글쓴이 이 자식아아아악!”
나는 허공에 외침을 지른 뒤에 다시 그 고양이를 쏘아보았다. 여전히 올려다 보면서 나를 관찰하고 있는 듯이 보고 있을 무렵. 한가지 다른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거기 고양이A. 잠깐 물을 것이 있다냥.”
“나는 고양이가 아니라 곤잘레스라는 멋진 이름이...악! 이름표에 고양이A로 변해있잖아!”
이 대사와 비슷한 내용은 어디서 봤는데?
사소한 것은 집어 치우고.
“길 고양이들의 행동 반경은 넓을 것이고, 그 동안 이곳 저곳에서 주워들은 소리는 많을 거...야.”
오. 의식을 하고 억제를 했더니 뒤에 ‘냥’이라는 단어가 붙지 않았다냥!
...아. 말할 때 붙이지 않으면 독백으로 옮겨 붙는 구나.
이 불편한 삶을 내가 왜 살고 있지?
“정보 공유로군? 아무래도 그저 평범한 고양이 수인은 아닌가 보네? 하지만 나도 뭔가 있어야...”
그거라면 이미 준비가 되었지.
“내 무릎 위에서 쉬게 해주겠다냥. 덤으로 쓰다듬어 주고.”
“...콜!”
그 이후로 길 고양이에게 정보를 듣는 점심시간 동안, 그 길 고양이는 내 무릎 위에서 이야기를 끝마치자 마자, 고양이 6마리가 더 달라붙어서 한 동안 다른 이들에게 사진이 찍혀나가는 최후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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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끝마다 '냥'이 붙어서 짜증난다고 카린 상태의 카일이 뭐라고 소리쳐서, 다음화부터는 정상적으로 말할 것으로 패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