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50
250
다음날 오후에 거의 반 강제적으로 마리아를 따라 밖으로 나왔던 것은, 검은 미역머리를 하고 있던 마일론과 그 옆에 붙어있는 멜시스 씨가 있는 몽화관이었다. 물론 그 안에 검은 달의 여왕 단체의 비밀기지가 있다는 소식은 처음 들었을 무렵. 마일론은 내 옆으로 뛰어와 나를 반겨주었다. 당연히 그 기묘하게 허리를 살짝 비틀고 왼쪽 무릎을 살짝 꿇은 다음, 오른손으로 백조 모양을 한 뒤에 나에게 겨누고, 왼손은 목 뒤에서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는, 바보 같은 몸집이 추가 되면서 말이지.
그리고 고개는 옆으로 살짝 꺾지마. 부담스러우니까.
“잘 왔도다. 나의 소울 메이트여! 너도 드디어 여왕님께 암월의 맹약을 맺고, 충성을 다하여 청교의 서약자들을 지키기로 마음을 먹었구나?”
“어디서 또 어두운 영혼 3에 있는 컨텐츠를 그대로 붙여서 말하지마. 난 다른 이들이 암령이 침입했을 때 도와주는 청령이 아냐. 그리고 마리아를 따라온 이유는 마리아가 나에게 호문쿨루스에 대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야.”
“호문쿨루스...? 아! 그러고 보니 친애하는 카일이여? 나와 나의 사랑 멜시스는 저번에 비밀 임무로 호문쿨루스 하나를 생포하라는 명령을 받고,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했다고는 하지만...”
“하지만 뭐?”
마일론이 잠깐 말을 멈추다가 나의 상태를 확인하려는 듯이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그 뒤로 말했다.
“괜찮겠어? 심호흡이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히~히~후우! 같은 호흡법으로...”
“그건 라마즈 호흡법이고!”
어쨌든 마일론은 나를 걱정하는 눈빛이 너무나도 넘쳐 흐르는 나머지, 나는 차마 무시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릴 때 내가 얼마나 정신상태가 올바른지 알잖아? 대부분의 상황에서도 공항상태에 빠진 기억이 없는 것도 잘 알잖아?”
“그건 그렇지.”
천천히 마일론을 뒤로하고 마리아와 나는 예전에 마리아의 방으로 이동을 했다. 몽화관에는 손님을 자유롭게 맞이하는 룸살롱과 같은 장소인 곳과, 특정 손님과 단 둘이 있는 장소인 몽화관 뒤뜰이 있는데, 예전에도 말했듯이 뒤뜰에서도 수위가 높거나 위험한 일은 금지다.
하지만 전에 마리아의 부탁으로 저기서 점심밥을 해준 기억이 어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러갈 줄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다. 카일이여. 첩에게 그런 사념덩어리를 먹인 것은 그리 좋은 세월도 아니었지만.”
“그러니까 왜 오므라이스에서 사념이 느껴지냐고요?”
전에 있는 마리아의 방에는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는 이불과 바닥, 그리고 화장대 등...여러 필수 물품이 전부 싹 다 사라지고,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 듯이 다른 난잡한 물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렇게 되면 특정한 목적이 없는 이상 이 장소에는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마리아는 창고 물품 중에서 책 한 권을 살짝 빼는 것으로...
일정 부분 밑 바닥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여줬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물론 내가 있는 바닥이...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끄럼틀처럼 일정 각도를 가지고 있어서 쓸려 내려가는 기분이지만, 로션인지 기름인지 오일인지 모르는 것들이, 차갑기도 하면서도 끈적한 것이 온 몸에 죄다 달라붙어버렸다. 당연히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 그리고 안전을 위해서 설치해놓는 장치라고는 하지만, 한 순간에 기분이 나빠짐과 동시에 마일론이 왜 그렇게 걱정하는 눈으로 날 바라봤는지, 이제서야 한 순간에 이해가 되어버렸다.
그보다 비밀기지에 무슨 미끄럼틀이야?
“내가 살다 살다 미끄럼틀 타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거든요? 다음부터는 워터 슬라이드로 바꾸시죠? 물이라면 좀 더 옷이 빠르게 마를 테니까...”
마나를 모아서 주변 공기에 진동을 일으켜서 열을 높이고, 그 열로 내 피부에 달라붙은 오일인지 로션인지 뭔가 하는 것을 전부 기화시켜버렸다. 마리아는 미끄럼틀을 타지 않고 흑구름 같이 모습을 변이하면서 내려와 지상으로 사뿐하게 안착하면서, 자신의 피부와는 전혀 반전색상인 하얀 원피스차림과 함께 나타났다.
하긴, 저 차림에서 미끄럼틀이라도 타는 날에는 글로 설명하는 것도 대형사고에 속하는데, 그림으로 표현하는 경우에는 단두대에 잘려나갈 지도 모르겠군. 지하는 비밀기지다운 넓이를 가지고 있었고, 비유를 하자면 왕이 살고 있는 성의 넓이와 같아 보였다.
“길을 잃지 않도록 첩의 손을 꼭 붙잡고 오거라.”
마리아의 작은 손이 나를 향해 뻗어왔고, 나는 아무 말 없이 마리아의 손을 붙잡고 천천히 걸어갔다. 누가 보면 지하에서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손을 붙잡고 걸어가면서 마리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에 첩은 카일의 기억을 엿본 적이 있다. 그것도 매우 많이.”
“제 기억을요?”
“정신기생체가 본 모습인 첩은 사람의 눈에는 띄지도 않고, 정신을 기생하면서 숙주의 통제를 서서히 얻어 세상의 멸망을 가져오고, 첩의 아이들은 다른 이상향으로 데려가는 말도 안 되는 역할을 짊어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떠돌아다니는 시절에 카일의 머릿속에서 잠시 쉬어갔다.”
“...여성만 기생할 수 있다면서요?”
“카일이여...인간은 힘들고 지칠 때는 잠시 나무밑동에서 쉬어가듯이, 첩은 성별이든 사람이든 동물이든 구분 할 것 없이 그 안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쉬어 간다는 것은 타인에게는 어떻게 보면, 예의에 어긋나고 죄가 늘어나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여행에 지친 나그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보금자리이지.”
“그럼 다른 사람 머릿속에서 기억을 엿보는 것은 왜 가능한데요?”
“그냥. 보이는 거다.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는가? 내가 보고 싶어서 들추는 것이 아니라, 그저 보이게 되는 것뿐이다. 아무튼 카일이여? 지금은 이런 숙주의 몸으로 가지고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느 사이에 내 눈앞에 투명한 유리창을 넘어 비춰진 것은...
“이 자는 확실히 호문쿨루스가 맞다.”
움직일 수 없게 하얀 구속복으로 구속을 당하고, 고양이 눈이 그려진 안대로 시야를 봉쇄당한 루비아 씨였다.
“...이게 어디 뭐 죽음의 노트인 줄 알아요? 그보다 루비아 씨...아니 저기 있는 호문쿨루스는 왜 생포를 해온 거에요?”
“말하지 않았는가?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뭔가 입을 계속 뻐끔거리며 말하려는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지쳐있는 듯이 고개를 숙인 체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야기를 해볼 것인가? 신인류에 대한 정보 말고...다른 사적인 이야기.”
“...”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내 발걸음은 그쪽으로 따라서 들어갔다. 고개를 살짝 드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가 오는 것을 감지하고는, 입을 열기를...
“이번에는 또 누구야? 늘 말했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신사를 지키고 있는 무녀일 뿐이야. 너희들이 말하는 호문쿨루스라던지 뭔지에 대해 아무것도!”
“루비아 씨. 맞으시죠?”
“...절 구해주러 오셨나요?”
“아뇨. 그 반대입니다. 아니면 중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정말로 구하러 온 것일 수도 있고요.”
루비아 씨는 아무 말도 없이 고개를 살짝 떨궜다.
아무런 기억도 안 나는 것은 아니겠지. 분명 구해주러 왔냐는 말부터 나온 것은, 아직까지 신인류들과의 정신망이 유지되고 있다는 소리니까. 나는 우선 진실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카일이고...한 때, 당신을 죽였던 사람입니다. 호문쿨루스인 이유를 잘 모르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제 입장으로는 당신이 어째서 살아있는지는 저도 이해가 가지 않지요.”
“...그럼 제가 한 남자에게 죽은 꿈을 계속 꾸던 이유가?”
“그건...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건 꿈이 아니라 다른 호문쿨루스들로 이어진 정신망에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정보를 그대로 영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는 그런 종류겠죠. 호문쿨루스 중에서 누가 그 월식의 포식에서 살아남았는지 몰라도, 어쩌면 루비아 씨의 머릿속에 남아있던 정보가...”
“어째서...”
울음이 섞여오기 시작한 단어가 나의 말을 끊어버렸다.
“어째서 사람이 그렇게 냉혹해질 수 있죠? 처음에 듣는 단어가 한 때 나를 죽였던 사람이라니? 그건...당신 탓이 아니잖아요! 오랜만에 하는 재회에 반가워서 눈물이 나와야 하는데, 어째서 당신은 제 마음을 아프게 만드냐고요!”
어째서 그런 상세한 것까지 알 수 있을까?
내가 말문이 막힐 시점부터 루비아 씨는 소리쳤다.
“전부다 월식이 잘못한 것이지...조종 받고 있는 당신이 어째서 저에게 미안해 하는 건데요! 그리고! 저는 호문쿨루스가 아니라고요!”
“그럼...누구에게 되살아 난 거에요?”
“그건...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요...달 토끼들이 저를 구해줬으니까요.”
달 토끼?
잠깐...어째서 루비아 씨 입에 달 토끼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거지? 분명 시신은 내가 땅에다 묻었는데? 어떻게 달 토끼가 루비아 씨 입에서 튀어나올 수 있을까?
“잠깐. 그럼 신인류하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거에요?”
“신인류...?”
루비아 씨는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다시 되물었다.
나는 안리아스의 수정구를 통해 저번 레시아가 포효했던 소리를 틀었다. 거대하게 울리는 진동 속에서 루비아 씨는 “머리 아프잖아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라며 성질만 내는 것으로 보아 짐승의 뇌가 변질 된 인공 뇌가 아니라, 달 토끼들의 기술력으로 체세포와 다른 재료만 있으면 카렌이 나타나듯이, DNA를 복제해서 아주 정확히는 복제해버리는 기술.
다만, 기억에 관한 정보는 어떻게 가져왔는지 모를 때. 나는 루비아 씨에게 씌워진 고양이 안대를 벗겼다.
“어...눈 색상이 좀 변한 것 같은데요? 전에 봤던 거하고는...게다가 머리카락도...”
“나중에 다시 눈을 떠보니까. 달 토끼들이 좋아하는 눈동자 색과 머리카락 색이 있냐고 물어보길래...오렌지 빛 머리카락과 언니와 같은 붉은 눈동자를 가지고 싶다고 했더니, 이렇게 만들어졌던데요?”
아무래도 나중에 달에 찾아서 알아봐야 할 일이 좀 늘었구나.
“마리아. 구속복 풀어요.”
나는 창밖에서 보고 있는 마리아의 위치를 어느 정도 어림잡아서 고개를 돌린 뒤에 입을 열었다.
“미안하게도 좀 더 오른쪽이니라.”
다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좀 틀려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좀 풀어줘요!”
“그나저나 첩이 말할 때는 달 토끼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서, 카일이 도착하니 카일에게만 비밀을 말하고 괘씸하구나.”
마리아는 버튼을 몇 개 누르는가 했더니, 구속복이 서서히 풀리면서 루비아 씨는 팔 다리가 자유로워지자...
-짝!
화끈할 정도로 내 뺨을 훑고 지나간 손바닥과 함께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이걸로 아까 제 마음을 아프게 한 벌은 용서해드리죠.”
“저는 간호사 복장으로 멋대로 신사에 출입해서 그대로 아무 말 없이 나간 것에 대해 화를 내는 줄 알았어요...”
“네? 신사요? 저는 이브센티아에 있는 신사가 아니라, 프리트론 중앙 시장 근처에서 살고 있었는데요?”
...잠깐 뭣?
“그보다 간호사 복장이라뇨?”
“그건 신경 끄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잠깐만 생각할 시간 좀 주시고...”
그러면 내가 새로 지어진 이브센티아에서 봤던 루비아 씨는...?
“마리아. 프리트론 중앙시장에서 잡아온 게 사실이에요?”
“맞다. 중앙시장에서 카일의 머릿속에서 나온 여성과 외형만 살짝 다르지 똑같이 생겨서, 적어도 인간은 아닐 거라는 생각에 잡아온 거긴 하다만? 설마 그 뺀질이가 말했던 호문쿨루스는 다른 지역에서 발견한 것인가?”
“이브센티아에 있는 산 쪽에 보면 절 같은 곳...아니 신사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거기서 본 것을 말한 건데요?”
그보다 프리트론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째서 루니아 씨와 단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거냐...
“이브센티아 신사에 또 제가 있다고요?”
“아니. 이건 좀 머리가 복잡해지는 일이니까...잠깐...이야기를 좀 해드리죠.”
어째서 이렇게 꼬여가는 것인지 아직까지도 모른 체, 나는 우선 신인류와 관련이 루비아 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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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도 대타로 나와달라는 소식을 듣고 화풀이로 쓰다가 엄청 꼬아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