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38

FNL-Phantasm 2016. 10. 24. 08:54

238

 

 

 

루니아 누나가 장을 봐왔지만, 요리는 쓰러진 루시피나를 대신해서 내가 했어야만 했다. 저녁이 끝나고 잡화점을 운영해야 하는 반 강제적인 숙명을 짊어지고 있는 나는, 오늘도 여김 없이 잡화점 문 앞에 ‘Open’이라고 적힌 푯말을 내놓았다. 원래 문에 걸어놓는 카드가 있었는데, 최근에 어떤 꼬마들이 담력시험을 한다고 훔쳐가 버려서, 나중에 그 꼬마들도 잡아서 혼내주겠다는 생각을 품고 있을 때, 카렌은 여김 없이 내 옆에 달라붙으면서 입을 열었다.

 

물론 내 어깨 위에 레시아와 시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층에 있는 물품 청소는 다 끝냈으니 칭찬해주세요!”

 

짐이 주인을 대신해서 쓰다듬어 주겠노라. 물론 고양이 발바닥이지만 대부분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헤헷!”

 

응석은 받아주지 말았으면 좋겠다만...

 

레시아. 그리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도 괜찮다니까요?”

 

무슨 소리인가 주인? 짐은 곧 카렌의 어머니가 될 터인데, 지금이라도 친밀도를 확보해야 나중에 카렌이 저희 어머니로는 마왕님이 좋습니다! 아버지!”라고 말을 하는 순간, 주인은 ! 그럼 어쩔 수 없지. 레시아! 저랑 결혼해주세요!”라는 스토리로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는가?”

 

사심이 가득 찬 생각뿐이군요...”

 

카렌은 분명 내 DNA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호문쿨루스라는 점에서, 나는 솔직히 반박을 하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나와 같다면 성격도 같아야 할 텐데...아니 그건 클론인 경우인가? 호문쿨루스는 말 그대로 인조생명인데, 불안정하니까 내 DNA를 빌려서 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말이 되는 상황에서, 조기 교육은 달에서 지내왔던 것이 분명하니까. 역시나...루나가 문제인가.

 

게다가 차림도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르는 메이드 복이고...

 

카렌. 그런 구더기 같은 남자에게 들러붙지 말고, 어서 1층 물품정리를 도와주세요. 그리고 피부 미용에 좋은 오일 마사지를 저에게 꼭 받으시길.”

 

나를 보면 살기를 내뿜는 것과 달리 카렌에게는 온화한 쇼콜라의 어조로 보아, 이 사람은 단순히 귀여운 것이 좋아하는 성향인가 보다. 잠깐 카렌이 잡화점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내 어깨 위에 있는 두 짐승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냥캣. 대체 어디서 마스터의 정부가 될 생각을 하시는 거죠? 제가 있는 이상 당신의 어둠이 침범하지 않도록 그 아이에게 빛의 가호를 걸어버릴 겁니다.”

 

무슨 소리인가 비둘기여. 짐은 그저 결정된 미래에 앞서서 미리 친밀함을 유지하려는 것뿐. 주인의 자녀라면 짐이 뒤에서 보필해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그 아이는 최초의 빛이 축복하는 아이가 되어, 그 아이의 무용담이 널리 퍼지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무슨 헛소리를 사방에서 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싸움은 거기서 그만두시겠어요?”

 

나와 DNA가 같으니 레시아와 시나의 머릿속에 가득하게 들어있는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카렌은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일까?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라는 존재가 잊혀지는 클리셰로 진행이 된다면, 나에게 있어서 어느 정도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생각한다. 천천히 잡화점 내부에 들어오고 나서는 루니아 누나가 카렌에게 화장을 해주고 있는 모습이 먼저 시야에 잡혔는데, 아무래도 루니아 누나는 먹을 것을 못 먹는 걸로 바꾸는 능력 말고는 일상생활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 능력이다.

 

그나저나. 누나 아직도 안 갔어요?”

 

. 카일이 대접해준 저녁을 먹고 난 뒤에, 카렌과 같이 자려고요.”

 

좋아. 평화력이 +1오르는 소리가 들렸군. 최근 엘리시아는 외박을 자주하니까 없고, 쇼콜라 씨도 나중에 카렌과 같이 있을 테니까. 평화력 +1이 더 올라갔으며, 대부분 카렌에게 시선이 몰려있으니까 남은 평화력을 계산하면 꽤나 높은 수치가 올라간다. 어떻게 보면 카렌을 달로 보내지 않고, 잡화점에서 생활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면 본래의 문제로 넘어가서...

대체 엘티노스를 어떻게 만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키엘의 문은 마계로 통하는 것이 이어지지만, 천계로 통하는 문은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따지고 보니 레시아가 내 속성이 어둠이니 뭐니 말한 적이 있지만, 아무래도 그것 때문은 아닌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마계 이어지는 이유야 레시아가 자주 사키엘의 문을 이용해서 이어진 것일 뿐이니까.

 

그렇다고 베가프에게 천계로 이어주는 문을 연결해 달라고 해도, 아우리스 여신의 은총을 받고 아랑의 기적을 체험하고 있는 동안에는, 칸포리우스와 파이론을 넘나드는 여행길에 오히려 피곤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딱 한가지 방법으로는...

내가 만일 엘티노스였다면...’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과연 내가 엘티노스라면...

아니 모르겠다. 진짜 그 양반의 정신세계는 뇌를 열어도 모를 거야.

 

이건 포기.

 

배추 한 포기인가?”

 

...

 

-덥썩!

 

끄아아앗! 첩이 잘못했다! 아프지 않는가!”

 

마리아의 엄청난 말장난으로 인한 아이언 클로는, 그대로 마리아의 머리를 놔주지 않고 오히려 흔들면서 고통을 더 주고 있었다. 잠깐 그러고 보니 뭐?

 

지금 마리아 제 독백을 또 멋대로 읽었죠!”

 

“......그야. 당연히 무심코...”

 

“...”

 

“...데헷~

 

20초 뒤.

 

그만둬라 주인! 마리아의 라이프는 이미 제로다!”

 

“HANASE!”

 

그 카드게임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를 그대로 따라서 하는 패러디 하지 말고!”

 

빠아아아워어어어얼!”

 

이번에는 그 흑형이 나오는 광고인가! 올드 스파이크인지 뭔지 하는 그것?...이 아니라 그대로 더 진행되면 마리아의 숙주가 못 버틸 것이다!”

 

레시아의 급격한 만류에 겨우겨우 이성을 되찾은 나는, 마리아를 놔주고 카운터 안에 있는 작은 의자에 주저 앉았다. 마리아는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그냥 아이언 클로가 살짝 강한 거니까 그 이외에 별 다른 부상은 없다.

 

레시아. 천계로 가는 방법은 뭐가 있나요?”

 

그야 당연히 천계의 문을 직접 찾거나, 사키엘의 문을 이용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주인은 여전히 그 물의 정령왕이 떠들었던 잡화점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직접 엘티노스와 만나려고 하는 것인가?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을?”

 

하지만 엘티노스는 500년 후의 일을 미리 예견하고 이걸 지은 거라고요? 게다가 지금 신인류가 만들어낸 호문쿨루스가 이리저리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빠르게 문제를 해결해야 그 다음을 막을 수 있어요.”

 

그 다음이라면 유랑극단이겠지?”

 

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유랑극단이 지금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지한 원인이 신인류니까. 신인류만 어떻게 해결한다고 해서 그게 끝이 아니고 유랑극단 그 틈에서 난리 칠지도 모른다.

 

천계의 물품 하나만 가지고 사키엘의 문을 이용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3층물품 아무거나 가져가면 될지도 모르지.”

 

그게 그 정도로 간단하나요?”

 

주인은 안리아스의 수정구도 있고 기프트피어스도 있는 만큼, 원래는 사키엘의 문을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그리 제약이 없지 않을 것인데, 이상하긴 마찬가지로군...?”

 

뭐가 이상한데요?”

 

레시아는 잠깐 내 무릎 위에 내려와 앉고는 말했다.

 

오히려 사키엘의 문을 천계에서 막았다는 그 자체가 말이다. 사키엘의 문은 마계에서 인간계로 쳐들어갈 때 긴급하게 천사와 발키리들을 파견하기 위한 비상문과 같은 곳이다. 비록 사키엘이 여색이 심해서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키엘의 문과 천계는 항상 이어져있다. 만일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라면 주인이 천계로 간 적이 없는 이유가 그거겠지.”

 

정신만으로는 안 되는 거에요? 꼭 신체에 붙어있는 눈으로 통해 봐야 하는 건가요?”

 

말도 안 되는 말은 하기도 싫지만 그래야 한다. 주인이 직접 신성력으로 가득 차서 숨이 막히는 그런 장소에 몸소 직접 가봐야 한다.”

 

그럼 내일이라도 천계에 올라가도록 하죠. 아니 그 전에...레시아는 천계로 가는 문을 사키엘의 문으로 통해 열어줄 수 있잖아요? 내일 레시아가 열어주면 되지 않아요?”

 

그렇군. 그럼 내일 문을 열어주도록 하지. 하지만 주인은 짐의 부탁을 한가지 들어줘야 한다.”

 

뭔데요?”

 

주인의 처음을 짐에게 바치거ㄹ...냐아아앗!”

 

레시아의 도움은 못 받는 걸로 생각하자. 어쨌든 아이언 클로가 40초 정도 지속될 무렵, 레시아는 축 늘어진 상태로 되자 카운터 위에 올려놨다.

 

주인은 너무 철벽인 것 아닌가? 정신방어도 철벽이면서 성격마저 철벽이면 차라리 여 주인공으로 살면 인기가 더 많지 않는가? 이건 분명 설정에 뭔가 오류가 났으리라 생각한다.”

 

제 성격이 철벽과 같은 거하고 설정오류하고 대체 무슨 상관이에요. 이상한 소리 하지 마시고 카렌이나 잘 보살펴주고 있어요.”

 

레시아는 다시 일어서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딸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것은 주인은 짐과 결혼할 생각인가?”

 

그 정도로 왜곡할 수 있으면 블랙홀도 왜곡 당하겠네요. 그리고 대체 어디서 우리라는 소리가 나오는 건가요? 결혼을 했어야 우리라는 소리가 나오는 거지!”

 

맞습니다. 냥캣. 마스터는 저와 혼인을 할 겁니다.”

 

시나? 나는 아직 결혼할 생각도 마음도 없다는 거 듣지 못했니?”

 

게다가 멋대로 결혼 약속을 해버리면 그건 사망 플래그에 한 가지잖아. 물론 애증극에서는 사랑을 약속한 사람들이 결국 이어지지 못하는 클리셰로 가게 되지만, 지금 내 상황이라면 결혼 약속을 멋대로 잘못 잡는 순간, 남은 사람들이 날 살릴지 죽일지를 결정하는 상황이 온다.

 

물론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양손에 꽃이네 뭐네 하는 그런 소리가 많아도, 현실적인 생각을 해볼 때는 어디서 히로인에게 복부에 칼 맞고 죽어버리는 남자주인공의 인생은 되고 싶지 않다. 언제나 사람은 검소하며 안정적으로 생활하라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말씀대로 화가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아니, 부모님은 살아있지.

 

아무튼 지금 전 대륙으로 인한 문제가 있는 만큼, 세상을 지키는 것은 용사가 할 일이고, 저는 평온한 생활에 금이 가지 않도록 지키는 작업이나 하겠어요.”

 

그럼 엘티노스를 만나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잡화점이 만들어진 이유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놓칠 수 없어서.”

 

시나의 질문에 나는 또 다른 답을 내놓았다. 호기심이 많으면 고양이도 죽인다고 했지만, 그래도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그런 걸 미리 듣는다면 좋지 않을까? 부정적인 소리를 먼저 듣는 것이 차라리 앞으로의 진로를 설정할 수 있다.

 

-딸랑딸랑!

 

손님을 알리는 종이 이리저리 흔들림과 동시에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고 있는 엘리시아. 분명 손님으로 온 것은 아니고 내 평화력이 -1정도 깎여 나가는 것을 감안한 뒤에, 엘리시아는 술을 마셨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주변에서 와인 향이 짙게 뿌려졌다.

 

뭐야...하인이 왜 둘이나?”

 

여전히 날 하인이라고 부르는 거냐. 그보다 저 애는 카렌이라고 호문쿨루스...”

 

그나저나 목이 마르니 피 좀 주겠어?”

 

그건 적십자에게 가줄래? 네가 천계로 가본 적이 없다면야...”

 

가본적 있는데?”

 

...뭔가 말이 안 되잖아? 흡혈귀가 무슨 천계에?

 

“...용케 안 타 죽은 것이 신기한데?”

 

고대 뱀파이어니까. 약점은 약점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혹시 일부러 피를 마시려고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지? 어째서 고대 흡혈귀인 네가...”

 

뱀파이어야!”

 

거참 진짜...

 

그거나 그거나! 좀 따지지 말고! 어쨌든...네가 어떻게 천계로 간 적이 있다는 거야? 그냥 바로 내쫓겼을 텐데?”

 

몰래 가면 되지.”

 

...댁이 그 유명한 괴도 키드세요?

그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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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