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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31

FNL-Phantasm 2016. 10. 16. 13:31

231

 

 

 

준결승까지는 어찌어찌 이긴 상태로 지친 몸과 정신을 이끌고, 오늘도 여전히 잡화점을 운영해야 하는 내 입장에선, 결승전은 앞으로 2일 뒤에 시작하기 때문에 천천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에 안심이 되었다.

 

라고는 하지만...

 

준결승전에 있었던 내용을 신문에서 볼 생각하니까, 느닷없이 세상이 무서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확실히 레시아가 엘라임과의 싸움에서 적절한 방법을 제시한 것은 맞다. 어떤 병균이라도 숙주가 제대로 살아있어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해연 씨의 몸 상태가 좋지 않는다면, 정령왕과의 동화는 자연스럽게 깨지게 되어 있으니까, 게다가 해연 씨의 정기를 흡수하는 것으로, 2차적인 공격을 봉쇄하는 것까지 생각했다면, 레시아도 대단한 전략가라고 생각한다.

 

생각하는데...!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죽어버릴지도...

 

그래서 너는 나에게 뭘 하러 온 거냐. 비웃으러 왔냐?”

 

아니...크큭! 잠깐만! 푸하핫! 5초만 더 웃을게...푸훗!”

 

이를 알고 있는 초량은 잡화점에서 무자비하게 신선한 비웃음을 보여주며, 그대로 30초 정도 더 웃으면 죽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나의 어리석은 기대심을 부추기고 있었다. 그리고 억지로 웃음을 참으면서 초량은 나에게 말을 건넸다.

 

...크흠! , 그래. 확실히 그때는 카린답지 않은 좋은 공격 중에 하나였어. 나중에 네가 빠르게 도망을 치는 것을 보고, “신종 서큐버스다!”라고 소리지르거나, “꺄아! 카린 언니!”라고 소리지른 일부 여성 팬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으니까, 물론 남자들 같은 경우는 저 키스는 열풍참이라 모든 이들이 맛보면 쓰러진다.”라는 기록도 했고, 류하 님은 조만간 불순한 목적으로 너를 부를 예정이라고 하는 거 같아.”

 

대체 열풍참은 뭔데? 베이냐? 그리고 류하 님에게 불순한 목적으로 나를 찾지 말아달라고 전해줘.”

 

...찾지 말아달라면 찾아간다는 것이 류하 님인걸?”

 

제길...뭔가 단단히 왜곡된 상태로 지낼지도 모르겠군, 내가 대체 왜 비무대회에 나간다고 했을까!

 

그래도 결과가 좋으면 되지 않았는가? 주인은 계속해서 짐의 머리를 레몬즙 짜내듯이 쥐어 짜내고, 짐이 도와줘서 이겼다면 거기에 맞는 육포를 내놔야 할 것 아닌가?”

 

2초 뒤.

 

냐아아아! 아프다! 아프다고! 잘못했다! 주인! 짐이 잘못 했노라아아아!”

 

결과가 다방면으로 좋지 않게 나왔으니까 이러는 거죠! 그리고 무슨 육포야! 레시아의 아공간속에 육포가 얼마나 많은지 저번에 봤거든요!”

 

다시 녹다운 당한 검은 고양이는 카운터 위에서 엎어진 체 쓰러졌고, 초량은 나에게 허브티를 기품 있는 모습으로 따라주면서, “진정해...이거라도 마시라고?”라는 말을 나에게 남겼다.

 

현재 시각은 밤 10.

곧 이어 네 번째 주말이 찾아오기까지는 앞으로 2시간이 더 남은 상황에서, 초량은 카운터에 살짝 몸을 숙인 체, 나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연 님에게 키스한 소감은 어때?”

 

시끄러. 내가 원해서 한 것이 아냐. 얼마나 충격 받았으면 울면서 기절해 버렸다고.”

 

흐음...얼마나 좋았으면...”

 

좋을 리가 없잖아. 해연 씨의 입장에서는...”

 

그때 고백하지 그랬어. “내가 바로 카일이다!”라고.”

 

그럼 엘라임이 나를 찢으러 찾아올 거야. 나는 13일의 금요일에 출현하기 싫다고? 그럴 바에는 그냥 해피 할로윈이나 외치면서 정캔슈타인 박사나 쏴 죽이겠어.”

 

정캔슈타인?”

 

있어.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할로윈 이벤트.”

 

물론 그게 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다른 차원에서 열광을 하고 있다는 말을 차원이동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마리아가 말한 적이 있었다. 사신이 찾아오고 괴물이 살아나고 마녀가 깽판을 치고 있다고 하니, 그 차원은 할로윈 이벤트마다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을까? 계속 걱정하고 있던 찰나에...

 

-딸랑딸랑!

 

. 어서오세...”

 

카일! 우아아아앙!”

 

-퍼억!

 

지금 이게 무슨 소리라고 설명해보자면, 해연 씨가 울면서 나에게 몸을 던졌고, 의도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숄더 태클 한방에 내 몸의 장기가 파열할 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갑옷입고 다른 사람에게 몸을 날리는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쿨럭! 쿨럭!...잠깐! 아파요! 숨을 못 쉬겠!”

 

카일! 어쩌면 좋소! 소인은...! 소인은 이제 어떻게 하면!”

 

진정하고 제 목에 있는 살인 기술부터...! 풀어줘요!”

 

목에 있는 혈관이 터질뻔했다. 적어도 튼튼한 내 몸에게 감사를 전하자. 초량과 레시아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이 광경은, 나 또한 두 눈이 크게 떠지는 광경이라는 것. 아무튼 해연 씨는 주기적으로 훌쩍거리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엘라임에게 전투를 맡기고 소인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훌쩍! 그 사악한 카린에게 첫 키스를 빼앗긴 이후였소...훌쩍. 그 이후로 엘라임에게 첫 키스를 빼앗기면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길래?”라고 물어봤더니, 엘라임은 그럼 그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하겠지.” 라는 말을 남겼단 말이오!”

 

“...그거 엘라임이 장난친 거잖아요.”

 

...? 장난?”

 

그보다 정령계는 특정상 성별이 중성이기도 하고...성별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남성체와 여성체로만 나뉘어지고 있는 거고, 엘라임의 경우에는 인간세상을 물의 정령들로 통해 지켜봤을 테니까, 어느 정도 인간계에 대한 지식은 존재할 거라고요?”

 

뭣이?! 첫 키스를 빼앗겨도 그 상대에게 시집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사실이냐!”

 

해연 씨 머리 뒤로 푸른 물결이 일렁이고 있는 구체 하나를 발견했다.

 

“...저기...엘라임 맞죠?”

 

그렇다. 모든 물의 근본이자, 물의 정령왕. 엘라임이 맞다.”

 

...그건 둘째치고 첫 키스에 관련된 말은 댁도 진지하게 받아들인 거에요?”

 

“......”

 

둘이 참 죽이 잘 맞네. 그래.

정말 잘 맞아.

잠깐 머리가 아파서 양손을 미간에 30초 동안 문지르며 고통을 완화시켰다. 그리고 잠깐 생각이 나서 입을 열었으니...

 

카린의 말로는 엘라임과 내기를 해서 이겼다고 하는데, 그거 제대로 약속을 지키고 있냐고 확인해달라는 편지를 받았어요.”

 

내기?”

 

인간! 네 녀석!”

 

해연 씨는 역시 의식이 잠자고 있었는지 몰랐고, 떠다니는 푸른 수정구에서는 나를 향해 소리를 쳤다. 나는 잠깐 초량에게 눈치를 줘서 해연 씨를 상대하게 만들었고, 나는 엘라임을...어떻게 데리고 나가야 하는 거야? .... 비어있는 찻잔을 이용해서 2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2층으로 아무 말 없이 같이 올라가고 나서는, 이내 내가 입을 열었으니...

 

그래서 고백은 하신 거에요?”

 

“...아직.”

 

정령왕은 약속을 잘 지킨다는 말은 엘티노스 자서전에도 쓰여있는 말이라고요?”

 

엘티노스? 그럼 여기가 엘티노스가 신인류를 대비해서 지어놓은 마지막 비밀기지라는 소리더냐?”

 

...?

 

잠깐...그건 무슨 소리?”

 

아니. 그건 둘째치고, 아까부터 마음이 뒤숭숭해서 먼저 말을 하겠지만, 네 녀석 몸 안에서 해연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내가 너를 처음 보았을 때는 물의 친화력이 그리 높지 않았다.”

 

“.... 그건 둘째치고 일단 고백은 하셔야죠?”

 

! 그렇게 능구렁이같이 빠져나가는 모습도 그 사악한 카린과 똑같구나.”

 

...다행이네. 눈치 못 챘어.

그보다 왜 사악한이 접두사로 계속 붙어 있는 건데?

 

오늘 안이라면 지금 정확하게는 1시간하고 42분하고도 33초정도 남았네요.”

 

“...너는.”

 

?”

 

엘라임은 잠깐 말을 멈추고는 생각하는 듯이 침묵을 지켜나갔다. 그리고 다시 구체가 번쩍이며 음성이 퍼져나가며 이와 같은 말을 했으니...

 

해연을 싫어하는 것인가?”

 

“...그건 왜요?”

 

지금 둘을 이어주려고 열심히 밀어주는 거 안 보이냐!

 

어차피 정령왕의 사랑방식은 짝사랑에 불과하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무 말 없이 붙어 있으면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도움을 주고, 말동무를 해주고, 위로를 해주는 그런 존재이지만, 정령계에서 머물던 2년간...해연은 그렇게 웃어본 적이 없었다. 감정이 마모되는 것 같아서 인간계로 다시 되돌려 보냈고, 너와 몇 번 마주치기만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빠르게 회복된 모습을 느꼈다. 인간은...인간과 맺어져야 하는 것이 내 생각이고, 오히려 너를 없애달라는 카린에게 했던 말을 후회할 뻔했지.”

 

정령왕의 질투가 이리도 무섭지만, 한 편으로는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

 

아니. 고백이라는 말은 사랑고백이라는 말이 아니에요.”

 

“...뭣이?”

 

떨려오는 목소리를 감지하고 내 생각을 말했다.

 

물론 카린의 초점은 사랑고백이지만, 그 외에 파트너에게 하지 못했던 말이라던가, 숨겨왔던 수줍은 마음이라던가...아니 이건 아니고, 어쨌든 자신만의 비밀로 감췄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라는 소리에요. 정령에게 인간적인 모습이 어디있겠냐고 하지만, 그냥 뭐...예를 들어 몽골리안 샌드웜의 필살기는 몽골리안 춉이다.’라는 말만 해도, 그 딱딱한 성격과는 좀 더 다른 반전매력이 있을 거에요.”

 

...나 대체 무슨 말 하고 있는 거래?

 

...이해는 못하시겠지만.”

 

이해했다.”

 

무슨 수로!!!”

 

대체 저 정신 나간 말을 어떻게 이해했다는 거야!

 

정령왕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역시 그 녀석처럼 표현이 자유롭지 못했군.”

 

“...그 녀석이요?”

 

나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가고는, 초량과 해연 씨가 서로 담화를 주고받는 틈 사이로 엘라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고민은 해결 되었으니 슬슬 돌아가도록 하자. 그리고 잠깐 할 이야기도 있고.”

 

, 알겠소. 엘라임.”

 

나도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가는데. 엘라임으로부터 카카오ㅌ...아니 텔레파시가 도착했다.

...그보다 저 카카오 뭐시기는 대체 뭐래?

 

[이번 비무대회에 결승전은...순순히 기권해라. 내가 알고 있는 한...틀림없이 비참하게 질 것이 뻔하니까.]

 

재난경고메시지를 받은 듯한 내 표정을 뒤로 하고, 해연 씨와 엘라임은 잡화점 밖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레시아는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왔다.

 

주인. 저 정령왕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신경 쓰지 마라. 결승을 이기면 육포를 잔뜩 살 수 있지 않는가?”

 

별로 신경 쓰지 말라는 마왕의 말보단, 왠지 물의 정령왕의 진심이 담겨있는 충고가 더욱 무거웠다. 솔직히 이번 결승을 예견하고 있는 엘라임의 말이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이 어쩔 수 없었다.

 

비참하게 진다니...?”

 

그러고 보면 아직 결승전에 올라간 상대방의 얼굴도 모르는데, 느닷없이 기권을 하라는 소리는 물의 정령왕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고, 그야 말로 정령왕 클래스의 거물이 나타나서 나를 짓눌러 버린다는 소리일까?

 

-딸랑딸랑!

 

손님을 알리는 종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카운터로 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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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크소울 하러 사라집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