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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11

FNL-Phantasm 2016. 9. 20. 00:04

211

 

 

 

대체 이 기나긴 여정의 끝은 어디인지 몰라도, 지금 당장 내가 해결해야 할 것은 이브센티아에 돌아다닐 만한 복장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굽이 높은 흰색의 하이힐을...대체 어느 간호사가 업무 중에 하이힐을 신어!

 

...아무튼.

내가 대체 왜 이런 아슬아슬할 정도로 위험한 상태에서, 일을 힘들고 효율이 떨어지는 행동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효율이 떨어짐과 동시에 들키기라도 하는 순간,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것은 기본이고, 경비병이 순식간에 나를 잡아서 감옥에 집어넣으리라 생각한다. 그냥 남자가 여자 옷을 입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는 아니라. 나 같은 경우는 최악의 경우 다른 남자들에게 둘러 쌓여...아니 이 회상은 그만...큰일날 회상이었어.

 

이게 글이라서 다행이야.

 

그렇게 수줍게 걸어가면 남자들에게 더욱 더 시선이 고정된다고?”

 

마스터. 지금 마스터에게 필요한 것은 당당함입니다. 당당하게 자신을 과시하셔도 좋습니다.”

 

아무래도 본인들이 더욱 자각이 없나 보다.

 

대체 어느 간호사가 양쪽 어깨에 고양이하고 올빼미하고 올려서 걸어가고 있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당연히 사람들의 눈이 쏠리죠! 이래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죄다 눈길을 주고 가는 거잖아요!”

 

이브센티아 마을 한 가운데에서 나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가끔가다 정말 내가 성별을 바꿔서 태어난 것이 아닐까? 라는 추측도 해본다. 하지만 여전히 시나는 노란 부리로 자신의 깃털을 다듬고 있었고, 레시아는 앞발을 핥으면서 입을 열었으니...

 

아서라.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저들에게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주인을 보는 사람들은 우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까, 허공에 태클을 걸어 제 4의 벽을 부스는 행위로 보일 것이다. 극히 자연스러운 캐릭터의 일환 아니던가? 혹은 태클 캐릭터에게 있어서는 제 4의 벽을 밥 먹듯이 하는 행위는 정말로 축복받은...”

 

그럼 뭐에요? 지금 나 혼자서 정신분열증에 걸린 마냥 혼잣말을 했단 소리잖아!”

 

주변 사람들이 또 한차례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고, 무안함이 나의 등줄기를 타고 흘러 올라간 기분을 맛보며, 나는 다시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걸었고 주변의 상황을 다시 의식하면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레시아의 눈에는 사람들 중에서 얼마나 마음을 세척하고 있나요?”

 

신기할 정도로 전부.”

 

전부라는 말을 듣는 사이에 주변에 시선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은 순간...왠 험악한 마초맨이 내 앞을 막았다. 나는 눈도 마주치지도 않았는데 머리 위에 느낌표가 나오면서, 어처구니 없이 포켓몬 배틀이라도 하는 기분이로군.

 

어이? 이쁜 아가씨? 어딜 그렇게 가시나?”

 

아나...살다 살다 정말 별 일 다 겪어보고 있네. 인생에 겪지 않아도 되는 리스트에 또 추가되어버렸다. 아마 그 공책에는 여장이 너무 잘 어울리면 다른 남자들이 욕망을 찬 시선으로 나에게 다가옴.”이라고 적어야 하는 것이 맞겠지. 그 남자의 우악스러운 손이 내 어깨를 잡음과 동시에 나는 그 손을 뿌리치고는 입을 열었다.

 

. 지금 기분이 좋지 않으니 다치기 싫다면 그쯤에서 그만 두는 것이 좋아요.”

 

물론 나는 공격을 하기 전에 경고를 주는 편이다. 쓸 때 없는 싸움을 하지 않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형식이 더욱 좋지 않는가? 따라서 가급적이면 평화가 좋다는 인물인 간디라는 분의 명언을 따라, 비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나의 순수한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그 거한은 한차례 웃어 보이더니 평화롭...

 

하하! 앙칼지니 정말 기분이 좋군! 길들이는 맛이 있겠는데? 오늘 밤은 네 년이 나를 진정시켜줘야겠어?”

 

지 못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비폭력이라는 글자는 Be폭력으로 개선되는 간디 선생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하긴 느닷없이 다이아와 옥수수를 바꿔주지 않았다고 코끼리가 내 땅을 밟은 이유가 있었어.

 

물론 이건 보드게임에서 레시아가 나에게 한 짓이지만...어쨌든 지금 티르빙을 꺼내기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있으니, 간호사가 주로 사용할만한 것이 뭐가 있나 생각을 했는데. 내 허리 쪽에 빨간 색의 용액으로 가득 찬 주사기가 하나 보였다.

 

뭐지? 나노강화제인가?

이건 다른 캐릭터에게 줘야 효율이 나오잖아?

어쨌든 위협할 무기도 없으니 그냥 주사기 하나를 들고, 마나를 천천히 회전시키고 있을 무렵. 내가 왜 가만히 있는 것인지 영문도 모르고 점점 가까이 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세 발자국만 오면 상당히 위험해지는데 그래도 오시려고요?”

 

그런 어설픈 주사기로 날 막을 생각을 하는 것을 보니, 날 그냥 어중이 떠중이로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찰칵! 파앙!

 

오랜만에 지뢰밭<Minefield>를 가동하자, 시원한 바다 빛의 마나가 폭발하면서 그 마초맨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덤으로 짧은 치마인 만큼 손으로 붙잡아서 그 위로 올라가지 않게 왼손으로 붙잡고, 모자는 오른손으로 눌러서 날아가는 것을 막았다.

 

살상용이 아니라서 운이 참 좋으시네요. 아마 거기서 푹 자고 일어나면 회복이...”

 

말이 살짝 끊어진 이유는 뒤에서 날아온 살기가 내 등을 찔렀다. 날아오는 물체는 지뢰밭을 응용한 요격<Intercept>으로 전환하자, 바로 등 뒤에 폭발이 일어나더니 단검의 검자루로 추정되는 물건이 내 머리 옆으로 휘리릭 날아갔다.

 

제길! B급용병인 내가 저런 계집을 하나도 먹지 못하다니.”

 

뭘 먹어요? 아저씨 식인종이에요?”

 

무슨 소리야? 식인 말고...”

 

...알았어요. 조용히. 여기는 아무리 높아도 15세 이상만 보게 되는 글이 되야하니까.”

 

이 귀찮은 곳을 해결할 만한 기술이라...

 

[시나. 나에게 잠깐 힘을 좀 빌려줄래?]

 

[저에게 명령을 하십시오.]

 

[그럼 저 사람의 기억을 5분정도만 지워줘.]

 

[알겠습니다.]

 

고운 피부에 상처를 내고 싶지 않으면 이제 슬슬 나에게 비는 것이 좋아.”

 

검 표면에 알 수 없는 오러가 잔뜩 묻어있는 걸로 봐선 마법이 부여된 검으로 추정했다. 정작 검을 잡은 마초맨의 몸에서는 오러가 보이지 않았으니, 검사의 길 상급자는 아닐 터. 우악스럽게 달려오는 거한의 눈 앞에 시나가 튀어나오더니 거대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

 

어라...내가 뭘 하고 있었더라.”

 

거의 내 앞에서 검을 들고 있는 체, 5분의 기억을 소거 당한 거한이 나를 보았다, 확실히 동공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믿겨지지 않는 다는 듯이 몸과 같이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고, ‘혹시라도 크나큰 병이면 어쩌지?’라는 듯한 불안증세를 보이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입을 열기를...

 

저기...간호사님. 제가 무슨 병에 걸려있었죠?”

 

“......그러니까 곤충이 마기를 받으며 변질되었고, 거기에 물려서 생겨난 것인데, 느닷없이 안에 용솟음치는 힘이 있다고 믿거나, 아니면 자신은 다른 세계에서 온 환생자라고 스스로 생각해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 확실히 제가 사춘기 시절에 왼손에 흑염룡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요.”

 

. 그럼 역시 중2병의 증상이군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병인데, 아직도 검을 들고 멋지게 휘두르려고 저에게 보여주시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그 병은 사라지지 않고 중증으로 번졌나 봅니다.”

 

어처구니 없게도 나와 그 거한을 지켜보는 그 모든 사람들의 기억까지 없어진 터라. 모두 중2병에 대한 알 수 없는 미지의 병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야 당연히 웅성거림의 원인은 간호사 복장을 입고 있는 나 때문이겠지...

 

이런...! 저에게 이대로 중2병에 진행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앞으로 중2병이 없어지면 밤마다 자신의 부끄러운 행각을 떠올리며, 이불 안에서 발차기를 하느라 밤잠을 모두 설치게 될 것이며, 지금 당장이라도 중2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그 검을 저에게 주셔야 합니다.”

 

그러자 그 거한은 얼굴이 파랗게 질린 상태로,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검을 넘겨줬다.

 

여기 있습니다. 간호사님. 이제 저의 병은 얼마나 있어야 고쳐질까요?”

 

...2병은 쉽사리 고쳐지는 병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1년동안 성실히 생활하면서 근신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네요. 그리고 환자분의 혈액은 제가 미리 뽑아놨으니까. 이만 돌아가보시면 됩니다. 돈은 없어도 괜찮아요.”

 

!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잊지 않겠습니다!”

 

...뭔가 임기응변이라고는 하나, 확실히 기억의 누락은 이렇게 써먹어야 정답이라 생각하기에, 마치 그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민간인에게 기억을 지우는 그런 이야기가 있지 않는가?

 

책을 많이 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그 거한이 지나가고 나서, 일반 시민들에게도 전체적으로 다시 기억을 소거하는 빛을 노출시켰다.

 

이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다시 지나갈 수 있었다.

 

임기응변능력에 감탄했습니다. 마스터.”

 

역시 평화가 좋은 거지. 그렇지 않아?”

 

나는 거한으로 받은 검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레시아. 이 검은 별 다른 특징이 있나요?”

 

오른쪽 어깨에 있는 레시아가 검을 쭉 훑어보더니 답을 했다.

 

신기하군. 이 검은 마법이 부여된 검이긴 한데...부여된 마법은 그저 잠금을 해제하는 검이다.”

 

잠금을 해제하는 검이라고요? 애초에 칼에 그런 기능을 넣어봤자...그냥 도둑질 할 때나 쓰는 거지...오히려 속성을 부여하지 않나요?”

 

레시아는 내 질문에 즉답했다.

 

아마 숨겨진 장소로 가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숨겨진 장소를 가기 위해선 아까 그자의 머릿속을 뒤져봤지만, 저 자의 기억 속에서는 딱히 숨겨진 장소로 가는 그런 기억이 보이질 않았다. 오히려 다른 남자에게 부탁을 받고 계속 지켜온 것으로 보인다.”

 

...뭐 그걸 간단하게 뺏었으니 다행이지만...어처구니 없게도 일이 술술 풀리는 횡재를 맞이하는 나의 모습. 하지만 그게 간호사복장만 아니었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직까지 이브센티아에 조사를 할 시간이 남아있으니, 음식점에 들릴 생각으로 천천히 움직였는데.

 

아니! 이게 누군가! 카일이 아닌가! 전설의 은빛 송곳니를 쓰러뜨린 영웅!”

 

...이 모습을 꿰뚫어봤다는 것은 분명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이런 호쾌하고 걸걸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로버트 씨?”

 

전 은빛송곳니가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오른 하얀 티셔츠와, 근육으로 인해 곧 찢어지기 직전인듯한 검은색의 칠보바지를 입고 나를 반겼다. 여전히 은빛의 사자가 생각나는 산발의 머리에서, 뒤쪽으로 포니테일처럼 묶어버렸고, 거대한 밀집모자와 함께 지금 입에 물고 있는 것은 밀이라고 생각한다.

 

어디 멀리 갈 줄 알았더니 이브센티아에 있었어요?”

 

그야 여기가 새로 지은 마을이지 않는가? 이제서야 1년밖에 되지 않은 마을에서는 해내야 할 것이 많으니까. 나와 같이 이제 한물간 전설은 이 곳에서 은거하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 로망이며 낭만이 아니겠는가? 하하!”

 

여전히 긍정적이고 호쾌하게 살고 계시는 군...

 

. 어서 이리로 들어오도록 하게!”

 

“...? 집이요?”

 

아니. 이불 속.”

 

뭘 이불 속이야 이 노망난 할아버지야!!!”

 

최근에 그 유행하고 있는 그거 있지 않는가?”

 

시끄러워요! 어차피 잘 되었네요. 로버트 씨에게도 정보공유를 해야 할 것이 있으니까요.”

 

우선 어처구니 없게도 이브센티아에서 로버트 씨의 집에서 잠깐 쉴 겸, 그리고 호문쿨루스와 신인류에 대해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서 들어가려고 했다.

 

잠깐만 10분만 더 기다리게. 되도록이면 숨어있게나.”

 

? 그게 무슨?”

 

로버트 씨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입을 열기를...

 

지금 썸타는 여자와 하룻밤 자서 말이야! 깨워서 준비를 시키고 돌려보내야 하니, 밖에서 잠깐 기다리게나. 나의 사생활도 있지 않는가? 하하하!”

 

...여전히 전설이로군요.

여러 의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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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하루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