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글쓰는 중?/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01

FNL-Phantasm 2016. 9. 11. 09:30

201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물론, 나 또한 사람이기에 때때로 생각이 안 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어제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대략 기억난다.

그 망할 코볼트들의 돌팔매질을 피하다가 쓰러졌으니까.

-레시아 앞에서 코볼트들이 혼나고 있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카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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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따듯한 온기와 창 밖에서 가져다 주는 따스한 햇살은, 시너지 작용을 해서 좋은 꿈을 꾸게 해주는 기폭제가 된다. 사실상 좋은 꿈을 꾸게 하려면 사람이 기분 좋게 자야 하는데, 때로는 그게 너무 좋은 꿈인 나머지 깨어나면 모든 것이 허무하기 마련. 시간은 좀 많이 흘러서 9 3째주를 맞이하기 위한 9 2째주의 마지막 날 아침 9시무렵, 나도 사람답게 쉬어야 할 때가 있어야 하니까 늦잠을 자려고 다시 이불을 덮었...

 

-파앙!

 

크하악!”

 

어째서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세상의 이치에 따라 이불 안에서만 행동을 취했는데, 정작 쇼콜라 씨의 보디블로는 정확하게 들어오는지 여전히 이상하게 생각한다. 외마디 비명으로 이게 마지막 유언이 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다행히도 무덤에서 카일 이곳에서 잠들다. –크하악!’이란 글귀를 남기기는커녕, 그것을 추진력으로 삼아 눈이 번뜩 떠졌다.

 

쇼콜라 씨? 대체 이번에는 무슨 이유로 저의 복부에 아마겟돈을 시전하는 겁니까?”

 

트루먼한테 이걸 전해달라고 들었습니다.”

 

해리의 대사를 쇼콜라 씨가 멋대로 뺏어서 말씀하지 마시죠? 그리고 그 아마겟돈은 제 인생의 최고의 작품이니까, 멋대로 패러디화 시키지도 마시고요.”

 

-파앙!

 

카흑!”

 

여전히 가차없는 보디블로를 가하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며 쇼콜라 씨가 말했다.

 

여전히 때리는 맛이 좋은 복근이네요. 평생 어디 매달아놓고 때려도 좋을 만큼 말이죠.”

 

“......폭력반...”

 

-파앙!

 

아오 씨! 내가 뭘 그리 잘못했냐!!!”

 

그거야 이전 이야기에는 저의 매력적인 트윈테일이 1%도 나오지 않았으니까요. 이곳에서 메이드 생활을 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전히 저의 출현빈도가 너무 없어서 슬픕니다.”

 

그건 엘리시아도 마찬가지로 없었잖아요!”

 

그 흡혈귀는 자신의 언니와 활동을 같이 하고, 거주만 이곳에서 하는 것뿐이지 사실상 잡화점의 멤버는 아니잖습니까? 저는 잡화점을 매번 치우고 정리하는 고생만 하고 있지,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는 가엽고 귀여운 쇼콜라는 어디에 한을 풀어야 할까요?”

 

그렇게 오른손 주먹을 가볍게 쥐며 들어 올리는 쇼콜라 씨에게 가벼운 질문을 했다.

 

“...혹시 그거 보디블로를 때리기 위한?”

 

맞아요.”

 

-파앙!

 

아오!!!”

 

전에도 루니아 누나가 분명이 자신이 출현을 하지 못했다고 난폭해진 적이 한번 있었을 텐데, 쇼콜라 씨가 난폭해지는 현상은 무한의 보디블로 지옥이 시작되는 것인가? 그보다 매번 타격을 하면서도 겉은 아픈데, 속은 거의 들끓는 듯이 어지럽고 호흡이 힘들어졌다. 아니, 그보다 메이드 일도 그만뒀는데 차라리 다른 곳에서 더욱 생산적인 일을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어...

 

-파앙!

 

아 씨! 진짜 왜 내가 독백과 생각을 하려고 할 때마다 때리는 이유가 뭐에요!”

 

이런 매력이 넘치는 저에게 이곳에서 말고 다른 일을 하라고 하다니, 결국 당신이 말하는 다른 일의 내용이 그 음침하고 음흉한 뇌에서는 청순하고 가련한 저의 살결을 노출하는 일이라뇨? 당신 정말로 못되게 그지 없군요.”

 

“...청순하고 가련한 사람은 모두 죽었답니까? 그리고 어째서 제가 다른 일자리를 권하는 것이 전부 어두운 일밖에 없을 거라고 단정 지을 수 있죠? 아하~! 혹시나 쇼콜라 씨가 아직 사회에 나가 본 기억이 없으니까. 오히려 그런 것에 관심이 있나요? 느리게 사춘기가 올 때도 있기도 하고, 하지만! 아직 쇼콜라 씨는 나이가 너무 어리잖...”

 

-파파파파팡!

 

5연발을 맞아보니 저승 문이 내 앞에 펼쳐진 듯 했다.

 

쿨럭! 쿨럭! ...농담! 농담이라고요!”

 

순간 변화한 표정 때문에 1방 더 추가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저속한 표정으로 바뀔 수 있는 거죠? 정말이지 누가 봤으면 수사관에게 끌려가서 영원히 고문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뭐가 저속한 표정이야! 적당한 개그에는 적당한 표정이 오히려 시너지...”

 

-!

 

아오! 그래 말을 말자!”

 

1600자동안 하는 짓이라고는 쇼콜라 씨에게 아침에 태클 걸다가 보디블로를 맞는 것뿐이지만, 아침에 있어야 할 피로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확실히 날아갔다. 이 좋은 휴일에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쇼콜라 씨. 허브티 주세요.”

 

“...?”

 

갑작스러운 반응에 쇼콜라 씨는 잠깐 놀란 표정으로 바뀌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고개를 정중히 숙인 뒤에 알겠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쇼콜라 씨가 부엌으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걸음으로 이동할 무렵. 레시아는 검은 고양이의 모습으로 천천히 내 어깨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물론 입에 물고 있는 것은 아이니스에게 사들인 육포 중 일부분이겠지만...

 

신선한 아침에 맛보는 육포는 정말 최상이로군. 짐은 살아있는 동안 이날을 기다려왔을지도 모른다.”

 

어째서 마왕의 유일한 낙이 육포인지는 잘 몰라도, 곧 아침을 먹어야 하니까 적당히 먹어두세요.”

 

타락의 마왕이라고 불리는 레프리시아. 물론 내가 줄여서 레시아라고 부르는 이 고양이는, 평상시에는 그냥 영락없는 고양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야 당연하게도 아침부터 육포를 먹으며, 나와 같이 창문을 통해 오늘도 어떤 사람이 잡화점을 지나가고 있는지, 아니면 잡화점에 오늘도 신성한 의식을 시작한다면서, 베가프를 앞장세워서 성수라고 위장한 뜨거운 물을 끼얹어버릴지...매번 1주마다 한 번씩 뜨거운 물에 맞고 있는 잡화점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어쨌든 레시아는 남은 육포를 모조리 삼킨 후에 나에게 입을 열기를...

 

그럼 전에 하란국에서 했던 그 어른의 키스를 해줄 수 있는가?”

 

고양이에게 그런 짓을 하다가는 모든 사람들이 정상인을 보는 눈으로 안 보겠죠. 그보다 그 이야기는 다시 꺼내지 않기로 했을 텐데요?”

 

아아~. 그만큼 대담했던 주인도 없었으리라. 짐이 하란국의 여제를 다이나믹하고 슈퍼하며 하이퍼하게 페이탈리티 커맨드를 입력하고 있는 사이에, 짐의 가냘픈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입술에...”

 

애초에. 그거 아니라면 지금쯤 하란국이 지도에서 사라지는 참사를 겪었겠죠. 게다가 천칭들의 회의에서 하란국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또 다시 국가간의 전쟁을 야기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었으니까요. 만약 그게 그대로 진행되었다면, 지금쯤 마왕을 먼저 타도하자는 말을 했을걸요? 지금은...”

 

-똑똑똑.

 

잡화점의 문이 3번 울렸다.

어떤 매너가 좋은 사람이 어떤 은발 꼬마하고는 다르게 돌을 던지지 않고, 무려 노크를 할 수 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발 걸음을 옮겨서 문고리를 비틀어 살짝 열었더니.

 

여기가 잡화점이로군 카일. 여가 친히 이곳에 방문을 했...”

 

-!

 

...뭔가 내가 환각을 본 것이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문을 열자.

 

기특하기라도 하지. 여의 방문에 너무 기쁜 나머지 2번씩이나 확인을 하는 것이더냐?”

 

금룡포를 두르고 있는 류하 씨가 느닷없이 언제 여기까지 와서...

 

아니! 잠깐만! 여제님!”

 

류하라고 부르거라 지금은 여와 카일. 둘만 있지 않는가?”

 

류하 씨? 지금 자신이 여기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은 알고 있나요?”

 

그러자 류하 씨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며 얼굴 옆에는 검은색의 물음표 마크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지금 하란국의 지도자가 이곳에 온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그보다...

 

내 어깨에 있는 고양이가 엄청난 살기를 띄고 있는데...

 

호오? 그렇게 호되게 당하고도 오다니? 역시 그때 짐이 그대를 부셨어야 했노라.”

 

애초에 약속은 카일을 납치하지만 않으면 되지 않는가? 그러면 가끔 시간 날 때마다 여가 이곳에 물품도 구매할 겸. 카일의 얼굴도 보면서 그 이후에는 하란국에 후계자가 생기는 즉시 이곳 근처로 이사를 올 것이다. 무엇보다 마왕에게 총애를 받는 이 남자가 흥미가 있는 것이기도 하고...전에 맺은 맹약을 어기는 행위가 아니지 않는가?”

 

류하 씨는 위풍당당하게 자신의 할 말을 하고 난 뒤에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주인. 지금 당장 저 계집의 얼굴을 토끼모양으로 바꿔놓을 테니 조금만 기다리거라.”

 

레시아. 그만. 애초에 물품을 사러 왔다는 것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류하 씨는 프리트론에 직접 방문하러 가시는 거죠?”

 

류하 씨는 잠깐 생각을 한 뒤에 내 질문에 대답을 했다.

 

그러고 보니...시간을 지체하면 안 되었군. 프리트론에 있는 왕에게 이야기 할 거리가 있기에, 직접 찾아온 것은 다른 이들에게 알려줘서는 아니 된다. 알겠는가?”

 

알았어요.”

 

-스윽. 스윽.

 

류하 씨의 부드러운 손이 내 머리를 2번 정도 지나갔다. 그리고 측은하게 보는 연한 갈색의 눈동자가 나를 비추며 입을 열었다.

 

착하기도 한 남자로다. 애초에 이런 남자를 저런 잔혹한 마왕이 아니라, 여가 먼저 발견했다면 평생을 곁에 두고 어여쁘게 관리를 했을 터이거늘...”

 

개인적으로 다 때려부수기 전에 볼 일보러 떠나거라!”

 

레시아와 류하 씨의 신경전은 대단했다.

진짜 새우싸움에 고래등 터진다는 말이 이런 뜻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 반대인가?

 

어째서 주인은 주변의 여성을 끌어오다 못해, 그냥 긁어 모으는 듯이 몰려오는 것인가? 게다가 그 여자의 눈으로 보아, 지금 당장 주인에게 사탕을 주며 납치를 하려고 시도해도 이상하지 않았으리라.”

 

아니. 제가 무슨 5살짜리 어린아이도 아니고, 사탕에 낚이는 것은 좀 아니잖아요.”

 

레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정을 시키는 동안, 쇼콜라 씨가 우아한 모습으로 찻잔과 허브향이 가득 담긴 차주전자. 그리고 언제 만들었는지 몰라도 티라미수 2개가 올려져 있었고, 작은 포크가 2개인 것은 아마 쇼콜라 씨도 먹기 위함이겠지.

 

오랜만에 티라미수를 했더니 잘 되었군요. 최근에는 요리를 잘 하지 않아서 어떻게 되나 했지만...물론 당신은 맛있다고만 말해줘야 할 거에요. 맛이 없다고 하거나 지적을 한다면 보디블로가 출격할 테니까.”

 

“......루니아 누나가 요리한 것보다는 좋겠죠.”

 

그나저나...루시피나와 마리아가 아까부터 없는 것 같은데?

 

루시피나와 마리아는 어디에 있죠? 잡화점에는 없는 것 같은데?”

 

그 둘은 심연의 도서관으로 이동했노라.”

 

아무래도 이른 아침에 내가 자고 있는 사이, 누구보다도 일찍 일어나서 매리와 마리를 데리고 심연의 도서관으로 갔다고 생각했다. 하물며 매리와 마리도 지금은 잡화점에 없을 것이고, 지금 그나마 지하에서 자고 있는 루나와 내 안에서 잠들어있는 시나까지...이렇게 5명이 있는 것인가?

 

되돌아보니 꽤나 많네요. 잡화점에 살고 있는 멤버가...”

 

부드러우면서도 짙은 향이 혀에 각인될법한 티라미수를 먹으며, 행복한 얼굴을 짓고 있는 쇼콜라 씨.

 

아니...잠깐...?

 

뭔가요? 어째서 제 얼굴을 그리 빤히 보시죠? 혹시 저의 매력에 매료가 되어 매번 저에게 키스로 깨워주고, 매일 저에게 티라미수를 만들어 달라고 말할 생각인가요?”

 

어째서 제가 쇼콜라 씨에게 반한다는 전제로 진행되고 있죠? 그보다 쇼콜라 씨는 뭐랄까...미래에서 온 살인기계처럼 표정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의외로 웃으니까 귀엽다고는 생각하고 있...”

 

-파앙!

 

아오! 진짜! 알았어! 말을 말자!”

 

땅바닥에 웅크린 체 보디블로의 고통을 천천히 지워나갈 찰나에, 위에서는 쇼콜라 씨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귀엽다거나...그런 건...”

 

애초에 쑥스러워 할 거면 솔직하게 쑥스러워 해도 될 터인데, 보디블로를 맞아야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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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4의 시작.

뭔가 카일은 맞으면서 시작해야...(개인적인 원한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