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티노스 잡화점 이야기 - 200화 특집 단편
200화 특별편.
[익명의 제보자의 소망을 약간 담았습니다.]
[...아마 수위가 아주 매우 약간 높을 것이라고 생각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 200화 특별 단편들은 if 스토리 취급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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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아 D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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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티노스의 잡화점에서 일을 하고 나서 느낀 것이 하나 있다면, 레시아와 오래 지내왔다는 것과 레시아의 성격에도 변화가 있었다는 점으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레시아가 불편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기주선이 넘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도 있다. 20세 밖에 되지 않는 나에게 있어서 지금 세상은 너무 살기 험난하기에, 지금은 삶의 기초와 터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우읍...!흐웁...!”
“...저기...레시아? 맛있어요?”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밑에서 여전히 기다란 것을 열정적으로 빨아들이는 소리에, 촉촉하게 젖어있는 붉은 눈은 곧 호를 그리며 다시 열정적으로 핥고 있었다.
“주인의 것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맛이 좋군.”
“그거...정말 다행이군요.”
다시금 시작된 빨아들이는 소리와 더불어 거친 숨소리가 나와 레시아밖에 없는 잡화점 내부에 울려 퍼졌고, 조금씩 조금씩 머리에 밀려드는 한 가지의 말을 내뱉어야 했다.
“저기...레시아?”
“벌써 때가 된 것인가? 그럼...스피드를...”
“아니...그게 아니라.”
나는 한 템포 늦추고 머릿속을 0.5초안으로 정리한 이후에 입을 열었다.
“대체! 그 망할 아이스크림을 왜 이리 열정적으로 먹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테이블에서 앉아서 먹으란 말이에요! 안 그래도 밀크 아이스크림이라 흘리면 바닥청소에도 답이 안 나오는데! 그리고 왜 테이블 밑에서 먹었던 거에요? 기껏 본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의자에 앉아서 먹으라고!”
테이블에서 나는 가계부를 쓰고 있었는데, 이렇게 신경 쓰이게 만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주인이 준 아이스크림인 만큼, 뭔가 주인에게 보답해야 할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짐은 남성들이 꿈에 바라는 그런 포즈와, 이런저런 것을 전부 병합하여 궁극의 아이스크림 핥기를...”
“그게 무슨 필살기라도 되는 줄 알아요?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사줬으면 흘리지 말라고요. 입과 턱에 다 흘려서 이게 뭐에요?”
어차피 작성을 끝낸 가계부를 덮고 난 뒤에, 손수건을 꺼내서 엉망이 되어버린 입술주변과 목까지 천천히 닦아줬다.
“그래서 벌써 놀이공원이라는 곳이 열리는 시간대가 된 것인가?”
연보라 빛의 긴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물결치듯 흔들리며, 레시아의 기대심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여러분 이게 마왕입니다. 대부분 역할은 인간들을 침공하거나, 괴롭히고 파괴하고 부수고 약탈하는 그런 몬스터들의 왕이라고요?
“하지만 레시아가 지금의 모습으로 다닌다면, 모두 죽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침을 흘릴 것 같은데요?”
레시아는 잠깐 침울한 표정을 지은 듯 만 듯, 굳어있다가 잠시 후에 레시아의 머리 옆에 전구가 반짝이더니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럼 짐이 만들면 된다. 주인과 짐만의 절망과 고통이 가득한 놀이공원을.”
“...놀이공원에 절망과 고통이 가득하면 안 되잖아?”
“그러면 신음과 쾌락이 가득한...”
“레시아? 이미 출연료는 다 받았다. 이거죠? 대체 어디 멸망전을 향해가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글쓴이는 마음이 여려서 그런 거 못쓰거든요?”
“칫. 역시 글쓴이를 다시 키웠어야 했다. 스테이터스 재분배 아이템을 당장 먹여야...”
“애초에 개그와 패러디가 난무하는 곳에 뭘 바라는 거에요!”
벌써부터 레시아에게 태클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피로가 쌓이기 시작할 무렵. 레시아는 내 손을 붙잡고 3층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레시아와는 손을 잡은 적은 없는데 상당히 부드럽고 따듯하잖아?
“주인은 그저 짐을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그럼 곧 천국을 볼 수 있으니까.”
“저기 마왕님? 무슨 마왕님께서 천국을 보여주신다는 말을 사용합니까? 벌써부터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거에요?”
어디로 데려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키엘의 문을 레시아가 열자, 그 안에는...
‘어서 오세요. 절망과 고통이 넘치는 마계랜드에’라는 팜플렛이 진짜로 걸려있었다. 아니 잠깐? 저거 진짜로 실존하고 있는 거였어?”
“명소는 실제로 총탄 사격을 받아야 하는 유령선과 목이 뽑혀나갈 정도로 빠르게 내려오는 은하철도 오리엔트 특급열차 999호, 그리고 무서운 천계인들이 불쑥 튀어나와 놀라게 되는 공포의 천계인의 집이 있...”
“잠깐! 잠깐! 무슨 그런 진지한 얼굴로 즐길 생각을 하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마지막은 러브 호ㅌ...”
“무시하지 말고!...아니 잠깐! 마지막에 대체 어딜 데려갈 심산이야! 태클 걸 곳이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대체 뭘 먼저 들어야 할지 모르겠잖아요!”
레시아가 내 품에 느닷없이 고개를 숙이더니, 곧 이어 들어올리고는 고양이 눈처럼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지며 입을 열었다.
“안 되는가?”
“아니...그래도...”
“정말로 안 되는가?”
“...러브호텔은 빼고 놀이기구만 탄다는 전제하에 같이 동행하죠.”
그러자 만연의 미소가 내 앞에 지나가며, 레시아는 내 팔을 붙잡고 표를 끊으러 이동했다.
물론 놀이기구를 처음 타는 와중에 기절해버려서, 다시 잡화점으로 귀환할 수 밖에 없는 대참사가 나온 것은 오랫동안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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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제공자 서식처 : [조아라]
여러분들의 머릿속에는 레시아가 핥고 빨아들이는 것만 생각하겠지요...
이 신사들...
...
농담입니다.
그럼 다음 단편은...
***
카일이 여성이고 3층에서 사역마 소환을 했을 때 일어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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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자친구도 없는 내 인생이 더 처량해지는 순간을 직면하던 찰나, 반대편 테이블에는 ‘쉽고 간편한 사역마 소환’이란 책을 발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엘티노스가 이걸 쓴 것이다. 엘티노스는 대마법사이기에 쉽고 간편했을까? 아니면 다른 이들도 쉽게 돈을 복사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것일까?
모든 재료와 방법을 모조리 숙지를 한 이후에, 3층에서 사역마를 소환하려고 다시 계단을 향해 움직였다. 뭐랄까 2층은 벌써 누군가가 시행할 듯한 기분이 드니까...
3층에는 기묘하게 생긴 문이 하나 더 있었고, 그 주변 물품에는 수정구슬과 이상한 펜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금은 사역마의 의식이 먼저니까 마법진을 그리고 난 후에, 상당히 긴 주문을 읊으며 성공하기를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러자...
마법진의 빛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내 시야에 비춰진 모습은...
왠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난 짱이야!”라는 흰색 바탕의 티셔츠를 입고, 찢어진 흰색 면바지를 차림으로 내 앞에 멍하니 서 있는 것이다.
“...아나...이건 대체 뭐가 어찌 돌아가는 거야?”
사역마라고 하기에는 뒤에 날개가 달렸으니 천사인가보다. 요새 천사의 날개가 비둘기 날개처럼 생겼다는 동심이 부셔졌...
“거기 쫑알대지 말고 지금 당장 이게 뭔 상황인지 설명해. 10초준다.”
완전히 건달이나 깡패를 해야 할법한 인상과 말투로, 약 2분 정도 걸릴 것 같은 상황 설명을 10초 안으로 하라고 하다니? 차라리 마왕을 소환해서 동일한 질문을 한다면, “아. 이 사람은 캐릭터상 마왕이니까, 나는 지금 멸망테크를 타고 있는 거구나?”라고 이해라고 쉽게 할 수 있는데...
어째서 나는 지금 저기 있는 천계인에게 죽을 위기가...!
“아 씨! 누가 잡아먹는데? 빨리 설명하라고! 안 그러면 그 코발트 블루색상의 머리카락을, 너의 피로 코발트 레드가 되는 현상을 보여줄 테니까!”
나는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려는 사람에게 기죽을 시간 없이, 천천히 머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면서 입을 열기 시작했다.
“저기. 일단 제가 3가지만 말할 기회를 주시겠어요?”
그러자 내 앞에 있는 천계인이 “좋아. 이야기 해.”라고 답했다.
“첫 번째로 당신은 저에게 사역마로 소환된 거에요.”
그러자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지금 나를 이 장소로 소환시켰다는 거야? 여긴 잡화점인 것 같은데?”
아니 어떻게 잡화점인 것을 알아차렸지?
“아무튼! 당신은 지금 제 밑에서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그런 존재라고요!”
“감히 나를? 하하핫! 정말로 웃긴 여자로군? 뭐 좋아. 우선 첫 번째는 잘 들었으니 두 번째도 한 번 들어보도록 할까?”
생각과 동시에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다음에 내가 말할 주제는 이러했다.
“제 머리카락 색상이 코발트 블루라고 해서, 피를 뒤집어 씌우면 코발트 레드가 되는 그런 악질적인 농담은 독자들에게 그리 큰 웃음을 주지 못해요. 아무리 드립이라고 해도 그런 것까지 태클을 걸게 만들 줄은...”
“아니...진심으로 담아서 한 소리야.”
저게 정녕 천사인가...
어디 마왕을 잘못 불러온 걸까?
“어쨌든 내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겠지? 잔말 말고 마지막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할까?”
...뭐 최소 유언이라도 될 만한 멘트를 생각하라는 것일까?
두려움이 내 마음속을 강타하려고 하고, 느껴지는 떨림을 이내 심호흡으로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대체 당신은 누구인데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짜고짜 죽인다느니 뭐 한다느니 협박을 하고 난리에요! 누가 들으면 엄청나게 큰 업적을 세우고 죽은 영웅인줄 알겠네요? 애초에 사역마라면 저에게 오히려 더 잘 대해줘야 하는 것 아니던가요? 막 밑으로 기어서 내 명령에만 따르라는 소리가 아니라! 평등한 관계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이가 되어야 하잖아요! 대체 당신 같은 사람이 무슨 착한 일을 했길래 천사가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급신이야. 그건 틀리지 말라고?”
“하급신이건 식신이건 뭐건! 소환자를 먼저 죽이려고 하는 사역마는 처음 보네요! 대체 당신이 누구길래 그래요! 덤으로 그 옷은 또 뭐에요? 완전히 아저씨 같잖아!”
그러자 남자는 내 잔소리에 귀가 아프다는 듯이 귀를 후비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엘티노스야. 그리고 이거 유행 아직 안 지났거든? 500년전에는 분명 히트상품이었다고?”
“500년전이 언제적 일인데 들먹이는 거에요! 제가 5번 죽고 태어날 시기에요! 그리고 엘티노스가 대체 뭐에요! 마치 세상을 구한 대마법사의 이름을 들먹이는 거에요? 애초에...아니 잠깐만 뭐라고요?”
“엘티노스라고 이 꼬맹아!”
머릿속에 강렬한 충격이 덮쳐왔다. 남성의 우악스러운 오른손이 내 얼굴을 덮더니...
-꽈아아아악!
“꺄아아아앗! 아파요! 아프다고요!”
“어떠냐? 대마법사가 친절하게 나눠주고 있는 친절 알갱이가?”
“어디서 연약한 플라위 비슷한 드립을 하고 있는 거에요! 아이언 클로잖아요! 그보다 머리 아파요! 아프다구요! 좀 놔줘요!”
“호오?”라고 입을 먼저 열며 말을 이어가는 엘티노스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부.탁.합.니.다. 자 말해봐라. 또박또박 말하면 볼에다 뽀뽀도 해줄게. 아니면 밤중에 침실로 불러줄까?”
“무슨 정신 나간 사람이 다 있...”
-꽈아아아악!
“부탁합니다. 풀어주세요. 그리고 뽀뽀하려고 하지도 말고 침실로 부르지도 마시고요!”
내 얼굴근육이나 뼈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는 시간이었다. 그보다 내가 하급신으로 있던 대마법사...그것도 전설의 영웅인 엘티노스를 소환했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일까?
“오오. 인간계는 언제나 봐도 새롭군. 여기서도 이제 나의 하렘라이프가 시작되는 것인 것? 이거야 바쁘게 움직여야겠군.”
하렘라이프는 무슨!
하프라이프에 있는 크로우 바를 들고 후려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야. 꼬맹이. 너는 내 하렘멤버에 강제참가야.”
“꼬맹이 아니거든요! 카일이라고요! 그리고 하렘멤버 참여고 나발이고 지금 당장 개점할거니까 청소나 하라고요!”
신이시여.
대체 이런 악몽 같은 잡화점과 더불어, 진짜 그 잡화점의 주인을 주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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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제공자 서식처 : [네이버 카페]
물론 실질적인 아이디어는 “카일을 완전한 TS로 만들어달라.”라는 요청뿐이었지만요.
근데 사실상 이게 초기에 생각해놨던 구상이었습니다.
카일은 여성으로 하고, 잡화점에서 불러오는 존재를 엘티노스로 설정하려고 했었지요.
그런데...태클 캐릭터의 효율과 전달력은 남자 캐릭터가 더 좋고,
개그 일상으로 쓸 것이기에 지금의 카일이 남자로 된 것이고, 마왕을 대신 소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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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200화 기념으로 끄적인 단편작들은 어떠셨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여러분이 레시아의 궁극의 아이스크림 핥기를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이 신사분들...
농담이에요.
200화 특별 단편작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